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당선이 확정됐다. 이번 대선은 이전과 달리 게임 정책이 주목받았단 특징이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1월 12일 게임공약만을 발표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주요 게임공약은 e스포츠 지역연고제다. 당시 윤 당선인은 "e스포츠가 1020세대와 수도권에 편중되지 않도록 앞으로 e스포츠에도 지역연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지역 기반 아마추어 e스포츠 생태계가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라고 말했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다. 야당이 되어버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게임정책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야당과 협치가 필요하다.


윤석열 당선인의 게임공약
e스포츠 지역연고제, 확률형 아이템 BM 규제


윤 당선인의 게임공약 키는 하태경 의원이 쥐고 있다. 하 의원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게임특별위원장을 맡았다. 하 의원은 선거에서 지난 1월 급부상했다. 당시 윤석열 후보자가 서면 인터뷰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옹호 취지로 답하자, 하 의원은 SNS를 통해 비판했다. 이후 하 의원 의견을 윤 후보자가 받아들여 자율규제 옹호는 철회됐다. 국민의힘 내에서 게임 커뮤니티 여론 중요성이 재평가받자, 선대위는 게임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 자리를 하 의원에게 맡겼다.

윤 당선인이 특별히 내세웠던 공약은 e스포츠 지역연고제다. e스포츠 산업에 프로야구처럼 지역연고제도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10대와 20대와 수도권에 집중된 e스포츠 산업은 지역과 전 연령대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윤 당선인은 어린이와 어르신도 손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아카데미와 게임 리터리시 프로그램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e스포츠 지역연고제는 강한 반대 의견이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대 의견으로 △우리나라, 특히 이스포츠는 기업의 후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상황 △지역연고제는 어느 정도 이상의 인구가 기본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인구의 수도 훨씬 적고, 그마저도 수도권에 편중됨 △우리나라 이스포츠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 팀을 좋아하는 경향이 매우 도드라짐 등을 들었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리그 오브 레전드 정책이 아닌 e스포츠 정책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라며 "정책적으로 충분히 검토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연고제 도입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e스포츠 산업 기초 과제로 아마추어 리그 활성화, 유소년 시스템 구축, 생활 e스포츠 정착, 지역 e스포츠 경기장 활용 등을 꼽았다. 이 과제들을 완수하기 수단이 지역연고제라는 설명이다.

차기 정부가 e스포츠 지역연고제를 추진할 경우,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회 협조가 필요하다. 이때 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기 때문에 차기 정부와 여당이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차기 정부가 윤 당선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세밀한 논리 구성이 필요하다.

따라오는 과제로는 e스포츠의 중계권 문제다. 현재 e스포츠 중계는 종목사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 경우 라이엇게임즈다. e스포츠 지역연고제 활성화를 위해선 가장 인기 있는 LCK를 활용하는 게 우선 과제다. 다만, 현재 라이엇게임즈로선 지역연고제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 차기 정부가 라이엇게임즈에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이 e스포츠 지역연고제에 진심이라면, 라이엇게임즈의 협조를 얻어낼 협상 카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기본적으로 시장과 산업의 자율을 존중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에 있어서는 소비자를 위한다는 방침이다. 윤 당선인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고, 게이머가 직접 감시할 수 있도록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9일 대선과 함께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충북청주상당구에서 당선됐다. 정우택 의원은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비판해온 정치인이다. 정우택 의원이 합류한 만큼 국민의힘 내 자율규제 비판은 거세지고 법적규제 확립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금까지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불투명한 확률 정보로 유저들의 불신을 받아왔다"며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실까지 밝혀져 불매 운동이 확산한 적도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공약으로 나온 게임이용자위원회는 이미 하태경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발의한 내용이다. 게임이용자위원회는 방송법상 시청자위원회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사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구조와 확률정보를 조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공약이 실현될 경우 게임사로선 난감할 것이다.


P2E(play to earn) 게임 규제 해소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지난 1월 게임공약 브리핑 자리에서 하태경 의원은 P2E 게임산업의 세부내용을 공약으로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최종공약집에는 P2E 게임이 빠졌다. 캠프 내에서 규제 해소를 만지작하다 신중론으로 바뀐 탓이다.

다만 윤 당선인은 NFT 등 게임에 적용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 및 암호화폐 발행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국내 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안전장치가 마련된 거래소를 통한 발행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NFT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자산 시장을 육성하고, 다양한 블록체인 기술 지원 제도를 구축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게임을 내세운 국민의힘 의원
하태경, 김승수, 허은아, 이용 의원

▲ (왼쪽부터) 하태경, 김승수, 허은아, 이용 의원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제1야당이었으나 여당이 과반이어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9일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인 것은 여전하다. 그래도 차기 정부에 집권하는 것은 국민의힘 게임정책에 큰 힘이 된다.

하태경 의원은 '카나비 구출작전'으로 e스포츠 산업계에 널리 알려졌다. 선거 기간에는 게임특별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당시 후보의 게임공약을 주도했다. 선거 이전에도 하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에 큰 관심을 뒀다. 그는 확률조작 국민감시법, 장애인 게임접근성 향상법, e스포츠 세계화법 등을 대표로 발의했다.

