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에 열린 경기에서 원래 런어웨이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경기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1세트 거점 쟁탈전에서 한 번 역전패를 당하니 멘탈이 무너진 것 같더라고요. 상대팀인 콩두 판테라는 기세를 타서 한조-위도우메이커 등 하고 싶은 플레이를 자신감있게 보여줬어요.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0:3으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죠.

다른 어떤 e스포츠 종목보다 오버워치가 팀의 기세가 정말 중요해요. 미칠듯이 빠른 템포로 경기가 진행되잖아요. 단 한 방에 킬이 나와버리니 1초도 방심할 수 없는 게임이에요. 누군가 한 명이라도 경직되면 바로 경기에 영향을 주죠. 다른 게임은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시간이 있지만, 오버워치는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려요. 아군 멘탈 관리를 정말 잘 해야 하죠. 누군가 한 명이라도 무너지면 연쇄 폭탄처럼 안 좋은 영향이 퍼져나가요.

-2월 8일 진행한 APEX 김정민 해설 인터뷰 중-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런어웨이는 도무지 경기력을 가늠할 수 없는 팀이었다. 뛰어난 개인 기량을 뽐내며 플래쉬 럭스에게 3:0 완승을 거두는가 하면, 바로 콩두 판테라에게 0:3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김정민 해설은 콩두 판테라 전에 대해 런어웨이가 1세트 역전패 후 화면에 비친 팀원들의 멘탈이 안 좋아보였고, 결국 패배로 이어진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런어웨이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8강 이후부터 콩두 운시아-루나틱 하이-LW 블루를 연파하며 결승으로 직행한 것. 강팀으로 잘 알려진 루나틱 하이를 만나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달라진 런어웨이의 중심에는 '러너' 윤대훈이 있었다. 루나틱 하이와 8강 승자전 대결에서 '카이저' 류상훈에게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냐고 묻자 '러너'가 불안한 팀 분위기를 잡아줬다며 "러너 형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OGN이 만든 영상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의 역할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빠르게 진행되는 오버워치 경기 속에서 정신없는 팀원들을 잡아준 것이다.

▲ 팀원 멘탈에 '소리방벽'을 시전하는 '러너'


부스 밖의 사람들은 '러너'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특별히 컨트롤과 캐리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기에 화면상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스 안에서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 아군의 멘탈을 돌봐주는 '치유사' 루시우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러너'는 멘탈 게임으로 불리는 오버워치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의 큰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번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루나틱 하이 역시 지난번처럼 쉽게 긴장의 끈을 놓치 않을 것이다. 최근 '방심하지마'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루나틱 하이는 공식 경기에서 빈틈 없는 경기를 펼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결승 진출이 달린 경기에서 메타 아테나가 두 세트를 추격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결승에 안착했다.

이제 남은 결승 무대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긴장감이 도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숨죽이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너'와 런어웨이라면 다른 팀이 느끼는 긴장을 기분 좋은 분위기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러너' 윤대훈이 특유의 에너지로 결승전 부스 안 분위기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오버워치 APEX 시즌2 결승전 일정

런어웨이 vs 루나틱 하이 - 8일 오후 6시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