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기다림 끝에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정식 출시됩니다. 작년 2월, 올해 1월에 한 번씩 2차례 짧은 테스트를 거쳤는데요. 긴 개발 기간 동안 여러 차례 피드백이 반영되면서 많은 개선이 진행되었고, 정식 출시 때는 또 다른 게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두 번의 테스트 기간은 과도기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고, 실제로 많은 부분이 바뀌기도 했죠. 이런 테스트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추억이 생각나는데요. 짧은 기간 동안 게임의 이런저런 면모를 보기 위해 들이박던 과정에서 생긴 일화들을 조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본 기사는 테스트 서버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정식 출시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빵만 먹고 살아요? 먹을 물 없이 항해하기 프로젝트

사람이 살려면 음식과 물은 꼭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거친 바다로 나아갈 때는 더더욱 이겠지요.

테스트를 막 시작했을 때, 계정을 막 만들고 나니 배가 참 작았습니다. 선창이 좁은 만큼 항해에 필요한 포탄이나 자재, 선원에게 줄 보급품을 싣고 나면 교역품이 들어갈 자리도 적어지고, 자연스레 항해 기간이 줄어 멀리 가기 어려워졌습니다.

처음에는 게임에 익숙지 않아 무작정 보급 버튼을 눌렀는데, 다행히 프리셋이 있었습니다. 전투면 포격에 쓸 포탄 및 수리를 위한 자재, 교역이면 교역품 위주, 모험이면 오랜 항해를 위한 선원 보급품 위주로 비율이 설정된 프리셋이 있어 간편하게 보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동으로도 비율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 가지 시도를 해 봤습니다. 마침 초심자를 위한 버프 중 적의 선공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으니, 전투 용품을 다 빼고 그 자리에 교역품을 더 싣는 것이었지요. 이는 꽤 성공적이어서, 교역을 하며 이전보다 더 많은 두카트를 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다음으론 선원의 보급품도 줄여봤습니다. 선원은 항해 시간에 따라 물과 음식을 소모하는데, 보급품이 다 떨어지면 선원이 점차 죽고, 선원이 0이 되면 항해 불능 상태가 되어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 선원이 다 죽으면 일정 비용을 지불하거나 도구로 긴급 복구해야 합니다


따라서 물과 음식을 동시에 줄이면 당연히 항해 거리가 짧아지니, 실험 삼아 음식 적재는 그대로 하되 물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바다로 나아가봤습니다. 항해 1일이 넘어서자마자 바로 보급품 부족 경고가 발생했지만, 의외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사람은 빵만 먹고도 살 수 있는 생물들이었습니다.

선원을 잃어버리지 않고 동일한 거리를 나아갈 수 있는 걸 알게 되자, 물이 차지했던 선창에도 교역품을 채워 더 두카트를 챙길 수 있었네요.

먼 거리를 나아갈 때도 음식만 더 채우면 되니 둘 다 보급하던 때에 비해 거의 2배의 거리를 갈 수 있었습니다. 선제 공격을 당하지 않으니 최대한 다양한 루트로 돌아다니며 바다를 구경하고 두카트를 벌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악덕 제독 그 자체였네요.

물론 이 편법을 계속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결국 레벨이 올라 초심자 버프가 풀리면 강제 전투가 발생하기에 탄과 자재를 챙겨야만 했습니다. 초반 자유도를 이용한 세계유람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될 듯합니다.

▲ 물을 최소치만 넣은 악덕 선장


바다는 역시 녹록지 않아. 먼 바다를 나아가기 위한 조건들

보급 체계에 익숙해져 이제 먼 항해도 능숙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음 목표를 설정할 차례인데요. 저는 세계 지도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에르네스트 로페스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아쉽게도, 먼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바다 위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것 말고도 다른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첫 테스트 때는 추운 바다를 나아가기 위한 쇄빙, 파도를 버티는 내파의 제한이 있었고, 두 번째 테스트때는 여기에 선단 레벨과 같은 추가적인 제약도 있었습니다. 먼바다는 예로부터 위험한 곳이었고, 튼튼한 배가 필요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네요.

