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의 '축제'나 다름 없었던 지난 주말.
소환사 여러분, 전장 관람은 즐거우셨는지요?


2일 오후 5시,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을 달궜던 '올림푸스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윈터 리그' 결승전! 결승전 상대였던 아주부 프로스트(Frost)와 나진 소드(Sword)가 우승컵을 두고 펼쳤던 뜨거운 한 판 승부는 아직까지 팬 분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자는 두 명이 될 수는 없는 법. 우승컵을 들며 윈터 리그의 제패를 선언했던 팀은 바로 나진 소드였습니다. 나진 소드는 작년 5월에 창단을 선언했으니, 창단한 지 1년도 채 안 되어 우승컵을 거머쥐는데 성공한 겁니다.

이외에도 나진 소드의 수상 경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섬머 리그 3위, 롤드컵 8강, MLG 2위 등 최근 약 반 년 동안의 행보가 무시무시할 정도인데요. 신생 팀의 패기라고 말하기엔 너무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 팀, 과연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인벤팀에서는 나진 e-mFire 프로게임단의 감독인 박정석 감독을 만나 이번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더불어 이번 인터뷰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 인벤을 통해 팬 분들께서 질문해주셨던 사항들도 함께 진행됐답니다.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실까요? 박정석 감독과의 특별한 대화, 절대 놓치지 마세요!



윈터 시즌 제패한 나진 소드의 사령탑, 박정석 감독과의 특별한 만남


감독님, 우선 우승 축하드립니다! 감독직을 맡으신 지 1년도 안 됐는데 우승컵을 거머쥐다니, 소감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정확히 11년 전에 첫 우승을 했었네요. 그 땐 선수 신분으로 스타리그 우승컵을 잡았었죠. 그 때랑 지금이랑 기분은 비슷해요. 얼떨떨하고, 별로 실감도 안 나고요(웃음). 원래 막 우승을 하고 난 뒤에는 별로 실감이 안 나거든요. 그 뒤에 축하한다거나 하는 연락들이 여기저기에서 오고나서야 '아, 우리 팀이 우승했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나진 e-mFire(이하 나진) 프로게임단이 창단한 후인 6월부터 감독직을 맡게 됐습니다. 제가 처음에 감독직을 맡기 위해 나진 숙소를 방문했을 때는 나진 실드(Shield) 팀만 있었고, 소드(Sword) 선수들은 아직 입단하지도 않았을 때였어요. 이후 소드팀이 창단됐을 때 즈음 제가 감독직을 맡기 시작했으니, 사실 소드는 저와 같이 시작한 팀이나 마찬가지죠.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이뤘다는 것에 대해서는 보람을 느껴요. 하지만 아직 만족은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목표가 바로 있으니까요. 저와 나진 전체 팀원들의 목표는 '롤드컵'이에요.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우승도 당연히 좋고 대단한 성과지만, 여기에서 만족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안주하게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팀 전체가 스스로 더 채찍질하고 연마하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우승한 소드 팀 같은 경우도 그래서 점점 발전해가는 것 같고요. 섬머 리그 때 3위, 롤드컵 8강, MLG 2위에 이어 이번 윈터 1위까지. 아, 말해놓고 나니 꽤나 괜찮네요(웃음). 아무튼 그렇습니다. 만족하는 순간 안주하게 될 것 같아서, 팀원들 모두 좋아하고 있고 저 역시 기분이 좋지만 조심하고 있어요.


시상식 때 선수들이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우승하고 난 후 선수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다들 너무 좋아해요. (윤)하운이 같은 경우는 특히 더 좋아하고요. (조)재걸이나 하운이, (김)상수, (장)누리도. (김)종인이는 평소 조금 무뚝뚝한 편인데, 정말 신나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운이는 특히 꿈같다고 계속 그랬어요. 마지막에 하운이랑 둘이 차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저한테 너무 고맙다고 제 손을 꼭 잡더라고요. 괜히 저도 뭉클했어요.

저희 팀 같은 경우는 내일(6일)부터 휴가에 들어가게 돼요. 사실, 이번에 애들한테 휴가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오히려 마음이 아팠어요. 어떻게 보면 휴가는 당연히 누려야 되는 건데, 포상휴가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잖아요. 진짜 제가 그동안 애들을 힘들게 연습시켰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힘든 시기를 다 버텨준 친구들한테 너무 고마워요. 정말 제가 많이 힘들게 시켰거든요. 경기 전날도, 이틀 전에도, '힘들어도 조금만 더 하자', '내일을 위해서 조금만 잠 좀 줄이고 하자'라면서 애들을 많이 채찍질했어요. 정말 그런 점을 따라와준 팀원들에게 너무 고마워요. 기특하기도 하고요.

