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담원 기아

축구나 탁구 등과 같은 구기종목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공이 골대나 네트의 끝에 걸릴 때 특유의 아슬아슬함을 느껴봤을 것이다. 미세한 차이로 판정과 점수가 갈리고, 때로는 그 작은 변화가 승패와도 이어질 때가 있다.

요즘 LoL e스포츠에서도 경기를 통해 그런 느낌을 주는 선수가 있다. 바로 담원 기아의 탑 라이너 '칸' 김동하다. 숨죽이고 경기를 지켜보게 할 정도로 극적인 장면들을 뽑아내고 있다. 지난 10일 담원 기아와 한화생명e스포츠와 대결은 '칸'이 대검과 화약통으로 끝자락의 마술을 선보인 날이었다. '칸'이 잡으면 왜 '칸트록스'와 '칸플랭크'로 불리는지, 긴박한 상황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스킬샷을 꽂아넣는 그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칸'트록스 - LCK 22승 7패 승률 75.9% KDA 3.7



▲ 다르킨의 검 3타 속으로 빨려 들어간 리 신

먼저, 2세트에서 극적으로 살아남는 명장면을 뽑아낸 '칸트록스'를 소개하겠다. T1 시절 선픽을 해도 막지 못한다고 소문이 났던 '칸'의 아트록스. LCK에서는 지난 2월에 등장한 챔피언이다. 이에 '칸'은 "확실히 손에 익었다. 오랜만이지만, 대검을 휘두르는데 만족감이 컸다. 한동안 못 만난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는 소감을 들었다.

오랜만에 꺼낸 아트록스지만, '칸'의 말처럼 대검날의 끝은 살아있었다. 영상은 죽기 일보 직전의 아트록스가 극적으로 다르킨의 검을 맞추면서 살아나는 장면이다. 해당 장면에서 '아서' 박미르의 리 신이 지옥 사슬에 끌려갈지 말지 모르는 애매한 상황이 나온다. 리 신의 와드-방호 타이밍과 지옥 사슬로 돌아가는 시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찰나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도 승부사 '칸'은 끌려올 것이라는 판단 하에 다르 킨의 검 3타를 리 신이 돌아올 곳에 꽂아 넣었다. 극적으로 승전보와 함께 체력 회복이 이어지면서 아트록스가 부활하는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해당 장면에 관해 '칸'은 "솔직히 나도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부쉬에서 부활해 다시 등장한 아트록스를 본 상대가 아마 더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게 아트록스의 존재 의의인 것 같다. 아트록스는 어그로핑퐁과 딜이 모두 가능하고 밸런스가 잡힌, 무언가 조금씩 부족한 오각형 느낌의 챔피언이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칸'플랭크 - LCK 15승 6패 승률 71.4% KDA 3.2




'칸'을 1세트 POG의 자리에 올려놓은 갱플랭크 플레이 역시 명품이었다. 해당 장면은 킬 스코어에서 볼 수 있듯이 유리한 한화생명이 밀고 들어가는 장면이다. '두두' 이동주의 나르가 벽 쪽으로 '칸-베릴'을 밀친 상황. '베릴' 조건희의 세주아니와 달리 '칸'은 벽에 부딪히지 않으면서 기절 상태를 가까스로 면할 수 있었다. 이후, 재진입하려고 움찔한 '쵸비' 정지훈의 리 신의 발끝에 '칸'의 화약이 묻고 말았다. 이 모든 상황이 찰나의 순간에 이뤄진 것으로 '칸'의 감각적인 스킬샷이 돋보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칸' 갱플랭크의 아이템트리 역시 독특했다. 시즌 초반 스프링 때도 '칸'은 선 정수 약탈자 빌드로 LCK에 나오는 나르들을 혼쭐낸 바 있다. 이제는 "아이템트리가 늘어나 내 성장세에 따라 아이템트리를 다르게 간다"는 '칸'은 해당 판에서 삼위일체-독사의 송곳니-징수의 총-나보리 신속검이라는 특별한 아이템 빌드를 선택했다. 그는 "내가 팀에서 유일한 AD 딜러이기 때문에 딜 효율을 최대로 뽑아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독사의 송곳니는 2코어 아이템으로 나왔을 때 효율이 높아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해당 스킬 샷과 아이템트리에 관해 '칸'은 "느낌대로 했다. 그런 결과를 예상하진 못 했다"는 말로 일관했다.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우연과 같은 장면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서머 1R T1 전에서 보여줬던 아칼리를 시작으로 한화생명전까지 이런 명장면이 반복된다면, 이젠 우연이 아닌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플레이가 무의식적으로 나오기 위해 얼마나 갈고 닦았는지 가늠할 수 없다. 서머의 '칸'은 어느덧 각도기, 계산기의 영역을 자기 감각으로 소화하고 있다. 프로게이머의 감이란 게 참 예리하다고 느끼게 해준다. 이런 감각이 살아있는 '칸'에겐 나이-피지컬-은퇴에 관한 우려는 아직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 POG 하나 놓쳐도 LCK 유튜브 썸네일은 양보 못하는 '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