두 차례의 테스트 동안 북쪽으로는 베르겐 항구까지 나아갈 수 있었고, 남쪽으로는 시에라리온까지 였습니다. 서쪽으로 진행하며 대서양을 가로지르려 했지만 아메리카 대륙은 결국 구경하지 못했네요.

첫 테스트때는 제한에 걸려도 아주 낮은 속도로 항해할 수 있어 억지로 밀고 가거나, 버그를 사용해 대륙을 뚫고 나가 조선까지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두 번째 테스트에선 깔끔하게 조정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식 버전에선 이러한 항해 조건에 대해 더 세부적으로 나뉠 예정이라고 하네요.

▲ 동료 기자가 조선까지 땅을 뚫고 가보기도 했었습니다


좋은 선박을 날로 먹기 위한 나포 대작전!

세계 지도 완성이라는 목표가 세워졌습니다. 이제 필요한 건 세계 일주를 위한 강력한 선박이었죠.

좋은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특정 항구에서 특정 시간대에만 열리는 암시장을 순회하며 설계도와 재료를 조금씩 모으고 있었지만 테스트 기간 동안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전투를 하면 적이 타고 있는 배의 재료를 얻거나, 통째로 나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인게임 시간에 맞춰 최대한 암시장이 있는 도구점을 순회하곤 했었습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전투는 3가지 공격 타입이 있습니다. 멀리서 무난하게 공격할 수 있는 포격, 접근하면서 큰 피해를 주는 충각, 그리고 배에 탄 선원으로 적 선원에 피해를 주는 백병입니다.

포격은 원거리 공격이니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충각은 어느 정도 접근해야 하고 자신의 선박에도 약간의 피해를 입히지만 강력합니다. 백병은 선원에 피해를 주는 만큼 배의 내구도랑은 별도의 체력 게이지를 사용했습니다. 즉 적 선박을 침몰시키려면 포격이나 충파로 배의 내구도를 깎거나, 백병으로 적 선원을 다 죽이는 2가지 선택지가 있는 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동 거리가 길고 피해가 높아 화끈하고 빠르게 전투를 끝낼 수 있는 충파 위주로 전투를 진행했었습니다. 충파를 할 때 자해 대미지가 있지만, 최선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말이 있듯 상대를 빨리 박살내면 오히려 아군 선박의 피해 총합 자체는 더 적었네요.

▲ 원거리 공격인 포격이 자리 잡기도 편하고, 제일 많이 썼습니다


사실 백병전은 그닥 사용하지 않았었습니다. 선원을 많이 태워야 백병 강력해지므로 선창 관리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었고, 게임 초반부에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데다 밀착해야 한다는 점이 있어서 쓰기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배를 통째로 나포하려면 백병을 해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선원만 제압해서 배를 뺐는다는 콘셉트, 바로 이해가 가는 설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배를 날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원하는 배를 찾아서 집단 구타를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자동 전투로도 종종 전투했지만 나포를 위해서는 한 땀 한 땀 몰입해서 원하는 배만 남겨놓고 파괴한 후 백병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 다닥다닥 붙어 집단 구타 시도!

▲ 상대 선박에 올라타 선원 수를 줄이거나

▲ 결투로 적 선장만 쓰러뜨리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물론 확률이 높지 않은 만큼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나포에만 신경쓰다 아군의 기함이 저격당해서 전투를 실패한 적도 있었네요. 이는 정식 서비스때 적은 기함만 침몰해도 패배하지만, 아군은 전멸해야 패배하는 걸로 수정이 될 예정입니다.

또한 선장끼리 싸우는 결투를 대성공시켜서 적 선박을 침몰시키면 나포 확률이 비교적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장 장비를 마련해서 적 선박이 결투를 받아줄 때 까지 계속 시도했었습니다.

한참 동안 고생을 하니 배가 한척한척 모이더군요. 나포를 성공했더라도 완전 공짜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별도의 수리비가 제법 필요하긴 했었으나, 선단을 하나하나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물론 베타 테스트때는 나포 의존도가 너무 높고 전투 이외에서는 상위 선박을 얻기 힘든 감도 있었어서, 이 부분 역시 정식 서비스에서 조정될 것이라 밝혀졌습니다.