원래 결승 준비하는 과정이 다 그렇긴 해요. 정말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죠. 결승까지의 그 힘든 시간들을 기다리면서 인내해야되니까요.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그 결과물이 우승으로 돌아와서 더 기쁘죠. 애들이 정말 대견스럽고 기특해요. 그 순간엔 정말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 ▲ 지난 2일, 감격적인 첫 우승을 달성한 나진 소드 선수들 ]


결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가장 강조하셨나요?

선수들한테는 항상 '절실함'을 많이 생각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이 부분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우승한 소드 팀의 사령탑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니, 소드 팀원들 이야기를 해 볼게요. 이 친구들은 일단 전원이 다 절실해요. 앞으로도 계속 힘들고 지쳐도, 성취감을 위해 해낼 수 있을 친구들이에요. 다들 굉장히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절실할 거에요.

이 '절실함'이란건 프로게이머로써 가져야 할 덕목 중에 하나에요. 욕심 말이에요. 만족하는 순간 내려가기 마련이거든요. 연봉을 억 단위로 받아서 이제 만족한다? 그런 건 절대 안 될 일이에요. 자신에게 만족하는 순간, 그 테두리 안에서 안주하게 되는 거죠. 앞으로도 우리 팀에 들어오고자 하는 친구들이 있을 때, 아무리 레이팅 점수가 높다고 하더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절실함이 없다면 받지 않을 거에요.

사실 저는 걱정이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연습 시간에 항상 자리에 붙어있곤 했어요. 내가 자리에 없으면 좀 나태해지거나 연습을 소홀히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말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잠깐 자리 비우는 일이 있더라도, 애들이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저나 코치가 잠시 자리에 없어도 그대로 연습에 열중하더라고요. 본인들이 절실하니까요.

이번 결승 때도 이런 절실함을 많이 생각하게 했어요. 사실 우승컵을 들고 싶다는 생각은 따로 주지시켜주지 않아도 됐을 만큼, 다들 정말 너무 간절하게 원했어요. 그런 간절함이 그런 힘든 연습 시간들을 견디게 해줬던 것 같아요. 저는 그걸 옆에서 도와주기만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부분이 가장 중요했던 점인 것 같아요.


[ ▲ 화제의 바로 그 인터뷰! 감독님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소드 팀원들 ]


승리 후 인터뷰 때 선수들이 '정신적인 부분을 잡아주신 감독님이 없었다면 우승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평소 선수들에게 어떤 말씀을 주로 해주시나요?

사실 제 욕심이 애들한테까지 내려간 거에요. 가치관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요. 다소 따분할 수 있는 이야기더라도, 계속 알아들을 때까지 이야기를 하거든요. 하운이가 예전에 제 방을 '감옥'같다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웃음). 그만큼 하운이랑은 면담을 수도 없이 했었죠. 오랜 시간, 정말 수없이 많이요.

혼내고, 다독거리고 하는 과정에서 하운이의 눈물도 많이 봤었죠. 그런데 하운이는 그런 인고의 시간 끝에 가장 많이 변한 친구에요. 이젠 저를 믿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저를 믿으니까, 제가 이렇게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해요. 예전 같으면 의문을 가지거나 투정도 부렸을 텐데, 이젠 안 그래요. 제가 하자는 대로 따라오고, 다 믿어줘요.

자꾸 하운이만 예로 들었는데, 다른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에요. 다들 저를, 그리고 서로를 믿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더 좋은 것만 알려주고 싶어져요. 다른 건 모르겠고, 제 자신이 직접 경험을 해온 사람이니까 더욱 더 좋은 길만 알려주고 싶어요. 제가 해왔던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말이에요.

저는 18살에 프로게이머 데뷔한 후 거쳐왔던 오랜 기간의 프로 생활 동안 잘 되어서 성공한 케이스도, 금방 집에 가고 방출되는 케이스도, 영입되고나서 짤리는 케이스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어요. 우리 팀 선수들은 그런 오류를 범하게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힘들지만 애들에게 항상 채찍질을 해왔어요.

처음부터 편하게 시작했으면, 지금의 나진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들을 다 거치고 나서, 이젠 조금 풀어주는 시간이죠. 사실 처음부터 편하게 하다가 애들을 잡았다면, 반감을 살 수도 있어요. 한 영화에서 나온 명대사 있잖아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처음부터 편하게 대했다면 그게 당연시되어버리고, 잘못된 버릇이 들어요.

사실 제가 성격이 조금 고지식하고 원칙 따지고 그런 점이 있어요. 아마 처음엔 정말 힘들었을 거에요. 굉장히 엄격하게 시작했거든요. 저는 코칭스태프란 교육자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분위기나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애들을 교육해 나가는 것. 그 힘든 시간을 다 견디고, 이젠 어느 정도 정신적인 면에서 완성된 우리 팀원들 모두에게 너무 고마워요.


