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네가 쭉 뺐어야 했어."

강남 곰 TV 스튜디오 앞에서 만난 해설진 세 남자는 인터뷰 장소까지 걸어가면서 끊임없이 도타 2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이 아이템이 상당히 괜찮았다."
"맞다, 리키는 분산의 검이 코어지만 그 아이템도 나쁘진 않았다",
"한타에서 네가 조금 뒤에 빠져 있다가 들어오면서 스킬을 맞추는 게 상대편 캐리를 잡는 데 더 도움이 돼."
"우리도 311을 해야 된다니까?"

이분들이 정말 해설진인지, 아니면 NSL에 참가하는 선수들인지 헷갈릴 정도의 깊이 있는 얘기를 하는 걸 듣고, 정말 도타 2에 푹 빠져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세 남자는 인터뷰 중간에 화장실이나, 쉬는 시간을 가지지도 않고 한 시간 반 넘게 도타 2 얘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어찌나 도타 2에 푹 빠졌던지, 인터뷰가 끝나면 당장에 도타 2를 할 기세더라고요.

소개합니다. 이번 NSL 리그 중계와 해설을 하게 된 "도타맨" 박상현, 정인호, 박대만 해설입니다.




"푹 빠져 있다." 박상현, 정인호, 박대만 해설을 만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에 NSL 중계를 하시게 됐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박대만 : 새로 시작하는 게임을 하게 돼서 기분이 좋습니다. 도타 2에 열정을 불사르고 중이고, 의욕도 가득 찼습니다.

박상현 : 박대만 해설은 게임을 해설할 게임을 심사숙고해서 고르는 스타일인데, 도타 2는 해설 하지 못해 안달난 상태입니다(웃음).

정인호 : 워크래프트 3 선수 생활을 하면서, 도타 올스타즈(도타 1)를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도타투게더때 게스트로 나가고 싶었는데 여건이 안됐죠. 도타 2의 첫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세 명이 함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상현 : 저는 새로운 게임이 나올 때 다 해보는 편이에요. 도타 2는 중계가 확정되기 전에 한 두 판 하게 됐고, 재미를 붙여서 하고 있어요. 내가 재밌으면 보는 사람도 재밌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 ▲ "제가 재미없어하는 게임을 중계할 때 티가 나는 것 같아요." ]


곰 TV가 AOS류의 게임을 중계 하는 건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나요?

박상현 : 아발론, LOL도 플레이해봤어요. 그래서 AOS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죠. 지금은 도타 2를 즐기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정인호 : MBC 게임에 있을 때 카오스, 아발론을 중계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IPL 대회를 하면서 LOL 중계도 해봤죠. 도타 2는 워크래프트 3 느낌도 강하게 나고, 다른 AOS와 다르게 전략이 많아서 연구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여가시간에 도타만 하는 것 같네요(웃음).

박대만 : 저는 AOS는 도타 2가 처음이에요. 도타투게더가 인연이 돼서 도타 2를 처음 시작해봤어요. 도타 2는 알아가는 것도 재밌고 배우면서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이니까 재밌어요. 마음 같아서는 게이머 눈높이의 해설을 하고 싶은데, 합숙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그건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박상현 : 박대만 해설은 프로팀에서 제의도 왔어요.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 없느냐고(웃음).

박대만 : 그건 아니고, 즐기면서 하고있어요(웃음). 많이 아는게 답인 것 같아요.

박상현 : 박대만 해설은 인간적으로 너무 많이 해요. 15시간 정도 하는 것 같은데(웃음).

박대만 : 하루에 20게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박상현 : 게이머 시절에 이 정도 했으면 우승도 했을 거에요(웃음).

[ ▲ "도타 2로 3일 밤을 새본것 같은데요" ]


진입 장벽? 그런 건 없다.

진입 장벽에 대한 사람들의 걱정이 많은데,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진입 장벽을 느끼셨는지?

박상현 : 제가 일반인 기준이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도타 2는 게임 안에 가이드가 있어서 아이템 트리와 스킬 찍는 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요. 그대로 따라가면서 QWER 스킬 네 개만 몇 번씩 써보면 그 영웅에 대한 모든 걸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가장 어려운 게 짐꾼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 짐꾼의 자동 배달과 본진 귀환 같은 단축키만 익히면 어려운 게 없어요. 사실 어렵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정인호 : 다른 게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새로운 게임상의 인터페이스 때문에 진입 장벽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 같아요. 리플레이 한 경기만 봐도 그 게임에 대한 걸 거의 다 알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정말 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아요.

