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일)과 31일(화), 아프리카TV 스타리그 시즌4의 4강전이 진행되었다. 이번 4강전은 조일장과 임홍규, 이영호와 김택용이라는 매치업이 완성되어 경기 시작 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치열한 경기 결과, 11월 12일(일) 진행되는 결승전에 나설 선수로 조일장과 이영호가 결정되었다.

훌륭한 경기력을 보이며 4강까지 올라온 선수들이었기에 이번 주에도 눈이 즐거웠다. 조일장은 임홍규를 상대로 한층 안정된 콘트롤과 운영 능력을 선보이며 최후의 저그가 되었다. '신들의 전쟁'으로 주목받은 이영호와 김택용의 매치에서는 이영호가 특유의 단단하고도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3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대업을 쌓았다.


▲ 조일장과 이영호는 각각 임홍규, 김택용을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 안정적인 운영으로 풀세트 접전 끝에 결승 진출! 조일장

4강 1경기에서는 조일장과 임홍규가 맞붙었다.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며 준결승까지 올라온 둘은 5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경기를 보여줬다. 오프라인 무대에도 적응한 모습으로 강자들을 제압하며 기세를 올린 임홍규와 새롭게 저그대 저그전 강자로 올라선 조일장의 경기였기에 화제가 되었다.

골드러시에서 진행된 1세트, 경기 초반 임홍규는 드론을 돌려 조일장의 본진 내에 전진 해처리를 건설했다. 임홍규의 과감한 빌드오더에 승, 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조일장은 오버로드로 임홍규의 본진을 확인했다. 그리고, 추가 해처리가 시야에 보이지 않자 생산된 저글링을 통해 해처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 사이 임홍규의 전진 해처리도 건설되었고 저글링도 생산되고 있었기에 확인이 늦어진다면 저글링 난입에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조일장은 결국 저글링 1기로 본진 내에 있는 전진 해처리를 확인했다. 이후 침착한 대응이 빛났다. 저글링을 꾸준히 생산하며 병력에서 밀리지 않았고, 앞마당엔 미리 성큰 콜로니를 건설해둬 피해를 최소화했다. 임홍규의 저글링은 결국 큰 피해를 주지 못했고 조일장은 저글링 수에서 크게 앞서며 전진 해처리 파괴, 그리고 승리까지 따냈다. 꼼꼼한 정찰과 안정적인 대응으로 만든 선취점이었다.


▲ 조일장은 전진 해처리를 정찰로 확인하고 안전하게 막아냈다


이어진 2경기와 3세트는 임홍규가 빛났다. 과감하게 멀티를 빠르게 가져간 뒤 저글링, 뮤탈리스크 병력 운용에서 앞서며 세트 스코어를 앞섰다. 임홍규는 두 경기에서 모두 12 앞마당 해처리를 가져가는 과감함을 보였고, 이후 다수의 저글링을 생산해 조일장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임홍규의 날카로운 공격이 빛난 두 세트였다.

크로싱 필드에서 펼쳐진 4세트는 임홍규는 앞마당, 조일장은 뒷마당 멀티를 가져가며 시작되었다. 맵 특성상 뒷마당에 비해 앞마당 멀티가 수비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홍규가 조금 더 과감한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조일장은 상대의 앞마당을 확인하고도 쉽게 공격을 나서지 않았고 오히려 수비적인 병력 배치를 보여주며 테크트리를 확보했다.

먼저 칼을 빼든 것은 임홍규였다. 저글링을 생산해 조일장의 언덕 수비 라인을 돌파해보려 했다. 그러나 큰 소득이 없었고, 경기는 뮤탈리스크를 바탕으로 한 제공권 싸움이 되었다. 조일장은 스커지가 충원되자 과감하게 전투를 유도했는데, 이때 보여준 뮤탈리스크 콘트롤이 일품이었다. 상대의 스커지는 잡아내고 본인의 스커지로 적을 저격하며 한 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GG를 받아냈다.


▲ 임홍규는 5세트에서도 저글링 러쉬를 시도했으나 수비에 막혔다


결승 자리가 걸린 마지막 5세트, 시작은 빠르게 앞마당을 먼저 올린 임홍규가 유리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임홍규가 저글링을 뽑는 모습이 확인되자 조일장은 앞마당에 성큰 콜로니를 미리 건설하며 저글링을 충원했다. 임홍규는 뮤탈리스크가 생산되기 전 타이밍을 노려 저글링으로 공격에 나섰지만 성큰 콜로니와 저글링, 그리고 뮤탈리스크에 막혔다. 승부는 공중전에서 갈렸다. 이번에도 조일장이 유닛 전투에서 앞섰다. 본인의 뮤탈리스크와 스커지로 상대 병력을 먼저 제거했고, 드론도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결국, 인구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임홍규도 스커지를 충원해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했으나, 끝까지 조일장은 침착했고 전투를 대승으로 마무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과거 조일장은 16강행을 확정지은 뒤 "그동안 저그전을 피해왔지만 이번 대회에서 부딪히고 극복하겠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내로라하는 저그들을 모두 격파하고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조일장은 대회 기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력을 증명했고 우승에 도전하게 되었다.


