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순간이 왔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노멀 게임 경험 3천판에 이르는 기자의 랭크는 실버. 롤 게이머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론즈의 당당한 일원이다. 슬프다. 날 때부터 실버는 아니었거늘, 왜 난 실버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가.

알고 있다. '바쁘다 보니 게임을 못해서 강등되네요.', '사실 제가 실버 실력은 아닌데 팀 운이 이상하다보니...' 다 핑계에 불과한 말이다. 회사에서 핍박받고, 학교에서 구박받는 실버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내뱉어보았을 이 말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좌절한 적도 있다.

정말 가끔 플레티넘이나 다이아에 머무는 다른 기자를 1:1로 처치해 본 적이 있다. 그럴 때 상대가 하는 말은 보통 이렇다. '실론즈의 무빙은 도대체 이해가 안되네요. 도저히 상상을 할 수 없다 보니 대처가 안되네 ㅎㅎㅎ..'


▲ 만화 '슬램덩크' 패러디... 내가 실론즈인 이유.why


분노가 타오른다. 내가 트린다미어였다면 이미 35% 크리티컬을 확보한 상태고, 레넥톤이었다면 분노의 삼연발 무자비한 포식자에 이은 강력 양떼도륙을 날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액면가로 그들은 백금에 금강석이요. 난 무르디 무른 실버일 뿐이다.

수 없이 많은 프로 경기를 보고, 입롤 천하무쌍을 해내면 뭐하는가. 굳어버린 손가락은 풍걸린 환자마냥 펴지지도 않고, 딸피로 도망가는 적을 보면 세상천지가 어두워진 채 폭주기관차가 되어버리는 기자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 모든 굴욕을 해소할 수 있는 순간! 최후의 결전 모드가 드디어 우리 앞에 드러났다.

CS 100, 퍼스트 블러드, 그리고 첫 타워 파괴. 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킬 경우 그대로 게임이 끝나 버리는 '최후의 결전' 모드는 말 그대로 5:5가 아닌 1:1과 2:2에 특화된 모드다. 무작위 총력전에 쓰이는 '칼바람 나락' 전장에서 진행되는 짧은 전투. '계삭빵의 올바른 수단' 혹은 '나에게 심한 욕설을 한 자를 응징할 정당한 방법'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최후의 결전' 자체의 가장 큰 의의는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나와 상대의 실력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그 쫄깃함 아닐까?

목 한번 꺾어주며 상대를 찍어누를 기세로 자리에 앉은 기자 4인. 기세라면 타이탄트론을 틀어놓고 불꽃을 팡팡 터뜨리며 등장하는 WWE 프로레슬러에 못지 않다. 지금 이자리에서! 짬이고 뭐고 다 집어치운 채 자존심을 걸고 분노를 무기삼아 등장한 네 명의 키보드워리어를 공개한다.




제 1경기. 라파(트리스타나) VS 코어(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