블리자드가 e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는 마지막 군단의 심장 시즌을 맞아 모든 선수들이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뽐냈고,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는 그 명성에 걸맞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면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하스스톤은 모바일 버전 이식이 완료되면서 유저 수가 그야말로 폭증해 블리자드 최대의 효자 종목 중 하나가 됐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도 한국 팀이 세계 각지에서 큰 활약을 하면서 e스포츠 내에서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했다. 특히 블리자드의 3종목인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모두 야외에서 결승전을 진행,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성황리에 결승 무대를 열었다.

2015년, 블리자드의 세 종목들은 저마다 색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다가올 2016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군단의 심장의 끝, 그리고 공허의 유산의 시작을 알린 2015년




스타크래프트2는 총 세 가지 확장팩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의 날개는 테란, 군단의 심장은 저그, 공허의 유산은 프로토스. 그리고 2013년 봄부터 2015년 가을까지 모든 스타크래프트2 리그는 '군단의 심장'으로 진행됐다. 타이틀만 놓고 보면 저그가 강해야 할 '군단의 심장'이지만 저그는 항상 1인자의 그늘에 가려진 2인자의 설움을 안고 지낸 시기였다.

2014년은 SK텔레콤 T1 어윤수가 4연속 준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2인자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런데 2015년에도 어윤수의 기운을 이어받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CJ 엔투스 'ByuL' 한지원이다. 한지원은 자유의 날개 후반부부터 게이머들 사이에서 잘한다는 소문이 돌며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다.

유독 방송 무대와 인연이 깊지 않았으나 2007년 7월 31일 CJ 엔투스로 이적한 뒤 슬슬 방송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다. 한지원은 프로리그 2015 시즌 2라운드 결승전에서 마지막 대장으로 출전에 진에어 그린윙스의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을 모두 제압하며 팀 우승의 주역으로 거듭나며 개인리그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저그라는 종족과 2라는 숫자는 보이지 않는 끈이라도 이어져 있는 것일까? 한지원은 2015 핫식스 GSL 시즌2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5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 시즌3 준우승, 2015 핫식스 GSL 시즌3 준우승까지 불과 네 달 만에 세 개의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무르고 말았다.

하지만 한지원은 포기하지 않고 아직도 노력 중이다. 이제 공허의 유산으로 치러지는 2016년 첫 스타리그 예선도 통과했고, 저그가 꽤 좋다는 평가도 받고 있어, 2016년 결승 무대에서 최후의 1인으로 웃고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군단의 심장에서 최고의 프로게이머를 꼽으라면 1순위로 언급되는 선수, 바로 김유진이다. 김유진은 국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프로리그에서 꾸준한 성적과 WCS 글로벌 파이널이나 핫식스 컵 같은 별들의 잔치 격인 대회에서 항상 두각을 나타냈다.

팬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군단의 심장 최고의 선수를 뽑을 때, 국내 무대에서 정상을 밟아본 경험이 없다는 게 김유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나 WCS 글로벌 파이널은 무려 두 번이나 제패하며 논란을 종결시켰다.

김유진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김유진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다. 대부분의 프로토스 선수들이 수비적이고 단단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반면, 김유진은 기상천외한 전략으로 항상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제 군단의 심장의 시대가 끝나고 스타크래프트2 시리즈의 마지막 공허의 유산의 시대가 도래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정식 리그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공허의 유산에서 김유진이 어떤 전략들을 보여줄지 벌써 많은 팬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발매된 공허의 유산의 정식 리그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미 GSL에서는 정식리그는 아니지만 프리시즌으로 리그가 시작되었고,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도 예선을 마치고 2016년 1월 7일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홈스토리컵과 드림핵을 통해 공허의 유산 서막을 알렸다.