소드 팀이 우승한 후에 내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번 우승 후 애들이 그냥 너무 좋아했어요. 그 외엔 딱히 달라진 점이 없어요. 아무래도 제가 볼 때는 아직 애들이 만족하지 못한 듯 싶어요. 제 생각도 그래요. 아직 만족하면 안 돼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냥 계속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애들이 다들 목표가 하나씩은 있어서 그래요. 그게 뭐, 어떤 목표든 간에요. 돈이 될 수도 있고, 우승컵일 수도 있고, 유명세일 수도 있고요. 개인적인 목표들이 하나씩 다 있으니까, 그게 다 선수들의 원동력이 되죠. 그 목표가 없으면 안 되니까, 아직까지 만족들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아직 나태해지면 안 돼요. 지금은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팀이 성실하지만, 언젠가 나태해지면 또 다시 다잡게 될 거에요. 나사 같은 거죠. 나사를 조이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조금 느슨해져 있잖아요. 지금까진 그런 모습이 안 보였지만, 항상 절실함을 강조해가면서 열심히 다잡아줘야죠.



나진, 이래서 강하다… '인성이 먼저, 실력은 나중'

[ ▲ 나진 팀 감독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의 박정석 감독 ]

선수 생활을 하시다가 감독으로 변신하셨는데, 사실 역할이 다른 만큼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진 않으셨나요?

네, 사실 저도 처음엔 '내가 감독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맨 처음에 나진 산업의 이석진 대표님께서 제게 감독 자리를 제안하셨을 때, 저는 '저 게임 잘 모릅니다. 좀 게임 잘 아는 사람으로 하시는 게 낫지 않겠냐'고 답변했어요. 이도 저도 아닌 팀이 되면 좀 그러니까요. 저도 죄송한 일이고요.

그런데 그 때 대표님께서 확고하게 이야기하신 게 있어요. 지금 선수들은 게임 실력이나, 인게임에서의 전략적인 부분보다는 선수들의 인성적인 부분을 다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셨어요. 프로의식, 목표의식, 이런 것들요. 지금의 선수들이 목표 의식이 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 이건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이다'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저는 못 하는 건 못 한다고, 잘 하는 건 잘 한다고 이야기하는 성격이라서요. 그 부분은 자신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리고 감독으로 취임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사실, 멘탈적인 부분을 잡아주는 이야기보다는 많이 '지켜보는' 쪽을 택했어요. 선수들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던거죠. 모든 사람이 같은 성향일 수 없듯이, 프로의식을 잡아주는 방법도 천차만별로 다르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선수들을 교육해나가기보다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선수들을 파악한 후에야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사실 게임도 잘 모르는 감독이 와서, 처음부터 멘탈이 어떻고, 프로의식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하면 당연히 안 들릴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이제는 어느 정도 빛을 봤다는 생각이 들고, 선수들 모두가 잘 따라와줘서 기뻐요.


감독님이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있다면요?

음, 일단 정신적인 부분이요. 프로게이머를 쉽게 보면 안 돼요. 랭크 점수가 높은 친구들이 '프로게이머 한 번 해 볼까?'라는 생각으로 프로의 문을 두드리곤 하는데, 정말 안일한 생각이에요. 물론 그 땐 쉽게 보일 수도 있어요. 점수가 높으니 대기업팀에서 연락도 많이 오고, 테스트 보라고 먼저 제의도 오고 그러다보면 우쭐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정말 현실은 잠깐이에요. 게이머들이 다 그렇듯이 영원할 순 없어요. 저도 우승하고 그랬을 땐 정말 이게 영원할 줄 알았어요. 게이머가 잠깐이란 건 다 못하는 친구들 이야기고, 저는 그래도 잘 하는데 오래 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없어요. 있을 때 열심히, 소중한 것을 알고 절실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 친구들이 우쭐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것은 알아요. 그런데 그런 잘 나가는 친구들을 모아놓고 팀플레이를 시키다보면 남 탓을 하기 시작하고, 팀워크에 소홀해지고 그런 부분이 보이기도 해요. 말이 길어졌는데, 저는 이런 부분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일단 선수들에게 이기적인 생각을 절대 못 하게 해요. 한 팀이니까요.

예를 들어 팀원 중 세 명은 열심히 하는데, 나머지 두 명이 그냥저냥 플레이를 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나머지 세 친구한테 미안한 거잖아요. 제가 감독으로 있는 한은 그런 모습은 절대 못 봐요. 나머지 세 명에게 죄책감을 느낄만큼 미안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네가 캐리해봐, 나는 끌려가볼게'라는 생각을 가진 친구라면 절대 팀에 둘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내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친구들은 없었지만요. 제 철칙같은 거에요. 그건 너무 이기적인 거잖아요.

게다가 리그오브레전드는 팀워크 게임이잖아요. 팀워크를 망치는 것은 이런 이기적인 생각에서 시작되거든요. 이런 부분을 막기 위해 면담도 정말 많이 했고요. 저희 팀은 이런 부분에선 정말 잘 잡혀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결승은 정말 다들 너무 열심히 했어요. 열심히 한 결과로 준우승컵을 얻었더라도, 아마 나무라진 않았을 것 같아요.

