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인과 팀을 합해 무려 열차례가 넘는 공식 대회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e 스포츠 프로 게임단이 있다. 날고 기는 선수들이 즐비한 e 스포츠의 세계에서 '믿을 수 없는 기적'이라는 팀명처럼,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었던 그들은 바로 스타크래프트 2의 Incredible Miracle(이하 IM)팀.

야구로 치면 미국의 메이저리그, 축구로 보면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나 스페인의 라 리가쯤 된다는 한국의 e 스포츠 시장에서, IM팀이 이 정도의 성적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실력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점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나 처음부터 그들이 찬란히 빛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어린 예비 선수들이 지망생 시절에 비슷한 고민들을 겪는다. 집안의 반대나 주변의 시선, 마음놓고 연습할 장소조차 얻기 어려운 환경. 현재 최고라 칭해지는 임재덕, 정종현같은 선수는 물론 IM팀의 강동훈 감독조차 이런 과정을 겪어왔다.


궁금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과연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때로는 힘든 고난이 있었겠지만, 가슴벅차게 즐거웠던 시기도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큼 빛나는 2011년의 한해를 보냈던 IM팀과 만나 그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실 8년 전부터 스타크래프트1의 프로게이머를 하려고 했었어요. 원래 게임도 좋아했었고, PC방 대회도 여기저기 참가하면서 프로게이머를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 길을 꿈꾸게 된 것에는 소중한 가족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저에게 지체장애가 있는 형이 있는데, 형이 게임 방송을 보면서 재미있어하고 좋아했거든요. 형한테 '내가 저기 나가서 경기하는 거 보면 재미있겠어?'라고 물어보니까 좋다고, 빨리 나가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을 키웠는데 아마 2003년 정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형도 몸이 불편한데, 너라도 공부 열심히 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는 게 좋지 않겠냐고 극구 반대하셨죠."


현재 최고의 감독으로 일컬어지며 IM팀을 이끌고 있는 강동훈 감독 역시 프로게이머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부모님은 강동훈 감독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기를 원하셨고, 당연히 그의 꿈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동훈 감독은 자신의 꿈을 접을 수 없었고 결국 편지 한 통만 써두고 서울로 상경하게 된다. 2004년의 일이었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다



"당시 수중에 돈이 얼마 없었는데 서울로 오는 교통비를 쓰고 나니 더 부족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간 일하면서 게임을 병행하고 하는 생활을 했고, 어느 정도 후에야 제가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죠. 스타1 쪽에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종목의 한계상 제가 생각하는 대로 일을 진행하기가 쉽지가 않아 고민하고 있던 무렵, 스타크래프트2가 나온다는 이야기에 당시 친하던 몇몇과 팀을 만들기로 했어요. 하얀 종이에 제 생각대로 그림을 그려 나가듯 스타2에서 제 생각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 ▲ 작년 IM팀을 최고의 위치로 이끈 강동훈 감독 ]



일단 팀을 만들기로 하고 뜻이 맞는 몇몇 동료를 모아 팀 결성 작업을 시작했지만, 팀 이름만은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번 정하면 끝까지 함께할 팀 명이기에 많은 고민을 하던 중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보자는 뜻의 이름, Incredible Miracle이 생각났고 강동훈 감독의 새 팀 이름으로 결정되었다.

"임재덕, 황강호, 최인규, 정종현, 박경락, 최용화, 문진현, 유기성 선수가 처음부터 저와 같이 시작하기로 했어요. 임재덕 선수는 아마추어 때부터 친한 선수였고, 종현이도 6년 전부터 알고 있던 선수였어요. 스타1 시절 제가 있던 길드에 데려와서 친하게 지냈고, 스타1의 웅진 프로구단에서 활동하다가 제가 스타2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와서 합류하게 되었죠."


IM의 첫걸음은 강동훈 감독과 오랜 인연이 있던 선수들이 함께였다. IM 하면 떠오르는 팀의 단단한 결속력은 역시 이들의 끈끈하고 오랜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팀의 창단을 함께 했던 동지들에 대한 강동훈 감독의 회상은 계속 이어졌다.

