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에는 많은 선수가 있고 그중에는 화려하게 빛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빛날 수는 없는 법. 그들과 비견할 만한 실력과 성과를 내고 있으면서도 화제성이 부족하다거나 다른 동료의 활약에 가려지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갖춘 실력에 비해 평가 받지 못하는, 이른바 '저평가' 받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저평가'라는 화두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고릴라' 강범현 선수가 떠오릅니다. 60%를 웃도는 높은 승률과 기복 없는 꾸준한 경기력, 훌륭한 수상 경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최고의 서포터를 뽑으라고 말하면 아무래도 '고릴라'보다 다른 서포터들이 입에 오르곤 합니다. 2015 롤드컵 라이엇 지정 탑 20위 선수에 뽑히지 못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릴라가 좋은 선수라는 데는 모든 사람이 한 목소리를 냅니다. 특히 눈에 띄지는 않아도 게임을 풀어나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잘해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시야 장악 능력이나 스펠 체크, 오더를 내리는 능력과 게임 외적으로 팀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돕는 원만한 대인관계 등, 그야말로 '어머니' 포지션을 능숙히 수행해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할 줄 알며, 부진을 모르고 기복 없이 잘하는 선수! 열 번째 롤 스타즈의 주인공은 바로 '고릴라' 강범현입니다.


▲ '저평가'라는 비운의 타이틀 주인 '고릴라' 강범현 선수



■ 고릴라, 나진 실드에서 프로 데뷔!

2013년, 아직 2팀 체제가 유지되었던 때입니다. 나진은 팀 쇄신을 위해 팀 명을 변경하고, 로스터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 결과 2013년 6월 21일 변경된 팀 명과 선수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거기에 '고릴라' 강범현 선수가 나진 화이트 실드의 서포터로 처음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후 고릴라는 6월 28일, 2013 AMD 챔피언십 경기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고릴라는 첫 신인 시절부터 시야 장악과 스펠 체크 등 팀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잘 수행해 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스킬 샷 적중률이 때때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 처음부터 눈에 확 띄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또 소나-나미-쓰레쉬 등 원거리 견제형 챔피언은 능숙히 다뤘지만, 당시에 강력한 서포터로 각광 받던 레오나 같은 챔피언은 잘 사용하지 않아 챔피언 폭을 염려하는 팬들도 있었습니다.

확실히 데뷔 당시 고릴라는 완벽한 서포터라고 말하기에는 2% 부족한 선수였습니다. 굉장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만큼 단점도 눈에 보이는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우선 앞서 언급되었던 다룰 수 있는 챔피언 폭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2014년 초에는 주력 챔피언인 소나 등이 잘 사용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애니 레오나가 떠오르는 때였으나, 소나-나미-쓰레쉬와 같은 일부 견제형 서포터로 좁혀진 챔피언 폭은 언제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잘 다룰 수 있는 챔피언을 픽했을 때는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2014 롤챔스 스프링 16강 전 소나의 크레센도, 8강 전 나미의 뛰어난 물의 감옥과 궁극기 활용, 4강 전 블라인드 매치에서 쓰레쉬의 신들린 사형선고 등 요소요소에서 활약해 팀의 준우승에 기여했습니다.

▲ 나진 시절 모스트 3 챔피언. 확실히 잘 다룬다.

▲ 4강 블라인드 매치에서 돋보인 고릴라의 '사형 선고'(영상 출처: OGN)



■ '잔나의 아버지' 고릴라, 계속되는 '업그레이드'!

