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투리스모'를 필두로 시작된 리얼 레이싱 게임 시대. PS 진영에 맞불을 놓기 위해 MS가 내놓은 카드는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였다. 이 둘은 한동안 레이싱 게임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고 '드라이브 클럽', '더 크루' 등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이 레이싱 장르를 대표하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리얼 레이싱이라는게 참 어렵다. 자동차의 조작 메커니즘이 실제와 같이 구현되어 있어 조금만 속도를 올려도 트랙 밖으로 바퀴가 삐져 나가는 건 기본이고 심할 땐 코너에서 트리플 악셀을 밟기도 한다. 그렇다고 앞차를 쌩쌩 지나가는 추월하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다. 코너에서는 감속한 차들로 노면 위는 주차장이 되고 서로 눈치만 보다가 순위 상승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물론 이런 사실적인 플레이에 팬들은 열광했지만, 오락실에서 맘껏 액셀을 밟듯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는 게임은 수가 적어졌다. 그래서 정해진 서킷 위를 달리는 '포르자 모터스포츠'의 경기장을 도로 위로 옮긴 '포르자 호라이즌'의 등장은 자극적이다.

시뮬레이션과 아케이드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 조작은 마치 클러치에 양발을 분주하게 움직이던 수동 조작 자동차가 땅기면 나가는 스쿠터가 된 느낌이다. 여기에 오픈 월드 게임처럼 자유롭게 맵을 돌아다니며 돈도 벌고 레벨도 올리는 방식은 레이싱 게임에 경쾌함을 더했다.

그래서 게임스컴의 주요 일정이 끝난 3일차, 행사장이 열리자마자 MS 부스로 달려가 '포르자 호라이즌3' 시연대 앞에 섰다. 10분 거리를 달려간 탓에 심장이 쾅쾅 뛰었지만 설레는 마음에 그 소리도 신나는 드럼 소리로 들리는 듯했다.


시연대를 잡고 차를 고르자 멀리서 내 차가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앞으로 쌩 지나가는가 싶더니 바로 플레이를 시작한다. 마치 달려오는 차가 서 있는 나를 집어삼키고 운전석으로 밀어 넣은 느낌이랄까?

10분 남짓의 짧은 시연이었지만 이처럼 게임 군데군데 독특한 연출이 자신을 봐 달라며 내 눈을 두들겼다. 운전 도중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그려졌고 점프대를 밟고 힘차게 뛰어오르면 카메라를 360도 돌리며 내 플레이에 환호해줬다. 확실히 게임과 게임을 잇는 연출 하나만큼은 그 어떤 레이싱 게임에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과한 것은 안하리만 못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많은 종류의 특수 연출이 틈틈이 발생하지만, 게임 플레이를 방해한다고 느끼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밀당의 고수마냥 쫄깃하게 특수 효과의 맛을 조정하다 보니 게임을 즐기면서도 슈퍼카들의 레이스를 관람하는 느낌까지 함께 전달하고 있다.


게임 스타일을 확연히 다르지만 '포르자 호라이즌'의 정체성은 '포르자 모터스포츠'에서 시작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가 어떤 게임인가? PC, Xbox, PS 구분하지 없이 최고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그만큼 '포르자 호라이즌3'의 그래픽은 가히 압도적이다.

특히 물이 고인 노면의 모습은 최근 잘 나가는 레이싱 게임 무엇과 견주어도 낫다고 말하고 싶다. 보통 운전하는 기분을 내기 위해서는 운전사 시점의 콕핏 뷰를, 주변 상황을 쉽게 둘러보고 성적을 높일 때는 비하인드 뷰로 설정을 해두곤 한다. 하지만 사실적인 노면을 보며 게임을 즐기기 위해 시연의 대부분을 아무런 차체가 표시되지 않는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했을 정도였다.

차체를 빛내는 광원 효과도 빼어나다. 몇몇 게임들이 광원 효과를 지나치게 많이 줘 기름통에 빠진 듯한 비주얼을 보이는 데 반해 '포르자 호라이즌3'의 차들은 유광 부분과 무광 부분이 서로 다른 형식으로 빛을 반사해낸다. 또 그 양이 모자라지도, 과하지도 않아 말 그대로 진짜 도로 위의 차 같은 적절한 색채를 보여준다.

다만 충격에 떨어져 나간 파편이나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바퀴살에 밀려 튀어 오르는 물살의 그래픽은 영 모자랐다. Xbox One의 기기 성능상 화면의 모든 것의 그래픽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하기에 힘을 줄 때는 주고 뺄 때는 빼는 선택에 따라 이뤄진 결정으로 보인다. 뭐 이런 오브젝트들이 게임에 큰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 만큼 눈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아 다행이지만.


그래픽과 달리 게임성은 리얼 드라이빙의 '포르자 모터스포츠'와 달리 아케이드 성격을 짙게 해 새로운 노선을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이것이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게임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듯한 리와인드 기능은 이런 '포르자 호라이즌3'의 게임 성격을 나타내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게임 도중 X와 Y키를 눌러 리와인드 기능을 사용하면 일정 지점까지 시간을 돌릴 수 있다. 다른 차와 부딪히거나 코스 밖으로 빠졌을 때 사용하면 굳이 경기를 다시 시작하지 않고 약간만 시간을 돌려도 최고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또한, 한 번에 여러 번 리와인드 할 수 있어 코스를 잘못 선택해도 큰 문제 없이 코스 진입 지점까지 되돌아갈 수도 있다.

리와인드 기능 외에 핸들링도 더욱 게임다워졌다. 핸들을 크게 돌려도 코스 밖으로 잘 엇나가지 않으며 브레이크 버튼만으로 멋들어진 코너웍이 가능하다. 조작이 간단한 탓에 굳이 휠 컨트롤러를 구매하지 않고 패드만으로 플레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편, 당대 최고 가수들의 음원이 포함되는 사운드트랙은 이번 신작에서도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시연 내내 흥겨운 일렉트로닉 음악이 귓전을 두드려 귀까지 즐겁게 했으니 말이다. 정적인 모습으로 게임을 즐기는 여타 시연대와 달리 어깨를 둠칫둠칫 하며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포르자 호라이즌3'부스에서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시연 버전에서는 음향을 설정하는 메뉴가 따로 없어 효과음이나 엔진 소리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사실 '포르자 호라이즌3'의 장점을 길게 풀었는데 어려운 말 필요 없이 이 한 줄로 게임을 표현할 수 있다.

'쉽다. 그리고 재밌다.'

'포르자 모터스포츠'의 스핀오프로 시작했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정말로 본작의 위상을 넘볼 수 있지 않을까? 경쾌한 음악과 함께 좌우로 스틱을 눕히면 그 어떤 게임보다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게임. 이제는 Xbox만이 아니라 윈도우10에서도 즐길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게이머가 다함께 도로 위를 질주하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