"황강호 선수는 화승에 있었는데 당시 화승 한상용 코치에게 연락이 왔어요. 스타2를 해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는데 한 번 데리고 생활해 보지 않겠느냐고. 그 인연으로 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박경락 선수 같은 경우에도 저랑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는데 제가 팀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자 바로 달려와서 같이 팀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 있는 선수들 전부 같이 생활한지 1년은 넘은 선수들이죠. 이후에 최병현 선수와 안호진 선수도 팀에 들어오게 되었고요."

같이 처음부터 시작한 팀원들의 이야기를 하던 중, 강동훈 감독은 재미있는 팀 입단 사연을 가진 선수 한 명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로 IMHappy, 안호진 선수였다.



[ ▲ 숙소에서 연습중인 IM 팀의 모습, 임재덕 선수가 종종 선수들 코칭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2011년 2월달에 온라인상으로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싶어한다는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안호진 선수였는데 일단 테스트 했을 때는 거의 모든 경기를 졌죠. 그리고 나서 2~30분 동안 인터뷰를 해 봤는데 이 선수의 열정이나 목표에 대한 의지가 너무 확고하더라고요."

당시 안호진 선수는 국비 유학생의 자격으로 일본에 나가 있는 전도 유망한 학생, 갑자기 미래가 불확실한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하니 강동훈 감독의 입장에서도 안호진 선수를 말리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호진 선수의 열정은 뜨거웠다. 2011년 1월 오프라인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비행기 표 살 돈을 마련해서 예선에 참가했다 돌아갈 정도로 안호진 선수의 열정은 대단했고, 이런 안호진 선수의 열정을 알게 된 강동훈 감독도 '이 선수는 꼭 데리고 와야 할 선수'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만큼의 열정이 있으면 제가 어떻게든 성장시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팀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고 안호진 선수는 입단 소식을 듣고 바로 비행기 표를 예약했는데, 며칠 후에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티켓 예약을 못 했다면 한국에 못 올 뻔 했어요. 덕분에 안호진 선수는 한국에 오긴 했지만 짐은 한참 후에나 왔고요.

요즘에도 농담으로 '내가 너 살린 거다'라고 가끔 이야기해요. 안호진 선수는 여전히 팀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 중 한명입니다. 숙소에서의 성실함이나 실력이 대회에서 드러나게 되면 안호진 선수도 정말 큰 선수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니다."



이런 끈끈한 인연의 IM 팀도, GSL 오픈시즌1에서부터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당시 팀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이 강동훈 감독일 정도로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참여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IM팀의 목표는 오픈시즌 1이 아니였다. GSL 시즌2, 드디어 IM의 첫번째 스타 플레이어가 등장한다. 경기 일정이 이어지던 초반에는 임요환과 이윤열 등 스타 1에서 건너온 유명 선수들의 8강 진출에 가려 특별히 주목받지 못했던 IM팀 소속 선수의 등장.

스타크래프트 1편의 팀전 선수 출신에, 코치로 전향했기 때문에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는 선수여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조차 별로 없었으나 그가 바로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임재덕'이였다.


신과 왕,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나가다.



당시 임재덕은 4강에서 임요환 선수를 꺾고 결승에 진출, 이정훈 선수를 물리치며 IM 창단 직후 첫 우승을 안겨주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임요환 대 이정훈의 결승을 점치고 있던지라, 임재덕의 등장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임재덕 선수 역시 스타 1에서 코치직을 하다가 다시 스타 2의 선수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30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임재덕 선수의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 다시 마우스를 안 잡으려고 하던 걸 계속 설득했어요. 심지어는 새벽 세시에 찾아가서 설득했던 적도 있었고요. '넌 하면 된다. 무조건 된다.'라고 이야기하며 설득해서 팀에 데리고 왔고, 이후 임재덕 선수도 정말 열심히 연습했죠. 그 결과가 오픈시즌2에 나타난 거에요."

흔히 프로게이머의 마지노선이라는 30살을 넘겼다. 설득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쉽지 않은 결정. 임재덕 선수는 과연 스타2를 다시 시작하려고 했던 시기에 어떤 심정이었을까?

"나이도 서른이 넘어가고 있었고 스타1에서도 선수생활을 계속한 것이 아니라 코치로 활동하다 그만둔 거라서 게임을 다시 해보겠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하도 감독님이 해보자고 하셔서 '숙소나 구경하러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와서 연습경기를 해 봤는데, 분명히 스타 1에서는 제가 쉽게 이기던 형이 스타 2에서 자기 부종족으로 플레이 했는데도 제가 진 거에요. 그때 너무 자존심이 상했죠.

