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臣戰船尙有十二 出死力拒戰則猶可爲也, 戰船雖寡 微臣不死則不敢侮我矣(금신전선상유십이, 출사력거전, 칙유가위야. 전선수과, 미신불사, 칙적불감모아의). "지금 신에게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사오니 죽을 힘을 다해 막아 싸우면 능히 대적할 방책이 있습니다. 전선이 비록 적지만 미천한 신이 죽지 아니했으니 적이 감히 우리를 가벼이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옵니다."라는 뜻이다.

영화 '명량'을 통해 대중에 익숙해진 충무공 이순신의 문장이다. 그는 두 번이나 백의종군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기회가 찾아오면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국민 누구나 아는 공적을 올려 호국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인생에는 누구나 몇 번의 기회만이 온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기회가 가고 나면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음을 외치며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하다. 충무공처럼 낙심치 말고 충분히 준비한다면 기회의 애교 섞인 콧소리를 품에 안을 수 있음은 자명하다.

소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그럼 다음 소는 잃지 않을 테니까. 다시 말해 절차탁마하며 기회를 기다린다면 분명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마이에트'의 '킹덤즈'는 지난 6월에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로 출시된 게임이다. 하지만 소위 '대박'이라 불리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꾸준히 반영하고 전략을 수정하며 정갈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다시 게이머들에게 돌아왔다. 데이트를 앞두고 풀 메이크업한 여자친구처럼 진화했다. 카카오라는 새로운 기회를 붙잡고 돌아온 '킹덤즈'를 소개한다.


▲ 이 자세를 취하기 위해 옷을 선택했다는 마이에트 나자영 개발이사.


‘킹덤즈’는 차세대 모바일 전략시뮬레이션을 표방하는 게임으로, 그림을 그리듯 선으로 유닛을 선택 및 조종할 수 있는 방식의 전투를 구현했다. 또한, 각기 다른 스킬을 가지고 있는 영웅과 280여 개에 이르는 맵을 제공함으로써 게이머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선사한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전략을 표방한 게임이 배치 및 전개 외엔 전략적인 요소를 간략화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색다른 접근이다. 유닛 컨트롤과 영웅의 스킬 사용 그리고 병과 구성을 할 수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전술 조합이 늘어난다.

"총괄 피디가 패키지 시절부터 RTS를 만들던 사람이다. 요새 나오는 획일적인 게임들과 달리 컨트롤 하는 재미와 전략을 수립하는 재미를 표현하고 싶었다. 우리도 처음엔 '클래시오브클랜' 같은 전투 방법을 사용할까 고민해봤는데 그럼 스킨을 덧씌운 게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파기했다.

자신이 조작함으로써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을 집어넣고 싶었다. 어떻게 파훼(破毁)할지 고민하고 조합하는 재미를 추구했다. 명확한 상성을 지니고 있는 유닛들을 이용해서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를 의도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처럼 말이다. 유저들끼리 전략을 발전시키고 공유하는 순환구조가 이뤄진다."



▲ 손가락 그리기로 부대를 지휘할 수 있다.


'킹덤즈'의 전장은 일반적인 전략 게임의 그것과 조금 다르다. 보통의 모바일 전략게임이 마을(혹은 성)을 중심으로 네 방향에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반면, '킹덤즈'는 한 방향에서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전략을 게임의 가치로 내세우면서도 유저의 선택지를 줄인 것은 일견 이해하기 힘들다.

"긴장감을 떨어트리기 위해 의도한 것이다. 조작이 많으면 피로감이 높아진다. 짧은 호흡으로 사방에서 돌격하는 유닛을 모두 컨트롤 하는 것은 모바일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로감과 조작 만족감 사이에서 최적의 부분을 찾아 절충하기가 쉽지 않았다."