▲ 마지막 세트, 조일장은 공중 전투에서 우위를 점하며 결국 승리했다


◆ 3연속 결승 진출 성공! 신들의 전쟁 승리자는 이영호

10월 31일(화) 진행된 4강 2경기에서는 이영호와 김택용이 만났다. 테란과 프로토스를 대표하는 최정상의 선수들이기에 팬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첫 경기는 글래디에이터에서 진행되었다. 역언덕맵이라는 특성을 반영하듯, 김택용은 2게이트웨이로 시작해 초반에 힘을 주고자 했다. 이영호는 팩토리 더블을 선택했다.

자원에서 불리하게 시작한 프로토스이기에 2게이트웨이를 활용한 이득이 필요했다. 김택용은 드라군을 꾸준히 생산해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이영호는 벙커를 수리하며 시간을 끌었고 시즈 탱크까지 나오며 큰 위기 없이 초반을 넘겼다. 빌드오더에서 우위를 점한 이영호는 거침이 없었다. 시즈 탱크가 모이자 바로 진출을 시작했고, 리버로 시간을 끌며 트리플 멀티를 가져가려던 김택용에게 압박을 가했다. 김택용도 셔틀을 활용해 분전했으나 결국 1세트를 내줬다.

2세트도 김택용이 먼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게이트웨이를 앞마당 지역에 건설하며 질럿 찌르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영호의 마린과 SCV 수비라인을 돌파하며 피해를 주기 시작했고 먼저 앞마당 멀티를 건설했다. 이영호도 시즈 탱크와 마린 등의 병력으로 공격에 나섰으나 드라군에 막히며 프로토스가 다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 2세트 초반 질럿 찌르기로 이득을 보는 김택용


김택용은 아비터 테크트리를 확보하며 천천히 9시와 11시에 추가 멀티를 가져갔다. 이영호는 빠르게 트리플 멀티를 확보하며 건물 심시티를 활용해 수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프로토스가 앞서는 자원을 바탕으로 소모전을 펼치려 했으나 쉽게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영호는 병력을 모으며 업그레이드를 기다렸고, 인구수가 가득차자 병력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란이 진출을 위해 잠시 시즈 모드를 해제한 사이, 김택용은 아비터의 스테이시스 필드를 활용하며 공격에 나섰다. 프로토스가 유리해보이는 구도였으나 테란도 시즈 탱크를 대부분 살렸기에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 이영호는 병력을 재정비한 뒤 곧바로 진격에 나섰고 전투에서 다시 승리하며 프로토스의 앞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한 번의 전투로 승기를 잡은 이영호는 추가 멀티도 끊어내며 2:0으로 앞서나갔다.

돌이켜보면, 테란 앞마당에서 펼쳐진 첫 전투에서 스테이시스 필드 사용 위치가 다소 아쉬웠다. 먼저 스테이시스 필드를 활용하긴 했으나, 다리 건너편에 상당한 탱크가 남아있었고 이들이 시즈 모드 상태로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다리를 걸치고 있어 더 깊게 들어가기 힘들었던 지형도 테란에게 도움이 되었다. 결국, 김택용은 스테이시스 필드로 얼려둔 시즈 탱크를 처치하지 못한 채 빠질 수밖에 없었고 실질적으로 제거한 시즈 탱크는 많지 않았다.


▲ 스테이시스 필드를 활용하며 전투를 했으나, 시즈 탱크를 많이 제거하지 못했다


3세트는 크로싱필드였다. 프로토스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 맵에서 이영호는 색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무난하게 멀티를 올리고 빠르게 캐리어를 준비하는 김택용 상대로 다수의 배럭을 올려 바이오닉 병력과 시즈 탱크의 조합을 구상했다. 바이오닉 병력이 캐리어를 상대로 효율이 나쁘지 않기에 가져온 전략으로 보였다.

프로토스 입장에서 하이템플러와 리버 등 바이오닉 병력에 강한 유닛에 없다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 김택용은 캐리어가 생산되자 이를 테란 진영으로 보냈다. 보통 캐리어를 모은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는데, 캐리어 2기는 테란의 본진에 도달해 다수의 배럭과 생산되고 있는 마린을 확인했다. 결국 이영호의 바카닉 한방을 김택용은 질럿과 리버, 캐리어 조합으로 막아내고 승리를 거뒀다.

이어진 4세트에서 이영호는 완벽했다. 김택용이 2기의 셔틀로 시도한 견제를 큰 피해 없이 깔끔하게 막아낸 뒤 시작된 특유의 단단하고도 빠른 운영이 빛났다. 김택용이 재차 지상 병력으로 공격에 나섰지만 메카닉 수비 라인을 뚫어낼 수 없었다. 공격력 2, 방어력 1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이영호는 진출에 나섰고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3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 김택용은 바카닉을 막아내며 3세트를 가져갔으나, 이어진 4세트에서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