그래서 1주일 동안 또 연습해서 결국 그 형을 이겼죠.(웃음) 그리고 조금 의욕이 생겨 이것저것 알아보니 GSL 대회가 있더라구요. 여자친구도 다시 한 번 해보라고 권유도 하고 저 자신도 개인전에 대한 욕심은 있었어요. 감독님도 '너는 무조건 된다. 하자.'라고 해서 한 달 정도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GSL 오픈시즌1에 출전했는데 운 좋게 예선은 통과했어요.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임재덕 선수 본인은 결심을 굳혔지만, 여전히 집안의 반대는 심한 편. 그래서 집에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오픈 시즌 2 대회를 준비했다. 본인이 말한 그대로 "게임에 미칠 정도로" 연습을 했다. 눈 뜨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고, 밥먹는 시간마저 아까워 컵라면으로 해결하고, 하루 평균 7~80경기를 연습할 정도로 맹훈련에 돌입했다.

아끼는 여자친구와의 만남도 자제하면서 연습에 몰입한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일까? GSL 오픈시즌2 에서 임재덕 선수는 바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 ▲ 과거 팀초창기 시절을 서로 회상하던 임재덕 선수(좌)와 강동훈 감독(우) ]



"우승하고 나니 집에서도 더는 반대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상금도 상금이지만(웃음)... 제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렸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스타1 때 크게 빛을 보지 못했고 나이도 나이였으니 부모님도 걱정을 심하게 하셨던거죠.

주위에서 서른 넘어서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거냐고 물어보긴 하는데... e 스포츠가 다 비슷하게 나이를 먹으면 쉽지 않은 부분도 있고 제가 좀 특이한 케이스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꿈이 있고 열정이 있다면 나이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스타 2가 스타 1보다 인터페이스 면에서 더 편하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선수들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30대가 넘어서도 충분히 프로게이머로서 좋은 성적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임재덕 선수. 항상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강동훈 감독의 생각은 어땠을까?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손 빠르기나 반응 속도 같은 피지컬적인 부분보다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제 실력을 못 내는 경우가 많다고 보입니다. 결혼이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 게임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스타2에서 점막종양이나 애벌레 생성 등 손이 빨라야 어느정도 성적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이 어린 선수들을 못 따라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정신적인 부분에서 결정이 나는거고, 그걸 증명한 선수가 임재덕 선수인거죠. 곁에서 보는 입장에서 임재덕 선수는 자기 관리도 알아서 하고 성적에 대한 욕심도 있습니다. 기본적인 결심에서부터 차이가 나는거죠."




[ ▲ 스타크래프트2 사상 최초 팀킬 결승을 만들어 낸 IM 저그 듀오 임재덕(좌), 황강호(우) ]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독보적인 실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던 임재덕 선수였지만, 오픈시즌 3 대회에서는 8강에서 탈락하고 만다. 상대의 초반 전략에 당해 허무하게 무너진 것. 자신의 선수가 진 경기에 대해서 아쉽다는 생각은 잘 안한다는 강동훈 감독도 이때만큼은 경기에서 진게 억울했다고 기억할 정도.

그러나 억울함의 순간도 잠시였다. 2011년 시작된 GSL 첫 시즌에서 모두의 기억에 남을 플레이어가 등장하여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1 웅진 스타즈 출신의 테란 선수, 정종현이였다. 정종현 선수는 코드S 경기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하고 결승에서 이정훈 선수 마저 이기며 우승을 차지하였다.



[ ▲ 2011 GSTL 시즌1 경기중인 IM팀의 모습 ]



이후 임재덕-정종현 원투펀치가 속한 IM팀은 2011년의 스타크래프트2를, 말그대로 '정복'하기 시작했다. 2월 팀 리그 결승전에서 스타테일팀과의 사투 끝에 5-4로 승리하여 GSTL 첫 우승팀이 되었고, 4월에 있었던 월드 챔피언쉽에서는 정종현 선수가 이정훈 선수에게 준우승을 안겨주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연달아 5월 GSL May에서는 임재덕 선수가 송준혁 선수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4:0 승리를 거두며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IM의 거침없는 전진은 GSL 결승에서 같은 팀 선수끼리 결승전에 진출한 이른바 '팀킬'결승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GSL Jul에서 임재덕 선수는 같은 팀의 저그 선수인 황강호 선수와 결승전을 치르게 되고 4:0 승리, 시즌 전승을 기록함과 동시에 세번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게 되었다.

