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쪽부터 그리핀, 담원게이밍, 샌드박스 게이밍

LoL e스포츠판에 세대교체의 바람이 일고 있다. 16일 개막한 '2019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첫 주차에서 챌린저스 코리아 출신의 신입생 삼인방 그리핀-담원게이밍-샌드박스 게이밍이 굵직한 기존 강호들을 상대로 2전 전승을 달성했다.

사실 그리핀의 선전은 이미 예상된 결과다. 데뷔 시즌부터 LCK 준우승을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2018 LoL KeSPA컵(이하 케스파컵)'에서 무실세트로 우승을 차지했다. 케스파컵에서 보여준 개개인의 뛰어난 피지컬과 완벽한 팀 호흡은 그리핀을 이견 없는 '1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리핀 혼자서는 세대교체를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포스트 시즌 다섯 석을 지키던 전통의 강호, 그 명단을 새로 쓰기 위해서는 함께할 동료 신입생들이 필요했다. 그 자리를 채운 팀이 바로 담원게이밍과 샌드박스 게이밍이다.

올해 처음으로 LCK에 입성한 담원게이밍과 샌드박스 게이밍은 개막 첫 주에서 무려 젠지 e스포츠, kt 롤스터, 킹존 드래곤X를 2:0으로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LCK 챔피언 타이틀이나 롤드컵 우승 스킨을 보유한 명불허전의 상위권 팀을 말이다.



'젊은 피'는 못 속인다?
10대 에이스 포진한 그리핀-담원게이밍

세대교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나이'다. 보통의 세대교체는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 경력을 뛰어넘는 피지컬로 기존의 선수들을 제치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LoL e스포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릴수록 게임의 기본이 되는 피지컬이 좋다는 말은 LoL에서도 통용된다. 특히, 대회 메타가 후반보다는 초중반, 운영보다는 전투를 중심으로 바뀌면서 이전보다 개인 기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나이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그리핀과 담원게이밍은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두 팀이다. 이번주 경기에 출전한 주전 멤버로만 따지면 두 팀의 평균 연령은 각각 만 20세와 19.8세다. 모든 멤버를 포함해도 만 19.7세, 20.1세 밖에 되지 않는다. 더 눈에 띄는 점은 팀의 중심축으로 꼽히는 선수들이 팀의 평균 연령도 낮춰주고 있다는 것이다.

▲ 왼쪽부터 '타잔' 이승용, '쵸비' 정지훈, '너구리' 장하권

그리핀의 특급 에이스라 불리는 '타잔' 이승용은 올해로 만 20세가 됐다.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캐리력을 뿜어내는 두 딜러 라인 '쵸비' 정지훈과 '바이퍼' 박도현은 18살, 19살로 아직 10대다. 담원게이밍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너구리' 장하권도 스무 살의 젊은 피고, 두 번의 경기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캐니언' 김건부는 18살이다.

또한, 피지컬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선수들의 솔로 랭크 점수도 눈여겨 볼만하다. 담원게이밍은 '호잇' 류호성(2위)을 포함해 '캐니언', '너구리', '쇼메이커' 허수 등 무려 4명의 선수가 챌린저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고, 샌드박스 게이밍의 '온플릭' 김장겸과 그리핀의 '쵸비'도 각각 3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다. (LoL 솔로 랭크 점수, 21일 오전 기준)


그리핀
'소드' 최성원 22살
'타잔' 이승용 20살
'쵸비' 정지훈 18살
'바이퍼' 박도현 18살
'리헨즈' 손시우 21살
'캐비어' 정상현 18살

담원게이밍
'너구리' 장하권 20살
'펀치' 손민혁 21살
'캐니언' 김건부 18살
'쇼메이커' 허수 19살
'뉴클리어' 신정현 22살
'아리스' 이채환 19살
'호잇' 류호성 20살
'베릴' 조건희 22살

※ 기사에 언급된 선수들의 나이는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계산한 만 나이입니다.


열린 밴픽, 넓은 챔피언 풀
새로운 시도도 거침없이

단 한 주, 10번의 경기가 치러진 현 LCK에서 8대장, 아니 7대장으로 떠오른 챔피언들이 있다. 바로 밴픽률 100%를 기록한 명실상부 1티어 챔피언들인데, 갈리오, 라칸, 루시안, 아트록스, 우르곳, 이렐리아, 카시오페아가 그 주인공이다. 아칼리는 마지막 경기인 아프리카 프릭스-한화생명e스포츠전에서 등장하지 않아 빠지게 됐다.

경기 밴픽은 1티어 챔피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생각되는 챔피언을 우선순위로 금지하고, 나머지는 적당히 나누어 갖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나머지 빈자리는 나올 법한 2티어 챔피언으로 채우게 된다. 이때, 예측을 벗어나게 되는 챔피언이 등장하면 우리는 그것을 '깜짝 픽' 혹은 '조커 카드'라고 부른다.


일주일 동안 가장 많은 변칙적인 밴픽과 깜짝 픽을 보여준 팀은 바로 샌드박스 게이밍이다. LCK 개막 전에는 그리핀과 담원게이밍보다는 다소 약하다고 평가받은 샌드박스 게이밍이 당당하게 2승을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는 이런 허를 찌르는 밴픽에 있었다.

LCK 데뷔전이기도 했던 젠지 e스포츠와의 1세트에서는 갈리오를 상대로 미드 루시안을 꺼내고, 원거리딜러 포지션에는 칼리스타를 기용해 재미를 제대로 봤다. 2세트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밴픽이 나왔다. 이번에는 샌드박스 게이밍이 갈리오를 선픽하고, 리산드라와 카밀까지 챙겼다. 누가 봐도 무난해 보이는 상체 구성이었다.

그러나, 2페이즈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의 큰 그림이 드러났다. 4, 5픽으로 다리우스와 빅토르를 꺼내든
것이다. 1픽으로 꼽았던 갈리오는 서폿이었던 것. 그리고, 한수가 더 있었다. 예상 밖의 픽이었던 다리우스를 사이온을 카운터 치기 위해 미드로 내려보냈다. 2세트 역시 준비된 밴픽의 승리였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경기인 킹존 드래곤X전의 히든카드는 드레이븐이었다. 드레이븐은 라인전이 강력하기로 유명한 챔피언이다. 킹존 드래곤X의 중심이자 유일한 캐리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데프트' 김혁규를 억제하기 위해 드레이븐을 준비해 온 것이다.

그리핀 역시 이블린 정글이나 엘리스-오른 서폿 같이 색다른 픽으로 보는 재미를 한껏 더했다. 특히, 현 No.1 정글러 '타잔'의 이블린은 엄청난 성장력으로 상대 라이너들을 물어뜯는 파괴력을 뿜어냈다. '데프트'의 날렵한 무빙 때문에 강점이 제대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리헨즈' 손시우의 엘리스도 고치의 변수는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전략적인 밴픽이나 깜짝 픽은 승리의 필수 요소가 아니다. 하지만,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임은 분명하다. 날이 갈수록 밴픽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그 가치는 더욱 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샌드박스 게이밍과 그리핀의 준비성은 승리라는 달콤한 결과로 보상받을 만 했다.

챌린저스 출신 세 팀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뛰어난 피지컬, 완성도에 변칙을 더한 밴픽, 거친 공격성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쉽게 뚫릴 것 같지도 않은 완성도다. 개막 첫 주만에 2패를 더한 기존 LCK 팀은 이들을 자극제 삼아 반드시 크게 각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나 그들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포스트 시즌을 목말라 하는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