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와 함께 찬란한 프로게이머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던 '스코어' 고동빈이 젠지 e스포츠의 감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아직은 호칭도 어색한 새내기 감독이지만, 약 2년 만에 만난 '스코어' 감독은 선수 시절과는 무언가 다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더 어른이 된 느낌이었죠. 물론 사람 좋은 웃음과 친근함이 느껴지는 말투는 여전했습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자자한 젠지의 스크림 성적를 화두로 던졌고, '스코어' 감독은 '어디서 그런 '사실'을 들으신 거냐'는 재치있는 반문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그리곤, 젠지 선수들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을 늘어놓았습니다. 진짜 감독이 되었구나 싶었던 순간이었죠.

'스코어' 감독과 함께 코치가 아닌 감독을 선택한 이유부터 든든한 두 코치와의 호흡,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도자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 '스코어' 감독과 새로운 왕조를 노리는 2022 시즌 젠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Q. 반갑습니다.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젠지 e스포츠의 감독 '스코어' 고동빈입니다. 전역하자마자 좋은 기회가 닿아서 팬분들에게 일찍 인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아 너무 좋네요.


Q. 전역 후 복귀를 감독으로 하실 거라곤 사실 상상도 못했습니다.

다들 놀라시는 반응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제가 바로 감독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고요(웃음). 처음에는 부담이 돼서 거절을 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팀에 감독이든 코치든 합류를 할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바꿨어요. 도전하지 않는 게 손해라고 생각했습니다.


Q. 젠지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KT 시절을 함께한 이지훈 단장의 영향이 좀 있었을까요?

여기저기서 코치 제의가 오긴 했는데, 인맥을 떠나서 젠지에서 제시한 비전이 너무 좋았어요. 감독이라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했을 정도로 팀의 방향성이 굉장히 좋았고, 로스터의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잘하는 선수들이 시너지도 좋게 모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우면에서는... 겨울인데도 마음이 굉장히 따뜻해지더라고요.



Q. '마파' 원상연-'무성' 김무성 코치와의 호흡은 좀 어때요?

지금 코치진의 호흡은 되게 좋습니다. '마파' 같은 경우는 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보니까 배울 점도 많고 든든해요. 감독 제의를 받고 코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연 코치에게 연락을 했었어요. 그때 정말 흔쾌히 믿고 같이 하겠다고 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무성' 코치는 사진으로 봤을 때는 성격이 셀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참 순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귀엽습니다.


Q. 역할 분배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로스터가 결정이 되고 코치진끼리 이야기를 해서 역할을 분배했습니다.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어요. 지금은 시즌 초창기이기도 하니까 피드백 지휘봉은 경험이 많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친구인 상연 코치에게 맡겼고, 제가 옆에서 부족한 것들을 채워주면서 보좌하고 있습니다.


Q. 2022 젠지 로스터가 굉장히 화려합니다. 말 그대로 슈퍼팀인데요. 감독으로서 부담감은 없나요?

선수진이 너무 탄탄하다 보니까 관심도 많이 받고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몰리고 있어요.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요. 그런 팀의 감독이니 당연히 부담도 있지만, 긍정적인 에너지가 잘 굴러갈 수 있게끔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좋아요. 선수들, 코치진 하나하나 너무 좋습니다.


Q. 직접 대면하기 전에 가장 기대됐던 선수는 누구였나요?

'쵸비' 정지훈 선수요. 전역하고 LoL 대회를 보는데, 이 선수는 어떻게 피지컬이 이렇게 뛰어나지 싶은 거예요. 그래서 옆에서 게임하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실제로 옆에서 보니까 진짜 신기할 정도로 잘해요.



Q. '피넛' 한왕호-'룰러' 박재혁 선수와는 국가대표로 함께 뛰었던 인연이 있습니다.

당시에 '피넛' 선수나 '룰러' 선수가 각자 팀에서 막내 라인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포지션이었어요. 근데, 이제는 둘 다 맏형 라인이 됐더라고요.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많이 성장하고 성숙해진 게 느껴져서 제가 키운 건 아니지만 되게 뿌듯했어요.


