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이 팅커 시뮬레이터 플레이 영상




▲ 토이스토리 2
(출처: 네이버 영화 '토이스토리 2')

디즈니의 토이 스토리 2는 명작 그 자체지만 내 기억에 남는 명장면 하나를 뽑으라면 장난감 수리공이 팔이 찢어진 우디를 고쳐주는 장면을 뽑고 싶다. 인간의 눈에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할 지 모르는 우디를 정중하게, 그리고 또 섬세한 손길로 수리해 주는 장면은 잊히지가 않는다. 장난감 수리공은 찢어진 팔을 꿰매어 붙이고 칠이 벗겨진 우디의 머리까지 완벽하게 새 인형으로 재탄생시켰다.

실제로도 우리 주변에는 망가지고 낡은 장난감들을 수리해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 장난감 수리센터 또는 장난감 병원이라고 불리는 그곳에선 하루에도 몇십 개의 장난감들이 입원하고 또 퇴원을 기다린다. 내가 애지중지하던 장난감을 수리하고 싶어서 한 번쯤 상상해 본 장난감 수리공이라는 직업, 이 상상을 현실로 바꿔주는 게임이 스팀(Steam)으로 출시되었다. 바로 ‘장난감 수리공 시뮬레이터(Toy Tinker Simulator)’이다.

지난 5월 22일 베타 버전을 출시했고 정식 출시는 아직 미정이다. 베타 버전에서는 10가지 종류의 장난감을 직접 수리할 수 있지만 즐길 수 있는 범위는 다소 제한되어 있다. 물론 베타 버전인 만큼 정식으로 출시되면 지금은 체험해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와 기능들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 메인 화면에 킥스타터 지원이 눈에 띈다

‘장난감 수리공 시뮬레이터’는 한국어가 지원되는 게임이며 1인칭 시점에서 장난감을 수리하는 수리공의 역할로 플레이한다. 시선을 줌아웃하기 위해서는 오른쪽 클릭을 한 뒤 시선을 마우스로 누른 상태로 돌리면 작업실을 둘러볼 수 있다. 조작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며, 마우스의 클릭 몇 번으로 모든 진행이 가능하다.

플레이어는 작업실의 컴퓨터를 통해서 오래되고 낡은 장난감들을 구매할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장난감을 모두 구매할 수는 없고, 먼저 구매한 장난감의 모든 수리를 끝내고 배송한 뒤에야 그다음 수리할 장난감들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수리를 위해서는 장난감에 알맞은 부품과 필요한 모든 재료를 직접 구매한 뒤에야 수리를 시작할 수 있다.

장난감의 재료 옆에 있는 빨간색 핀을 클릭하면 오른쪽에 새로 창이 뜨며 사야 할 재료들을 볼 수 있다. 수리 재료는 작은 못부터 시작해서 장난감을 고치는 데 필요한 부품, 도색에 필요한 페인트 그리고 기계까지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다.

작업에 들어가면 실제로 장난감 수리공이 일하는 것처럼 모든 장난감을 직접 해체해야 한다. 장난감을 클릭하면 해체해야 할 부분들이 뜨며 순서대로 해체하면 된다. 해체하는 과정에서도 손으로 해체하는 것과 도구로 해체하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 그 도구를 우리가 쓸 때처럼 마우스를 조작하면 된다.

'장난감 수리공 시뮬레이터'의 킥스타터 홈페이지에는 정식 출시 버전과 관련된 설명이 있는데, 출시 버전에서는 200개의 다양한 장난감들을 수리할 수 있으며 사무실 안에서 미니게임도 플레이할 수 있다. 장난감들을 많이 수리하면 레벨이 오르는데 레벨이 오르면 마스터로 승급할 수 있으며 수리한 장난감들을 갖고 놀 수도 있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 많이 낡은 장난감 기차

▲ 응?

망가진 장난감의 부품들을 분해한 뒤에는 씻어야 하는데 세척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세제를 이용해서 얼룩을 지우는 방법과 초음파 세척기를 이용해서 묵은 때들까지 씻는 방법이 있다. 씻은 뒤엔 사포질과 도색, 그리고 다시 재조립까지 해야 하며 작업이 종료되면 이제 사진을 찍는다.

장난감을 수리하기 전과 수리한 후에 사진을 찍으며 비교를 하게 되는데, 게이머의 수리 실력이나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오히려 수리하기 전이 더 나은 상태인 장난감이 나오기도 하다. 자신이 금손인지 파멸의 손인지 궁금하다면 체험해 보도록 하자.

단순한 조작법에 별다른 배경 이야기도 없는 게임인 만큼 복잡하거나 섬세한 작업과 구현을 원하는 유저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시뮬레이션 게임은 색다른 직업과 작업의 경험을 얼마나 잘 구현하고 게임의 재미로 녹여 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기대가 컸던 만큼 마우스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좀 더 섬세한 과정이나 조작을 살렸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사실 장난감 수리공이라는 희귀한 직업을 경험할 기회도 없으니 게임에서라도 장난감 수리공이 하는 일들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 기대를 했었다.

특히 사포질과 니스 칠하기 등 살면서 실제로 거의 접할 기회가 없는 경험들을 게임에서라도 일부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마우스로 장난감을 사포질하는 작업도 단순히 한 덩어리를 문지르는 형태였다. 조금 더 세세하게 군데군데 사포질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물론 처음에나 신기하지 여러 번 하다 보면 사포질이 아무리 복잡해 봐야 단순 작업이니 편의성 면에서 귀찮은 걸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앞면만 사포질했는데 전체 다 되어있는 마법

▲ 썰렁한 내 사무실

게임 안에는 3개의 공간이 있는데 장난감을 수리하는 작업 공간과 사무실, 그리고 박물관이 있다. 작업 공간에서 주로 게임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으며 사무실에선 컴퓨터로 장난감이나 재료들을 구매한다. 박물관은 베타 버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지만 수리가 완료된 장난감들이 12개 이상이면 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다.

이후 박물관도 추가로 한 곳 더 살 수 있으며 자신만의 장난감 박물관을 꾸밀 수 있다. 사무실 역시 꾸미는 물품들을 구매하며 나만의 사무실로 꾸며낼 수 있다. 특히 사무실 안에는 클릭하면 상호작용되는 것들이 많으니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기저기 클릭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된다.

장난감을 해체해서 씻고 수리하고 색칠하고, 제목에서도 예상할 수 있듯 게임의 방향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낡은 장난감들의 묵은 때들을 정리하고 수리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대부분 단순한 조작법으로 이루어지니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이런 단순한 조작법들을 가진 게임들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잔잔한 분위기인 것 같다, 이 게임 역시 인디게임의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와 배경음악을 통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현실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장난감 수리공이라는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니 어린 시절의 장난감을 떠올리며 추억에 빠져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정식 버전에서는 상호작용도 좀 더 늘어나고 장난감을 전시한 박물관에 실제로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이벤트도 있었으면 좋겠다. 인디 게임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와 더불어 장난감 수리공이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싶으면 베타 버전을 살짝 맛본 뒤에 정식 출시를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