롤 판이 커지고 체계화 됨에 따라 단 한 명의 플레이어가 롤 판 전체를 뒤흔드는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도, 쉬운 일도 아니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게 가능한 선수도 있습니다. 바로 고릴라가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롤챔스 섬머, 팀의 강등에도 불구하고 고릴라는 의욕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새로운 챔피언 발굴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중 특히 '잔나'는 2014 시즌 당시만 하더라도 일명 '고인'으로 취급받던 서포터 챔피언이었습니다. E폭풍의 눈과 Q울부짖는 돌풍, R계절풍을 이용해 원딜을 지키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딱 그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라인을 주도적으로 가져가기 어려워 수동적이기 때문에 원딜을 서포팅하는 차선책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고릴라는 2014 롤드컵 국대 선발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잔나'라는 카드를 꺼내 듭니다. 물론 물밑에서 당시 유행하던 암살자 메타의 카운터로 잔나를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회에서 잔나를 픽하는 것은 실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고개를 갸우뚱거릴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그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릴라가 경기로 증명해냈습니다. 국대 선발전에 고릴라가 꺼내든 세 번의 잔나는 100%의 승률을 기록하고, 고릴라는 '잔나의 아버지'라 불리며 나진 실드의 롤드컵 진출을 견인했습니다. 이어진 롤드컵에 빠르게 전파된 잔나는 16강 A,B조 예선에서 서포터 챔피언 중 쓰레쉬, 나미를 제치고 밴픽률 1위를 달성하며 새로운 1티어 서포터가 등장했음을 알렸습니다. 물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잔나의 아버지', 고릴라의 한 수 앞서나간 픽 때문이었습니다.

▲ 잔나로 업그레이드!(영상 출처: OGN)


잔나는 비단 롤드컵 뿐 아니라 이후에도 국내외 리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결국 라이엇은 잔나에게 여러번에 걸쳐 Q울부짖는 돌풍의 폭, 사거리 등 크고 작은 너프를 단행했습니다. 4.13패치 이후로는 조정 수준 이외에는 상향 없이 너프 패치만이 계속됐습니다. 고릴라의 잔나가 보여준 위력의 반증이었겠죠.

뿐만 아니라 2014년 롤드컵 이후 새로운 1티어 서폿으로 자리 잡은 잔나 이외에도 브라움, 노틸러스, 알리스타 등 잘 사용하지 않았던 근접형 서포터 챔피언의 사용 비율이 증가해, 쓰던 챔피언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 타입의 챔피언을 모두 다룰 수 있게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더이상 고릴라가 좁은 챔피언 폭을 가졌다고 지적 할 수는 없죠.

▲ 원거리 견제 타입에 편중된 챔피언 사용 빈도도 업그레이드!


라인전 능력또한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2014 시즌 중반을 거치며 프로 세계에 완전히 적응한 고릴라는 발전된 스킬샷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쓰레쉬 '사형선고'와 나미 '물의 감옥'을 마치 타겟팅 스킬처럼 뿌리며, 향상된 라인전 능력과 로밍 능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고릴라의 또 다른 강점, 스스로 끊임 없이 갈고 닦아 약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강점을 발견해내는 노력과 향상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 어그로 관리, 스킬 샷, 로밍 타이밍 완벽한 삼박자!(영상 출처: OGN)



■ 타이거즈에서 새로운 시작! 롤드컵 2위팀으로 우뚝서다!

2014년 롤드컵 종료 후, 고릴라는 나진을 탈퇴하고 신생팀 'HUYA 타이거즈'에 입단하게 됩니다. HUYA 타이거즈는 '노페' 정노철 감독을 포함, '프레이' 김종인, '호진' 이호진, '쿠로' 이서행 선수처럼 유독 전 나진 출신의 선수가 많았는데, 팀 구성에 마당발로도 유명한 고릴라의 기여가 컸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팀 구성에 나서는 모습은 새로운 팀에서도 고릴라의 도전정신과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의욕의 긍정적인 표출이었을 겁니다. 어쨌거나 덕분에 HUYA 타이거즈는 신생팀 임에도 고릴라를 중심으로 실력이 검증된 경력자들로 구성된 팀으로, 새 시즌, 돌풍의 핵이 될 것을 예고했습니다.