Q. 스크림 성적이 굉장하는 소문이 들려요.

선수들 개인 기량이 엄청 뛰어나다 보니까 초반 스크림은 잘 이기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코치진은 미래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승리에 심취하지 않고 매일 노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주전 다섯 선수 개개인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도란' 최현준 선수부터 시작해서 '리헨즈' 손시우 선수까지요.

'도란' 선수는 함께하기 전부터 잘하는 선수라고 인식 자체가 되어 있었어요. 근데, 직접 보니까 더 잘해요. 한국 탑 라이너 중 기대치가 되게 높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 기대보다 더 잘하는 선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피넛' 한왕호 선수는 아시안 게임 때 같이 하면서 인게임 콜이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지금은 그때보다 더 다듬어지고, 잘 정제되어 있는 느낌이예요. 판단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요. 손익계산을 정말 잘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미드 '쵸비' 정지훈 선수는 스크림을 관전하면서 잠깐 다른 라인에 한눈 팔았다 오면 CS가 항상 너무 높아요. 기본기가 너무 뛰어난 데다가 고점도 높으니까 너무 든든합니다. 미드가 든든하면 좋잖아요. 외부에서는 인게임 콜이 적다고 이야기들 하는데, 그렇게 조금씩 던져주는 콜이 워낙 좋은 콜이라서 문제 없습니다.

'룰러'는 다들 아시다시피 라인전을 되게 잘하는 원딜이잖아요. 또다른 장점이라고 하면, 서포터와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모습을 너무 좋게 봤어요. 봇은 한몸인데, 그렇게 함께 하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제가 전에 선수 생활을 할 때 느꼈던 게 '리헨즈' 선수는 라인전에서 킬각을 보는 능력이 정말 좋아요. 또, 한타에서 역할을 잘 수행하는 서포터에요. 그런 의미에서 '룰러' 선수와 정말 잘 맞는 듀오고요. 이번 시즌 잘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아직 연습을 시작하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팀합은 어느 정도 올라온 것 같나요?

딱 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로스터가 새롭게 짜여지면 팀합이 천천히 올라가기 마련인데, 선수들의 조화가 너무 좋다 보니까 처음부터 어느 정도 선에 올라와 있는 상태로 느껴져요. 인게임에서 대화도 잘 통하더라고요. 물론 남은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팀의 상황에 따라 피드백 방향도 달라지기 마련인데요. 슈퍼팀을 꾸린 젠지의 방향성은 어떤가요?

모든 걸 알려드릴 수는 없는데, 크게 보면 고점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좋은 경기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또, 코치진은 스크림에서 진짜 데이터와 가짜 데이터를 잘 구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신기하게 감독님을 포함해서 준우승 커리어가 많은 선수들이 다수 모이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 클 것 같아요.

제가 무관인 시절이 길잖아요(웃음). 준우승도 많이 해봤고. 선수들 중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으니까 제가 따로 동기부여를 안 해줘도 본인들이 이미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좋아요. 감독으로서 우리 팀 선수들의 무관의 설움을 풀어주고 싶고, 이번년도에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는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요? 감독 '스코어'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큰 욕심이긴 한데요. 역사적으로 2013년 하면 SKT, 2014년 하면 삼성이 생각나듯, 내가 속해 있는 팀이 그 시즌에 각인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도자로서 제가 가진 목표입니다. 2022년 하면 젠지가 떠오를 수 있게요. 10년 후에도 기억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선수에서 감독으로 돌아온 '스코어'와 젠지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앞으로의 각오도 전해주세요!

2022년 젠지에게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제가 이 팀의 감독으로 느끼는 책임감도 크고요. 이 기대와 환호를 시즌이 끝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t 롤스터에서 선수 시절을 보낼 때, 팬분들이 보내주신 커다란 응원이 정말 좋았어요. 이제 감독으로 젠지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게 됐는데,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