노력 안 하는 친구는 우승했어도 혼낼 거에요. 실제로, 예전에 팀이 경기에서 이긴 후에도 하운이를 혼냈던 적이 있어요. 전 지는 건 괜찮아요. 오히려 노력 안 하는 건 용서가 안 돼요. 연습 열심히 하고 준비했는데 졌으면, 다음엔 조금 더 열심히 해보자며 위로할 것 같은데 반대의 경우는 아니에요. 연습도 안 했는데 지면 더 많이 화나고, 이겼다 하더라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아요.


[ ▲ 승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만 합니다 ]


나진 팀만의 특별한 시스템이나 강점이 있다면요?

사실 대부분의 팀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요(웃음). 차별화는 정말 모르겠어요. 다른 팀의 운영 방식을 그리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요.

우리 팀의 비결이나 노하우가 딱힌 없긴 한데, 정말 강한 점은 하나 있어요. 이석진 대표님이 절 믿으시고, 제가 팀원들을 믿고, 팀원들이 코칭스태프를 믿는 것. '삼위일체'? 이렇게 말하면 아이템 트리가 되는데, 이 말만큼 적절한 게 없네요(웃음). 정말 저희 팀은 전체가 서로를 믿고 존중하고, 따라주고 있어요. 모든게 이런 믿음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과 달리, 리그오브레전드는 3군 체제부터 선수들을 양성하는 체제가 아니다보니 다소 인성적인 부분을 다잡기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감독님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으시다면?

사실 저는 제 스스로 철칙이 있어요. 누군가를 시킬 때, 제가 먼저 해야 되는 성격이에요. 제가 안 하면 남을 못 시켜요. 그래서 항상 제가 먼저 하죠. 처음에 나진 숙소에 왔을 때도, 세탁기 돌리는 것부터 시작해 단체 생활에서 지켜야만 하는 모든 점들이 부족했어요. 안 해봤으니 당연히 그렇겠죠. '나 아닌 누군가는 하겠지'하는 생각이, 단체 생활을 처음 하는 친구들이 모두 갖는 생각이니까요.

저는 18살 때 한빛에 입단하면서 강도경 코치님, 이재균 감독님 아래에서 단체 생활을 시작했어요. 막내 때 밥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도 먼저 하고, 세탁 맡긴 것도 찾아오고요(웃음). 그렇게 다 해왔어요. 막내가 당연히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단체 생활에서는 당연한 거잖아요.

제가 후배에서 선배로 올라오고, 선배에서 감독으로 올라온 후에도 그 생각은 여전히 같아요. 내가 먼저 하고, 솔선수범하면 강요하지 않아도 할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도, 처음엔 '왜 안하지?'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크게 나무라진 않았어요. 내가 먼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굉장히 기초적인 것부터 먼저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면 애들도 느끼기 시작해요. 예의부터, 생활,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 등. 물론 저도 사람이니 가끔 실수도 하죠.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다 보여주고, 어떻게 해결해야하는 지도 먼저 보여줬어요. 하나하나 하다보니까, 애들이 슬슬 저한테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생활적인 부분에서부터, 프로게이머로써 느끼는 것들까지요. 그렇게 하나하나 해나가다보니 이젠 정말 완전한 하나의 팀이 된 것 같아요.


[ ▲ 선수에서 코치로 완벽 변신한 '비닐캣' 채우철 코치 ]


심성수 코치, 채우철 코치 등 나진은 코칭스태프진도 이제 자리를 잡았는데요. 코치님들이 표면에 잘 드러나시질 않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팀에서의 코칭스태프 분들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팀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네요(웃음). 사실 진짜 우리가 이렇게 잘 할 수 있었던 데는 코치들의 영향이 가장 커요. 심성수 코치나, 채우철 코치나 저와 성격이 비슷해요. 나서서 공개된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걸 부끄러워해요. 그래서 아마 이 친구들의 역할이 표면에 잘 드러나질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 결승도 그렇고, 항상 이 두 코치가 하는 역할이 굉장히 커요. 이 게임은 사실 밴픽에서부터 시작이잖아요. 조합이 게임의 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죠. '밴픽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요. 우리 코치들은 항상 이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같이 해요. 강압적으로 이게 맞다, 저게 맞으니 따르라고 말하지 않아요. 선수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논쟁과 토론을 거쳐서 결과물을 내요. 뭐가 좋을 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하죠.

전 다른 팀은 많이 방문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우리 팀이 선수들과의 소통이 가장 원활한 팀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게다가 우리 코치들은 선수들처럼 절실한 마음과 간절한 생각을 가지고 항상 일해요. 노력은 기본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윗 선에서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게 선수들한테도 영향을 많이 주죠. 정말 코치들이 잘 해주고 있어요.

