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LoL 팬들이 고대하던 매치, 바로 SKT T1(이하 SKT)과 플래시 울브즈(이하 FW)의 맞대결이 몇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SKT와 FW는 20일 새벽 열리는 2017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4강 1일 차 경기에서 처음으로 다전제(5판 3선) 대결을 펼친다.

두 팀의 매치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세계 최고팀 SKT와 한국팀 킬러 FW 간의 진검승부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쓸어담고 있는 SKT를 상대로 유일하게 상대 전적을 앞서고 있는 FW가 과연 다전제에서도 그 힘을 발휘해 SKT의 우승 행보를 저지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 상대전적 8승 2패! '한국팀 킬러' 플래시 울브즈


대만 프로팀 플래시 울브즈는 국제 대회 단판 조별 리그에서 유독 한국팀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 시작은 지난 2015년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였다. 쿠 타이거즈(현 ROX 타이거즈, 이하 쿠), CLG, 페인 게이밍과 함께 A조에 속했던 FW는 준우승 전력의 쿠를 두 번 모두 잡아내며 무려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SKT와 만난 2016 MSI 그룹 스테이지, SKT를 상대로 2승을 챙긴 FW는 승자승 원칙에 따라 SKT를 커트라인인 4위로 누르고 3위로 4강에 올랐다.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2016 롤드컵에서도 FW는 우승팀 SKT에게 단판제 패배를 안긴 유일한 팀이었다. 이밖에도 2016년 11월 열린 IEM 시즌6 오클랜드 4강에서 롱주 게이밍을 2:0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더 눈에 띄는 점은 FW가 여태껏 강팀으로 꼽히는 쿠와 SKT를 제물 삼아 진출한 국제 대회 상위 라운드에서 광속 탈락의 쓴맛을 봤다는 점이다. 2015 롤드컵 8강에선 유럽의 오리진, 2016 MSI 4강에서는 북미의 CLG를 만나 곧바로 탈락했다. 반면에 FW에게 일격을 맞았던 쿠와 SKT는 막강한 경기력으로 준우승과 우승이라는 최종 성적을 거뒀다. 이런 점들 때문에 FW의 '한국팀 킬러'라는 별명엔 더욱 힘이 실렸다.

이번 2017 MSI에서도 이 징크스 아닌 징크스는 계속 됐다. SKT가 월등한 경기력으로 그룹 스테이지서 연승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그 질주에 제동을 건 팀이 바로 FW였다.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4강행 적신호가 켜졌던 FW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SKT를 킬 스코어 15:2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무너뜨렸다. 특히, SKT의 캐리 라인인 미드-탑-정글은 킬은 커녕 어시스트 하나 쌓지 못한 말 그대로 완패를 당했다. 덕분에 1승을 추가한 FW는 TSM과의 벼랑 끝 매치에서 승리하며 가까스로 4강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 플래시 울브즈의 펀치는 강했다

그들이 유독 쿠나 SKT 같은 LCK 상위 팀들에게 강세를 보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였을까? 가장 큰 이유로는 난전에 강한 중화권 팀의 특색과 조별 리그에서 안정적인 후반 픽을 선호하는 LCK 팀의 성격이 맞물린 점을 들 수 있다.

예전부터 중국이나 대만 등 중화권 리그를 살펴보면 경기 내내 전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싸움을 좋아하는 팀들이 많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중화권 팀들은 자신들이 설계한 난전 구도에서 타 리그 팀보다 한층 강한 전투 능력을 발휘했다. 이 강점은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조합을 들고 나왔을 때 특히 극대화됐다. 다만, 초반에 힘을 발휘하는 조합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빠지기 때문에 아주 작은 빈틈이 역전의 실마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떤 변수로 인해 초반에 이득을 보지 못하면 그 경기를 승리하기는 매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최상위권으로 꼽히던 SKT나 쿠 입장에서는 풀 리그 방식인 조별리그에서 위험 부담이 큰 조합을 선호하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라인전 기량이나 운영 능력 등 모든 지표에서 앞섰기 때문에 무난하고 중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을 가지고도 초반부터 주도권을 가져오거나 설사 기세를 내줘도 운영으로 흐름을 되찾아오는 게 그들의 베스트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하지만 FW의 펀치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했고, 결국 패배와 함께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하는 밴픽에 대한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위 양상은 이번 FW와 SKT의 그룹 스테이지 두 번째 매치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FW는 피즈-리신-신드라를 가져가면서 강력하고 전투에 굉장히 능한 조합을 완성했다. 반면 SKT는 오리아나를 중심으로 성장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조합이었다. FW는 리신의 갱킹이나 애쉬의 궁극기로 계속해 전투를 유도하면서 조합의 이점을 살렸고, 결국 성장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SKT는 화력 격차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 과연 다전제의 SKT에게도 通할까


관건은 이런 패턴이 과연 다전제에서도 통할 것이냐는 점이다. SKT는 유독 다전제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온 팀이다. '꼬마' 김정균 코치를 중심으로 한 빠른 피드백과 든든한 식스맨, 선수들의 엄청난 챔피언 풀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밴픽 전략 등 다전제를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강점이 너무 많은 팀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식스맨이다. SKT은 식스맨을 잘 활용하기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팀이었지만, 그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났던 대회는 바로 2016 롤드컵이었다. RNG와 마주한 8강, '벵기' 배성웅이 선발 출전했지만 속도전에 밀려 첫 세트를 내주자 SKT는 망설임 없이 '블랭크' 강선구를 투입했다. 강선구는 조커 카드 자크를 꺼내들어 승리를 거뒀고, 기세를 몰아 두 세트를 연달아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이후 SKT는 ROX와의 4강, 삼성과의 결승에서도 '벵기'와 '블랭크'를 적절히 교체 기용하며 우승을 달성했다.

현재 SKT의 정글을 책임지고 있는 '블랭크'-'피넛' 2인 체제는 당시보다 더 강해졌다. LCK 스프링 시즌 동안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피넛'이 흔들릴 때마다 등장한 '블랭크'는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식스맨의 존재감을 제대로 뽐냈다.

또한, LCK 스프링 결승에서 보여준 '페이커' 이상혁의 넓은 챔피언 풀을 활용한 밴픽 전략은 3: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페이커'는 1세트에서 깜짝 픽 피즈를 꺼내 승리를 견인했고, 이어진 2, 3세트에선 미드 카르마와 룰루로 팀의 완벽한 원딜 캐리 조합을 완성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 어떤 챔피언이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당연히 다전제에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SKT는 다전제로 치러진 국제 대회 상위 라운드에서 2015 MSI 결승(vs EDG)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승리하며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FW가 제아무리 한국팀 킬러라 해도 SKT의 이 업적을 뛰어 넘기 위해선 다수의 세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충분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단판 승부의 변수는 이제 사라졌다. 과연 FW가 다전제라는 진검승부에서 SKT를 뛰어넘고 진정한 한국팀 킬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결과를 20일 새벽 열리는 2017 MSI 4강 1일 차 경기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