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열린 프로리그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결승전 엔트리가 정식으로 공개되었다. 출사표까지 던진 두 팀은 우승을 장담한 만큼 그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지금도 연습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엔트리 싸움은 결승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승부며, 탐색전이다. 각 팀의 코칭스태프는 최적의 엔트리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을 마다치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여기에 있다. 이제 결전의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양 팀은 어느 세트에서 어떻게 승부수를 걸었을까? 양 팀의 엔트리를 비교 분석해보자.


첫 정규 시즌 1위 웅진 스타즈, "그러나 이제는 쫓기는 입장"



첫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웅진 스타즈, 초반부터 2위 아니면 1위를 계속 유지하며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고, 군단의 심장 들어서는 아예 2위 KT롤스터와 격차를 계속 벌려 결국 일찌감치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저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웅진의 현재 분위기를 상승세라고 한다면, STX의 상승세는 급등으로 표현해도 좋을 만큼 상대방의 기세가 훨씬 좋다. 말하자면, 지금 웅진은 STX에 쫓기는 입장이 된 셈.

심지어 엔트리 결과만 놓고 보면 STX가 우위에 있어 보인다. 이는 기세에서 우세인 팀이 아무래도 엔트리 싸움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웅진의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을 터, 이재균 감독은 예상치 못한 선수 기용을 곳곳에 선보이며 고심이 역력한 흔적을 내보였다.

하지만 변화를 주기 위한 변칙이 먹혀들지 않았다. STX도 엔트리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였지만,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그대로 기용하면서 두 수 앞을 내다봤던 이재균 감독은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미디어데이에서 밝혔던 '불리한 엔트리는 맹연습을 통해 뒤집으면 된다'라는 본인의 말을 실현해야 할 때다.



준PO-PO거쳐 바닥에서 결승까지 오른 STX 소울, "기세는 최상! 다만 이신형이 변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결승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바닥부터 시작해 결승에 올라 우승을 차지한 팀은 MBC게임 히어로가 유일한 사례일 정도. 그러나 STX는 그것을 해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충만하다. 하지만 이 자신감의 근거는 슈퍼에이스 이신형을 통한 시너지 효과임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의 이신형은 4강에서 조성주에게 0:4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본인이 테란전을 못한다고 자주 밝혔지만 많은 사람은 이를 엄살로 여겼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야 말았고, 이영호를 압도적으로 이겼던 이신형이 조성주에게 가로막히는 결과가 빚어졌다. 물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이신형의 기량이 순간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연승을 달리던 때와 달리 자신감은 위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성주에게 패한것은 이신형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본인 스스로 담금질을 하며 여기까지 올랐던 과거를 회상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이신형의 압도적인 기세가 팀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던 만큼,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하기에 결승전에서 마인드 컨트롤에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정해진 엔트리, 이제 남은 것은 우승뿐이야! 엔트리로 보는 결승전 예측



◆1세트 - 노준규 vs 변현제 - 아킬론 황무지
- "노준규를 1세트에 내보낸 이재균 감독의 승부수, 살을 주고 뼈를 친다?"

웅진은 1세트에서 노준규를 내보내는 승부수를 던졌다. 시즌 막바지에 조금씩 출전했었던 노준규를 포스트시즌도 아니고 결승에 기용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이를 통해 웅진 이재균 감독이 어떤 점을 얻을 수 있을까? 바로 종족별 의무출전제 조항에 따라 의무적으로 써야 할 테란 카드를 이재호가 아닌 노준규로 대체하면서 에이스 결정전에 이재호를 낼 수도 있다고 강력한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이는 이신형의 심리를 흔들기 위한 작전이다. 이재균 감독이 노준규를 내보내고 이재호를 대기시키면서 에이스 결정전 스나이핑을 노린다는 가능성을 도저히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이재호가 노준규 대신 출전했다면, 에이스 결정전에 테란 출전 가능성은 0%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균 감독이 1세트에 노준규를 투입하는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이재호의 에이스 결정전 출전 가능성을 부여했다. 이는 이신형이 세 종족전 모두를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 아무래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노준규가 이 경기를 내주어 속칭 '논개 작전'으로 마무리되어도 웅진은 큰 미련이 없게 되었다. 노준규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1세트에 배치한 점 역시 그런 맥락과 일치한다.

이런 상황에서 1세트를 웅진이 가져가게 된다면 1승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렇기에 노준규는 변현제를 잡아내기 위한 '한 방'을 마음속에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세트 - 김민철 vs 이신형 - 돌개 바람
- "결승 분위기를 좌우할 말 그대로 '대첩', 양 팀 에이스의 자존심 대결 성사"

이 매치는 김민철의 등장 가능성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이신형의 출전이 낙점된 상황이었다. 이를 웅진 측도 피하지 않으면서 종족별 최강급인 두 선수의 라이벌전이 다시 한 번 성사되었다. 두 선수의 격돌은 망고식스 GSL 결승, 프로리그 정규시즌 두 차례, 옥션 올킬 스타리그 8강전 등을 거쳐 프로리그 결승에서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 정도면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는 '운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두 선수의 기량은 정상급임은 분명하지만, 현재 모든 면에서 이신형이 소폭 우세한 상황이다. 최근 스타리그 8강에서 김민철을 3:0으로 꺾고 4강에 오른 점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이신형이 웃고만 있을 수는 없다. 4강전에서 조성주에게 일격을 당해 0:4의 패배를 기록한 상황이라 절대 지지 않을 것 같던 포스는 일단 주춤한 상태다.

