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민주화라는 모토로 성장해온 유니티는 입문은 쉬웠으나 하이 퀄리티 게임을 개발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유니티가 변했다. 지난 3월 GDC 2016에서 공개한 테크 데모 영상 '아담'은 지금까지의 유니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며 더 이상 그래픽으로도 언리얼 엔진에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괄목상대. 유니티의 발전을 말할 때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이미 시장에 언리얼 엔진, 크라이엔진, 소스 엔진 등의 상용엔진들이 저마다의 입지를 다져놓고 있을 때 모바일 시장이라는 활로를 개척해 지금에 이르러선 언리얼 엔진과 함께 게임 엔진계를 양분하는 엔진으로까지 성장했다.

그렇다면 유니티의 미래는 어떨까. VR, AR 시대의 도래에 대비해 나날이 발전을 거듭해가고 있는 유니티 엔진의 엔터프라이즈 서포트 엔지니어 이안 던도르(Ian Dundore)를 만나 미래의 유니티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 이안 던도르(Ian Dundore)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기술 지원 총괄



Q. 만나서 반갑다. 지난 유나이트 서울 2016에서 만나고 4개월 만인데,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유럽 유니티 본사의 엔터프라이즈 서포트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는 이안 던도르라고 한다. 우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소개하자면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포괄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개발자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돕거나 좀 더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조언을 주는 것으로, 유니티 엔진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최대한 쓸 수 있는지 도와주는 일이다.


Q. 기술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며 역시 타 엔진에 대해서도 관심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얼마전 양빙이라는 1인 개발자가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라는 게임을 언리얼4의 블루 프린트로 개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알고 있나?

물론 알고 있다. 트레일러도 봤는데 그렇게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양빙에게 우선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정말 멋졌다.


Q.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를 보면서 놀랐던 부분이 있는데 순수 블루 프린트로만 개발했다는 거였다. '비쥬얼 스크립팅 기능이 이렇게 강해졌나?' 하고 생각했는데, 유니티는 플레이메이커라는 에셋으로 지원할 뿐 공식적으로는 해당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추가할 예정이 있나 궁금하다.

우선 유니티는 게임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비쥬얼 스크립팅 기능은 그 중 하나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플레이메이커를 개발한 후통 게임즈(Hutong Games LLC)와 계약을 하고 있거나 하진 않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좋겠으나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당장에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점 이해 바란다.

▲ 유니티에서 비쥬얼 스크립팅 기능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에셋, 플레이메이커


Q. 비쥬얼 스크립팅 기능을 넣기 어려워서인가?

비쥬얼 스크립팅과 관련된 로드맵에 대해서는 R&D 기술팀과 얘기를 해야 좀 더 자세히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로드맵의 경우 유니티 웹사이트에 공개가 돼 있으니 직접 살펴보고 피드백 사이트를 통해 의견을 제공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부연 설명을 하자면 언리얼 엔진4의 경우는 블루프린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C++로만 개발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비쥬얼 스크립팅 기능을 원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유니티의 경우 현재 시스템으로도 유저들의 요구 사항을 대다수 반영할 수 있고, 비쥬얼 스크립팅의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낮기에 아직 계획이 없는 것이다.


Q. 유니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업데이트 시에 기존 버전과 스크립트가 충돌이 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덕분에 구버전에서 업데이트를 안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언제쯤 해결되나?

새로운 버전이 나온다면 항상 이슈가 되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유니티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베타 버전이 나오면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서 테스트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업데이트와 관련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베타 버전의 경우 무상으로 공개하고 있는데, 개발자들이 사용하면서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는 부분도 있으니 더욱 더 많은 개발자들이 사용해줬으면 한다.


Q. 유니티에 다양한 옵션들이 추가됐는데, 여전히 성능적 제약이 크다. 이와 관련해서 멀티쓰레드 문제는 지겨울 정도로 거론이 되는데, 언제쯤 엔진에서 정식으로 지원하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일단 유니티에서는 코어 엔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팀도 있다. 멀티스레드 렌더링도 그 일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멀티스레드 렌더링의 경우 그래픽스 잡스(Graphics Jobs)라는 기능을 활성화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적용돼 있다.

그리고 5.4 빌드를 보면 알겠지만 이미 유니티에서 다양한 기능들이 멀티스레드를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피직스, UI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타임 라인 프로파일러(Timeline Profiler)라는 기능을 통해 지금 하는 작업이 어떻게 멀티스레드를 통해서 분산되고 있는지 직접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병목 현상을 줄일 수도 있다.

▲ CPU, GPU, 메모리 사용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타임 라인 프로파일러


Q. 언리얼 엔진은 구매시 소스코드까지 공개하는데, 유니티는 그렇지 않고 있다. 안 하는 것인가 못 하는 것인가? 명확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도 모든 걸 막아놓은 건 아니다. 오픈소스를 포용하고 있기도 한데, 프로젝트 중에서도 시네마틱 이미지 이펙트나 메모리 프로파일러같은 경우 비트버켓에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도 커뮤니티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오픈소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Q. 최근 IT 업계의 화두는 역시 VR, AR이다. 유니티 엔진의 경우 발빠르게 대비했는데, 타 엔진과 차별화된 유니티만의 강점이 있나?