저는 그래서 게임 내적인 부분에는 관여를 최대한 안 하려고 해요. 가끔 '고인'이 되는 챔프에 대해서 던져주는 정도에요. '요즘에 왜 이 챔프는 안 쓰지?'라고 화두를 던져주면, 코치진과 함께 선수들이 그 점에 대해서 이유를 분석하곤 해요.

사실 제가 코치들만큼 게임을 잘 모르기도 합니다만(웃음) 제가 그만큼 게임을 잘 알았어도 터치는 안 했을 것 같아요. 제가 너무 게임에 관여를 하게 되면 코치가 할 일이 없어지잖아요. 저는 연습 스케줄, 타 팀과의 교류, 연락해서 연습 스케줄 잡는 것 등의 부분과 생활적인 부분, 선수들 멘탈적 교육 등 전반적인 부분을 잡아주죠.

이런 식으로 역할 분담이 확실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할 것만 잘 하게 되면 톱니바퀴 돌듯이 팀이 잘 돌아가요. 사실 모든 단체 생활이 1인분만 해내면 되는데, 2인분이나 3인분을 하려는 지나친 욕심 때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지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희 팀은 딱딱 자기가 할 역할들만 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인분 씩만요.


[ ▲ 이번 시즌 가장 성장했다고 평가받는 정글러 '와치' 조재걸 선수 ]


이번 시즌에 실력이 정말 많이 올라온 선수로 모두들 소드의 정글러인 '와치' 조재걸 선수를 꼽더라고요. 팀 안에서의 조재걸 선수는 어떤가요?

재걸이가 처음 들어왔을 때가 생각나네요. 재걸이는 하운이가 추천했던 친구로, 제가 직접 전화해서 팀에 입단 시켰어요. 처음 통화했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요. 제가 전화해서 '우리 팀에서 지금 정글라이너를 찾는데, 혹시 라인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바로 '정글입니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나중에 들어보니 사실 미드라이너였더라고요. 미드 질리언같은 챔피언을 많이 했던(웃음). 그만큼 팀에 들어오고 싶었던 열정이 있는 친구였어요.

리그오브레전드는 팀파이트잖아요. 그래서 5명 중 한 명도 없으면 안 되는 친구들인데, 저는 그 중에서도 재걸이를 많이 꼽고 싶어요. 재걸이는 정말 너무 착해요. 재걸이가 있는 소드 팀 팀원들 다들 너무 착하지만, 재걸이는 그 중에서도 천사에요.

흔히 그런 얘기들 하잖아요. 리그오브레전드가 아니라, '남탓오브레전드'라고요. 그만큼 팀파이트다보니, 남의 탓을 하게 되는 게임이잖아요, 이 게임이. 아깐 와드를 왜 안 박았냐, 왜 이 때 왔냐, 지금 갔어야 되는데 왜 늦게 왔냐 등등. 그런데 재걸이는 그런 이야기를 다 받아주는 친구였어요. 뭐라고 한 소리를 들으면 받아 쳐야 되는데, 그냥 웃어 넘기는 스타일. 그래서 정말 재걸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재걸이가 하도 게임적인 부분에 있어 말이 없어서, 문제가 됐던 때도 있었어요. 그 일로 면담을 했었죠. 그 때 재걸이가 말하길, 본인이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친구들에게 주문을 하기가 좀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실력이 올라가면, 그 때부턴 팀원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거라고요.

그러던 재걸이가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아마 8강전 이후부터는 눈에 확 띄게 늘었을 거에요. 이젠 아무도 재걸이의 실력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노력의 결실이죠. 정말 대단한 친구에요. 어느 정도 독기가 필요했던 상황에서, 그 부분을 코칭해주니 바로 물이 올라왔어요. 스스로 많은 자극을 받았고, 그만큼 성과를 낸 케이스죠.


[ ▲ 결승 홍보 동영상에서도 있었다! '카인' 장누리 선수의 평은 선수들 사이에서 매우 높다 ]


팬들 사이에서 '와치' 조재걸 선수와 '카인' 장누리 선수의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감독님이 보시기엔 어떤 선수들인지요?

재걸이와 누리 같은 경우는, 눈에 안 띄게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친구들이에요. 일례로 '매라' 홍민기 선수를 들어볼게요. 홍민기 선수는 '매라신'이라는 엄청난 칭호를 얻을 정도로 팬 분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잖아요. 그 배경에는 화려한 플레이가 뒷받침되고 있어요. 룰루로 점멸 후 '커져라' 궁극기를 사용해 네 명을 한 번에 띄워버리는 모습이라든지, 블리츠크랭크로 그랩을 완벽하게 성공해 이니시를 건다든지 하는 플레이들은 정말 제가 봐도 대단하고 멋진 플레이에요.

재걸이나 누리는 조용히, 묵묵히 자기 역할만 수행해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친구들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죠. 하운이나 '쏭' 상수, '프레이' 종인이가 플레이는 화려하고 돋보이죠. 그런데 이런 화려한 플레이 뒤에는 항상 재걸이나 누리의 백업이 있어요. 이 친구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조용히 뒷받침을 해 주는 친구들입니다.

