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것이라면 e스포츠를 뺄수 없을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속편인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이러한 한국 선수들의 강세는 바로 프로 팀 시스템의 힘에서 나온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실력을 키우려는 외국 선수들이 종종 한국을 방문에 팀 숙소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도 종종 있는 일입니다.

이번에 만난 선수 역시 스타크래프트2에서 최고의 위치에 서겠다는 꿈을 안고 멀리 노르웨이에서 한국까지 찾아왔습니다. 바로 팀리퀴드 소속의 저그 'Snute' 옌스 아스가드(Jens Aasgaard).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그는 스타크래프트2를 접한 후 프로게이머의 길을 선택했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역만리 한국에 찾아와 CJ 엔투스 숙소에서 자신의 실력을 가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CJ 엔투스 생활에 만족한다는 'Snute', 머나먼 타지에서 하루하루 자신의 실력을 성장시키는 벽안의 노르웨이 청년을 인벤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본 인터뷰의 통역은 임소정(트위터: @esports_sojung) 님이 맡아 진행해주셨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인 'snute' 옌스 아스가드입니다. 1990년생 노르웨이인 이고, 나이는 23살입니다. 팀리퀴드에 소속된 선수로 저그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나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공부했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게임은 취미로만 즐겼었죠. 그리고 음악 기술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는데, 스타크래프트2를 만나고 즐기다보니 게임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나름 성적도 좋아서 노르웨이 대표로 WCG 2011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외국 대회에 참가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완전 프로게이머로 전향했습니다.

사실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는 것뿐인데, 기회가 될 때마다 각종 대회에 참여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노르웨이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선수가 되어있더군요. 참 신기했습니다. 원래 취미로 즐기던 게임이 제 본업이 되다니,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죠.

WCG 2011을 통해 제가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평범한 편이라고 생각하고요. 아쉽게도 프로게이머가 되면서 여자친구와는 헤어졌습니다. 이것 말고는 다 좋네요.

가끔 프로게이머가 아닌 평범한 삶이 그립긴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한 생활로는 나중에라도 돌아갈 수 있지만 선수 생활은 지금이 지나면 할 수 없으니까요.


Q. 저그 종족을 플레이하고 있는데, 어떻게 저그를 선택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모든 종족을 플레이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그 승률이 좋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주 종족으로 저그를 선택했습니다. 빠른 템포로 경기를 플레이할 수 있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저그를 잘하게 되면 게임 전체를 조율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Q. 팀리퀴드에 입단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아마추어 시절부터 노르웨이 팀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제가 팀의 에이스가 되어갔고, 조금 더 큰 팀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 팀에서 정말 잘 챙겨주고, 선수 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죠. 그래서 지금도 이전 팀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제 목표는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고, 그러기에는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팀에 입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주위에 이야기 하던 중 팀리퀴드에서 이 소식을 듣고 저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결국 팀리퀴드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Q. 팀리퀴드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팀리퀴드에서 따로 제공하는 숙소는 없었기에, 팀에는 소속되었지만 혼자서 연습했죠. 그리고 팀리퀴드는 선수들의 관리에 굉장히 신경 써주고, 선수들에게 정말 친절한 팀입니다. 팀리퀴드에 입단한 이후 외국대회 참가할 일이 많았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최고의 팀이었죠.

같은 팀 모든 선수와 친하게 지내고, 한국 선수 중에는 송현덕 선수와 마음이 잘 맞았습니다. 팀리퀴드 소속은 아니지만 이블 지니어스의 이제동 선수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제동 선수는 정말 좋은 선수고 개인적으로는 존경하는 선수죠. EG-TL 한국 숙소에서 지내며 선수들과 친해졌는데, 숙소가 나뉘면서 같이 생활할 수 없어진 게 많이 아쉽습니다.





