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멀리, 길게 보면 정규 시즌은 전초전이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위해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확률적으로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 뿐, 절대적이진 않다. 정규 시즌에 시행착오를 통해 시즌 막바지가 돼서야 팀의 색깔을 완성시켜 드라마를 써 내려간 경우도 종종 있다.

26일 오후 5시부터 온라인으로 펼쳐질 2020 LCK 서머 포스트 시즌 와일드카드, T1과 아프리카 프릭스의 대결이 펼쳐진다. 섬머 우승, 롤드컵 진출 등 많은 것들이 걸려 있는 섬머 스플릿 플레이오프의 첫 시작 와일드카드에서 만난 두 팀. 정규 시즌 두 팀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T1의 승리를 예상하는 팬들이 훨씬 많을 거다.

당연하게도 아프리카 프릭스는 자신보다 순위가 낮은 팀들을 상대로는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준 반면, 순위가 높은 팀을 상대로는 무기력하게 패배한 경기가 대부분이다. 승, 패를 떠나 경기력의 차이가 극명했다.

T1이 후반부에 다시 힘을 낼 수 있던 원동력을 생각해보면 '칸나' 김창동의 역할이 상당하다. 시즌 중반 흔들릴 때도 '칸나'가 묵묵히 잘 버텨줘서 지금의 T1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칸나' 김창동은 이번 시즌 무려 솔로킬 28회로 무시무시한 라인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올해 데뷔한 신예 선수가 말이다. 현재 T1의 에이스라고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킬 관여율 63.1%, 분당 CS 8.8, KDA 5.2 등 대부분 상위권이다. 챔피언 폭도 꽤 넓다. 카밀(9회)을 가장 많이 했는데 승률이 무려 77.8%다. 그 다음으론 제이스(7회)로 71.4%. 케넨이나 오공 등 다른 챔피언도 한 번쯤은 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칸나'다.

이에 맞서는 아프리카 프릭스의 탑 라이너는 국가 대표 '기인' 김기인이다. '기인' 김기인은 최고의 탑이었다. 그러나 '너구리', '칸나' 등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며 잠시 주춤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성적이 부진할 때도 유일하게 빛나던 선수였는데, 지금은 그 불빛도 조금 흐려진 감이 없지 않다.

'칸나' 김창동이 이번 시즌 솔로킬 28회를 기록할 동안 '기인' 김기인은 14회로 절반이다. 물론 솔로킬 지표가 절대적인 실력을 상징하진 않지만,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인'은 이번 시즌 모데카이저(9회)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77.8%로 준수한 성적이다. 그리고 독특하게 우르곳을 3번 꺼내 모두 승리를 따낸 이력도 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신예 탑 라이너와 '에이스' 역할을, 뭔가 보여줘야만 하는 베테랑 탑 라이너의 대결.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중요하지 않은 라인이 어디 있겠냐만, 굳이 승부처를 고르라면 '칸나'와 '기인'의 대결이 되지 않을까?

■ 2020 LCK 서머 포스트 시즌 와일드카드

T1 VS 아프리카 프릭스 - 26일 오후 5시 3전 2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