축구에 비교한다면 재걸이는 미드필더, 누리는 수비수에 비유해야 할까요. 중간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팀의 공격과 수비를 원활하게 연결시켜주는 역할, 그리고 골문 앞을 지키는 든든한 수문장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공격수들이 빛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재걸이와 누리가 제 역할을 잘 해줘야 팀이 승리를 향해 갈 수 있는 거죠.



다시 보는 결승전! 박정석 감독의 입으로 직접 들어보는 '그 때 그 상황'

[ ▲ 다시 봐도 떨리는 결승전 오프닝 ]

'프레이' 김종인 선수의 트위치는 예정된 픽이었나요?

종인이가 다른 챔피언과 더불어서 트위치도 준비를 많이 했어요. 사실 밴픽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에 트위치가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상 상대 팀에서 밴했던 챔피언들은 밴 당할 것을 예상하고 연습을 안 했고, 일부러 다른 챔피언들을 준비했거든요. 트위치도 그 중 하나에요.


이번 결승에서 소드 팀의 승리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밴픽이 게임 승패의 50%를 차지하는데, 이 밴픽에서 저희가 이겼다고 생각해요. 그 바탕에는 상수의 영향이 좀 큰 것 같아요. 상수가 다양한 챔피언을 많이 픽해서 보여줬기 때문에요. 최근 그라가스, 트위스티드 페이트, 라이즈, 케일, 이블린 등 정말 다양한 챔피언 폭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만큼 밴픽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챔피언 선택 폭이 넓다고 해도, 사실 경기를 지면 의미가 없어요. 1경기를 이겨야만 2경기 픽밴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일 1경기에서 라이즈를 했는데, 그 경기를 졌다면? '저 챔피언은 역시 별로네'라고 생각하면서 밴을 안 하겠죠. 그런데 이기고 나면? '잘 하네, 저 챔피언은 강하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애초에 준비해왔던 픽밴에 영향을 미치게 되겠죠.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만들 수 있는 거에요.

사실 저희는 이번에 프로스트가 뉴메타를 들고 나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했는데, 아무래도 IEM에 출전하다보니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준비했다 하더라도, 패하고 있는 상황이니 사용할 여유가 없었겠죠.

이번엔 저희가 이겼지만 앞으로도 프로스트와 블레이즈는 잘 할 거에요. 항상 상대할 때 긴장을 늦춰선 안 될 강팀입니다.


[ ▲ 다시 생각해도 너무 강력했던 아주부 프로스트 ]


경기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은 어떤 점인가요?

프로스트나 블레이즈나 참 저력있는 팀들이에요. 초반에 아무리 기울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엄청난 한 타 싸움을 만들어내서 이기는 팀이에요. 반면 우리 팀은 고질적인 문제였던 '다이브'가 있죠(웃음). 사실 게임은 화려하고 재밌을 지 몰라도, 또 팬 분들은 좋아해주실 지 몰라도 이길 수는 없는 경기 운영을 해 왔었죠.

프로스트는 한 타가 정말 강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가장 조심했어요. 바론도 확실히 먹을 수 있을 때만 먹어야지, 그게 아니면 역으로 노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하라고 했었고요. 프로스트는 인내심을 가지고 정말 잘 참으면서, 이길 수 있는 한 타가 나올 때까지 계속 고민하는 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리해도 방심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을 주지시켰어요.

2경기 같은 경우도 그렇잖아요. 다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미드 억제기에서 나온 한 타 싸움에 정말 역으로 끝까지 밀릴 뻔했죠. 넥서스가 파괴당할 뻔 했잖아요. 정말 아찔했죠(웃음). 여튼 그런 식으로 프로스트의 한 타를 연습을 많이 했어요. 예전처럼 무작정 공격하던 그런 성향은 많이 바뀌었고, 지금은 선수들 스스로가 완급 조절을 할 줄 알아요.

사실 저희 팀 문제는 Summer리그 때부터 계속 있어 왔어요. 계속적으로 다이브를 하니까요. 그 때 타워 있는데도, 막 들어가고 말이죠. 멋지고 재밌긴 한데 이길 수 없는 게임을 계속하는 게 눈에 보였어요. 하지만 그 때까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르고 했다면, 지금은 이기는 방법을 알고 게임을 해요.

리그오브레전드는 건물을 깨는 게임이잖아요. 챔피언 한 명 더 지우고 이러는 게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맵 컨트롤. 이걸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이미 선수들이 뼈저리게 느껴왔던 점이고, 그 부분을 고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MLG때도, 챔피언스 부산 개막전 때도, 프로스트, 블레이즈, KT롤스터 B팀할 때도 유리할 때 계속 경기를 가져가지 못하고 졌잖아요. 그 때부터 계속 연마해왔고, 결과로 이제 나타난 것 같아요.