또한, 이재균 감독의 노련한 심리전에 의해 저그전 뿐만이 아니라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 가능성이 있는 김유진, 거기에 이재호까지 염두에 두어야 해 전체적으로 저그전만 바라보고 연습할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이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김민철에 집중할 시간을 어느 정도 뺏길 수밖에 없는 점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세트 - 김유진 vs 백둥준 - 코랄 둥둥섬
- "김유진은 정석, 백동준은 변칙! 결과는 절반의 성공"

이 맵에서 김유진의 출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다. 그러나 양 팀 모두 이 맵의 '전담 카드'는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 보니 김유진이 2승, 나머지 카드가 1승을 거둔 자료로는 김유진의 출전이 100%라고 확정 짓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반면, STX는 그나마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변현제를 기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김민기 감독은 변현제를 1세트로 보내고 여기에 백동준을 기용했다. 백동준은 프로토스전을 치를 때 가장 좋은 카드 중 하나지만, 다른 종족전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현제는 프로토스전에서는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지만, 다른 종족전은 많이 치르지 않았다. 이는 코랄 둥둥섬에 어떤 선수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대응이 유연한 선수를 기용해 다양한 종족전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웅진은 이 맵에 김유진을 내보내면서 프로토스 동족전 양상이 완성되었다. 최근 STX의 프로토스 라인은 확연한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는 김민기 감독의 입장에서 바라던 바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도 타종족전을 염두에 두고 김유진을 내보냈고 백동준보다는 김유진이 전체적인 기량이 출중하기에 이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그렇기에 두 프로토스의 승전보는 김민철 이신형의 2세트 다음으로 아주 중요한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4세트 - 윤용태 vs 신대근 - 벨시르 잔재
- "서로가 뽑은 의외의 카드, 그렇다면 결국 같은 상황이 아닌가?"

웅진에서는 이 맵에 저그가 출전할 가능성이 높았다. 가장 승률이 좋았던 선수는 김민철이고, 그 다음이 김명운에서 윤용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STX에서는 저그의 출전을 계산에 넣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신대근을 여기에 기용하면서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대근은 플레이오프에서 저그전 약점이 드러났었고, 벨시르 잔재에서의 성적도 좋지 않았기에 웅진에서는 신대근이 여기에 기용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사실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김민기 감독은 신대근을 한 번 믿어보기로 결정한 것 같다. 다소 리스크가 있지만, 신대근을 벨시르 잔재에 기용했고, 웅진도 저그가 아닌 프로토스 윤용태를 내보내면서 의외의 대결이 만들어졌다. 윤용태는 저그전을, 신대근은 프로토스전을 하게 되면서 다소 낯선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겠다. 결과적으로 같은 입장이 된 두 선수 중 어떤 선수가 승리를 거둘 것인지 주목하자.



◆5세트 - 김명운 vs 조성호 - 뉴커크 재개발 지구
- "김명운이 왜 여기에? 저도 저그전 못하는 건 아닌데요"

이 엔트리는 얼핏 보면 의문이 든다. 김명운은 이 맵에서 출전한 기록이 전혀 없어서 예측할 수 없는 카드였지만, 조성호는 걸출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충분히 예상했던 카드였다. 그렇다면, 조성호를 잡기 위해 김명운을 낸 것일까? 주목해야 할 점은 조성호가 기록하고 있는 종족전 중 가장 많은 전투를 치른 것이 바로 저그전이라는 것이다. 성적도 7승 5패를 기록,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이렇게까지 생각한다면 이재균 감독의 이 엔트리는 두 가지 중 하나의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김명운이 조성호를 저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STX쪽에서 엔트리를 꼬아서 다른 선수를 내보낼 것으로 예상했고, 그 저격카드로 준비한 것이다. 후자의 경우 상대방이 엔트리에 변칙을 줄 것까지 예상해 엔트리를 냈다가 결국 이재균 감독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엔트리가 꼬인것이 아닌지 조심히 추측해본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김명운이 조성호를 잡아내기 위한 준비된 카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김명운의 경우 이 맵에서 출전이 없었기에 아무래도 어떤 빌드를 준비하고 구상할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준비 시간이 많았던 김명운이 조성호를 더 유연히 대비할 수 있는 편이기도 하다. 설령 예상치 못한 대결이라 해도 김명운의 기량이라면 조성호도 방심할 여지는 없다.