▲ 특히 프레이+고릴라의 바텀 조합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기대대로였습니다. 타이거즈는 2015 롤챔스 스프링시즌 1라운드를 전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롤챔스에 파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거기에 모든 선수들이 기여했지만 그 바탕엔 고릴라가 있었습니다. 고릴라는 넓은 시야 장악 능력으로 정글러 '호진'의 활동 반경을 만들어주고, 원딜 '프레이'를 적절히 보조했습니다. 약점으로 꼽히던 타이거즈의 경기 초반을 로밍으로 풀어나가는 고릴라의 서포터 경기 기여 능력은 정말이지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라운드 전승, 12승 2패라는 폭풍 같은 기록으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타이거즈는 스프링 결승에서 부진을 완전히 떨쳐낸 'SKT T1'에게 3:0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2014년 롤챔스 스프링에 이어 이번에도 고릴라는 준우승으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결승전 패배의 여파였을까요? GE타이거즈는 2015 스프링 시즌 후반 무너진 폼을 복구하는 데 실패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IEM 카토비체에서 4강, 'Team WE'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최고의 리그는 LCK라는 팬들의 기대에 실망을 안겨주었고, 2015 롤챔스 섬머에서도 전 시즌 준우승팀 답지 않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거기에 팀 타이거즈의 스폰서 'KOO TV'가 사업철수를 결정하며 타이거즈는 스폰, 팀의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불안한 상황속에도 'KOO타이거즈'는 썸머 3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 롤드컵 진출에도 성공했습니다. 때로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바로 얼마전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의 결과를 냈습니다. 무려 롤드컵 준우승을 따낸 것입니다! 팀의 캐리들이 슬럼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도, 아니 그럴때야말로 고릴라 선수의 한결같이 변함 없는 경기력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 과연 롤드컵 경험자 다운 노련미!(영상 출처: OGN)



■ 이제 우리들은 안다. 그의 대단함을!

고릴라 선수의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사실 고릴라 선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데뷔 초부터 고릴라 선수의 최대 강점은 정확한 스펠 체크와 넓은 시야 장악 능력에 있었습니다. 이런 능력은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지만 바로 눈에 띄는 점은 아닙니다. 숨은 공신이라고 할까요? 어느새 팀이 앞서나가고 이길 수 있는 판을 짜고, 오더를 내릴 줄 아는 선수였지만 아무래도 화려한 기술과 피지컬을 뽐내는 선수들에 비해 가려지는 것이죠.

정밀한 스킬 샷을 선보이고, 다양한 챔피언 폭을 갖추게 되었을 때쯤에는 팀원들에게 주목도가 분산되기도 했습니다. 한국 최고급의 피지컬을 자랑할 뿐 아니라 화젯거리를 몰고 다니는 원딜 '프레이' 김종인 선수,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주목을 한몸에 받는 '스맵' 송경호 선수 등. 사실 나진 실드 시절도 그렇습니다만, KOO 타이거즈 팀원은 모두가 개성이 넘치는 선수들이다 보니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 개성 넘치기로 유명한 2015 당시 타이거즈 팀원들


눈에 확 띄는 꼭짓점이 아무래도 주목도를 만들기는 쉽습니다. '잔나'라는 특별한 키워드로 아직까지 '잔나의 아버지'로 고릴라를 기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꼭짓점이 부족한 선수들은 주목도가 덜 한 것이겠죠.

경기를 계속 봐주시고 롤 챔스를, 타이거즈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고릴라가 정말로 잘하는 선수라는 것을요. 첫 데뷔 이후에도 끊임 없는 노력하고, 게임 외적으로는 사람 사귀기를 즐기며 적극적으로 팀 발전에 기여하는 등, 온갖 열정을 태우며 즐길 줄 아는 모습은 '고릴라' 강범현 선수가 왜 잘할 수 밖에 없는 선수인지 보여줍니다.

언제나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를 노리는 '고릴라' 강범현 선수. 그 적극적인 에너지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가 언젠가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