소드는 3경기 내내 신 짜오(정글), 두 경기는 레넥톤(탑)을 픽했는데요, 밴이 안 되면 이 챔피언을 하겠다고 준비해온 것인가요?

사실 신 짜오가 밴이 안 된게 의아해요. 1경기 패인이 봇 라인의 누누에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2경기에 누누 밴이 나왔던 것 같고요. 아니면, 신 짜오를 우리에게 그냥 준 건가 싶기도 해요. 대안을 가져왔기 때문에 밴을 안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아마 아무무였는지, 뭐였는지는 몰라도 여튼 밴이 안 된건 의문이에요. 자신감이 있었을 수도 있고요.

레넥톤은 하운이가 준비를 많이 했었던 챔피언이에요. IEM 이후에 더 많이 준비했어요. 아이템 트리도 연구를 많이 했고, 이번엔 '강철의 솔라리 펜던트'를 가져갔었죠. 요새 유행을 타는 것 같아요. 게이머들 사이에서 그 아이템의 효율이 정말 좋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 ▲ 결승전 내용을 다시 보고 싶다면? 전적실에서 '펼치기'를 눌러라! ]


1경기에서 상대 팀 정글러인 '클템' 이현우 선수를 공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미리 준비해온 운영인가요?

사실 그 상황 자체가 사전에 연출을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거죠. 하운이와 재걸이가 1경기에서 만들어낸 작품이에요. 사전에 클템을 어떻게 공략해라, 겨냥해라, 초식으로 만들어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어요.

처음에 하운이가 레넥톤으로 타워를 넘어 파밍했잖아요. 솔직히 원래의 하운이의 플레이를 아는 사람들은 '쟤 또 무리해서 파밍하네'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하운이가 그걸 역이용한 거죠. 클템이 자길 잡으로 당연히 올 것이라는 걸 아니까, 미리 재걸이를 불렀고요.

아무무가 붕대를 던지자마자 신 짜오와 레넥톤이 공격을 해서 잡아먹었던 거죠. 아무무가 워낙 초반 카정이 쉽잖아요. 하운이와 재걸이의 센스가 거기서 빛을 발했던 거고, 그 때부터 아무무가 말리기 시작했던 거죠. 예전의 하운이였다면 그냥 무리한 파밍을 하다가 죽었을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옛날의 하운이가 아니에요. 무리만 하는 하운이가 아니라, 팀을 훨씬 더 많이 생각해요. 자기가 무리하다가 지면, 팀원들에게 정말 많이 미안해해요. 그러다보니 팀원들도 하운이를 다독거리게 되고, 서로 행동을 보완해주면서 점점 자신보단 팀의 승리를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 팬 분들은 이것이 궁금했다! 박정석 감독에게 들어보는 일문일답

[ ▲ 지난 며칠 간 롤인벤 '자유게시판'에서 진행됐던 질문 보따리를 풀어봤습니다 ]

이제부터는 팬 분들의 질문에 답해주실 시간입니다(웃음). 박정석 감독님의 레이팅은 몇 점이신가요?

아, 저도 그 리플들을 봤어요. 제가 언랭이라는 것을 궁금해하시던데(웃음), 한 때 800까지 떨어졌던 건 사실이에요. 지금은 1300에서 400점 사이 정도에요. 제가 사실 게임을 많이 할 시간이 없다보니, 한 자리에 앉아 꾸준히 점수를 올리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라인과 챔피언은 뭔가요?

이렐리아와 이즈리얼, 이 두 챔프가 모스트에요. 탑하고 원딜을 많이 해요. 승률은 이렐리아가 제일 높고, 이즈리얼도 비슷한 편입니다.


감독님이 보는 나진 소드 선수들의 모습은?

누리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정말 잘해요. 의외라고 생각하실 분들 계실 것 같은데(웃음), 정말 사교적이에요. 재걸이도 사교적인 편이고, 하운이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상수는 부끄러움을 정말 많이 타요. 종인이의 경우는 표현조차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무뚝뚝한 남자인데, 한 번씩 개구쟁이처럼 굴 때가 있긴 해요. 다들 친하니까, 그 나이 또래처럼 다들 재미있게 놀아요.


[ ▲ 나진의 예능감은 '막눈' 뿐만이 아니다! 공개석상에서도 장난을 치는 '카인' 장누리 선수 ]


나진 팀은 개인 방송이 왜 금지인가요?

아예 금지는 아니에요. 쉬는 날에 너무 하고 싶으면 해라, 단 숙소에서는 절대 금지. 이런 규칙이 있어요. 팬 분들껜 죄송한 이야기죠. 하지만 이 친구들을 팬 분들이 책임져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스스로를 책임져야되는 프로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기관리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정했어요.

