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 선수라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매니저'라는 직업이죠.

선수들이 자신의 연봉 협상, 처우 개선, 활동 대회 계획 등 모든 부분을 신경 쓰다가는 정작 경기에 모든 걸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선수들이 연습과 경기에 집중할 때에 최고의 경기력이 나오기에 이런 부분을 대행해 주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 외에 기타 자잘한 업무들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러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고는 합니다. 곰TV에서 진행하는 GSL을 무대로 활동하는 팀들이 속해 있는 '이스포츠연맹(eSPORTS Federation, eSF)'이 바로 그런 단체입니다. 지난 11월 그래텍이 이스포츠연맹의 회장사를 맡은 이후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스포츠연맹, 과연 이스포츠연맹은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을까요?

인벤에서는 이스포츠연맹 이준호 사무국장을 만나 과연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화면에 비치지 않지만, e스포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한 번 살펴보세요.






안녕하세요. 인벤 독자 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스포츠 연맹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준호입니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 팬텍 앤 큐리텔 팀에서 수석코치를, 이후 KTF팀에서 감독 대행을 맡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2를 시작한 이후에는 프라임 팀 감독, 스타2 협의회 운영팀장과 GSL 심판을 거쳐 이스포츠연맹 사무국장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 ▲ 이스포츠연맹 이준호 사무국장 ]



이스포츠연맹 사무국장을 맡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이스포츠 연맹에서 연맹 회장사 역할을 그래텍에 제의하여 승낙한 후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다 보니 실무적인 업무를 처리할 사람이 필요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관련된 일을 처리하던 중 그래텍 오주양 상무와 채정원 e스포츠 본부장이 '연맹 사무국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주셨습니다. 저 자신도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에 흔쾌히 승낙하고, 이후 정식으로 이스포츠 연맹 사무국장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스포츠연맹은 어떤 일을 진행하는 단체인가요?

이스포츠 연맹의 가장 기본이 되는 업무는 게임단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소속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 일차적인 목표가 연맹의 사단법인화라고 생각하여 현재 그와 관련된 업무를 우선하여 진행 중입니다. 또한, 게임단 후원사 업무 진행 같은 여러가지 업무를 같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사단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연맹이 사단법인이 되면서 가지게 되는 의미는?

아무래도 사단법인이 된다면 신뢰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단법인 설립이 완료된다면, 이후 더 많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단 후원이나 선수 복지 증진에 명분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기에 현재 연맹의 가장 우선 목표로 사단법인화를 두고 있습니다.


같은 e스포츠 단체로서 한국e스포츠 협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상호 간 협력이나 기타 부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케스파) 쪽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경기대회에서 스타2 국가대표 선발전을 케스파와 연계해서 진행 중입니다. 또한, 얼마 전에 진행된 이스포츠 대상도 케스파 측에서 참여를 요청하여 연맹 게임단이 논의 후 이스포츠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군단의 심장 출시 이후에는 두 단체 간에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케스파와 우리가 싸워야 하는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협력을 통해 이스포츠 시장을 더 발전시키고 흥행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 관계이지 서로 부딪히거나 싸워야 하는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케스파에 있는 분들과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고 친분이 있는 사이입니다. 서로가 필요없는 아집을 부리지 않는다면 선의의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 ▲ e스포츠대상에 참석한 FXOpen팀 ]



예전 TSL 해체 당시 선수들의 이적 협상을 대행했는데, 이스포츠 단체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TSL 선수 이적 협상 대행은 채정원 본부장의 아이디어였습니다(웃음).

연맹 게임단들의 기반이 튼튼한 편이 아니다 보니 팀이 해체되는 일이 생겼고, 그런 일로 팀을 잃은 선수들이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팀, 그리고 환경이 좋은 팀으로 이적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채정원 본부장의 제안이 있길래 연맹에서 TSL소속 선수들의 동의를 얻은 후 협상 대행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연맹에서는 2주에 한 번씩 연맹 게임단 감독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때 연맹에서 선수 이적 협상을 대행하기로 했고, 팀을 찾지 못하는 선수가 생기면 연맹 내에서 선수를 영입하도록 의견을 모았습니다.


현재 연맹에 소속된 게임단은 스타크래프트2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타 종목으로 확대도 고려 중인지?

