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서는 Nairrti님이 작성한 '페이데이2' 리뷰를 소개해 드립니다. Nairrti님은 현재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다양한 리뷰와 칼럼 등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Nairrti님은 1994년 아마추어 게임을 개발, 1996년 업계에 입문, 1998년 잡지 컬럼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996년부터 MUD, MMO, 온라인, 아케이드, 모바일(휴대폰), 임배디드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사업 기획, 게임 기획, 설계, 컬럼, 강좌, 강의 등 다방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월급날(PayDay2)은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발 킬머 등이 주연을 했던 영화 히트(Heat, 1995년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게임이다. 가면을 쓰고 자동소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 시계를 보며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금고를 연 뒤 돈이 잔뜩 든 자루를 짊어지고 나오는 그런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는데, 딱 그 '무장강도'의 맛을 살려 만든 게임이다. 영화의 패러디 정도 느낌으로 웹 시리즈 영화를 만들었고, 이 첫 편에서 은행을 털러 가며 하는 대사가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내용을 설명한다. "누구나 직업은 필요하잖아, 그렇지? 우린 모두 월급날이 있어야 된다고.(Everyone need a job, right? We all need payday.)"

게임의 기본 골격은 '4지에 버려진(Left 4 Dead, 이하 L4D)' 시리즈처럼 네 명이 협동을 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L4D에서 생존자들은 '살기위해' 좀비들을 뚫고 정해진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안가(safe house)에서 다시 다음 지점까지 이동을 하는 단선 진행이었던 것을 좀 더 다양한 미션 수행으로 확장하고, 이를 방해하는 다양한 특수 좀비들을 특수 경찰로 변형했다는 것에서도 두 게임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말하자면 월급날은 L4D를 기본으로 깔고 업그레이드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고, 이 흔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며, 실제로 전편 월급날:강도질(Payday: The heist)에서는 L4D를 만든 밸브와 협업(colaboration)해 '자비 병원(Mercy Hospital)'을 배경으로 좀비 바이러스를 훔치는 미션도 만들었다.

일단 협력을 유도하는 구조를 보자면, L4D가 생존자(플레이어)간의 능력에 차이가 없이 참전용사든 여대생이든 같은 능력을 가지고 정해진 구간을 돌파하는 방식이었던 것에 비해서, 월급날은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스킬트리를 개발해 팀 안에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는 일종의 클래스와 같은 역할을 해서 목표를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한다는 차이가 있다. 목표 지점으로 이동해 필요한 물건을 탈취하고 조용히 나오든지 우당탕쿵쾅 경비원이고 경찰이고 다 쓸어버리고 나오든지 플레이어의 선택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미션 안에서의 수행 방법 뿐 아니라 L4D가 '(목표까지) 가는 방법'이라는 부분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나 지역이 달라지는 정도로 한정적인 것에 비하면, 은행을 털거나 상점가를 털거나, 쇼핑몰을 털거나, 마약을 배달하거나 하는 등으로 다양한 미션이 있고 각 미션마다 필요한 스킬과 진행 방법이 훨씬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이 되겠다. 또 한 미션(heist)을 끝내고 나면 플레이어는 해당 미션에서 훔쳐낸 돈을 분배받고, 세 장 중의 카드 한 장을 골라 무기 부품이나 가면 등을 수집할 수 있는 등 게임의 수명을 연장하는 기능도 꽤 잘 되어 있다.

하지만 L4D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던 것처럼, 함께 플레이할 동료를 찾는 기능은 생각보다 편하게 되어 있지 않다. 도시 안에서 강도질(heist)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묘사하는 크라임넷(Crime.net)이라는 개념과 표현은 '아름답'지만, 편하지는 않다. 미션의 종류와 난이도가 랜덤으로 뜨기 때문에 방장으로 원하는 미션을 선택하기도 매우 불편하고,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도 자신이 원하는 미션과 동료들을 골라서 진행하는게 쉽지 않다. 물론 '어딘가에서 발생한 강도질에 동료 몇이 참가하고 있고 그 빈 자리에 들어간다'는 느낌은 제대로지만, 테마를 위해서 UI의 편의를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약간 더 아쉬운 부분이라면 경찰들의 AI인데, 다소 엉성하고 이리저리 배회하는 모습들을 보면 굉장히 안쓰럽다고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데 머리까지 좋았다면 게임이 아니겠지 싶기도 하고. 좀 나은 AI로 소수가 등장해서 진압하는 쪽이라면 현실성은 살겠지만 플레이어가 총을 쏘는 맛이나 긴박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줄어들 것이라 적절한 설계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총평하자면 FPS로서 플레이어들이 무의미하게 단지 총싸움을 하는 것을 '임무 수행'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이 과정을 '친구와 함께 은행을 터세요(Rob bank with friends)'라는 테마로 포장했다는 부분에서 게임은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아름답다. 대부분의 미션은 기본적으로 잠입이 가능하게 되어 있고 가장 희열이 있는 해결 방법이지만 가장 어려운 수행 방법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부분. 전체적으로 게임의 배경 테마와 내용에서 충실하게 되어 있고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어서 8월에 나온 게임 중에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 아닐까. (물론 23일 출시하는 엑스컴 신작을 빼고.)

끝으로 이 게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상 살기 참 힘들다고 느낀 부분이라면, 그렇게 힘들게 엄청난 돈을 은행에서 훔쳐냈는데, 내가 받는 돈은 훔친 돈의 5% 밖에 안된다니 지령실의 배인(Bain)의 몫까지 감안한다고 해도 나머지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누가 떼어 먹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월급'이라는 건 그래서 누구나 항상 받으면서 화가나는 부분인가보다.

• 가장 흥미롭고 놀라운 부분이라면, 이런 테마를 가진 게임이 국내 심의를 통과하고 정발된다는 것이다.
• 영화 히트와 배트맨 비긴즈의 조커가 은행 터는 장면을 본다면 게임의 재미는 두 배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 페이데이2라고 음역하는 건 좀 이상한데. 원래 느낌도 그냥 월급날이라는 느낌 이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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