선수의 성향이나 스타일이 드러나기 너무 쉽기도 하고, 내부적으로도 보안 상 안 좋을 것이라는 이유도 있고요. 그리고 숙소에서 하게 되면 그런 부분도 있어요. 저희 연습실은 소드, 실드 모두 한 연습실을 사용해요. 다 같이 있으니까, 한 선수가 마이크를 켜는 순간 나머지 친구들이 굉장히 조심스러워져요. 말도 조심해야하고. 그렇게 한 친구 때문에 나머지 친구들이 희생해야하는 건 잘못된 거죠.

개인 방송이 사실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아닌가를 고민해봤을 때 득이 되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숙소에 있는 모든 사람이 불편해지고, 의도치 않게 귓속말 노출이나 게임을 하다 실수로 욕설을 할 수도 있는 등 방송 사고도 우려되고요. 플러스요인이 될 게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팬 분들께 항상 죄송해요.

하지만 달리 말씀드리자면, 그 시간에 더 가다듬고 연마해서 방송 리그에서 더욱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거죠. 그런 부분으로 보답하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숙소에서 다른 게임 못해요. 야구장에서 축구하면 안 되듯이요(웃음). 간단한 플래시게임이나, 빠지지 않을 것 같은 게임들 정도는 허락하고 있어요.


우승 후의 회식에선 뭘 드셨나요?

알리스타를 먹었습니다(웃음). 소고기를 배부르게 먹었어요.


평소 팀에서 누가 가장 많이 먹나요?

아마 다들 아실 것 같은데요(웃음). '도도갓'께서 가장 많이 드십니다. 김종인 선수요.

[ ▲ 가장 많이 드시는 영예의(?) 1위, 김종인 선수 ]



챔피언스 리그 4강 팀들에 비해 소드가 가졌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는 사실 8강, MVP WHITE 전이 가장 힘들었어요. 비유를 하자면 패기 대 패기의 싸움이랄까요. 저희는 노련함으로 보기엔 경력이 짧은 편이잖아요. 패기 하나만 믿고 경기하는데, 상대 팀은 저희보다 패기가 더 좋은 거에요(웃음). 지나고 나면 조금 어렵게 승리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4강은 정말 많이 긴장하고 했죠. 조금만 삐끗하면 탈락이니까요. 어느 팀 하나 약한 팀이 없는 것 같아요. KT든, 블레이즈든, 프로스트든요. 이번엔 저희가 이겼지만 앞으로도 잘 할 팀들이라 여기서 긴장을 늦출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에 가장 조심해야될 것 같은 팀은요?

4강이었던 나머지 세 팀이 될 것 같아요. 다음 시즌도 똑같이 무서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승에 임하면서 KT롤스터 B팀과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러다보니 서로에 대한 스타일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래서 다음 시즌에 만나게 된다면, 저희와 맞카운터이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이번에 연습한 KT와는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 같아요.


[ ▲ 2012년 수상기록만 봐도 엄청난 강세! team WE ]


중화권 강팀인 WE, TPA, TPS 등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가장 최근에 본 중화권 팀들 경기는 SWL인데요, 확실히 정말 잘하더라고요. WE, TPA, TPS 등 중화권의 대부분 팀들이 약간 후반 지향형인 팀들이에요. WE는 특히 무리를 안 하는 팀이죠. 그런 팀이 사실 상대하기도 어렵고, 무서운 팀이에요. 어떻게든 한 타를 만들어 내니까요.

이 게임이 사실 한 타가 정말 무서운 게임이라, 초반에 아무리 갱킹을 잘 해서 킬을 따내고 유리함을 가져가더라도 그 유리함을 한 타 싸움까지 가져가지 못한다면 한 번에 확 뒤집어질 수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WE나 TPA가 정말 무서운 팀인 것 같아요. 해외팀을 이야기한다면 전 M5도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잘하는 팀들이 너무 많아서 상대하기 힘들긴 하죠. 하지만 그만큼 e스포츠가 글로벌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 스타크래프트같은 경우는 쇼트트랙이나 양궁, 태권도 같은 느낌이었잖아요.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거의 올스타전인 셈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도 힘들고, 세계권에 진출해서도 힘들고. 그런데 그래서 더 재밌고 성취감을 느끼긴 해요. 보시는 분들도 같은 생각 하실 것 같아요. 더 볼거리가 많아졌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바로 지금입니다(웃음). 더불어, 팬 분들께도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우선, 항상 나진 e-mFire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우승할 수 있게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나진 산업 이석진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심성수 코치, 채우철 코치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또 선수들 전원이 그동안 힘들게 연습을 해왔는데,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소드, 실드 모두 휴가 잘 보내고, 다들 처음 만났던 그 마음으로 돌아와서 다시 달려보자고 하고 싶네요.

팬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 팀,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롤드컵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한 발짝, 한 계단씩 밟아 나가는 나진이 될게요. 많이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세요. 아, 그리고 저희 나진 프로게임단 공식 팬카페 홍보좀 할게요(웃음). 많이 찾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 ▲ 경기 직전에 만난 나진 소드 팀. 누리 선수의 장난스런 표정이 눈에 띄네요 ]

[ ▲ 나진 e-mFire,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