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에 갓 출전한 신인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그 역할을 오랫동안 묵묵히 해내는 건 더욱 어렵죠. 진에어 그린윙스의 '테디' 박진성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선수 중 한 명입니다. 2017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LCK 데뷔 무대를 치른 '테디'는 뛰어난 피지컬을 앞세워 매 시즌 임팩트 있는 플레이를 연출했고, 진에어 그린윙스의 많은 승리를 이끌며 팬들에게 '장군'이란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이번 2018 LCK 섬머 스플릿은 '테디'에게 있어 가장 아쉬운 시즌이었을 것입니다. 급격히 불어닥친 메타 변화에 원딜 챔피언의 캐리력이 줄어들었고, 이에 '테디'의 진가가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테디'는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역할에 집중했죠. 그 결과 진에어 그린윙스는 정규 시즌 2라운드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그리핀을 잡아내는 저력을 보였고, '테디'는 본인의 기량이 건재함을 당당히 증명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불볕더위가 어느 정도 가신 8월 중순, '테디'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첫 만남부터 얼굴 가득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띤 '테디'는 마지막까지 그 웃음을 잃지 않았는데요. 격 없이 나눈 대화 속에선 '테디'의 자신감과 함께 LoL에 대한 애정, 프로게이머로서의 자부심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쾌한 웃음과 함께 했던 '테디'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Q.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이후 꽤 시간이 지났네요.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정규 시즌 이후 휴가를 받아서 편히 쉬었어요. 개인 방송도 종종 했구요. 최근엔 스크림을 가끔 하고 있긴 한데, 너무 늦게까지 연습하고 있진 않구요. 정규 시즌보다는 여유롭게 지내고 있어요.


Q. 휴가는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요.

집에도 다녀오고, 친구들과 만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건 잠깐이었고, 다시 숙소로 와서 팀원들이랑 이런저런 게임을 했어요. 또 '먹방' 등 유튜브 영상도 보고,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요. 숙소에서 생활하는 게 예전보다 확실히 더 편해진 것 같아요.


Q. 진에어에서 벌써 LCK 네 시즌을 보냈는데, 소감이 궁금해요.

저도 어느덧 진에어 '고인물'이 됐네요(웃음). 되돌아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 것 같아요. 2년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저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Q. 승강전행은 면했지만, 이번 섬머 스플릿 성적에 아쉬움이 많을 것 같아요.

많이 아쉽죠. 정규 시즌 개막 직전에 갑자기 메타가 크게 바뀌어서... 비원딜 챔피언이 봇에 나오면서 전체적인 운영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잖아요. 그 부분에 빨리 적응했어야 하는데, 저희가 다른 팀에 비해 속도가 좀 늦었던 것 같아요.


Q. '테디' 선수도 블라디미르나 라이즈 등 비원딜 챔피언을 플레이했는데요. 불편함은 없었나요?

비원딜 챔피언 플레이도 자신 없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원딜 챔피언을 할 때 더 주도적으로 좋은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어요. 특히 시즌 초에는 원딜 챔피언이 하도 약하다 보니, 매 경기 원딜 챔피언을 쉽게 꺼낼 수 없었죠. 이번엔 서포터도 '노바' 선수로 바뀌어서 호흡 면에서 문제도 있었죠.


Q.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LCK에서 벌써 세 명의 서포터와 호흡을 맞췄어요. 서포터가 바뀔 때마다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선수가 됐든,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되면 손발이 잘 안 맞잖아요. 그걸 세 번이나 맞춰가려고 하니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있었죠. 아무리 열심히 맞춰봐도, 아무래도 시즌 초반엔 지고 들어가는 느낌이 있죠.


Q. 서포터 선수들도 성향이 다 다른데, '테디' 선수는 어떤 성향의 서포터를 선호하나요?

아무래도 제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다 보니, 로밍이나 이니시에이팅을 잘하는 것보다 한타 때 저를 잘 보호해주는 서포터가 좋아요. 그걸 가장 잘해준 게 '레이스' 선수였어요. 브라움이나 쓰레시, 탐 켄치로 절 항상 지켜줘서 편하게 게임할 수 있었어요.


Q. 진에어 그린윙스가 한화생명e스포츠의 포스트시즌행을 두 번이나 막았어요. 한 번은 직접적으로, 한 번은 간접적으로요.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웃음). 스프링 스플릿 때에는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치렀어요. 감독님께서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자고 말씀해주셔서 락스 타이거즈(현 한화생명e스포츠)를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섬머 스플릿에서 아프리카전은 집중이 잘 안 됐고, 플레이에도 문제가 있어서 아쉽게 진 것 같아요.


