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이 역대 가장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3일, 블리자드가 하스스톤의 신규 패치안을 발표하면서 각종 커뮤니티에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유인즉 낙스라마스의 저주와 고블린과 노움을 게임 내에서 쓸 수 없는 정규전을 도입하고, 앞으로 모든 하스스톤 대회를 정규전으로 진행하겠다는 내용 때문이다. 물론 야생전에서는 기존의 모든 카드를 쓸 수 있지만 야생전은 대회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말 그대로 '놀이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밸런스 조절과 메타 변화를 함께 가져올 수 있다는 찬성 여론도 있고 상대적인 박탈감만 불러 일으키고 밸런스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반대 여론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하스스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직 해설자나 선수들은 이번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룩삼' 김진효 : 선수 및 해설자로서 이번 변화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동안 너무 정체된 메타가 몇 달 동안 지속됐는데, 정규전이 나오고 나면 개인적으로는 대회를 보는 맛도 좋아질 거고 더 재미있어질 거라고 봐요. 물론 낙스라마스, 고블린과 노움이 사라지고 나면 많은 직업이 피해를 볼 거예요. 하지만 신규 확장팩에서 그에 상응하는 카드들을 추가시켜주지 않을까요? 항상 그랬듯이 패치 전 예측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성기사가 타격이 제일 심하고 드루이드가 가장 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블리자드가 정규전을 진지한 게임으로, 야생전은 일종의 예능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애초부터 의도한 방향도 그게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야생전의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해도 크게 상관할 것 같지 않네요. 어차피 대회는 모두 정규전으로 진행하고 블리즈컨 포인트를 주는 대회도 정규전으로만 하니까요. 이름부터가 '야생'이잖아요?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를 둬서 무슨 말도 안되는 콤보를 맞고 한 번에 가는 상황이 나올지 모르는 야생같은 느낌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밸런스 팀에서 야생전을 크게 염두에 두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슬시호' 정한슬 : 변화 자체는 좋게 보는데 그 방법이 너무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냥 OP카드에 대한 밸런스 패치를 해도 됐을텐데, 그걸 넘어서 한 개의 모험모드랑 확장팩을 아예 사장시켜버리는 거니까요. 더군다나 대회는 정복전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고 직업 밴 시스템도 있는데 모든 대회를 정규전으로만 하겠다고 공지하는 건 별로라고 봅니다.

만일 패치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죽음의 이빨이 사라진 전사가 제일 큰 치명타를 입을 거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드루이드는 키 카드가 오리지널에 전부 모여있기 때문에 상황이 훨씬 나을 것 같아요. 만일 대규모 밸런스 패치가 이루어진다면 드루이드를 좀 손을 보고 전사에 대한 버프도 필요하겠죠.

오리지널 초창기 시절에 성기사나 사제는 영웅 능력도 별로였고 쓸 만한 카드도 거의 없어서 항상 최하위권이었어요. 새 확장팩의 카드가 어떤 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오리지널 때처럼 고착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죠.


'서렌더' 김정수 : 하스스톤에 대규모 변화가 생기는 건 선수로서 아주 마음에 드는 일이에요. 현재 게임을 하는 많은 유저들이 꼽는 하스스톤의 문제점들이 게임을 해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식의 변화는 예상해 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적응하려 하기에 앞서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까지 잘 쓰던 카드들을 갑자기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거니까요.

저는 몇몇 OP카드만 제외하면 현재 하스스톤 밸런스는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팩 자체를 사용 불가로 만드는 것보다 문제가 되는 카드들을 패치했다면 훨씬 나은 방법이 됐을 것 같아요. 낙스라마스, 고블린과 노움이 사용 불가가 되면 현 상황에서는 낙스라마스에서 많은 수혜를 받은 사냥꾼이나 위니 흑마법사가 꽤 타격을 받을 것 같아요. 반대로 최근 확장팩이나 모험모드에서 나온 카드가 중심인 리노 흑마법사나 항상 상위권을 유지할 능력이 되는 드루이드는 여전히 강하겠죠.