공허의 유산은 사도와 분열기라는 독특한 컨셉의 유닛과 과거 스타크래프트1 브루드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시지옥(럴커) 등 개성 있는 유닛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전략의 수가 훨씬 당연해졌다. 또한, WCS 체제 역시 새롭게 개편되어 국내 선수들이 해외 대회 참가 횟수가 줄어들긴 했으나 GSL과 스타리그의 우승, 준우승자들의 대결을 지켜볼 수 있는 크로스 파이널이 생겨 진정한 국내 NO.1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릴 전망이다.




모바일 이식과 다양한 추가 카드로 더욱 풍성해진 2015년의 하스스톤




2015년은 하스스톤에게 있어 부흥의 해였다. 4월 3일에 하스스톤의 두 번째 모험모드 검은바위 산이 공개되면서 제왕 타우릿산, 험상궃은 손님 등이 풀려 엄청난 메타 변화를 몰고 왔고, 특히 제왕 타우릿산은 온갖 '입하스'를 가능케 만들었다. 검은바위 산의 온갖 '꿀 카드'가 모여있던 1지구가 열리면서 바야흐로 대 손님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한편, 4월 15일에는 전 세계 모든 유저들이 학수고대했던 하스스톤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었다. 이전에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던 하스스톤이 모바일로 이식되자 그 파급력은 엄청났다. 지하철에서 하스스톤을 플레이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유저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하스스톤은 블리자드 최대의 효자 종목 중 하나로 거듭났다.

하스스톤의 인기는 당장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1에서 드러났다. 대회 때마다 엄청난 수의 관객들이 함께했고, 5월 2일 펼쳐진 결승전에서는 '팜블라드' 곽웅섭과 '슬시호' 정한슬이 마지막 7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정한슬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초대 챔피언이 됐다.


이어진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2에서는 '태상' 윤태상이라는 신인이 불꽃같이 떠올랐다. 훤칠한 외모와 시원시원한 경기력 덕분에 윤태상은 순식간에 국내 하스스톤 인기인이 됐고, 4강까지 진출하면서 경기력도 입증했다. 결승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정한슬과 같은 팀 동료인 '서렌더' 김정수가 맞붙었다. 많은 이들이 정한슬의 대회 2연패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김정수의 4:0 우승이었다. 정한슬의 독주가 아닌, 소속 팀 올킬러즈의 독주를 알린 순간이었다.

7월 23일에는 하스스톤의 두 번째 확장팩인 대마상시합이 공개됐다. '격려', '창시합'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됐고, 매번 투표를 통해 새로 공개할 카드를 유저들이 직접 선발하는 식으로 카드를 하나하나 공개해 나갔다. 한편,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3는 최초로 외국인 선수인 'Xixo'가 본선에 참가했고, 4강까지 진출하면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도 엄청난 복병이 있었다. '혼비' 박준규는 8강에서 시즌1 챔피언인 정한슬을 꺾더니, 4강에서는 우승후보 'Xixo'마저 격파했다. 시즌2 챔피언 김정수가 또 한 번 결승에 오르면서 박준규의 돌풍을 잠재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준규는 김정수마저 4:2로 꺾으면서 로얄로더로 등극했다.


10월 1일에는 블리즈컨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챔피언십이 펼쳐졌다. 한국에서는 윤태상과 지난 시즌 블리즈컨 4강까지 진출했던 '크라니쉬' 백학준이 진출해 주목을 받았다. 윤태상은 아쉽게 2패로 탈락했지만 백학준은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유일하게 블리즈컨 2회 연속 진출자라는 영광스런 타이틀을 안게 됐다.

한편 지난 4월 출시된 후 약 6개월 간 1티어에서 내려올 줄 몰랐던 손님 전사가 결국 10월 21일에 몰락했다. 전쟁노래 사령관의 효과가 완전히 바뀌면서 사실상 사용 불가능한 카드가 됐고, 이에 따라 손님 전사는 기존의 정체성을 잃고 사장길에 접어들었다. 블리즈컨에서는 백학준이 '라이프코치'만 두 번 꺾고 8강에 진출했으나 8강에서 'Thijs'에게 발목을 잡혀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Thijs' 역시 4강에서 'Ostkaka'에게 2:3으로 패배했고, 힘들게 결승에 진출한 'Ostkaka'는 결승전에서는 3:0 완승을 거두면서 2015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의 제왕이 됐다.