유니티 로드맵을 보면 알겠지만, VR 콘텐츠와 관련해서 많은 기능을 개발하고 있고, 5.4 버전이 나오면서 소개가 된 기능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술로는 싱글 패스 VR 렌더링 기술인데, VR에서 좌안과 우안을 각각 렌더링하는 것이 아닌, 한 번에 양안을 렌더링하는 기술로 VR 콘텐츠의 성능을 향상할 뿐 아니라 개발도 더욱 쉽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구글 데이드림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굉장히 많은 VR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향후 더 많은 내용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Q. 싱글 패스 VR 렌더링 기술에 대해 말했는데, 그렇다면 타 엔진들은 이 기능이 없는 건가?

확답은 못 하겠다. 언리얼 엔진에서 지원하는 기능에 대해서 100% 알고 있진 않다. 내 본업이 아니니 이해해달라.(웃음)


Q. 그러고보니 해외에서는 '포켓몬GO'로 AR이 화제가 됐는데, 기술 총괄로서 VR과 AR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AR과 VR은 여전히 초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가 두 분야에 대한 실험적인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여전히 신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분야에 대해서는 새롭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여럿 진행 중인 거로 알고 있다. 많은 회사가 전 방향에서 AR과 VR 콘텐츠 개발을 시도하고 있는데, 유니티가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VR과 AR 기술이 지금처럼 활성화된 계기는 역시 콘텐츠라고 본다. 기술 자체는 이미 이전에도 있던 게 여러 콘텐츠와 만나 더욱 커지게 된 거다. '포켓몬GO' 역시 나이엔틱의 전작인 '인그레스'의 특징과 포켓몬이라는 IP를 결합했기에 더욱 화제가 된 거로 알고 있다. 앞으로 VR과 AR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키는 바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Q. 이안은 '포켓몬GO'를 해봤나?

하하하 물론이다. 지금도 내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다. 내가 사는 독일에서는 여전히 인기인데, 집 건너편에 포켓스탑이 있어서 애들이 모여있는 걸 보면서 애들의 등교 시간이나 하교 시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Q. 방금 전 올해가 VR, AR의 실험적인 해가 될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언제쯤 되야 활성화가 될까?

일단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확답은 못 하겠다. 개인적으로 예측하자면 1년이 지난, 내년 하반기나 2018년 초쯤 되면 콘텐츠도 많아질 것 같다. 사실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3년 정도는 더 말이다. 그런데 올해 차이나조이를 보니 중국에서는 VR 콘텐츠 개발에 열심이더라. 이런 추세라면 더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


Q. VR 기능도 기능이지만 최근 유니티 엔진의 경우 그래픽 퀄리티가 높아지면서도 최적화 기능들도 속속 추가됐는데, 대표적인 기능에 대해 알려달라.

우선 다소 편애하는 게 있을 수밖에 없는데, 내가 모바일 프로젝트에 많이 관여하고 있어서 모바일 쪽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모바일 기기의 경우 메모리 관리가 중요한데, 5.3 버전을 보면 IL2CPP 런타임에 대해서 새로운 메모리 프로파일링 기능이 추가된 걸 알 수 있다.

이 API는 개발하면서 모바일 기기의 메모리가 어떤 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로우 레벨이고 오픈소스여서 사용하면서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입맛에 맞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역시 비트버켓에 오픈소스로 올려놨으니 필요하면 얼마든지 사용해도 된다.



Q. 개발의 민주화를 모토로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지만, 반대로 고급 기능들을 추가하기 위해선 개발자들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고급 기능들을 좀 더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우리는 사용성과 사용자 경험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팀이 있는데 유니티 에디터를 개선해서 편의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강력한 엔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API 빌드하는 방법을 바꿨는데 API 중에서 로우 레벨인 것은 고급 유저들이 사용해서 고급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하이 레벨은 초심자들이 사용하기 더욱 쉽도록 만들었다.


Q. 사실 유니티의 성장에는 모바일 시장이 확장되면서 함께 커졌다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내부적으로 모바일 쪽을 중시할 거 같은데, 어떤가?

나야 물론 모바일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어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게 많지만, 유니티 내에서는 모바일뿐 아니라 VR, 콘솔, PC 모두 같은 중요도로 개발하고 있다.


Q. 본사에서는 유니티 랩스라고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프로젝트인지 알 수 있나?

유니티 랩스 사이트를 통해 보면 알 수 있는데, 굉장히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역시 VR 콘텐츠로 VR 에디터를 들 수 있다. 이건 VR을 쓴 채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그리고 좀 더 쉽고 직관적으로 쓸 수 있도록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라는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 둘 다 VR 기기를 쓴 채로 작동하는 기능들이다.

VR 에디터의 경우 올해 말쯤 공개할 수 있을 것 같고, 카르트 블랑슈는 내년쯤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기술 총괄로서 유니티가 더욱 발전한다면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남부럽지 않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사용 편의성은 오래도록 유니티의 강점으로 손꼽혔고 자리매김했다. 이미 나와 있는 거로도 유저들이 쉽게 VR이나 기타 플랫폼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쉬워질 것이다.


Q. 엔진 라이벌로서 언리얼 엔진이 역시 그래픽에 있어선 유니티보다 앞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유니티 엔진 내부적으로는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부분도 있는데 아직 사용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런 기능들을 사용하고 있는 게임들이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내년에는 기존의 유니티 모바일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들이 나올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내용이 유나이트 LA에서 발표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


Q. 끝으로 유니티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을 위한 한마디 부탁한다.

일반 유니티의 모두를 대표해서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한다. 따뜻하게 환대해주는 건 물론이고 그들과 일하면서 굉장히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 개발자들이 굉장히 멋진 게임을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유저들에게 선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국 유저들의 요구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엔진의 한계치까지 끌어내면서 개발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유니티 엔진과 함께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