Q. 지금 CJ 엔투스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전에 CJ 엔투스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이런 팀이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저보다는 제 친구가 브루드워 시절 e스포츠 경기에 빠져 있었는데, 친구를 통해 CJ엔투스 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Q. 그렇다면 CJ 엔투스 숙소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팀리퀴드 매니저가 좋은 기회가 있다며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팀리퀴드와 박용운 감독님 사이에 선수 파견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매니저의 제안을 듣자마자 한국행을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 다시 간다는 것이 조금 걱정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대가 되었습니다.


Q. CJ 엔투스 숙소에 합류해서 지낸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선수들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EG-TL 숙소도 좋은 분위기였지만 CJ 엔투스 숙소는 활기가 넘치다 못해 터진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전체적인 팀 분위기가 밝습니다.

정우용 선수와 김정우 선수가 저한테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를 걸어줍니다. 물론 영어로요. 서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간단한 단어로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번역기를 쓰기도 해요. 조금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두 선수와 이야기를 하는 게 즐겁습니다.


Q. CJ 엔투스 선수들 중 어느 선수들과 가장 친한가요?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아무래도 이야기를 많이 걸어오는 정우용 선수, 그리고 김정우 선수와 친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선수는 조병세 선수입니다. 다들 농담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지만 조병세 선수가 가장 재미있게 농담을 하는 편입니다.


Q. 조금 진지한 질문으로 넘어가서, 본인이 생각하는 CJ 엔투스 선수들의 실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직접 경기를 해본 선수 중에 김준호 선수가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탄탄한 운영을 주로 하는 선수라 제가 치고 들어갈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죠. 꼭 이기고 싶은 선수 중 한 명입니다.

'갓습생' 김정훈 선수도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에요. WCG 2013 대표선발전 이야기를 들으니 놀랍고 흥미로웠습니다.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보일 선수라고 생각하고요.

이재선 선수를 상대하는 것도 쉬운 편이 아닙니다. 이재선 선수는 경기 운영을 까다롭게 하는 편이라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김정우 선수는 심리전의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동족전에서 심리전은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고, 이런 부분에서 김정우 선수는 동족전에서 정말 강력한 경기력을 보이죠.





Q. EG-TL 시절 같이 생활했던 박용운 감독과 다시 같이 생활하게 되었는데, 박용운 감독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농담도 잘하시고 재치도 있으시신 분입니다. 그리고 활발하고 밝은 분이시죠. 매사에 긍정적인데다가 선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잘 전달해줍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서는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죠.

박용운 감독님이 만들었던 엔투스 용팝 영상도 봤는데 어색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Q. 프로게이머인 만큼 성적애도 욕심이 있을텐데, 내년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요?

2011년 WCG가 끝난 후 2012년에는 최고의 선수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그게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하고요. 탑 20 이나 탑 50 같은 목표는 의미가 없어요. 그런 목표를 세우는 것과 최고가 되자는 목표를 세우는 것과 차이가 없거든요. 일단 외국 저그 선수 중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내년에 한국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에 있던 최고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내년에는 많은 대회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내고 싶기도 하고요.


Q. 본인이 생각하는 저그 선수 중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가 있나요?

원래 스테파노 선수가 내 라이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은퇴를 해 버렸네요(웃음). 제가 가장 자주 만나는 선수가 제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고석현 선수가 내 라이벌 같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고석현 선수와 막상막하의 경기를 많이 벌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고석현 선수와는 좋은 라이벌인 만큼 좋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Q.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국의 스타크래프트2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힌국 스타크래프트2 팬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습니다. 프로리그 시절 몇 번 경기에 나섰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고, 그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잠시간의 프로리그 활동 중에 인상에 남는 것은 많은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에게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선수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큰 힘이 되거든요.

또한, 한국은 스타크래프트2 선수 생활을 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CJ 엔투스 팀 숙소 같은 환경이 선수가 실력을 향상하기에는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이런 환경 자체가 한국을 스타크래프트2 강국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팬들의 성원과 팀 시스템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결과죠.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계속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내년 WCS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인터뷰를 볼지는 모르겠지만, 노르웨이 팬들에게도 꼭 만나서 같이 놀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