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6 정규 시즌 11승 0패 승률 100%. 진에어 그린윙스 조성주의 이번 시즌 성적이다. 무적의 포스를 내뿜으며 프로리그 최강 선수로 인정받아 최초 무패 다승왕도 노려볼 법했다. 같이 다승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주성욱이나 김준호, 박령우, 어윤수 등을 만나기 전에는 조성주의 무패 행진에 태클을 걸 선수가 없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조성주의 무패 신화를 무너뜨린 장본인은 김준호도, 주성욱도 아닌 아프리카 프릭스의 'Super' 서성민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서성민의 플레이가 기발한 빌드를 준비했다거나 올인을 시도한 게 아닌 정말 교과서 같은 정석 플레이로 조성주를 제압했다는 점이었다.

▲ 3병영으로 시작하는 조성주


조성주는 뒷마당 멀티를 먼저 가져가면서 군수 공장보다 3병영을 먼저 늘려 초반에 힘을 줬다. 최근 테란의 추세는 2병영에서 군수 공장을 올려 빠른 타이밍에 2의료선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3병영을 먼저 늘리는 빌드는 의료선 타이밍 대신 보다 많은 수의 보병 유닛으로 엇박자 압박을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성주는 병영의 기술실에서 불곰의 충격탄을 먼저 연구하며 찌르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때까지는 조성주가 원했던 시나리오로 흘러갔다. 다수의 해병과 충격탄을 활용하기 위한 한 기의 불곰으로 진군한 조성주는 빠르게 트리플 연결체를 소환하던 서성민의 연결체를 취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서성민은 자신의 원했던 타이밍에 트리플 연결체를 가져가지 못했다고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측선을 통해 상대가 병영에 힘을 준 플레이를 확인했고, 그에 맞는 최적화를 시작했다. 연결체를 한 번 취소하긴 했지만 그동안 쉬지 않고 탐사정을 생산해 다시 건설한 연결체가 완성됐을 때 효율적으로 자원을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 순조롭게 수비에 성공하는 서성민


상대적으로 트리플 타이밍에 느린 조성주는 의료선이 나오는 타이밍에 다시 압박을 나섰다. 하지만 이미 서성민은 점멸 추적자와 다수의 사도를 보유했고, 두 개의 제련소에서 업그레이드까지 꾸준히 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탐사정을 쉬지 않고 생산했던 서성민은 트리플 지역이 완성된 뒤 얼마 되지 않아 관문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많은 관문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반면, 조성주는 트리플도 상대적으로 느리고 의료선과 함께한 병력의 압박도 통하지 않았고, 추가 병영이 늘어나는 타이밍이 프로토스의 관문이 늘어나던 타이밍보다 월등히 느렸다.

▲ 서성민의 묵직한 돌파


고급 테크를 올리기보다 다수의 관문을 빠르게 올리는 걸 선택한 서성민. 병력 조합은 파수기와 점멸 추적자, 사도로 굉장히 단순했지만, 물량에서 조성주를 압도했다. 자세히 말하면 서성민은 찰나의 타이밍을 노린 것이다. 관문은 이미 7~8개가 늘어난 상황이지만 테란의 병영 숫자는 여전히 3개가 전부였다.

결국, 서성민은 단순하지만 힘있는 한 방 타이밍 러시로 조성주의 트리플 지역으로 진격해 궤도 사령부까지 파괴하는 큰 이득을 취하게 된다.

▲ 엘리전을 선택해 보는 조성주


이미 승리의 여신은 서성민에게 웃어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조성주이기에 실낱같은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조성주는 결단했다. 무난한 힘싸움으로는 승산이 없다 판단했고 다수의 의료선에 해병과 불곰을 태워 엘리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미 규모 차이가 극심히 벌어진 상황이었고, 서성민은 망설임 없이 주력 병력으로 조성주의 본진을 장악했고, 조성주의 특공 부대는 모선핵의 광자 과충전과 추가 소환된 유닛으로 수비에 성공하며 조성주의 무패 행진을 끝낸 선수가 됐다.

서성민의 가장 잘했던 점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최강의 포스를 자랑하고 있던 조성주라도 일꾼 12마리로 시작하는 건 변함없다. 서성민은 조성주의 이런 이름값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는 것처럼 뚝심 있게 승부해 조성주를 제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