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마무리되는 12월에 들어서면서 이적 시장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부분 팀이 코치진을 포함한 로스터를 완성했고,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며 2019시즌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스토브리그 기간 새로운 팀에서 차기 시즌에 도전하게 된 여러 선수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인벤이 이번에 찾아간 선수는 팀과 재계약에 성공한 한화생명 e스포츠의 '상윤' 권상윤이었다.

한화생명 e스포츠는 스토브리그를 맞아 상체 멤버에 큰 변화를 줬다. 기존 탑-정글-미드 선수 중 팀에 잔류한 선수는 '라바' 김태훈 뿐. 반대로 '상윤'이 있는 봇에는 서브 멤버까지 재계약을 체결해 4명 그대로를 유지했다. 그리고, 발 빠른 움직임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10인 로스터를 완성, 2019시즌에 대한 대비에 들어갔다.

이제 한화생명 e스포츠(구 락스 타이거즈 포함)에서 3년 차를 맞이하게 될 '상윤'은 팀의 중심으로서 새로운 멤버를 이끌고 LCK에 입성하게 된다. 늘 포스트 시즌의 문턱에서 미끄러져 아쉬움만을 삼켜야 했던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그 벽을 깨겠다는 각오다. 마치 징크스 같았던 포스트 시즌, 그리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상윤' 선수와의 인터뷰를 담아봤다.



Q. 한화생명 e스포츠와 다음 시즌도 함께하게 됐다. 팀에 남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뭔가 엄청난 계기가 있지는 않다. 지난 시즌 동안 한화생명이라는 기업의 지원을 직접 겪어보니 남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강현종 감독님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함께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Q. 한화생명 e스포츠가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좋기로 유명하긴 하다. 전용 버스만 해도 그렇고.

맞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차가 바뀐 게 가장 좋다. 숙소도 더 좋아지고, 공기청정기도 생겼다. 사무국 분들은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만 하라고 말씀해주신다. 그런데, 또 막상 우리 선수들은 이런 걸 받아본 적이 없어서 요구를 잘 못한다(웃음). 이미 충분한 지원이 있어 필요한 게 없기도 하고.

나는 개인 방송을 자주 하다 보니까 방송에 필요한 생기면 사달라고 하라고 말해주셨다. 팀에서 방송 계약을 한 게 아닌 데도 말이다. 아직은 어떤 게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고, 방도 좁은 상태라 딱히 뭘 사지는 않았다. 나중에 개인 방송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어주신다고 하셨으니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Q. 그간 다른 LCK 팀이나 해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해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해외 팀의 장점은 롤드컵에 진출하기 쉽다는 것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거다. 나는 그냥 '여기서 좀 더 잘해서 올라가자,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라는 생각이 더 컸다. 이래놓고 내년에 또 가게 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다.



Q. 그렇다면 해외로 가지 않고, LCK에 남을 때 생기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원래 LCK의 가장 큰 메리트는 가장 강력한 지역 리그라는 거였다. 우리나라에서 롤드컵을 가기가 힘들었던 거지, 우승하기가 힘든 것 아니지 않았나. 근데, 올 시즌에 국제 대회에서 많이 주춤했다.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자국이라는 점? 그게 가장 큰 것 같다.

덧붙이자면, 솔직히 나는 LCK가 약해서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메타에 적응하지 못했던 게 크다.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팀에 남기로 결정할 때 강현종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고 했는데, '상윤' 선수에게 감독님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유하고, 융통성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감독님이 딱 그런 분이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무서웠다. 소문도 되게 무서운 감독님이라고 나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까 전혀 아니었다. 되게 아빠 같은 느낌이다. 또, 나는 감독님이 게임 내적인 피드백도 타팀에 비교해 전혀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걸 수행하지 못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것 뿐이다.


Q. 이적 시즌 동안 상체 라인에 팀원이 크게 바뀌었다. 새로운 팀원들과는 좀 친해졌는지.

솔직히 같은 팀이 되어본 적이 없는 선수들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나는 솔직히 '소환' 김준영 선수와 '트할' 박권혁 선수가 재미가 없고, 게임만 하는 그런 스타일인 줄 알았다. 근데, 같이 지내보니까 두 선수가 그런 '끼'가 있더라. 감추고 있던 거였다. 덕분에 다들 잘 어우러지고 있다.

'무진' 김무진 선수는 진짜 '인싸(인사이더)'다. 방송을 한 경력이 있어서 그런 지 모르겠는데, 확실히 멘트가 다르다. 내가 무슨 장난을 치든 정말 잘 받아친다. 성격도 정말 좋다. 어제는 같이 게임도 몇 판 해봤는데, 나와 비슷한 BJ스러운 면이 많이 있었다.

