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몇 년 사이, ‘소셜 디덕션 게임’이라는 장르가 비디오 게임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뭔가 낯선 말이 들어가있긴 한데, 흔히 아는 마피아 게임 정도로 치환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마피아나 임포스터, 혹은 뭐가 됐든 일반인들을 사살해나가는 존재들이 일반인 사이에 숨어서 암약하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그 누군가를 찾아내 아웃시키는 그런 구도의 게임들을 일컫는 것이죠.

이러한 소셜 디덕션 게임은 주로 오프라인 모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던 게임이었지만, ‘어몽어스’가 성공한 이후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몽어스’가 원체 크게 흥행하고 잘 알려지다보니 그 그림자를 떨쳐내기가 쉽지 않아보였죠.

국내 개발사인 무모스튜디오가 선보인 3D 소셜 디덕션 게임, ‘두비움’도 그러한 시도에 도전장을 내민 작품입니다. 겉으로만 훑어보면 2D가 아닌 3D를 채택한 것과 캐릭터마다 다른 스킬 정도가 눈에 띄지만, 실제로 게임스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본 ‘두비움’은 조금 다른 노선을 걷고 있었습니다.



■ 두비움은 마피아 게임인가?


통상의 소셜 디덕션 게임과 좀 다른 길을 걷는다고 하면 아마 바로 이런 질문부터 나올 겁니다. 마피아 게임이냐 아니냐, 이렇게 말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피아 게임과 목적도 다르고, 그 진행 방식에 대한 해석이 좀 다릅니다.

통상 마피아를 빼고 일반인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게 불가능하거나 시스템적으로 상당히 제약이 되어있는데, 두비움은 상대방을 공격할 때 잠시 연락이 끊겨서 의심이 갈 수 있다는 페널티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것에 제약이 없습니다. 대신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군가를 공격하면 연락이 끊겨서 다른 사람들도 누가누가 지금 싸우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게 되죠.

▲ 시그널이 끊어지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만일 사보타주하거나 암살하는 현장을 보지 않은 상태, 즉 배신자인 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를 선제공격하면 범죄자가 되어 또다른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두비움에서는 한 번에 한해서 부활이 가능한데, 그 부활이 불가능해지는 셈이죠. 그래서 공격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신중하게 치도록 유도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통상적인 소셜 디덕션 류에서는 통상 일반인을 자신들의 수대로 줄이거나 제한 시간 내에 미션을 클리어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것에 그치지만, 두비움에서 배신자는 그보다는 좀 더 목표가 느슨합니다. 배신자의 목표는 시설에서 회수해야 하는 자원을 독식해서 빼돌리는 것이라서, 미션이 다 끝나도 바로 죽지는 않습니다. 다른 일반인이 탈출선 문을 열었을 때 처리되죠.

▲ 미션을 클리어한 뒤, 공용 탈출선 문을 열고 탈출 준비가 완료되어야 배신자가 처단됩니다

따라서 배신자는 일반인을 하나하나 어떻게든 암살하는 게 주가 아니라, 자기만 탈출하는 법을 궁리하면서 플레이하게 됩니다. 일부러 다른 사람을 배신자로 몰아가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뿐 것 아니라, 자기가 묵묵히 일을 잘해서 미션을 클리어한 뒤 눈치게임으로 잽싸게 탈출선을 열고 탈출해버리는 식으로 승리할 수도 있는 것이죠.



■ 4:1에서 3:1, 최악에 상황에는 프리포올까지 가는 묘한 심리전


여태까지 마피아, 임포스터, 그리고 배신자들이 할 법한 행동 양상과는 다른 방식도 가능해지는 만큼 ‘두비움’을 처음 플레이하게 되면 자연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 하나 지목해서 투표로 보내는 수단이 없이 물리적으로 때려잡는 것밖에 없는데, 그 수단은 다 같이 합의해서 누구를 담그기로 했다고 쳐도 갑자기 뒤통수에 총알 맞고 리타이어되는 위험도 있습니다. 그리고 범죄자 빼고는 다 한 번씩은 다 부활하는데 확증 없이 누구를 치면 범죄자가 되어버리니, 총은 언제든 장전이 되어있는데 뽑기가 애매한 긴장 상황이 꽤나 길게 유지되는 거죠.