확장팩에서 무슨 카드가 추가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오리지널 시절의 밸런스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오리지널 때는 카드 밸런스가 정말 별로여서 낙스라마스, 고블린과 노움으로 적당히 밸런스를 맞췄는데, 새 확장팩에서 오리지널 시절의 약체 직업들의 빈약한 부분을 새로운 OP카드로 해결하는 게 아닌 이상 오리지널 카드들의 영향력이 클 것 같아요. 새 확장팩에서 매력적인 카드들을 많이 추가하는 것도 급선무겠죠.


'페가소스' 심규성 : 이제 하스스톤의 카드 풀이 어느 정도 갖춰졌기 때문에 유저들로 하여금 '뻔한 게임'이라는 오명을 벗어내고 싶었을 겁니다. 1, 2, 3, 4메타도 그렇고 현재 드루이드, 흑마법사, 성기사 메타가 몇 개월 째 고정되고 있었으니까요. 종합적으로 봤을 때 대대적인 밸런스 패치를 하거나 지금처럼 금지 제도를 넣는 게 현명하긴 했습니다. 기존에 다른 카드게임의 블럭 로테이션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금방 적응하겠지만, 이제 막 하스스톤을 하셨거나 투자를 많이 하신 분들은 반대 의견이 많을 것 같아요. 사실 애초에 밸런스 조절만 잘 했어도 낙스라마스, 고블린과 노움이 사라질 일은 없었으니까요.

이번 하스스톤의 패치 방식은 매직 더 게더링(이하 MTG)의 블럭제한 제도와 똑같아요. 오프라인 카드게임에서는 실물 카드를 생산하면 그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초기 생산된 것들을 빨리 소진시켜야 해요. 구제품이 신제품보다 좋으면 신제품이 빛을 못 보니까 이걸 원천봉쇄 하는거죠. 항상 새로운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요. 이번 하스스톤 패치 방향도 신규 유저를 배려한 거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이건 신규 유저 보강보다는 반강제로 다른 카드팩을 구매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해요.

디지털 카드게임에서 밸런스 패치는 언제든 가능한 건데 '꼭 블럭제한 제도를 투입할 필요가 있었나'하는 의문이 계속 드는 건 사실이에요. 하스스톤이 '롱런'하기 위해선 분명 혁신이 필요하긴 했는데, 저는 밸런스 패치 정도면 무난하겠다고 봤거든요. 카드게임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방법은 3단계가 있는데, 1단계가 밸런스 패치, 2단계가 카드 리뉴얼이고 3단계가 사용제재에요. 이번에 발표한 게 3단계죠.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큰 모험수 하나 둔 셈이에요. 셋 중에 하나를 하긴 했어야 했는데, 블리자드는 밸런스 패치만으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잘못 건드리면 전쟁노래 사령관처럼 될 수도 있고요.

정규전이 도입되면 메타가 바뀌긴 하겠지만 카드 사용의 제한이 걸린 것이지 시스템이 바뀐 게 아니라서 프로게이머들이 연구를 하면 빠른 시일 내에 상위 메타 덱들의 최적화가 완성되긴 할 거예요. 아직 신규 확장팩 카드가 공개된 게 아니라서 섣부른 판단은 할 수 없지만 지금 상황만을 놓고 보면 핵심 카드가 모조리 날아간 성기사가 타격이 제일 심할 것 같고, 미치광이 과학자가 사라지는 만큼 비밀 코스트가 큰 마법사도 피해가 클 것 같아요. 드루이드나 흑마법사는 여전히 강할 것 같고요.

결론만 놓고 보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다른 카드게임을 하지 않았던 분들이나 혹은 이제 막 인벤 방송, 마스터즈 코리아 등을 보고 얼마 전에 입문하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회의감이 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