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의 인기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한국 LOL 리그인 롤챔스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TV나 트위치 TV 같은 개인 스트리밍도 LOL 방송이 최상위권에 항상 있습니다. 인터넷으로만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퇴근하는 길에 고등학생 세 명이 모여 하는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그 역시 LOL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페이커의 아리가 어떻다, 아프리카 러너 리그에서 뭐가 나왔다더라,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LOL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내가 롤챔스를 우승하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본 적 있을 겁니다. 화려한 조명 아래 관객들의 환호를 들으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단 30명 정도만이 그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 선수들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우승할 때 기분이 어땠냐"를 물어보곤 하는데 선수들은 입 모아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너무좋았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많은 아마추어 고수들은 그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합니다. 우승하기 위해 프로를 꿈꿉니다. 하지만 쉽진 않죠.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아마추어 고수들이 있습니까. 다이아 1 상위 티어가 아니라도 프로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페이커' 이상혁도 날 때부터 챌린저였나요.

그렇다면 프로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저 게임만 잘하면 되는 건 아닙니다. 혼자서 챌린저 문턱을 넘고 러브콜을 받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의 프로팀은 아마추어팀에서 경험을 쌓습니다. '프로지향 아마추어 팀'이라고 하죠. 유명한 프로지향 아마추어 팀이라고 하면 'MiG', 'EDG'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거품게임단', '팀 OP', 'GSG'가 있었죠. 모두 프로가 된 좋은 선례입니다.

다만 오늘 소개할 '시리우스'는 조금 다른 방향을 걷고있는 프로지향 아마추어팀입니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팀은 팀 그대로 스폰서십을 받아 프로 팀으로 창단하길 원하죠. 최근 빅파일의 후원을 받은 '큐빅'이나 '에얼리언웨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선수를 프로팀으로 보내고 싶어합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시리우스의 홍승환 감독은 이상한 사람입니다. 한 푼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을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하고 있습니다. 시리우스에서 프로팀으로 이적하는 선수가 잘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하는 사람입니다.


[▲ 시리우스 팀 감독 '홍승환' ]


Q. 안녕하세요. 홍승환 감독님. 먼저 인벤 독자분들에게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나틱 스타크래프트2의 감독이었고, 지금은 프로지향 아마추어팀 시리우스의 감독인 홍승환입니다. 감독일을 하기 전엔 워크래프트3의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습니다. 선수와 감독에 앞서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Q. 워크래프트3 프로게이머를 하셨다고요? 처음 듣는 말인데요. 자세하게 설명 부탁해요

네(웃음). 워크래프트3는 16살 때부터 했어요. 21살 때 프로가 됐죠. 국내 팀은 아니고, 해외의 IS(독일)이었어요. 프로라고 하기엔 부끄럽긴 해요, 하지만 돈을 받았으니까 프로였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해외대회 위주로 많이 활동했어요.


Q. 종족은요?

언데드(웃음).


Q. 그러면 선수를 그만두고 감독을 하신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워크래프트3를 그만 두고 스타크래프트2를 했어요. Pros클랜의 마스터였어요. 그런데 우리 클랜 멤버가 프로팀으로 한 두 명씩 가더라고요? 그 중 한 명이 프나틱으로 이적한 '박서용' 선수였어요. 그 선수의 연으로 프나틱과 알고 있었는데, 프나틱이 감독 자리를 제의했어요. 전 프나틱의 스타크래프트2 감독이 됐죠.

감독 일을 하다가, 스타크래프트2만 하다보니 질리더라고요. 감독이 이러면 안 되는 거지만, LOL이란 게임을 접하고 빠져들었어요. 2012년 시즌 2 월드 챔피언십 즈음부터 시작했어요.


Q. 프로팀이 아니라 프로지향 아마추어 팀을 만든 이유가 있나요? 프나틱은 프로팀이었잖아요.

감독일을 그만두고 직장생활을 할 때 인벤을 많이 봤어요. 아마추어 선수를 많이 모집하더라고요. 제가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때 그런 글이 없었어요. 저는 프로가 되기 위해 1년 정도 닥치고 '래더게임'(LOL의 솔로 랭크와 비슷)만 했어요. 인맥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시절이라 그것밖에 길이 없었어요.

지금 LOL을 하고 있는 아마추어들은 프로가 되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프로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워크래프트3를 하면서 입상한 적이 두 번 정도밖에 없어요. 성공하지 못한 게이머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키운 선수가 최고의 자리에 올라 트로피를 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Q. 하지만 시리우스팀이 걷는 방향은 다른 프로지향 아마추어 팀과 다르지 않나요. 그 팀 그대로 스폰서를 받아 창단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을 프로팀으로 이적시키는 게 목적인 아마추어 팀이잖아요.

네. 맞습니다.


Q. 그러면 선수들 서로 간 신뢰가 흔들릴 수 있지 않나요? 나만 잘 보이고 싶고, 돋보이는 플레이를 많이 하다가 팀워크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언제든지 팀이 깨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믿어 줘요. 제가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많이 하지만, 선수들도 묵묵히 들어 줍니다.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 제시도 많이 하고요.

팀워크는 문제없습니다. 서로 친하고, 팀의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으면 중재를 시도합니다.


Q. 시리우스가 창단한 지 얼마 정도 됐나요?

5개월 정도 됐어요.


Q. 5개월의 기간동안 프로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몇 명이죠?

제닉스의 '디파처' 황선혁 선수가 1기입니다.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한 것 같습니다. 에얼리언웨어 팀으로 이적한 '젤리' 곽석호 선수, 진에어 스텔스의 '우탄이' 김동현 선수.