그런 총성 없는 전쟁의 묘미도 있지만, 총도 있고 둔기도 있는 데다가 등 뒤가 무방비한 상대들을 보고 있자면 통수를 치고 물자를 혼자 독점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일 겁니다. 더군다나 게임에서 여러 가지를 살 떄 쓰이는 키스톤은 탈출에 성공하지 않으면 하나도 못 들고 가고, 맵에 있는 수량도 제한되어있으니 최대한 많이 긁어모아서 혼자 탈출하겠다는 심보가 들기엔 충분하죠.

▲ 너 임포...아니 배신자지, 라고 찔러보고 싶지만 함부로 했다간 범죄자가 되어버리니 주의

앞서 다섯이 협력해서 미션을 진행하지 않으면 탈출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게 협동 일변도로만 가지 않도록 하는 또다른 장치도 있습니다. 데바데를 했다면 친숙한 이른바 ‘개구멍’이 있기 때문이죠. 데바데에서는 생존자가 한 명 남았을 때 열리지만 두비움에서는 시설에 있는 네 개의 코어를 다 빼냈을 때부터 카운트다운이 진행됩니다. 원래는 30분 내로 탈출하라는 게 게임의 목적이지만, 그 탈출의 첫 조건인 설비 안에 있는 네 개의 코어를 모두 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빼냈을 때 시설에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때 단체로 탈출할 수 있는 셔틀의 준비가 완료되면 배신자를 뺀 나머지는 탑승해서 도망치거나 혹은 배신자만 혼자서 탑승해 도망칠 수 있지만, 셔틀 해치를 열 수 없을 때는 1인용 비상탈출선에 가서 바로 튀어버리는 식입니다.

그렇다보니 두비움의 심리전은 통상이 소셜 디덕션 게임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배신자건 누구건 상관 없이, 그냥 판세 돌아가는 걸 잘 지켜보면서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누구 하나 지목해서 뭇매 때리고 아웃시키는 전통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건 아닌데, 배신자를 색출했다고 끝이 아니라 결국 시설에서 챙길 거 챙기고 탈출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기 때문이죠.

▲ 멋도 모르고 탈출 준비가 다 되기도 전에 코어를 발동시켜버린 1인

그리고 배신자를 한 번 처리했다고 해서 끝도 아닙니다. 배신자를 한 번 처단한 뒤에, 그 다음에 남은 사람 중 한 명이 배신자가 되기 때문에 위협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죠. 배신자를 색출해내는 것에 주력하는 플레이를 해도 결국 두 명의 배신자를 잡아야 하는 셈이니, 후반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치기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일반인들도 단순히 공동의 승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배당이나 손쉽게 탈출할 수단 같은 것이 눈에 보이니 셈이 복잡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배신자가 아니어도 그렇게 배신하려는 사람을 잡아야 자기가 사니, 배신자의 유무는 양념이고 사실은 만인이 만인에 대한 투쟁이 잠시 계약으로 무마된 그런 상황이라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실제로 처음 플레이하다가 네 코어를 빼기만 해도 시설이 과부하되는 걸 몰랐는데, 그때는 아무리 해도 다인 셔틀의 해치를 열 방법이 없으니 배신자건 뭐건 상관 없이 서로 경계하면서 셔틀에 가기에 바빴거든요. 그러다가 개구멍으로 탈출해버려서 닭 쫓던 개처럼 되어버리기도 했고요.