Q. '테디' 선수가 데스를 할 때마다 진에어 그린윙스의 승률이 크게 떨어진다고 '넥서스'라는 별명이 있어요. 알고 계세요?

그런 별명이 있다는 건 아는데... 사실 원딜 챔피언으로 집중하면 딱히 죽을 일이 없어요. 사거리도 가장 길고, 카이팅하기 좋은 챔피언들이라서요. 탑이나 정글의 근접 공격 챔피언에 비하면 생존하기 가장 쉽죠.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원딜 선수분들도 데스를 할수록 팀 승률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일 거예요(웃음).


Q.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줄곧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그 부분이 부담스럽진 않나요?

부담 같은 건 전혀 없어요. 모든 LoL 유저들이 그렇듯, 본인이 캐리할 때가 가장 재밌잖아요? 저도 제가 캐리할 때 기분이 가장 좋고, 항상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Q. 그나저나 '테디' 선수 플레이를 보면 다소 무리하는 것 같기도 해요. 혹시 원딜로서 경기를 캐리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게 있나요?

제 플레이가 외줄타기 하는 느낌이 없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런 플레이들은 제가 꼭 캐리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는 상대 스킬을 피할 자신이 있어서 나오는 거에요. 팀원들 위치나 상대 챔피언들, 스펠 유무 등등 살 수 있는 각을 보고 움직이는 거에요. 물론 그 각을 제대로 못 봤을 때 죽는 거구요(웃음).


Q. 데뷔 초엔 롤모델로 '데프트' 선수를 꼽았는데, 지금도 변함이 없나요?

지금은 원딜 선수분들이 다들 잘하셔서 딱히 롤모델이 없어요. (그렇다면 지금 가장 잘한다고 생각되는 원딜 선수는 누구인가요?) 글쎄요, 이번 결승전에서 우승하는 분이 가장 잘하는 선수가 아닐까요.


Q. 현재 LCK 원딜 3대장으로 '룰러', '데프트' 선수와 함께 '테디' 선수를 꼽는 팬들이 많은데요.

일단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인 피지컬 부분에서는 다른 원딜 선수분들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은 팀 순위가 낮으니까, 섣불리 제가 특출나게 잘한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Q. 그렇다면 '테디' 선수는 본인의 포텐셜이 어느 정도 발휘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어디까지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수치로 말하면 70~80% 정도인 것 같아요. 가끔 집중이 흐트러져서 팀 콜을 무시하고 물릴 때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확실히 보완해야 할 것 같고, 그 외의 플레이 부분은 자신 있어요. 어떤 무대든, 어떤 경기든, 어떤 상대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최근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음식을 너무 먹어서인지, 너무 안 먹어서인지 모르겠는데 궤양성 대장염에 걸렸어요. 그래서 기름진 것, 매운 것, 밀가루 음식은 얼마 전까지 제대로 먹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강제로 다이어트가 됐죠(웃음). 지금은 꾸준히 약을 먹어서 많이 나아진 상태에요. 이게 만성 질환이라 완치는 어렵고,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최고라고 하는데... 경기에는 크게 영향을 안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Q. 에버8 위너스 시절까지 합치면 선수 생활 기간이 만으로 2년이 넘어갔어요. 예전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많이 변한 건 실력이죠. 예전보다 실력이 훨씬 많이 늘었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만화 원피스를 보면 패기라는 개념이 나오잖아요. 저도 그런 '패왕색 패기'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웃음). 또 경력이 늘어날수록 여유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구요. 바뀌지 않은 건 시즌 중엔 무조건 열심히 하는 거겠죠.


Q. 혹시 프로게이머로서의 삶에 대해 후회나 아쉬움이 있나요?

전혀 없어요.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요. 예전에도 재밌었고 지금도 재밌고 앞으로도 계속 재밌을 것 같아요. 프로게이머 생활이 끝난 후에도, 가능하다면 e스포츠 업계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Q. 그렇다면 '테디' 선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롤드컵 우승이죠. LoL 프로게이머한테 롤드컵 우승이란 RPG 게임으로 따지면 '만렙'을 찍는 거잖아요(웃음). 그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그 전에 일단 LCK 플레이오프와 롤드컵 선발전에서 경기를 치러보고 싶어요.


Q. 어느새 인터뷰를 마칠 때가 됐네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든 부탁드려요.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응원해주신 팬분들과 가족들한테 감사드립니다. 또 항상 옆에 있어 주는 팀원들, 코칭 스태프님들께 감사드리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으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