최근에 나진 소드로 이적한 '펭' 윤영민 선수, 그리고 실드로 이적한 '윙드' 박태진 선수가 있습니다.

[▲ '우탄이' 김동현 ]


Q. 프로팀으로 이적이 확정되서 팀을 나가는 선수에게 어떤 말을 해주시나요?

제가 프로게이머가 되서 해외로 갈 때, 장재호, 노재욱, 김성식, 이성덕 같은 선수들이 "가서 잘하라."라는 얘기만 해줬어요.

저도 기본적으로 "가서 잘하라."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팀 스케쥴을 잘 챙기고, 네 꿈을 향해서 가라는 말을 합니다. 뒤는 돌아보지 말라고 해요, 시리우스라는 팀은 생각하지 말고 네 앞일만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우탄이' 김동현 선수가 진에어로 이적할 때 "시리우스에 있었기 때문에 진에어로 갑니다. 같이 게임 했던 팀원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감동을 했습니다.


Q. 시리우스 팀에 들어 갈려면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다이아 1티어면 됩니다. 만약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싶다는 요청을 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게임을 관전합니다. 가능성이 보이면 제가 접촉을 시도하고요. 인맥을 중시하는 편은 아니에요. 추천을 받아도 제가 아니다 싶으면 거절합니다.


Q. 게임 내 실력 말고, 게임 외적으로도 선수를 보나요?

네. 그 선수와 얘기를 삼일 정도 나눠봐요. 말은 인격의 창이잖아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선수의 인격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요. 특히 어린 친구들 같은 경우는 잘 보이는 편이잖아요. 입단한 뒤, 욕설을 하거나 대리게임을 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바로 내칩니다.

저는 선수들의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솔로 랭크 게임을 하는 선수들에게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유저가 있으면 바로 차단하라고 말해요. 그래도 어린 친구들이니까 말대꾸를 해서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 때는 혼내죠. 1차적으로 경고를 줘요. 하지만 2차 경고는 없어요. 바로 팀에서 내보냅니다.

LOL쪽에 비매너 플레이어들이 많긴 해요. 한 게임 진다고 소위 '트롤'하는 그런 사람도 많죠. 저는 끈기와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인성이 좋으면 어느 팀 감독이든 좋아해요. '윙드' 박태진 선수는 인성이 좋았던 케이스에요.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중요하죠. 팀이 지고 있을 때 '나 안해."라는 마인드보다 '내가 이 게임을 캐리해서 이기겠다. 내가 이게임의 주인공이 되겠다.'라는 생각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는 거에요.


Q. 스타크래프트2와 LOL팀의 관리 방법의 차이가 있나요?

스타크래프트2 같은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과 LOL은 많이 다르죠. LOL은 팀 게임이잖아요. 한 명의 멘탈이 깨지면 게임을 망쳐버릴 수 있어요. 스타크래프트는 1대 1 게임이라 그런 경우가 없어요.

그리고 프나틱은 숙소 생활을 했었고, 시리우스는 온라인에서 연습을 해요. 그렇다보니 시간을 안 지키는 친구가 간혹 생기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안 지키는 것에 대해선 심하게 혼내진 않아요. 왜냐하면, 자기 손해니까요. "코칭을 받을 시간이 더 적어지는 것이다, 지각하면 너희가 손해."라는 말을 합니다.


Q. 가장 궁금했던 것에 대해서 질문할게요. 이렇게 프로팀에 선수를 보내는 게 목적인 프로지향 아마추어 팀을 운영하면서 얻는 이득이 뭔가요?

앞에서도 말했듯,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우승을 못 해봤어요. 삼류 게이머였죠. 그러다가 프나틱의 감독을 하면서 선수 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알게 되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그 보람을 LOL에서도 느껴보기 위해 시리우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폰서가 없어서 제 사비로 운영하긴 하지만요. 사비라고 해봤자 많이 들진 않아요. 스폰서가 들어오면 좋겠지만, '영업을 해서 따내야지.'같은 생각은 없어요. 선수가 잘 되는 걸 보는 것. 소위 부모님 마음, 그런 취지로 운영하고 있어요.

[▲ 나진 소드로 이적한 '펭' 윤영민 ]


Q. 시리우스는 클랜(Clan)과 차이점이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분들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차이점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어감이 다르죠. 팀이라고 내세우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 자긍심, 소속감이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줘요. 그렇기 때문에 시리우스 클랜이 아니라 시리우스 팀이라고 이름 지은 것입니다. 팀 감독이라고 저를 말하는 것도 저 스스로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에요.


Q. 그렇다면, 시리우스 팀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 팀이 NLB에 진출했긴 했는데, 감독으로서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진 않아요. 지금 있는 선수들이 개개인을 보면 특출난 플레이어가 아니에요. 포텐셜이 충만할 뿐이죠. 지금 당장 성적을 기대할 순 없어요. 계속 연습하고 기량을 늘려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NLB에서 탈락한다고 해서 개의치 않고요.

프로팀으로 보내고 싶은 선수가 두 명 정도 있어요. 그 선수들을 좋은 팀으로 이적시키는 게 단기적인 목표에요.


Q.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먼저, 시리우스 '레이더' 이 선수가 굉장히 잘하니까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시리우스 팀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프로팀으로 보내주는 아마추어 팀으로써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팀 운영에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 시리우스 팀이 잘 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