정종현 선수 역시 임재덕 선수의 뒤를 따라 GSL Aug.에서 당시 oGs 소속이던 김정훈 선수를 꺾고 세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IM천하, 말 그대로 정종현과 임재덕이라는 IM 원투펀치의 위력은 대단했다.



[ ▲ 정종현 선수가 2011 GSL Aug. 우승 후 팀원들에게 행가레를 받고 있다. ]



IM, 블리즈컨과 WCG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다



블리자드 게임 컨벤션인 2011 블리즈컨 애너하임에서 열린 GSL Oct에서 정종현 선수는 아쉽게도 문성원 선수를 상대로 4-2 패배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래서일까, 정종현 선수는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배틀넷 인비테이셔널 결승에서 임재덕 선수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정종현 선수와의 결승전이 확정되었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임재덕 선수가 당시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잠시 웃더니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나 정종현 선수 모두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해외에서도 함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 같아서 좋아했는데.. 정종현 선수가 정말 우승을 하고 싶어하더라구요. 저한테 말로 우승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으면 그래도 덜 했을텐데, 게임하면서 '이번에는 제가 우승할 겁니다.' 라는게 확 느껴지더라구요.

특히 마지막 세트에서 그렇게 경기할 줄 몰랐어요.(웃음) 마지막 세트 20분 즈음 지나니까 정종현 선수가 정말 우승을 하고 싶어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길래 '그래 그냥 너 우승해라' 하고 말았어요."


강동훈 감독도 당시 두 선수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미국에 가서 블리즈컨 첫 날 아침 7시부터 계속 스케쥴이 있었어요. 배틀넷 인비테이셔널 첫날 일정 후 두 시간 정도 쉴 틈이 있었는데 호텔에 와서는 전부 피곤해 쓰러질 정도로 강행군이었습니다. 당시 문성원 선수가 한창 기량이 물올랐던 것도 사실이지만 정종현 선수가 너무 피곤해 하더라고요. 어쨌든 전날 우승했으면 다음날 배틀넷 인비테이셔널 경기에 정종현 선수가 그렇게까지 몰입하지는 않았을거에요. 그리고 유령 너프도 안되었겠죠.(웃음)"

당시 밸런스상 저그의 최고 테크 유닛인 무리군주는 테란의 마법 유닛인 유령에게 매우 취약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유령은 프로게이머들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슈가 되었던 유닛이었다. 강동훈 감독의 유령 이야기에 이어 임재덕 선수가 당시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당시 행사장에 스타2 밸런스 담당인 데이비드 킴도 찾아와 경기를 관전중이었어요. 그래서 테란 유령 유닛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확인해 보라고 무리군주로 인구수를 꽉 채워서 상대 기지에 공격을 들어갔죠. 결과는 그냥 참패.(웃음) 경기 끝나고 데이비드 킴을 찾아가서 유령이 얼마나 강한지 봤냐고 한번 더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이게 지금 저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플레이인데도 결과가 이렇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후 유령이 너프되기 시작했어요."

GSL Oct.에서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해서였을까, WCG 2011에서 정종현 선수는 이정훈, 김영진 선수와 함께 한국대표로 대회에 출전하여 우승을 차지, WCG 스타크래프트2 최초 우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같이 출전한 이정훈, 김영진 선수는 각각 16강과 8강에서 탈락했고, 결승에 오른 선수는 한국선수간의 메달 다툼이 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종현 선수 한 명만 진출한데다, 스타2에서는 해외 선수들의 실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많은 팬들이 당시 경기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았다.

