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우승컵을 들기 위해 남은 단 하나의 관문!

여기 우승컵을 들기 위해 모든 조건을 갖춘 단 두 개의 팀만이 살아남았다. 결승에 오른 웅진 스타즈와 STX 소울은 이번 시즌의 통합 우승팀이라는 영광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충분한 시험을 거쳤고, 거칠고 힘든 경쟁을 뚫어내며 시즌을 제패할 준비가 됐음을 입증했다.

시즌 내내 상위권을 지켰던 정규 시즌 1위 팀 웅진 스타즈는 시즌 중 단 한 번도 하위권으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며, 팀워크란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듯 모든 선수들이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며 통합 결승전에 먼저 직행했다.

STX 소울은 시즌 중 무려 6연패까지 다소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시즌 중반부터 모든 선수들의 기량이 수직 상승하며 상위권으로의 급행 열차를 탔다. 또, 3위로 시즌을 마감한 STX 소울은 포스트시즌만 올라가면 패배한다는 자체 팀 징크스를 깨부수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강력한 통신사 팀들을 격파하고 결승에까지 올랐다.

이처럼 결승에 오른 양 팀은 정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최후의 대결만을 앞둔 상황이다. 과연 양 팀이 어떻게 정규 시즌을 시작했고 마무리했는지, 1라운드에서부터 6라운드까지 어떤 행보를 보여왔는지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비슷해도 너무 비슷한 양 팀… '1강 1중 1약?'


시즌 통산 전적을 놓고 보면 사실 1위로 직행한 팀과 3위로 결승에 올라온 팀 간에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시즌 초중반에는 치고 올라오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 간의 차이가 꽤나 벌어졌던 바 있지만, 1년 간의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기세를 잡기만 하면 그대로 연승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것.

실제로 이번 결승에 오른 두 팀 가운데 STX 소울은 시즌 중 6연패에 빠지며 최하위까지 기록한 적이 있지만, 그 후 4라운드에서부터 7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탔고 그대로 상위권으로 도약한 바 있다.



정규 시즌 통산 종족별 기록을 보면 양 팀의 색이 비슷하다는 것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우선 세 종족 중 프로토스가 대부분의 세트에 출전해 최다승을 올렸다는 것과, 한 종족이 두드러지는 약세를 보인다는 것.

사실 프로토스의 강세는 비단 이 두 팀만의 양상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모든 팀에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결국 양 프로토스 라인이 거둔 좋은 성적이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특히 종족 의무출전제로 인해 한 종족 당 한 명 씩의 선수가 무조건 출전해야하는 상황에서, 양 팀이 보이고 있는 한 종족 씩의 약세는 그대로 약점으로 상대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웅진 스타즈의 테란과 STX 소울의 저그를 놓고 보자면 STX 소울의 저그 라인이 좀 더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STX 소울의 저그 라인은 총 39세트에 출전해 16승 23패, 41%의 승률을 기록하며 5할을 넘기지 못했다. 양 팀의 총 세트 출전 수에서 웅진 스타즈의 저그와 STX 소울의 테란, 그리고 양 팀 프로토스가 거의 비슷한 출전 횟수와 득실을 기록한 것을 볼 때, 남은 변수는 양 팀의 약세 종족이 '얼마나 더 약한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정규 시즌 우승팀 웅진 스타즈… 시즌 후반 '약간 폼 떨어졌나?'


웅진 스타즈가 이번 시즌 보여줬던 압도적인 모습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병행 시즌을 마무리한 후 스타크래프트2로만 리그가 진행된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웅진 스타즈 측은 '다음 시즌은 우리의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곤 했다.

그만큼 웅진 스타즈가 병행 시즌부터 보여줬던 스타크래프트2 종목 성적은 대단했다. 작년 12월 이번 시즌을 예측했을 때, 웅진 스타즈의 강세를 의심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만큼 압도적인 성적을 보일 줄은 또 아무도 없었을 터이다. 그만큼 웅진 스타즈는 초반에 강하고 시즌 후반에 수직 하락하는 '약한 멘탈'과 '롤러코스터'의 대표 주자였으니까.

항상 매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며 각오를 다졌던 웅진 스타즈 선수들이니만큼 이번 시즌의 호재는 반가울 법하다. 한빛 스타즈에서 웅진 스타즈로 창단한 후 몇 년이 흘렀는데, 시즌 막바지가 되면 항상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경우의 수를 따지던 이들의 성적은 사실 좀 부끄러웠으니까.

그런 오명을 이번 시즌에는 초반부터 압도해버리며 싹 털어낸 셈이다. '자유의 날개 최강팀'이라는 위명에서 알 수 있듯이, 3라운드까지의 대전 기록에서는 패배하는 모습을 찾기가 더 힘들다. 또, 패배한 경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빙의 승부를 펼친 후 패배한 것을 알 수 있다.

3라운드까지 펼쳐진 21경기 중 놓친 경기는 단 5경기 뿐. 특히 3라운드에서 웅진은 무려 단일 라운드에서 6연승 가도를 달리며 파죽지세로 1위를 수성했다.

군단의 심장으로 펼쳐진 4라운드부터는 이전 라운드들에서 보여줬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놓친 경기들이 대부분 에이스 결정전을 통해 패배한 경기라는 점을 볼 때 에이스들의 폼이 약간 떨어졌던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볼 때 결승 상대 팀인 STX 소울의 김민기 감독이 '웅진은 모든 선수가 에이스지만 특급 에이스가 없는 것이 약점'이라고 말한 것도 일리가 있다. 특히 마지막 라운드인 6라운드에서는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에이스 결정전까지도 끌고 가지 못했던 모습이다.

