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리그 개편 소식을 알렸다.

WCS의 출범으로 한국과 북미, 유럽지역 리그들은 WCS로 통합, 2013년에는 총 3개의 시즌이 진행된다. 선수들은 원하는 지역을 선택해 리그에 참여하게 되며, 최종 포인트 기준 상위 16명은 블리즈컨에 참가하여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이번 개편으로 한국은 온게임넷과 곰TV가 총 3개의 시즌을 번갈아 주최하며, 각 방송사는 모든 WCS Korea 경기를 상호 교차로 중계 방송하게 된다. 2013년 첫 시즌과 마지막 시즌은 곰TV가 맡게 되며, 온게임넷은 두 번째 시즌을 맡게 된다. 각 주최사의 고유 브랜드인 스타리그와 GSL 코드S는 유지되며 각각 WCS Korea Starleague와 WCS Korea GSL의 이름으로 시즌이 진행된다.

각 방송사는 자신들이 주최하지 않는 시즌 경기에도 해설진과 자막을 변경하는 등의 재편집을 통해 독자적인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게 된다. 이전까지 각 방송사의 경쟁이 GSL과 스타리그로 대표되던 별개 콘텐츠 간의 경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동일 콘텐츠를 두고 좀 더 전면적이고 본격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팬들은 GSL과 스타리그를 두고 원하는 리그는 특정 방송사에서만 볼 것을 강요받았지만, 이제는 해설진과 편집 능력을 고려하여 원하는 매체에서 원하는 리그를 시청할 수 있다. 따라서 각 방송사는 지금까지 대표 콘텐츠의 팬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시청자 수를 순수 능력으로 유지해야 하는 부담과 경쟁 리그의 점유율을 가져올 기회를 동시에 갖게 된다.

이러한 변경 사안의 순기능은 리그의 질적 향상과 더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독립된 리그로 나뉘었던 팬들이 자연스레 하나의 리그로 모이게 되면 자연스레 커뮤니티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이는 새로운 타겟층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각 매체가 고민해야할 부분도 있다. 우선 곰TV로서는 기존 진행하던 매년 3개의 시즌을 이제는 온게임넷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GSL 코드S의 경우 국외 팬들에게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었으며, 이는 VOD 판매 수익과 국외 대회와의 연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곰TV는 하나의 시즌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블리자드 측은 이런 곰TV에게 전 시즌 하위리그를 WCS 챌린저란 이름으로 전권을 위임했다. WCS 챌린저 리그는 기존 코드A와 승격강등전의 포맷을 유지할 예정이다. 따라서 곰TV 측은 메이저 리그에서는 양보를 했지만, WCS에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

온게임넷에도 이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온게임넷은 늘어난 시즌에 대한 편성 부담이 생겼다. 온라인 스트리밍 중심의 곰TV와는 달리 한정된 자원 안에서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는 온게임넷으로서는 당장 4월 4일 시작되는 WCS Korea GSL의 일정이 기존 타 종목 리그 일정과 겹치게 된다. 따라서 동시 중계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녹화 중계를 하는 식의 차선책을 택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관계가 얽힌 중에도 두 매체는 이번 블리자드의 e스포츠 리그 개편안이 갖는 의의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WCS의 출범은 특정 매체를 위한 것도, 특정 단체를 위한 것도 아니라 e스포츠 팬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국내 e스포츠를 이끄는 대표격인 두 매체가 지금 쥐고 있는 것을 하나씩 놓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두 매체의 선택이 이날 발표에서 강조했던 국내 e스포츠의 전진과 WCS 흥행을 위한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