◆6세트 - 신재욱 vs 김도우 - 네오 플래닛S
- "김도우를 상대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 과연 원하는 대로 결과가 펼쳐질까?"

네오 플래닛은 김도우의 강세가 너무나도 확연했다. 무려 7승 4패의 기록을 달성한 김도우는 STX에서 딱히 변칙을 고려할 이유가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되면 칼자루는 웅진이 쥐게 된 셈. 본래 웅진 최고의 네오 플래닛 전담 카드는 이재호지만, 김도우를 상대로 이재호를 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 타종족전에서 초강세를 펼치는 김도우를 잡기 원한다면 역시 정답은 프로토스 맞불! 여기에 신재욱을 기용하며 이를 증명했다.

본래 김유진, 윤용태가 네오 플래닛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기에 이들을 기용하는 것이 사실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선수는 팀의 주전으로 6세트에 활용하면 자칫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에 보다 중요한 초반부에 배치되고, 신재욱이 허리에서 김도우를 맞이하게 된 상황이다.

김도우는 기세가 워낙에 좋은 상황이다. STX의 주전급 1승 카드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대 프로토스전이 약점인 것은 아니다. 다만, 타종족 전이 지나치게 강해서 상대적으로 빛이 바래 보일 뿐, 신재욱과의 대결은 오히려 우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상대의 기습적인 전략 활용을 염두에 두고 착실히 준비한다면 대체로 김도우가 유리하겠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재욱의 노림수가 변수가 된다. 실제 경기에서는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된다.



◆7세트 - 에이스 결정전 - 나로 스테이션
- "에이스 결정전? '이신형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막을 수 있느냐'가 분수령"

STX는 에이스 결정전까지 경기를 이끌었다면 '이겼다!'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상황이었다. 적어도 엔트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웅진 최강의 카드 김민철은 스타리그에서 이신형에게 완패를 당해 아무래도 에이스 결정전에 기용하기엔 꺼려져 김유진이 차라리 나을 수 있지만, STX의 예상 범위 안에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엔 어려웠다.

이재균 감독은 이를 용병술로 극복해보고자 했다. 유일한 테란 주전인 이재호를 과감하게 엔트리에서 배제해 '에이스 결정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빠진 이재호의 자리를 노준규가 채웠는데, 이는 굉장히 큰 비용이다. 단순히 심리전 압박용으로 보기엔 '이재호'를 뇌리에서 지울 수 없고, 자연히 이신형은 보이지 않는 상대 이재호를 대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신형이 테란전에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라고 해도 에이스 결정전에 이재호를 낼 수 있을까? 그건 의문이다. 에이스 결정전에 김민철 조차 스타리그에서 겪은 패배때문에 출전을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이재호는 모험 중의 모험이다. 설령 감독의 말 그대로 두 달을 연습했다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정황상 차라리 김유진을 기용하는 것이 낫다. 이재호의 출전 가능성을 지울 수 없는 것과 동시에 연막작전일 가능성도 고려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도 결과는 알 수 없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승부가 흐를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거니와, 2세트에 김민철이 승리를 거둘 경우 에이스 결정전에도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정한 승부의 향방은 결승전 당일에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리그 결승 특집 기사 모음
① [프로리그 결승특집(1)] '맵을 보면 결승전 엔트리가 보인다?' 웅진 대 STX전 엔트리 예측
② [프로리그] 한국e스포츠협회, 결승전 엔트리 공식 발표
③ [프로리그 미디어데이] 개인 타이틀 시상… 시즌 MVP는 김민철, 정윤종, 이영호
④ [프로리그 미디어데이] 10년 만에 결승에 올라온 두 팀! 우승컵은 어디로? 사전 입담 대결 엿보기
⑤ [프로리그 미디어데이] '에결만 두 달 준비했다' 위트 있지만 날카롭게! 감독-선수 결승전 출사표
⑥ [프로리그 결승특집(2)]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수 싸움의 결과는? 결승 엔트리 심층 분석
⑦ [프로리그 결승특집(3)] 상대를 꺾기 위해선 알아내야만 한다! STX 소울-웅진 스타즈 강약진단
⑧ [프로리그 결승특집(4)]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마워요! 웅진, STX의 멘탈관리사
⑨ [프로리그 결승특집(5)] 얘들아, 나 믿지? 웅진-STX 양 팀의 중심에는 그들이 있다
⑩ [프로리그 결승특집(6)] STX 소울 잘하는 비결은? '우리 뒤엔 특급 에이스가 있다!'
⑪ [프로리그 결승특집(7)] 정규 시즌 우승의 저력, 결승전까지 이어간다. 웅진 스타즈!
⑫ [프로리그 결승특집(8)] 위기가 강한 팀을 만든다! 두 감독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
⑬ [프로리그 결승특집(9)] 영광의 우승컵을 다툴 최후의 두 팀… 어떻게 올라왔나? 정규 시즌 뒤돌아보기
⑭ [프로리그 결승특집(10)] 누가 이길 것 같나? 해설진과 감독들이 말하는 결승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