블리즈컨이 끝난 직후인 11월 13일에는 세 번째 모험모드 탐험가 연맹이 적용됐다. 별로 쓸모가 없어보였던 '발견' 시스템이 사실은 직업 카드 확률 보정을 받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발견 옵션을 지닌 하수인들이 재평가를 받았고, 현재도 많은 직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한편, 1지구 클리어시 획득할 수 있는 카드인 리노 잭슨은 어그로 덱의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하스스톤에 하이랜더 형식의 덱을 정착시켰고, 어그로 덱의 상징 사냥꾼이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



히어로즈 리그의 첫 시작, 예상을 뒤엎었던 강팀 간 대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은 2015년에 e스포츠의 첫 문을 열었다. 5월 20일부터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지만, 국내의 TNL, MVP와 해외의 여러 팀이 알파 테스트 시절부터 대회에 참가할 준비를 해왔던 상황. 클로즈 베타 기간에 진행된 히어로즈 팀 리그(HTL)를 시작으로 다양한 대회가 열렸다. 5월 20일 오픈 베타 이후 히어로즈의 WCS 계획을 발표하고 각 지역 대표 선발전과 월드 챔피언십이 진행됐다.

오픈 베타가 진행된 이후 히어로즈 강호들의 선택이 갈렸다. TNL과 ASD는 많은 리그와 팀이 있는 중국에서 활동을 결심했고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며 중국 기업의 후원을 받게 됐다. DK(현 TNL)와 스네이크의 후원을 받은 두 팀은 당당히 스톰 리그와 골드 리그에서 결승전에 출전하며 중국 대륙을 점령했다. 반면, MVP 블랙은 히어로즈 오픈 커뮤니티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리그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와 중국 리그에서 최강의 기세를 보여준 팀 중에 최강은 어디일까? 팬들의 기대가 모일 시기에 최고의 한국을 대표하는 팀을 가릴 히어로즈 슈퍼리그가 열렸다. 세 팀 모두 4강에 진출하며 우열을 가릴 시간이 다가왔다. 중국 팀이 우세할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MVP 블랙이 가장 먼저 결승에 진출했다. 다양한 조합과 운영을 선보이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결과는 DK의 우승이었다. 4강 패자조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결승까지 올라오며 운영과 교전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승에서는 철저한 연구로 MVP 블랙이 자랑하던 조합과 운영을 완벽히 봉쇄하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후 DK는 한국 대표로 히어로즈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 MVP 블랙이 다양한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기에 DK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세계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DK가 오랫동안 갈고 닦은 일리단 중심의 조합이 유럽 팀에 쉽게 막혔고, 경험해보지 못한 C9의 머키-레오릭-아바투르-빛나래를 활용한 조합에 무너졌다. 기세를 탄 C9는 첫 히어로즈 월드 챔피언십의 주인공이 됐다.

WCS의 아쉬움이 남은 팀들은 다음 기회를 위해 더욱 칼을 갈았다.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할 기회를 놓친 MVP 블랙은 더욱 완벽한 경기력으로 돌아왔다. HCOT 시즌2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결승전까지 진출했고, 월드 사이버 아레나(WCA)에서 우승하며 IEM 센젠, MSI MGA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히어로즈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초갈-루나라-아르타니스와 같은 신규 영웅이 등장하고 티란데, 레이너 등이 밸런스 패치로 다시 활용된다. 게임 변화에 맞춰 메타와 팀 스타일도 변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강팀이 등장할지, 기존 강자인 C9-MVP 블랙-TNL이 2016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