▲ 우린...깐부잖아 그런 거 없고 배신자건 누구건 먼저 튀어버리면 그 사람만 승리



■ 캐릭터별 스킬에 심리전까지 다양한 양상 보여줄 두비움, 테스트로 검증 거친다


이 얼개만 봐도 두비움의 전개는 다른 소셜 디덕션 게임과 사뭇 다른데, 한 가지 놓치고 넘어간 게 있습니다. 각 캐릭터마다 제각각 독특한 스킬이 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거나 혹은 사람들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게임 양상을 다르게 풀어가는 맛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잭은 해킹으로 자신이 점찍은 타겟의 연락을 일순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연락이 끊기는 경우는 보통 누군가를 공격했을 때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자신이 적을 공격해도 정당방위로 처리되는 셈이죠. 다만 전투 관련 스킬은 없어서 전면 전투에 들어가게 되면 다소 불리할 여지가 있습니다.

세르게이는 반대로 그런 스킬은 없는데, 일순 약물로 신체를 강화해 받는 피해와 경직을 줄일 수 있어 전투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죠. 탐정격인 라이언은 흔적을 조사해서 누가 언제 그 지점을 지나갔나 확인할 수 있고, 그걸로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해서 상황에 따른 유연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만큼, 이를 활용해 심리를 거는 것도 필요합니다

각자 전면전, 심리전, 정보전 등 뛰어난 영역이 있지만 체력 자체는 동일하고, 게임의 판세가 원체 매번 자주 바뀌어서 밸런스 같은 걸 현재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긴 했습니다. 세르게이로 해도 정면 전투 없이 묵묵히 일하다가 바로 탈출 셔틀에 탑승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그걸 저지하려고 배신자들이 암약하긴 하지만, 탈출 셔틀을 탑승해서 얼마 안 지나면 바로 출발해버리니 배신자 입장에서도 나름 머리를 굴려서 바로 출발해버리는 방법을 채택할 수도 있겠고요.

반대로 그냥 1인 탈출선 작동시키겠다 마음먹고 서로 분란을 일으켜서 치고받고 싸우는 그런 구도도 가능하긴 했습니다. 맵 이곳저곳을 뒤져야 키스톤을 더 많이 모으긴 하지만, 빨리 키스톤을 적당히 모으고 싶다하면 그렇게 게임을 유도해도 무방하니까요.

다만 의도한 것처럼 돌아가지 않는 게 소셜 디덕션 게임의 묘미이자, 게임 개발자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투표로 보내버리는 경우에도 그냥 마음에 안 든다 말을 안 한다 그러니까 너 임포 이런 식으로 몰아가버려서 그냥 별 재미 없이 매도로 끝나버리는 일도 있으니까요. 혹은 자기가 임포 안 걸렸다고 재미없다고 나가서 판이 깨지는 일도 있고요. 아무래도 사람의 심리가 강하게 자리잡는 게임이니, 그 심리에 따라 판에서 느껴지는 재미나 흥미로운 구도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죠.

▲ 배신자가 밝혀지면 투표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바로 총격전이 이어집니다

또 적극적인 전투가 가능하다고는 했는데, 어디까지나 다른 소셜 디덕션 게임에 ‘비해서’인 만큼 그냥 무쌍식 프리포올로 다 처리해버리고 키스톤을 탈취하는 구도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구불구불 길이 꺾인 구조이기도 하고, 장비하고 있는 총은 먼 거리에서는 위력이 반감되는 권총이라 결국 서로 붙어서 싸우는 양상이 되거든요. 물론 슈팅 게임의 에임이나 총기 관련 요소가 너무 강조되면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니, 그런 부분도 이해는 가지만 게임에 진입하게 되는 유저들에게 아마 사전에 어느 정도 얘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개발진들과의 시연을 상정해서 만들어진 만큼, 이런 규칙에 대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플레이를 유도할지는 이번 10월에 예고된 테스트에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장르 자체가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사람들의 심리를 바탕으로 하니, 그에 맞춰서 게임의 설계를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핵심은 굳건히 지켜나가는 노하우도 필요하죠. 그런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현재 두비움이 생각한 비전 자체는 색다른 시도가 엿보이는 만큼 과연 앞으로 테스트 그리고 출시까지 어떻게 다듬어서 완성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