중국의 왕 레이 선수(xigua)와의 결승 첫 경기에서 정종현 선수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위치에 병영을 건설하여 상대를 교란한 후 전진 벙커로 상대의 목을 죄어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그간의 조마조마함을 모두 날려버리듯이 상대에게 핵 공격을 성공시킨 후 경기를 주도하여 2:0 승리를 만들어 내었다. 스타1에 이어서 스타2도 한국이 최강임을 전 세계에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 ▲ IM의 정종현에서 대한민국의 정종현으로 거듭난 WCG 2011 ]



"4강부터는 크게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16강과 8강에서 위기가 있었어요. 특히 16강에서 상대 중국 선수에게 거의 질 뻔한 상황에서 딱 한 가지 승리할 방법이 있었는데 그게 맞아떨어졌어요. 우승할 대회면 저런 경기도 이기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워낙에 역전승을 잘 해내던 선수라 믿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당시에 느낀거지만 해외 선수들의 수준도 높아서 이제 방심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정종현 선수의 옆에서 지켜보던 강동훈 감독의 이야기였다.


게임으로 하나 되는 그 꿈을 향하여



2011 한 해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IM, 그들은 2012년에 또 어떠한 목표로 어떠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너무 무리하는 선에서 올해 한 번 정도는 팀 리그 우승과 함께 해외대회의 우승도 노리고 있다고 이야기한 강동훈 감독, 그리고 좋은 성적을 보여주겠다는 정종현 선수, 16강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한 임재덕 선수의 이야기 뒤에 강동훈 감독은 또 다른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행사로 팬들과 함께 스타크래프트2를 즐기고 싶습니다. 이미 작년에 성적으로 IM의 실력을 증명했기 때문에 이제 다른 팀들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싶고, 팬들 역시 많이 도와주신다면 지속적으로 많은 팬 행사나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말미, 강동훈 감독은 예전부터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진짜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었다.



[ ▲ 어떤 팀이 2011 IM을 재현할 수 있을까? ]



"게임단을 창단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게임을 통한 심리치료나 복지활동같이 장애인들이 게임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을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지만 집안 환경이 어려운 친구들이나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1년 전에 장학 재단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고, 일단은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하지만 팀 선수들과 함께 다니면서 같이 봉사활동을 한다면 선수들 내적으로도 성장하는 바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누구나 같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매체거든요. 꼭 저 혼자뿐이 아니라 선수들, 스폰서, 그리고 팬 여러분의 힘을 합치면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 쉬는 시간에 강동훈 감독과 팀의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기자는 "IM팀은 세련된 양복을 입고 있는 신사처럼 빈틈없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인터뷰 후 냉정할 것만 같았던 IM팀에서 사실은 따듯한 마음을 가진 순수한 청년의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게임을 단지 즐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기쁨과 즐거움, 희망을 선사하며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까지 하나 될 수 있는 매체로 생각하고 있는 IM팀과 강동훈 감독.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꿈을 기적으로 만들어내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한 명의 팬이 되어 있었다.


※ 본 인터뷰 이후 IM팀은 LG전자의 정식 후원을 받아 팀명이 LG-IM으로 변경되었으며, 현재 스타크래프트2 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팀을 운영중에 있습니다.

또한, 5월 19일 열린 2012 Hot 6ix GSL Season2에서 정종현 선수가 스타테일의 박현우 선수를 물리치고 개인 통산 네 번째 우승에 성공하며 최다 우승 부분 단독 1위로 올라섰습니다.




[ ▲ 정종현 선수가 2012 Hot 6ix GSL Season2를 우승한 후 기뻐하고 있다. ]


▶ Incredible Miracle History

2010년 11월 13일 소니 에릭슨 스타크래프트 II OPEN Season 2 임재덕 우승
2011년 1월 29일 소니 에릭슨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리그 Jan. 정종현 우승
2011년 2월 10일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팀 리그 Feb. IM팀 우승
2011년 4월 9일 LG 시네마 3D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리그 월드 챔피언쉽 서울 정종현 우승
2011년 5월 14일 LG 시네마 3D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리그 May 임재덕 우승
2011년 7월 30일 PEPSI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리그 July 임재덕 우승, 황강호 준우승
2011년 9월 10일 PEPSI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리그 Aug. 정종현 우승
2011년 10월 22일 소니 에릭슨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리그 Oct. 정종현 준우승
2011년 10월 23일 배틀넷 인비테이셔널 2011 정종현 우승, 임재덕 준우승
2011년 12월 11일 WCG 2011 정종현 우승
2012년 5월 19일 핫식스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II 리그 시즌 2 정종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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