이에 대해 웅진 스타즈 선수들은 '시즌 후반 1위라는 생각에 방심을 좀 했던 것 같다'고 말했지만, 그게 원인인지 아니면 타 팀이 웅진에 대한 분석을 완벽히 끝냈다는 의미인지는 결승전 무대를 보기 전까진 알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웅진 스타즈 대부분의 선수들이 결승전 같은 큰 무대가 처음이기에, '유리 멘탈'의 대표 주자인 웅진 선수들이 압박감을 잘 이겨내고 자신의 플레이를 해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웅진에게 안심인 것은 마지막 라운드에 STX 소울을 4:0으로 완파했다는 것. 하지만 웅진 스타즈의 에이스인 김민철이 최근 WCS 스타리그 8강에서 STX 소울의 에이스인 이신형에게 3:0으로 격파당했다는 것은 변수다. 더불어 1위로 직행한 만큼 경기가 많이 없었던 터라 선수들이 결승 전에 경기 감각을 얼마나 되살릴 수 있을 지의 여부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연패 수렁빠진 이후 훨훨… 3R 이후 기세 확실히 탄 STX 소울


STX 소울에게 이번 시즌 초반은 암흑기였음이 분명하다. 웅진 스타즈와는 반대로, STX 소울의 초반 라운드는 이기는 경기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STX 소울 패배'라는 제목을 단 경기 기사들이 쏟아졌고, 에이스 결정전까지 힘들게 이끌고 가더라도 상대 에이스에게 격파당하면서 경기를 아쉽게 내주기 일쑤였다.

하지만 군단의 심장에 들어선 후 STX 소울이 보여온 행보는 놀라울 정도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특급 에이스를 영입해 리빌딩이라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어도 될 정도. 시즌 초반 6연패를 달렸던 STX 소울은 그 이후 심기일전한 듯 2연승, 3연승을 달리기 시작하더니 4라운드 들어서는 7연승을 기록하는 위세를 떨쳤다.

특히 자타공인 특급 에이스 '이신형'의 존재는 선수들로 하여금 족쇄를 풀고 날아다니게 하기 충분했다. 선수들이 이신형에게 갖는 신뢰는 그들이 하는 농담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대근은 '경기 승리 후 단체사진을 찍을 때 이신형 혼자 나가서 찍으라고 한다'며 웃었고, 김영주는 '이신형이 곧 STX고 STX가 곧 이신형'이라는 패러디를 남기기도 했다.

STX 소울의 모든 선수들은 '특급 에이스가 앞에서든 뒤에서든 든든하게 받쳐준다는 것은 우리가 조금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편한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다'며 '이신형의 존재가 역으로 우리의 압박감을 모두 덜어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이 특급 에이스는 에이스 역에 대한 부담감도 없다. 보통 팀의 에이스들은 홀로 팀의 에이스 역을 맡게 되면 몰려오는 중압감이나 승리에 대한 압박감과 같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굉장히 힘들어하곤 하는데, 이신형은 전혀 그런 부담감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이신형 스스로도 자유로운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신형은 '내 스스로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있었다면 힘들었겠지만, 워낙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잘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기에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민기 감독 역시 '신형이가 에이스 역을 수행하는데 있어 이미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이신형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STX 소울에게 또 하나 강력한 점이 있다면, 바로 뻔하지만 강력한 카드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엔트리로 누가 나올 것인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승부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뜻으로 직결되기 마련인데, STX 소울에겐 그게 통하지가 않으니 상대하는 쪽에선 답답한 일인 셈.

STX 소울은 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고정 엔트리'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거의 변화 없는 엔트리를 선보였는데, 이 점이 감독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포인트다. 4프로토스를 앞세운 뻔하지만 강력한 이 엔트리는 '알고도 못 막는' STX 소울만의 전략 아닌 전략이 된 것이다.

STX 소울은 이미 검증된 이 '고정 엔트리'를 내세워 결승까지 정복할 것을 선언했다.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김민기 감독이 '웅진에서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며 '많은 생각을 하시다가 엔트리가 꼬이신 것 같은데, 덕분에 엔트리 싸움에서는 우리가 앞선 것 같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엔트리가 실력으로 격파당할 경우엔 말 그대로 '뻔한 엔트리'로만 남게 된다는 점이 STX 소울 입장에서는 난점이다. 실제로 6라운드 동안 웅진 스타즈와의 상대전적은 3:3으로 동수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선수들의 역량에 따라 이 엔트리가 '뻔하지만 강력한' 카드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뻔한 카드'로 남을 것인지 결정될 전망이다.



어느 쪽이 이길지 데이터는 말해주지 않는다. 결승전에는 데이터 그 이상의 것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양 팀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강팀 중의 강팀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양 팀 모두 시즌의 제왕을 차지할 자격은 이미 충분히 갖춘 셈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남은 것은 진검 승부밖에 없다. 어느 쪽이 더 많이 준비했느냐, 또 얼마나 결승전 당일에 좋은 컨디션으로 날아다니느냐에 따라 울고 웃는 팀이 결정될 것이다. 그 결과는 바로 내일, 3일 저녁 5시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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