사실 이 부분은 이스포츠연맹에서 소속 팀에게 종목 확대를 강요할 일이 아니라 팀의 선택에 이스포츠연맹이 지원을 해 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2 외에 MVP와 LG-IM은 LOL을, 스타테일은 FPS종목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부분에서 활동 중입니다. 또한, 연맹 소속 게임단에서는 게임단 지원 영역을 넓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목 확대에 대해 좋은 소식이 있다면 각 게임단에서 발표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스포츠연맹과 연맹 회장사인 그래텍의 상호 관계는 어떤가요?

아직은 그래텍에서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래텍에서 이스포츠연맹에 대한 전담 업무는 채정원 본부장이 맡아 진행하고 있고, 사안이 큰 경우에는 오주양 상무님도 업무를 도와주십니다. MLG 시드 선발전 등의 업무도 채정원 본부장이 해외 리그사들과 연계하여 우리에게 도움을 준 부분이죠. 이러한 점에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 ▲ 지난 1월 진행된 이스포츠연맹 소속 선수 소양 교육에서 강의중인 채정원 본부장 ]



이스포츠 연맹 10대 비전에서 '안정적인 게임단 운영 환경'을 지원한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연맹에서는 사단법인 설립과 함께 게임단 운영 지원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맹이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되면 각 게임단의 후원사 영업 지원을 발 벗고 나설 계획입니다. 각 게임단의 후원 제안서 부터 많은 부분에서 게임단을 지원하여 업무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선수들의 복지 향상을 통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계획입니다.


e스포츠 관련 단체에 대해 시청자, 팬층에서 좋지 않은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부분의 개선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요?

사람이 하는 일인데 실수는 있을 수 있고, 그에 대한 질타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케스파 뿐만 아니라 우리도 실수하고, 잘못하면 질타를 받아야죠. 다만, 똑같은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케스파 역시 과거와는 많이 다른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나 역시 케스파 소속 게임단에서 일했고, 실제로 만나보면 다들 좋은 사람이었죠.

게임단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원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저희 목표 중 하나입니다.


현재 연맹에서 추진중인 사업이나 계획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단 1순위는 사단법인 설립이고, 각 게임단 후원사 영업과 함께 타 종목으로의 확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단법인 설립에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있죠. 하지만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연맹 게임단 감독 정기회의서 나오는 요구사항 등을 바로바로 곰티비에 피드백을 주고 있고, 많은 부분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곧 시작하는 GSTL 시즌1을 맞아 게임단, 그리고 곰TV와 연계한 관련 이벤트를 준비 중입니다. 결정되는 대로 관련 사이트나 매체를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준호 사무국장님이 보시기에 군단의 심장 발매 이후 분위기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군단의 심장 출시 이후 반응은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가는 아저씨 커뮤니티가 있는데(웃음), 자유의 날개 시절에는 아무도 스타크래프트2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좀 섭섭하기는 하더라고요. 하지만 군단의 심장 출시 이후 '캠페인은 어떻게 깨느냐?'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스타크래프트2에 관한 이야기가 점점 늘어가고, 런칭행사에서 열린 이영호 선수와 이승현 선수의 경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PC방에 자주 가는 편인데, 군단의 심장에 새로 도입된 기능 덕분에 근처에 누가 스타2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죠. 이 수가 점점 늘어가더라고요. 체감적으로 느끼는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경기가 정말 재미있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유의 날개와는 다른 '좋은 분위기'가 연출될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블리자드 역시 예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금 천만 원 이하의 대회 제한을 풀어준 것이 그 좋은 예죠. 앞으로 블리자드에서 아마추어 클랜들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하고, 추가로 온게임넷, 그리고 곰TV 해설자들의 피드백 수용을 더 적극적으로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스포츠연맹을 지켜보시는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게임단과 소속 선수들은 군단의 심장이 나온 지금 스스로와의 경쟁에 더 매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유의 날개 시기에는 먼저 시작했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군단의 심장이 나왔으니 다들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팬들을 위해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군단의 심장 런칭행사, 그리고 MLG에서 보여주었던 이승현 선수와 이영호 선수의 멋진 경기, 그로 파생되는 멋진 라이벌 의식이야말로 팬들을 매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포츠연맹 역시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며, 케스파와 협력을 통해 가능한 일은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연맹 대 협회 소속 선수 올스타전'같은, 듣기만 해도 누구나 두근거리는 이벤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게임단의 활동을 지원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하고,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드릴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