디나이와 막타 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전략을 익혀야 합니다. 하지만 다양하기 때문에 보는 게 재밌고, 알아가는 재미 또한 있는 것 아니겠어요?

박대만 : 게이머 출신, 게임 방송을 해본 경험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같은 조금 전문적인 게임을 했던 사람은 진입 장벽이 없어요. 쉬운 게임입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벽 차이는 크다고 생각해요. 프로팀 정도의 수준에 올라가기 위한 진입 장벽이 높다고 말하면 이해하지만, 하루해 보고 어렵다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스팀을 통해 서비스되기 때문에 예전 핑이 굉장히 높을 때는 모르겠지만 지금 동남아 서버에서 플레이 했을 때 지연시간을 거의 느낄 수 없어서 접근성도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 ▲ "에이 진입 장벽이 어딨어요?" ]


도타 2의 매력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정인호 : 영웅들의 첫인상은 예쁘거나, 귀엽진 않아요. 하지만 그 영웅들을 가지고 놀아봤을 때 느끼는 손맛이나 성취감이 큰 게 매력이죠. 내가 전장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재밌어요.

박상현 : 아이템 심리전이 재밌어요. 칠흑 왕의 지팡이나 칼날 갑옷 같은 액티브 아이템들을 언제 사용하는지 같은 심리전이 숨은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영웅마다 재미가 다른 것 같아요. 영웅마다 다른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어요. 영웅들의 외형이나 스킬 디자인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영웅을 만들었을까 하는 창의성에 놀랍니다.

정인호 : 또 전략적인 것이 너무 재밌죠. 밴픽에서 불리하게 시작해도 라인 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점도 재밌어요. 게임을 알수록 느끼는 재미가 있어요.

박상현 : 조합에 따라 전략의 테마가 확 바뀌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그리고 팀마다 색깔이 분명하게 나와요.

박대만 : 도타의 매력에 대해 한 시간 넘게 말할 수 있어요. 나무 개념, 언덕, 시야, 중립 몬스터의 스킬 등,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끝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게 재밌어요.


도타 2의 단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표적으로 경기를 보는 사람이 지루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인호 : 그것에 대해서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타 2를 잘 아는 유저와 방송으로 처음 도타 2를 접하는 사람도 쉽게 들을 수 있는 해설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방송 초기에는 도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을 하고, 밴픽이나 교전을 해설할 때는 매니악한 유저분도 이해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요.

박상현 : 처음 CM 모드(캡틴 모드)를 관전했을 때 밴픽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거 뭐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 입니다. 처음엔 지루하고 이상할 수 있지만, 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알아가다 보면 밴픽 자체도 너무 재미있어요.

박대만 : 저도 사실 밴픽만 보면 재미가 없어요. 박상현 해설이 말한 대로 재미를 붙여야 할 것 같아요. 영웅에 대해 알고, 재미를 붙였다면 밴픽 자체도 정말 재밌는데, 그전에는 밴픽이 지루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게임은 공부를 안 하면 못하잖아요? 공부해야 재밌어요(웃음).

[ ▲ "밴픽도 재밌던데요?" ]


"재밌게, 편안하게, 쉽게" 게임성에 대한 의구심은 전혀 없다!

NSL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점을 중요하게 봐주셨으면 하는지?

박대만 : 도타 2를 많이 알리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팀들이 준비해온 전략을 제대로 전달해 주면서 쉽게 풀어나가는 중계를 하고 싶습니다. 초보도 알아듣기 쉬운 설명도 해주면서 하드유저도 아우를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어요. 스타터리그니까 해설도 스타터라고 생각해요.

정인호 : 관전자 입장에서 보다 보면 루즈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잘 숨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임성에 대한 의구심은 전혀 없습니다.

박상현 : 해설도 "재밌게, 편안하게, 쉽게"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싸움도 잦고, 순식간에 일어나고, 전략에 따라 게임 구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잘 알릴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앞으로의 각오를 말씀해주세요!

박대만 : 스타크래프트 2, 도타 2는 개인적으로 해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인호 : (박)대만이는 2만 해요(웃음).

박대만 : 마치 게이머를 할 것처럼 도타 2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열심히 해설할 생각입니다!

박상현 : 대만이는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려고 하고 있고, 정인호 해설은 선수를 보는 안목, 방대한 데이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 해주세요.

정인호 : 내가 정말 재밌게 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해설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워크래프트 3와 같이 영웅을 가지고 하는 게임이라 친근감이 많고, 올해 초부터 게임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진짜 재밌게 하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 "도타 2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