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은 유망주의 요람이라 불릴 만큼 많은 신인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는 게임단이다. 올해에는 '칸나' 김창동, '엘림' 최엘림, '쿠리' 최원영, '클로저' 이주현, '구마유시' 이민형이 1군으로 콜업되어 LCK에서 데뷔했고, 내년에도 '제우스' 최우제, '오너' 문현준'이 LCK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T1 아카데미 팀에서 서포터로 활동했던 '크레센트' 유환중이 하이프레시 블레이드에서 서포터로 데뷔할 예정이다.

T1이 이토록 많은 유망주를 발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T1은 아카데미 사업을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LCK에서 아카데미 사업을 가장 열심히 하는 게임단으로는 T1, 젠지 e스포츠, DRX가 손꼽히고, 그중에서도 T1은 좋은 유망주들을 많이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 번째는 T1이 가진 브랜드의 힘이다. T1은 오랜 역사와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한 명문 게임단이다. 프로 선수가 되고 싶은 유망주라면 당연히 T1에 가고 싶지 않을까?

2021년 LCK 프랜차이즈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2군 리그도 함께 출범한다. 즉, 많은 아카데미 선수들이 2군 리그를 통해 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1군에서도 더 많은 유망주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T1 2군의 감독 코치직을 맡은 '벵기' 배성웅 감독과 '세이호' 박세호 코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T1이 어떻게 유망주를 키워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감독과 코치로 팬들에게 처음 인사드린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린다.

벵기: 이번에 T1 2군 팀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벵기' 배성웅이다.

세이호: T1 2군 코치를 맡은 '세이호' 박세호 코치다. 나이는 26살이고 내년이면 T1 아카데미에서 3년 차 코치가 된다. 코치 경력은 배틀 그라운드,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합쳐서 5년 정도 됐다. 중국의 OMG라는 팀에서 ‘우지’ 선수와 있었고, 배틀 그라운드는 ‘나이트울프’라는 팀에 있었다.


Q. (‘벵기’에게) T1에서 감독직을 먼저 제의한 걸로 알고 있다.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은?

벵기: 군대를 제대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 방향이 적성에 더 맞는다고 생각해서 감독직을 맡게 됐다. 선수 시절에 감독님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주의 깊게 봤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내가 감독을 맡아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Q. (‘세이호’에게) 처음 ‘벵기’ 감독이 T1 2군 팀의 감독으로 부임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세이호: 정말 좋았다. 2군 코치로 올라가면서 나 혼자 팀을 맡기에는 벅차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코치 경력이 있긴 하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그런 때에 감독님이 와서 정말 좋았고,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Q. (‘세이호’에게) 잠든 거인이라면 무슨 의미일까?

세이호: 나는 아직 코치로서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롤 챔피언에 비유한다면 '아무무'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약해보이지만 최근 메타에서 굉장히 좋은 챔피언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2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선수들이 콜업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쭉 있었고, 그래서 감독님이 온 게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다.


Q. (‘벵기’에게) 어떤 부분에서 본인에게 감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벵기: 선수 경력도 있고, 큰 대회를 나가본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대회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잘 알려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 대회를 뛰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을 선수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다.


Q. (‘벵기’에게)선수 시절에 본인은 그런 부분에서 관리를 잘한 편일까?

벵기: 큰 경기에서 오히려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게임을 한 편이다. 대회 체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회에서는 평소만큼 실력이 나오지 않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런 선수들에게 내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다.


Q. (‘세이호’에게) T1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유망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칸나’, ‘에포트’, ‘클로저’, ‘구마유시’ 등 많은 선수들이 1군 팀에 올라갔고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유망주를 육성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았나?

세이호: 실패할 배짱이 있는 선수인지부터 본다. 배짱이 있으면 넘어져도 포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 선수에게는 방패를 가지고 있다면 칼을 쥐여주면 되고, 칼만 가지고 있다면 방패를 쥐여주면 된다.

때로는 위험한 플레이라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면 평소에 하던 실수도 대회에서는 잘 하지 않게 되더라.


Q. (‘세이호’에게) 그런 스타일에 가장 잘 부응했던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가?

세이호: ‘칸나’, ‘클로저’, ‘제우스’ 등의 선수가 있었고, 지금 팀에 있는 ‘버서커’가 ‘구마유시’ 만큼 공격적으로 게임을 한다. 본인이 죽어도 두 명은 잡고 죽겠다는 마인드로 게임을 한다.


Q. (‘벵기’에게) 감독님의 의견도 궁금하다. 유망주를 볼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나?

벵기: 일단 피지컬은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머지 부분은 채워줄 수 있지만, 피지컬은 타고나는 부분이다.


Q. 그런 의미에서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을까??

벵기: 직접 만나 보진 못했지만, 이번에 1군으로 승격한 ‘오너’가 좋았다. 영상으로 봤는데 리 신으로 보여준 피지컬이 매우 뛰어났다.


Q. 선수 육성 시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나?

벵기: 공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 메타가 교전을 하도록 상황을 만들어 놓은 메타이기도 하고, 라이엇이 앞으로 계속 이 방향성을 유지할 것 같다. 공격적인 선수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고 선수 육성을 할 때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Q. 어떻게 하면 공격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까?