'보노' 김기범 선수는 아직 낯을 가려 끼를 다 못 펼친 것 같다. '템트' 강명구 선수도 그런 단계다. 그렇지만, 둘 다 분명 정상은 아니다(웃음). 나도 소문을 들어 다 알고 있다. 기대하고 있다.


Q. 게임적으로는 잘 맞는 것 같나.

아직까지는 솔직히 완벽하지 못하다.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당연히 많이 보인다. 더 편해지기 위해서 좀 더 친해져야 할 것도 같고. 밥도 다같이 먹으려고 하면서 최대한 함께 생활하려고 하고 있다. (강 감독님 인터뷰에 따르면 다 함께 목욕탕도 다녀왔다고 하던데) 사실 그건 강제다(웃음). 물론 좋은 강제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우리가 더 친해졌으면 하시는 것 같다.



Q. 탑-정글은 멤버가 완전히 교체됐는데, 이전 한화생명 e스포츠와 지금 한화생명 e스포츠의 플레이 스타일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지금 게임 스타일은 밴픽이든 플레이든 전부 다 공격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졌다. 선수나 팀을 떠나서 메타가 그렇다. 모든 팀이 그런 스타일을 추구할 거다. 라인전을 강하게 나가서 빠르게 게임을 굴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만큼 밴픽도 굉장히 중요해졌다.


Q. 코치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장건웅 코치의 합류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함께 지내보니 어떤가.

예전에 건웅 코치님이 숙소를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몰랐는데, 약간 테스트처럼 와본 거였다. 우리는 그냥 놀러 오신 줄 알았다. 건웅 코치님은 피드백이 굉장히 직설적인 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점이 굉장히 좋았다.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잘하신다. 물론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코치님 같다. 또, 정말 세세하게 선수들을 잘 챙겨주신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잤냐, 밥은 먹었냐' 라고 일일이 물어봐 주신다. 사소한 거일 수도 있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따뜻하고 좋다.


Q.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도 있다. 특히, '성환'-'린다랑' 선수는 오랜 기간 함께 했는데,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선수들이 떠나는 건 항상 마음이 아프다. 조금씩 팀원이 바뀔 때마다 항상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나. 그 선수들도 나가서 더 잘 될 수 있는 거고. 서로 더 잘 되는 길을 찾아간 거라고 생각한다.


Q. 작별 인사는 어떻게 했나.

'가서 잘해라, 수고했다' 이 정도 이야기만 나눴다. 이별은 늘 슬프지 않나. 그래서 오히려 덤덤하게 인사했던 것 같다. 자리도 조금 애매했다. 나중에 한 번 다시 자리를 마련해봐야 할 것 같다.



Q. '키' 김한기 선수와는 벌써 3년 차 봇 듀오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을 것 같다.

아무래도 호흡을 많이 맞추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듣고 나니까 더 오래된 느낌이다. 이제는 진짜 포텐이 터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연인이다. 서로를 너무 잘 안다.


Q. 이전에 함께 했던 '눈꽃' 노회종 선수와도 마치 연인처럼 지내 화제가 됐던 것 같은데(웃음).

그때와는 좀 다르다. 당시에는 애 같은 면이 많았다.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적었다. 몇년 간 선수로서 경험도 쌓고, 나이도 먹어가면서 지금은 체계가 많이 잡혔다. '키' 선수도 많이 변했다. 나와 너무 오래 지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좀 BJ스러워졌다. 장난도 더 많이 치고.


Q. 그러고 보니 '눈꽃' 선수가 LCK에 돌아왔다. KT 눈꽃으로.

연락은 하는데, 같은 LCK 팀이라 그런지 말을 안 해주더라. 공식 발표되기 하루 전에 들었다. 터키에서 거품이 많이 껴서 왔더라. KT에 갈 실력이 되는지 의문이다(웃음). 농담이고. 전에는 만나면 꼭 이기고 싶은 팀이 딱히 없었는데, 같이 뛰던 친구들이 간 팀을 상대로는 승부욕이 좀 생기고 있다.


Q. 그래도 한때 듀오였던 '눈꽃' 선수가 롤드컵도 경험하고, 자리를 잘 잡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지 않던가.

아니다. 저놈이 왜 저기에 있나 싶었다(웃음). 롤드컵에 가고 나서는 간 게 되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하더라. '나는 1등이야' 라고 말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근데, 나중에 경기를 좀 봤는데 팀원들이 다. 잘하더라.



Q. 올해는 특히 '뱅울프'나 '프릴라'처럼 굉장히 오래된 봇 듀오들이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

아, 다들 돈 벌러 가나보다 싶었다. 장난이고. 솔직히 개인적으로 해외로 그렇게 쉽게 갈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이제는 선택지가 정말 다양해진 것 같다. 해외도 더이상 먼 곳이 아니게 됐다. 잘하는 선수들이 나간 거니까 나한테는 이득이지 않을까(웃음).


