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 동안 원거리 딜러의 시작 아이템은 고정되었습니다. 패치에 따라 성능이 다소 변할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공격력과 체력을 보정해 줄 뿐만 아니라, 원거리 딜러들에겐 '완소' 옵션인 생명력 흡수 능력을 보유한 '도란의 검'은 시작 아이템으로 최적이었죠. 따라서 원거리 딜러들은 '수확의 낫' 스타트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도란의 검' + 1포션으로 시작하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회와 랭크를 살펴보면 이제는 꼭 '도란의 검'을 선택하는 것만이 정석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요. 최근 많은 원거리 딜러들이 '도란의 검' 대신 '롱소드' 혹은 '속도의 장화'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점 때문에 몇몇 원거리 딜러들이 그토록 애용하던 '도란의 검' 대신 검과 장화를 선택하고 있는 걸까요? 달라진 스타트 아이템 빌드 사용 현황과 그 실익에 대해서 살펴보도록하겠습니다. 최근 아이템 빌드의 흐름을 파악해 보는 것이 여러분의 게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원거리 딜러들, 요즘은 어떤 아이템으로 시작할까?


■ '롱소드-신발' 스타트, 물약의 높은 초반 유지력이 핵심

최근 대회와 랭크 게임을 살펴보면, 원거리 딜러들이 스타트 아이템으로, 정적이었던 '도란의 검' 대신 다른 아이템을 선택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도란의 검'을 대신해 등장하는 것은 '롱소드'와 '속도의 장화'인데요. 상황에 따라 '롱소드'와 '속도의 장화가'가 선택 되면서 '도란의 검'의 대체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 대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롱소드-속도의 장화' 스타트! (3월 2일, kt vs SKT 1세트)


물론 성능은 공격력은 물론, 초반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 체력 보정에 라인 유지에 도움이 되는 생명력 흡수 +3%라는 옵션을 제공하는 '도란의 검'이 압도적으로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생명력 흡수 +3%' 옵션인데요.

▲ '생명력 흡수'가 유지력에 핵심인 '도란의 검'


이와 달리 '롱소드', '속도의 장화' 스타트의 경쟁력은 낮은 가격에 있습니다. '도란의 검(450골드)에 비해 각각 350골드, 300골드로 비교적 가격이 싸죠. 덕분에 '도란의 검'은 50골드 짜리 물약을 한 개만 구입할 수 있는 반면, 롱소드나 신발로 시작하는 경우, 물약을 3개나 4개를 갖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고정 값을 회복하는 물약의 경우 특히 초반 회복 효율이 좋습니다. 만약 '비밀 창고' 특성까지 찍는다면 효율은 더욱 극대화 되죠. 주로 싼 가격의 시작 아이템을 선택하는 서포터들이 체력을 잃더라도 물약을 통해 금방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요.

원거리 딜러들이 '도란의 검' 대신 롱소드나 신발로 시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물론 '도란의 검'의 생명력 흡수 3% 옵션도 좋지만, 대체로 70 근처의 공격력으로 시작하는 초기엔, 생명력 흡수 보다는 물약이 초반 유지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죠.

▲ 초반 회복 효율이 좋은 물약.


'도란의 검'이 제공하는 생명력 흡수율 3%는 공격력이 낮은 게임 초반, 공격력 70을 기준으로 공격 당 2.1 회복이라는 저조한 회복율을 보여줍니다. 이와 달리, 하나 당 총 150을 회복할 수 있는 물약은 높은 초반 유지력을 제공하죠. 특히 '비밀 창고' 특성은 물약의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에 많은 물약을 들고 시작할수록 이득을 보기 쉽습니다.

▲ 게임 초반, 스타트에 따른 체력 이득 단순 비교


단적으로 비교해보자면 '도란의 검' 스타트에 비해, 롱소드-신발 스타트가 초반 유지력에서 최대 460-280 정도의 체력 차이를 보입니다. 때문에 초반 라인전을 풀어갈 때, 비슷하게 체력 관리를 하더라도 상대방보다 손쉽게 체력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 주목해 최근 여러 원거리 딜러들이 '도란의 검' 대신 '롱소드' 혹은 '속도의 장화'를 선택해 게임을 풀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 특성도 중요! '생명력 흡수'를 담당하는 '전쟁광의 환희' 특성

'도란의 검' 대신 '롱소드', '속도의 장화'를 선택할 수 있는 데에는 '전쟁광의 환희' 특성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원거리 딜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고 있는 '전쟁광의 환희' 특성은 생명력 흡수 옵션을 제공하는 유용한 특성인데요.

특히 잃은 체력에 비례해 초반부터 높은 수치의 생명력 흡수 능력을 얻을 수 있어, 값비싼 생명력 흡수 아이템을 생략하고 오로지 '전쟁광의 환희' 특성만으로 버티는 모습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 초반부터 극적인 회복량을 보여주는 '전쟁광의 환희' 특성


이렇게 특성을 통해 생명력 흡수를 보충하는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도란의 검'이 제공하는 생명력 흡수 3% 옵션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데요.

최근 7.4 패치를 통해 '전쟁광의 환희'의 최대 흡수율이 20%에서 15%로 너프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좋은 특성으로 평가 받으면서, '도란의 검'의 빈 자리를 대체해 주고 있습니다.


■ '롱소드-신발', 어떨 때 선택하고 있나?

다수의 물약을 기반으로 초반 높은 유지력을 확보할 수 있는 롱소드-신발 스타트. 그러나 그렇다고 '롱소드', '속도의 장화'가 무조건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챔피언에 따라 롱소드-신발을 자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태생적으로 공격 속도가 느린 '진' 같은 경우, 특성조차 생명력 흡수 대신 '죽음불꽃 손길'을 선택하기 때문에 공격으로 생명력을 흡수하는 '도란의 검' 보다는 '롱소드'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우무의 유령검'을 선택하는 '진'이기 때문에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롱소드' 선택이 나쁘지 않죠.

반면, Q 스킬을 통해 견제와 생흡이 손쉬운 '이즈리얼'이나, 긴 사거리와 공격 횟수로 견제가 자유로운 '케이틀린' 역시 주로 '도란의 검'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 '진'에게 유용한 '롱소드+포션'. (SKT '뱅' 선수의 '진' 아이템 빌드)


한편, 상황에 따라서 스타트 빌드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치열한 라인전으로 체력 소모가 심할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에도 롱소드-신발을 자주 선택합니다. 보통 '케이틀린'은 '도란의 검'의 선택 비율이 높습니다만, 3월 2일 있었던 kt와 SKT의 대결에서 '데프트'의 케이틀린은 신발+4포션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상대 '이즈리얼-카르마' 조합이 높은 견제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초반 유지력을 보강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죠.

▲ 3월 2일, kt vs SKT 1세트 대결에서 신발+4포션으로 유지력을 보강한 kt '데프트'



이상으로 최근 원거리 딜러들이 보여주고 있는 '롱소드', '속도의 장화' 스타트 빌드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다수의 물약을 통해 초반 유지력을 강화하고, 특성을 통해 생명력 흡수를 대체하는 이 빌드는 굳어졌던 원거리 딜러들의 초반 아이템 빌드에 선택의 폭을 넓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반 유지력이 월등한 '롱소드-신발' 빌드. 그러나 그렇다고 새로운 빌드가 더 좋기만 한 것은 아니죠. 소비해 버리면 끝인 물약에 비해 '도란의 검'은 영구적으로 기능하고, 공격력이 높아질수록 생명력 흡수 효율이 증가한다는 점도 고려해보면 '도란의 검' 스타트와 '롱소드-신발' 스타트의 장단점도 잘 고려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