김승수 의원은 게임산업법을 맡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문화 산업에 관심을 두는 정치인으로, 게임산업과도 연을 맺고 있다. 김 의원은 중국 관련 게임 문제에 많은 문제를 제기했었다. 특히 중국 게임사의 베끼기로 인한 피해 조사 요구, 적극적인 판호 문제 개입, 중국 게임사의 문화 동북공정 문제 해결 등을 정부에 요구했었다. 그는 중국 게임사의 동북공정을 막기 위해 게임물관리위원회 역사 전문가를 위원으로 둘 것을 제안도 했다. 아울러 김승수 의원은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도 주최했다.

김승수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 공약 중 'K-콘텐츠 청년 일자리' 50만 개 창출 부분을 맡고 있다. 게임 등 미래 선도형 산업에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승수 의원은 아이디어 계획, 제작 및 저작권 등록, 창업 컨설팅 및 마케팅 등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허은아 의원은 셧다운제 폐지를 통해 게이머 이름을 알렸다. 허 의원은 지난해 6월 대정부 질문에서 황희 장관에게 "제 2의 BTS를 꿈꾸는 건 장려하면서, 왜 제2의 페이커나 임요환을 꿈꾸며 게임에 매진하는 청소년은 중독자로 낙인찍어 규제하나"라고 질타한 바 있다. 이후 허 의원은 셧다운제 폐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허 의원은 e스포츠에도 관심을 둔다. 그는 2020년 9월 e스포츠 산업법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국내 e스포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e스포츠 종주국에 걸맞은 지원대책 마련이 주요 내용이다. 전부개정안에는 △e스포츠 관련 각종 정의 신설 △e스포츠 시설의 지정 및 운영에 있어 필요한 국가와 지자체의 구체적 지원방안 마련 △정부의 e스포츠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 대책의 신설 △전문 e스포츠의 육성과 생활 e스포츠 활성화 지원 △선수 권익보호 △공정한 시장질서의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용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법제화로 게이머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 법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시행 중인 자율규제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전부개정안이기에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 경우 이상헌 의원안이 계류될 수 있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게이머들은 이용 의원의 전부개정안에 많은 비판을 했다. 대선 정국에서 게이머 커뮤니티 반응이 심상치 않자 전부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던 의원 모두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용 의원은 루지 국가대표,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 출신으로 체육계다. 그는 선거 기간 윤석열 후보자의 수행실장을 맡았다.


이준석 대표 "윤석열 정부 게임정책, 지금까지와 다를 것"
"사행성은 단호하게 대처, 그 외엔 규제 들어낼 것"

▲ 이준석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지금까지 게임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이 입안될 것이다"라며 "윤석열 정부는 사행성 게임에 단호히 대처하고, 게이머가 전반적으로 즐기는 게임에 대해서는 여러 규제를 들어낼 것이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게임 인식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항상 학부모 관점에서 다뤘다며, 이제는 국민의 건전한 여가생활문화로 본다는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윤석열 당선인 행보로는 후보자 시절 롤파크에 방문해 경기를 관람한 것을 꼽았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당선인의 게임정책은 게이머 친화적이다. 반면 게임사들은 아직 물음표를 띄울 수 있다.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BM 이후 주력 사업으로 삼는 P2E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 없어서다. 운은 띄웠으나 최종공약집에 빠진 것은 불확실성을 높인다. 근로제도에 관해서는 게임사업자는 반기고 노동자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윤석열 당선인은 민주노총의 IT게임 산업의 노동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상헌 의원의 대표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은 통과여부에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게임산업법에 대한 입장을 급격히 바꿀 낌새는 지금까진 없었다. 지금까지 윤석열 당선인이 보인 게임산업에 대한 자세는 경쟁 후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약간의 온도차를 보여 조금의 수정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게이머가 큰 관심을 두는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는 윤석열 당선인과 전부개정안 취지가 같다.

윤석열 정부에선 e스포츠 산업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e스포츠 지역연고제가 변화의 중심에 있다. 오래 전부터 e스포츠 산업에 관심을 가져온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이번 선거에서 큰 역할을 했다. 원 전 지사가 e스포츠 지역연고제 추진 과정에서 협상이 필요한 일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 과반을 차지한 야당에서 시작한다. 강한 정책 추진력을 갖기는 힘들다. 그러나 아직 게임정책은 여의도에서 비주류로 평가받는다. 여소야대인 상황이지만, 오히려 비주류이기에 게임정책은 원활하게 풀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 선거기간동안 게임정책만큼은 경쟁 후보와 큰 차이도 없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는 야당보다 게이머 여론을 살피고 게임산업계와 정책을 논의하는 방향이 적합할 수 있다.

이전과 달리 많은 게임공약이 제시됐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제 게이머는 윤석열 정부가 약속을 지켜나가는지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