Q. 반면에 새롭게 탄생한 듀오들도 있는데, 좀 눈여겨보거나 견제되는 선수들이 있나.

아무래도 SKT T1에 합류한 '테디' 박진성 선수와 '마타' 조세형 선수가 강해 보인다. SKT T1 자체가 빠르게 라인업을 완성한 편이기도 하고. 자신은 있다. 우리의 강점은 오랜 호흡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다.


Q. 지난 시즌에는 비원딜 챔피언 메타, 상체 위주의 난전 메타가 나오면서 원딜 선수들이 고생이 많았다. 프리 시즌이 됐는데, 지금 원딜의 입지는 좀 어떤 것 같나.

더 힘들어졌다. 이제는 정말 다 세다. 다 센데, 더 세졌다. 라이엇게임즈가 메타 자체를 자주 싸우고, 빨리 끝내는 쪽으로 만들고 있다. 보는 재미를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원딜 챔피언이 다시 또 주춤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당연하게 원딜과 비원딜 챔피언이 섞여서 등장할 것 같다.



Q. 그렇다면, 힘들어하고 있을 원딜 유저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챔피언이 있다면?

무조건 루시안이다. 루시안이 넘버원이다. 도벽 루시안으로 약팔이(?)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나도 살짝 그랬었는데, 원딜 라인에서는 집중 공격이 제일 좋다. 탑이나 미드로 갔을 때는 도벽이 좋을 수도 있지만, 원딜은 무조건 집중 공격이다. 만약 루시안이 밴당하면 아무거나 써도 된다. 칼리스타나 베인처럼 아예 안 보이는 챔피언은 제외하고 말이다.


Q. '상윤' 선수는 챔피언 폭이 굉장히 넓은 거로도 유명하다.

사실 원딜 챔피언은 프로게이머라면 다들 웬만큼 할 줄 안다. 챔피언 폭은 결국 비원딜의 차이인 건데, 내가 썼던 건 대부분 감독님의 머리에서 나온다. 감독님이 연습 때 일단 그냥 해보라고 말씀하신다. 뭐든 시도해보자는 주의다. 그렇게 한 판 하고, 다음 날 대회에서 쓰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대회 때 카서스+누누 조합을 쓴 적이 있다. 나는 그전까지 카서스를 10판도 안 해본 상태였는데, 전날 스크림에서 써서 이겼다. 그래서 원래 미드인 '라바' 선수가 원딜 포지션으로 내려가고 내가 미드에서 카서스를 했던 거다.


Q. 몇 판 해보지도 않고 대회에 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재능이 있다는 뜻 아닌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프로게이머라면 몇 판만 해봐도 어느 정도 최소치 이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내가 이걸 해서 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든다면 연습을 얼마 안 했더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Q. 새로운 챔피언이나 아이템 트리는 해외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다.

그렇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건 거의 없다. 대부분 하던 대로 하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외는 굉장히 개방적이다. 감독님이 해외 대회를 많이 보시고 추천을 해주신다. AP 카이사나 하이머딩거 픽도 해외 대회를 보고, 가져와 쓰게 됐다.



Q. 지금까지의 한화생명 e스포츠를 돌아보면, 늘 아쉽게 포스트 시즌을 놓쳤다.

하다 보니까 자꾸 떨어지더라. 뒷심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다 주춤하면 다시 일어설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한번 넘어지면 거기서 무너졌다. 이게 자꾸 쌓이다 보니까 2년간 똑같은 결과를 받았다. 정말 아쉽고 안타깝다.

사실 그 뒷심이라는 것도 우리가 기본기를 완전히 다져두지 못해서 생긴 문제인 것 같다. 아직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슬럼프가 오더라도 어느 수준 밑으로는 내려지 말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있었다. 기본기의 문제다.

또, 기본기까지 신경 쓰다 보니 연습 시간이 점점 늘어났던 것도 부정적인 면이라면 부정적인 면이었다. 피로가 누적돼 악순환이 됐던 거다. 이런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컨디션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그런 문제를 깨닫고는 새벽 6시까지 연습하는 건 자제하자는 피드백이 나왔다. 그 전에 더 집중해서 최소 4시 전에는 끝내자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Q. 새로운 로스터로 맞이하는 2019시즌 팀의 목표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들 1등, 롤드컵 진출 같은 걸 이야기한다. 나는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일차적인 것부터 해결해야 그다음이 있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포스트 시즌의 벽부터 넘고 싶다. 그걸 깨고, 다음 목표를 정하겠다.


Q. 마지막으로 팀원이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팀을 떠난 선수들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 '눈꽃' 선수는 만나면 꼭 이긴다고 전해주고 싶다(웃음). 10인 체제가 빠르게 갖춰진 덕분에 연습을 빨리 시작할 수 있었고, 다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다음 시즌에는 정말 좋은 성적 거둘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