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C 페스티벌 2022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의 제1전시관에는 유독 제 눈길을 끌던 부스가 한 곳 있었습니다. 제 취향에 꼭 맞는 아트로 꾸며진 부스에 귀여운 펭귄까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슬며시 구경해 본 '폴라 펭귄 포스트'의 부스였습니다.

'폴라 펭귄 포스트'는 세 명의 개발자로 이루어진 팀 리틀레몬볼브가 개발중인 본격 택배 발송 게임입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귀염둥이 펭귄들과 함께 주문서 대로 물건을 가방에 정리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목표죠. 지난해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해당 게임은 3,350만 원 가까이 모금하며 목표액의 478%가 넘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무언가를 타인에게 전달해주는 형태의 콘셉트를 정말 좋아하는 편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데스 스트랜딩' 또한 정말로 즐겁게 플레이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일까요? 처음에는 귀여운 아트로 인해 폴라 펭귄 포스트의 부스를 찾았지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한 뒤에는 게임 자체에 더욱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폴라 팽귄 포스트의 핵심 게임플레이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앞에서 시연을 하고 있는 사람의 어깨 너머로 조금만 지켜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화면 왼쪽에 적혀있는 주문서의 목록대로 가운데에 있는 5x5 가방에 물건을 집어넣고, 마지막으로 해당 주문서를 동봉하면 자동으로 택배가 발송되는 형식입니다. 게임 속 하루는 하나의 스테이지로 존재하고, 제한된 업무 시간 내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택배를 발송하는지가 하루 일당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실제로 물류창고에서 하던 업무를 아주 잘 축소해놓았다는 느낌이 드는 구성입니다. 인보이스라든지, 귀찮은 서류같은 것들은 게임 속에서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요. 그럼에도 주문서를 해당 상자에 함께 동봉해서 보낸다는 아이디어는 택배를 포장해 누군가에게 배송한다는 게임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튜토리얼 격인 초반 스테이지에서는 물과 식량, 그리고 왕성에서 전달하는 편지를 발송하는 비교적으로 간단한 주문이 들어옵니다. 가로 세로 5칸씩, 총 25칸으로 구성된 가방은 생각보다 넓기에, 초반에는 크게 물건을 차곡차곡 쌓을 필요는 없었죠. 다만, 스테이지가 높아질수록 주문서의 물품 리스트도 늘어나고, 물건 하나하나의 부피도 커지기 때문에 어느 시점 이후에는 꼭 물건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연 현장에서 게임을 개발한 리틀레몬볼브의 개발자들은 함꼐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한 뒤, 방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캐리어 가방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캐리어에 짐 정리하는 것,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니?' 하고요. 그 작은 아이디어는 곧 '폴라 펭귄 포스트'의 핵심 게임플레이 메커닉이 되었고, 꽤나 만족스러운 정리의 재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 아트 스타일 너무 귀엽지 않나요?

택배 포장과 발송이라는 핵심 콘텐츠 외에도, 폴라 펭귄 포스트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스토리와, 이를 잘 뒷받침해주는 아트 스타일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게임은 윈터 마운틴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생물학자인 누나 '민'과 창고 관리자인 동생 '아워'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거대한 눈보라로 실종된 줄 알았던 연구원 '민'은 어느날 펭귄이라는 신비의 생명체(?)와 함께 윈터 마운틴의 성으로 돌아왔고, 모종의 이유로 인해 사람 말을 잘 알아들은 펭귄들과 함께 성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한 이들의 택배 사업은 날이 갈수록 왕궁의 다양한 의뢰를 받아 점점 취급하는 물품이 늘어납니다. 자연히 플레이어가 가방을 정리하느라 고민하는 시간도 늘어나는 형태죠. 다행히도, 게임은 새로운 요소가 추가될 때마다 간단한 튜토리얼을 통해 빠르게 학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 안내 문구들도 눈에 잘 들어와 빠르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루 하루 택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임무를 수주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임무들은 대체로 일정 퍼센트 이상 완벽한 배송을 해낸다거나, 하루 안에 몇회 이상 택배를 발송하기 등 도전 과제로 주어지며, 수주한 날 업무 성과에 따라 추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임무들은 영업일이 지날수록 윈터 마운티 곳곳에서 수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어떤 마을의 보수 공사를 도와주게 된 이후에는, 해당 마을에서 건설 자재와 관련된 추가 임무를 수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처음에는 음식과 물 등 식량과 관련된 제품만 배송했다면, 이후에는 건설 자재, 도구 등 보다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게 되며 물건을 빠르게 찾는 능력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 할일들을 모두 마치면 추가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뒤에 대기하고 있는 참관객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모든 데모를 전부 플레이할수는 없었지만, 개발자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스테이지가 진행됨에 따라서 더욱 어려운 과제들이 하나씩 추가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깨지기 쉬운 물건과 망치를 함께 포장하면 파손이 된다든지, 보냉제 없이 생선을 그냥 보내면 상해버리는 일상 생활에서 가끔 마주할 수 있는 배송 사고(?)들 또한 구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택배에 관심이 많거나, 아니면 평소에 리틀레몬볼브의 개발자들처럼 캐리어 가방을 보고 '짐 정리 재밌지 않아?'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게이머라면, 폴라 펭귄 포스트를 한 번 플레이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택배를 보내는 것이 간단하면서도 생각보다 긴장감을 주며, 일이 정말 잘 된 날 마지막에 성적표를 받아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폴라 펭귄 포스트'는 PC 플랫폼 스팀을 통해 7일차까지 제공되는 데모 버전을 즐길 수 있으며, 게임은 올 가을 출시를 목표로 열심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 펭귄 택배에 관심이 있다면, 스팀에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