벵기: 선수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어떤 플레이를 할 때에 “못하니까 하지 마”라고 말하기보다는, 한 것에 대해 칭찬하면서 방향성을 잡아주는 게 필요하다.


Q. 두 사람 다 공격성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지나친 공격성 때문에 어느 한 라인이 밀려서 게임을 지게 된다면 팀워크 측면에서 그다지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조율이 필요할 듯한데?

벵기: 그 부분은 연습을 통해 조율할 수밖에 없다. 물론 다 공격적으로 가는 건 아니며, 픽/밴에 따라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공격적인 방향을 잡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세이호: 정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2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 가장 중요한 건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선수를 믿어주는 것이고, 더 중요한 점은 감독이나 코치가 게임을 생각하는 데 있어서 유연해야 한다. 고정관념이 있으면 절대 공격적으로 할 수가 없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지도를 하면 팀이 수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겨왔던 밴픽 전략만을 계속 동일하게 추구하게 된다. 감독님과 처음 미팅을 가졌을 때, 나와 생각하는 부분이 같아서 좋았다. 그래서 내년이 더 기대가 된다.


Q. 내년 프랜차이즈가 진행되면서 2군 리그가 함께 운영된다. 아카데미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나?

벵기: 아카데미 리그가 챌린저스 이후로 1년 동안 운영되지 않았다. 유망주에게는 자극이 부족했을 거다. 선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회 경험을 가지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세이호: 준비된 선수에게는 굉장한 티켓이 될 거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황금티켓같이, 누구에게나 본인의 역량을 선보일 수 있고, 그래서 이적 가능성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는 내년에 경쟁하는 팀들이 2군 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 이 즈음에는 LCK 중위권 팀보다 더 강한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 자신도 있다. 내가 여러 유망주를 콜업하면서 주변에서 나에 대해 “운이 좋았다. 그전 코치들이 잘 뽑아놨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 점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겠다. 나는 굉장히 운이 좋고, 선수 복도 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증명할 건 증명하겠다. 내년 11월에도 증명해 낼 것이다. 선수들에게 그 골든 티켓을 쥐여주는 게 내 목표다.


Q. 만나본 대부분의 감독님들이 선수의 마음가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더라. 선수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중요한가?

벵기: 프로는 경쟁이다. 그래서 그만큼 욕심이 있어야 한다. 정상급 선수는 어떤 선수든 욕심이 있다. 우리 아카데미 선수들이 욕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 것이다.


Q. (‘벵기’에게) 본인은 선수 생활 동안 욕심이 없는 편 아니었나?

벵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욕심이 없는 선수였던 것 같지 않다. 대회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는 밤을 새우면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런 부분에는 욕심이 많았다.


Q. (‘세이호’에게)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라나?

세이호: ‘후츠파’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담대하고 저돌적인 이스라엘의 도전 정신을 일컫는 말이다. 그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성장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고, 때로는 뻔뻔하게 자기주장을 이야기한다는 걸 책에서 봤다. 선수들이 성격이 다들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후츠파’ 정신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믿는다.


Q. 소속 팀 선수들이 본인들을 어떻게 바라봤으면 하는가?

벵기: 편하고 친근한 형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선수와 감독의 관계라면 아무래도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런 거리감을 느끼지 않게 해서 선수가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세이호: 전쟁터는 선수와 코치진이 함께 나가는 것이다. 롤토체스를 보면 챔피언들끼리 서로 시너지가 있듯이 선수와 코치진 사이가 서로 편하지 않으면 할 말도 하지 못하고 팀적으로 시너지도 나지 않는다. 형, 동생 같은 코치진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일도 잘하면서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리더십도 있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진 않은 일이다. 내년에는 그런 목표를 가지고 코치 생활을 할 예정이다.


Q. (‘벵기’에게) 감독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적성과 잘 맞다고 생각이 들면 1군 감독을 맡아볼 생각도 있나?

벵기: 능력이 된다면 맡을 생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자리에서 잘하고 능력을 보이는 게 우선이다. 당장 생각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Q. (‘세호’에게)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은가?

세이호: 언젠가 내가 키운 선수들과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보는 게 꿈이다. 지금 당장은 2군 리그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 나와 함께 하겠다고 왔다.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내년의 2군 리그에서 가장 큰 시너지를 가지는 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년 이맘때가 되었을 때, 어느 팀이든 나를 데려가고 싶게 만들 만큼 성장하고 싶다.


Q. T1이라는 팀이 역사도 길고 족적도 깊게 남겼고, 재능 있는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2군 리그라도 T1이라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을 듯한데 부담감은 없나?

벵기: 아무래도 T1이 명문 구단이고 성적을 잘 내왔기에 아카데미에서도 성적을 잘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성적을 잘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세이호: 나 역시 부담감보다는 기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T1이니까 당연히 1등 해야 한다. 난 항상 T1에 가고 싶었다. 내가 OMG에서 코치로 있을 때에 미드 라인에 ‘쿨’이라는 선수가 있었는데 '페이커' 영상을 매일 보더라. 나도 함께 ‘페이커' 선수 영상을 매일 봤다. 그런 꿈에 그리던 게임단에 들어와서 나 스스로 자부심도 있고 팀도 굉장히 사랑한다.


Q. 인터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벵기: 새로 생긴 2부 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서 "역시 T1이다" 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세이호: 감독님, 2군 선수들과 올해 영화 한편 찍어보겠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