우린 부자가 될 거야! 근거리 원거리 무역 실험기

어느 정도 선단이 먼 거리를 갈 수 있게 되자, 원거리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하지만 그래도 거리가 있는 교역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무작정 스타팅 포인트에서 최대한 먼 곳과 교역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고, 런던에서 특산품인 술을 싣고 일단 흑해를 지나 어느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후 판매 가격을 보려는데 기껏 먼 거리를 가서 팔려고 하니 0두카트로 밖에 팔 수 없었습니다. 버그인가? 싶어서 몇 번을 체크하다가 알게된 것은, 문화권에 따라 구매하지 않는 물건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여기는 이슬람 문화권이었고 술이 아무 의미도 없는 곳이었지요. 아차 하면서도 디테일한 고증에 감탄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술은 적당히 근처에서 처분하고, 아프리카쪽으로 이동해 다이아몬드를 구했습니다. 다이아몬드를 싫어할 곳은 없겠지요. 다이아몬드와 홍두, 두 물품은 가격도 높아 다시 먼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 북유럽 쪽에서 제법 높은 가격으로 판매했습니다.

▲ 다이아몬드를 싫어할 곳은 없겠지!


언뜻 보기에는 제법 돈을 버는 것 같았는데, 막상 교역 전후를 비교해보니 그냥저냥이었습니다. 먼 거리를 항해하기 때문에 교역품을 많이 싣지 못하는 점도 있었으며, 중간중간 보급을 하며 빠지는 두카트 및 시간 소모도 컸습니다.

결국 걸리는 시간 대비 벌리는 두카트를 계산해보니, 초보자 버프로 관세가 면제되는 때까지는 이탈리아 앞바다의 항구들을 돌며 거래하는 순환 무역이 제일 좋았습니다. 원거리 교역의 메리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 언급되었는데요. 잘 개선되어 원거리/근거리 교역의 밸런스가 맞춰졌으면 좋겠습니다.

▲ 결국 짧게짧게 이동하는 것이 보급품 소모도 적고 효율이 좋았네요


즐거웠지만 과제를 남겼던 CBT. 정식 서비스에서 달라지는 점은?

이렇듯 사소한(?) 사고들과 함께 여기저기 헤딩하며 보냈던 CBT는, 즐거웠지만 한편으론 아쉽다고 할 수 있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테스트 동안 많은 피드백이 오갔고, 꽤나 큰 변화도 이뤄졌었습니다. 예를 들면 선박이 뽑기였던 1차 테스트 때와는 달리, 2차 때는 전부 인게임 획득으로 바뀐 점이라던가요.

2차 테스트 후에도 개발자 노트 및 개발 현황을 통해 상당한 수의 변경점이 예고되었는데요. 각종 버그 수정과 편의성 증가에 집중하여 플레이 경험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많은 변경 사항이 적용되었습니다.

수많은 변경점 중, 주목할 만한 것 중 대표적으로는 선박간 충돌의 제거가 예정됐다는 것입니다. 테스트 동안은 항해 중 선박이 NPC나 플레이어의 선박과 근접하면 서로 피해 가면서 속도가 상당히 줄었습니다. 자동 항해를 눌러두면 다른 사람과 루트가 겹치기 때문에 예상 항해 시간보다 지연되는 주요 원인이었고, 특정 인기 사냥터나 항구로 접근이 불편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젠 서로 통과하므로 상당히 쾌적할 듯하네요.

▲ 사람 많은 항구의 앞바다는 뚫고 가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전투 부분에선 선박의 방향성이 사라진다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테스트 통안엔 전투 중 선박의 방향이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테스트 동안엔 측면으로만 대포를 발사할 수 있다던가, 정면으로만 충파를 할 수 있는 등 배가 보고 있는 방향에 따라 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되었습니다.

전략적인 요소이긴 하나 상당히 비직관적인 조작이 필요했고 실수도 자주 일어나는 부분이라 적응에 애먹었는데, 다행히 크게 개선되는 듯합니다.

여기에 탐험은 바다 외에도 육지나 마을에 대한 탐험이 강화되고 연출이 추가되는 등 보강이 이뤄진다고 하는 만큼, 정식 출시가 기대되네요.

▲ 상륙 연출 추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을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