에이스사가, 건즈, 레이더즈 등 많은 조작을 요구하는 게임을 만들던 마이에트에게 플레이어가 게임에 개입해서 '게임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유닛 콘트롤 부분은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PC 개발을 오랜 기간 하던 그들에게 모바일 게임 개발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온라인과 모바일은 유저층이 완전히 달라서 처음 파악하는데 많이 힘들었다. 유저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온라인 게임 개발보다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다. 만들다가 방향이 안 맞으면 전면 수정할 수도 있다. 또 50명 이상이 작업하는 온라인 게임 개발보다는 의사 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게임들을 보면 조금 하드코어한 경향이 있다. 건즈, 레이더즈처럼 말이다. 그런데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예전처럼 조작을 요구하는 게임은 외면받게 됐다. 앞서도 말했지만, 조작감과 피로감을 절충하는게 쉽지 않았다. 개발 난이도 자체는 좀 쉬워졌고 개발하는 입장에서 재미있기는 하다.



▲ 남자라면 정면에서 갖다 박아야지


이러한 고민은 기존의 RTS를 그대로 답습해 스마트 디바이스에 이식한 게임들이나 '클래시오브클랜'을 쫓은 게임과 궤를 달리하고자 하는 밑바탕이 됐다. 하지만 '마이에트'는 대중에게 게임을 노출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덕분에 진성유저들과 같이 호흡하며 연마하는 기회가 되긴 했지만 적잖이 아쉬웠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새로운 유저 유입을 위해서 그들은 카카오 플랫폼을 선택했다.

"지금 있는 버전과 같은 버전으로 서비스한다. 물론 업데이트도 같이 진행한다. 기존 버전이 페이스북 연동으로 친구를 찾는 방식이었는데 아무래도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개인화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친구 찾기가 힘들었다. 같이 해야 재미있는 게임인데... 그래서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기로 했다.

14일에 출시되는 버전에는 새로운 유닛이 추가되며 공중전이 구현된다. 또한 디버프를 주는 함정을 추가해서 전투의 변수를 고려하도록 했다. 우연 요소가 커져서 전투의 긴장감이 더 해질 예정이다. 지난 4~5개월 동안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고 꾸준히 개선했다. 좀 더 친절해지고 좀 더 정리됐다. 참, 원래 게임을 하던 유저들이 요청하면 카카오 버전으로 이주해줄 준비도 하고 있다."



▲ 카카오버전과 함께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유닛과 폭탄. 물론 본 서버도 업데이트 된다.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채널을 확보했지만, 전 세계적인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클래시오브클랜'이 버티고 있는 전략 장르 진입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터다. 숱한 고민과 노력으로 탄생한 결과물일지라도 경쟁이 워낙 치열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게임이 그 반증이다.

"사실 처음에 '킹덤즈'를 출시했을 때 인터뷰도 안 했고 사전등록도 못 해서 좀 아쉬웠다. 하지만 외부 요인만을 탓하지 않는다. 어떤 시기든 위기가 있었고 힘들었다. '에이스사가'를 만들 때부터 평화로운 적은 없었다. 뭐 좀 해볼까 하면 와우가 나왔고 뭐 좀 해볼까 하면 디아블로가 나왔다.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가 중요한 거다. 나머지는 유저들이 판단하는 거다.

전략적인 게임은 우리가 제일 잘 만들지 않을까 싶다. '킹덤즈' 서비스 5개월 동안의 여러 지표를 분석해 보면 충분한 재미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신규 유저 유입 채널만 확보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콘텐츠 자체는 자신 있으니까 자부심을 가지고 서비스하겠다."


11월 14일 출시를 앞둔 '킹덤즈 for Kakao'. RPG나 RTS나 게임의 본질은 같으므로 콘텐츠의 재미로 승부를 걸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새로운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는 '킹덤즈'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 부탁했다.

"전략 게임다운 전략 게임이라고 말하겠다. 모바일 게임 중에 전략을 표방하는 게임이 많은데 "이게 왜 전략"인가 싶은 게임도 있다. 우리는 서양 전쟁사 책을 쌓아놓고 참조하며 만들 정도로 진짜 전략을 표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진짜 전략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킹덤즈'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