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챔피언이 존재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프로게이머와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주류 챔피언'과 그렇지 못한 '비주류 챔피언'이라는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 이 기사가 작성되는 지금도, 독자들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순간에도 수많은 비주류 챔피언이 밴픽창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러한 챔피언들을 위해 베.이.가가 나섰다. 이번 주인공은 그동안 많은 독자가 힐링챔프의 주인공으로 삼아달라고 의견을 냈던 챔피언이다. 미드 라인의 농부에서, 잘 나가는 서포터로 활약했던 챔피언. 힐링챔프와 핫클립을 작성하는 팀의 이름이기도 하다. 바로 악의 작은 지배자, 베이가다.



■ 미드 라인의 농부로 지내온 나날들

베이가는 미드 라인에 서는 챔피언 중 가장 특이한 콘셉트를 가진 챔피언이다. 종족도 특이했고, 스킬 구성도 신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베이가의 Q스킬인 '사악한 일격'의 효과였다.

탑 라인에 나서스라는 챔피언이 가끔 등장한다. 그 친구의 Q스킬인 '흡수의 일격'과 베이가의 '사악한 일격'은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일단 이름에 '일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시답잖은 말은 하지 않겠다. 두 스킬 모두 타겟팅이라는 것 역시 너무 뻔하기에 생략하겠다.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스킬의 사용 효과에 있다. '흡수의 일격'과 '사악한 일격' 모두 그 스킬로 CS를 기록할 경우, 스택이 쌓인다. 그리고 그 스택은 곧장 챔피언의 대미지를 아주 조금씩 올려준다. 이 말은 나서스도 그렇고 베이가도 그렇고, Q스킬의 스택만 잘 쌓아놓으면, 후반에는 말도 안되는 대미지를 한 방에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저들은 이 두 챔피언에게 '농부'라는 별명을 붙였다.

농부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인내심이다. 봄이 씨를 심어 무더운 여름을 잘 견디면 가을에 보람찬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미드 라인의 농부라고 불리는 베이가에게도 인내심은 필수 덕목이다. 약하디약한 초반 라인전 상황에서도 열심히 '사악한 일격'으로 스택을 쌓으면, 밝은 후반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베이가의 후반이 강력한 원인으로 '사악한 일격'만을 설명하면 욕 먹기 딱 좋다. 사실 베이가의 스킬 구성은 5.4 패치 이전까지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무슨 스킬들을 가지고 있길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까.


Q스킬인 '사악한 일격'은 위에서 설명했으니 넘어가자. 그 옆에 있는 W스킬인 '암흑 물질'은 지정한 위치에 거대한 운석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지녔다. 그 운석에 맞으면 정말 아프다. 문제는 '암흑 물질'을 시전하자마자 운석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킬을 시전한 지 정확히 1.2초 후에 운석이 떨어진다. 심지어 운석이 떨어질 위치에 그림자가 생겨 적에게 '여기에 운석이 떨어진다'고 알려주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암흑 물질'을 무시하면 안 된다. 5.4 패치 전까지 '암흑 물질'의 적중률을 극대화해주는 스킬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E스킬인 '사건의 지평선'이다. 지정한 위치 주변에 기둥들이 원형을 그리며 세워진다. 그 원형의 테두리에 닿으면 일정 시간 동안 기절한다. 심지어 사정거리만 충족되면 시전하자마자 기둥이 세워졌다. 시전 위치만 잘 잡으면 즉시 상대를 기절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후반에 베이가의 캐리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스킬이 있다. 궁극기인 '태초의 폭발'이 그렇다. 기본 대미지도 준수하고, AP 계수도 정말 높다. 여기에 상대가 보유한 주문력의 80%에 해당하는 추가 대미지까지 줄 수 있다. 말 그대로 잘 큰 상대 AP 챔피언에게 궁극기만 사용해도 회색 화면을 선물할 수 있는 스킬이다. 직접 맞아보면 실감할 수 있다.

스킬 구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베이가 고수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초반에 '사악한 일격'의 스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잘 쌓는지에 따라 한 번 갈린다. 또 하나는 '사건의 지평선'의 정확도다. 1초가 중요한 중후반에 베이가가 완벽한 거리 조절로 상대 챔피언을 기절시킨다면, 한타에서 질 수가 없었다. 베이가 고수를 넘어선 장인들은 한 번에 여러 명의 상대를 기절시키기도 했다.

미약한 초반을 버티고 버텨 후반을 도모하는 '왕귀형' 챔피언의 대표주자였던 베이가. 물론, 라인전이 강력한 챔피언을 만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항복 투표에 동의해야 하는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출시 역사가 오래된 만큼, 베이가에 애정을 보였던 유저들 역시 많았다. 그랬던 그가 포지션을 바꿔 대회 주류 챔피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 농부에서 팀원을 캐리하는 OP 서포터로 변신

후반에 베이가가 보여주는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미드 라이너 시절에는 그리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아무래도 라인전에서 강력함을 자랑하는 챔피언들이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 가장 컸다. 특히, 베이가의 라인전 카운터로 소문난 르블랑 등이 주류 챔피언이 되면서 베이가가 미드 라인에 설 자리는 없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의 라인에 베이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서포터였다. 처음 베이가가 서포터로 등장했을 때 유저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왕귀형' 챔피언이라는 기존의 이미지와 상충했던 모양이다. '사건의 지평선'을 제외한 모든 스킬이 대미지에 특화된 베이가가 서포터라니.

▲ 출처 : 온게임넷 방송 화면

하지만 유저들의 불신은 곧 사그라졌다. 베이가 서포터는 등장과 동시에 엄청난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베이가를 OP 서포터로 만들어준 1등 공신은 당연히 '사건의 지평선'이었다. 제대로 된 위치에 시전만 하면, 상대 다수를 기절시킬 수 있었다. 사실 상대 챔피언이 모여 있는 곳에 대충 시전해도 팀원에게 큰 도움이 됐다. '사건의 지평선'의 한가운데에 갇힌 상대 챔피언들은 기절하지 않기 위해 움직임을 스스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이 들어가지 않는 자르반 4세의 '대격변'과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에 '태초의 폭발'은 서포터에게 과분할 정도의 대미지를 기록할 수 있게 해줬다. 위에서 밝혔던 것처럼, '태초의 폭발'에는 상대 주문력의 80%에 해당하는 추가 대미지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를 통해 서포터 베이가는 AP 관련 아이템 하나 없이도, 상대 AP 기반 챔피언에게 엄청난 대미지를 꽂아 넣을 수 있었다. 경기가 후반으로 가게 되면, 상대 AP 기반 챔피언의 체력이 서포터 베이가의 궁극기 한 방에 녹아내리기도 했다.


■ 라이엇 게임즈, 서포터 베이가에게 너프의 철퇴를 가하다

서포터 베이가가 유저들 간의 랭크게임은 물론, 대회까지 휩쓸자 라이엇 게임즈가 나섰다. 지난 2월 26일 진행된 5.4 패치에서 베이가의 스킬을 리워크한 것. 이 때문에 베이가는 많은 것을 잃고 쓰러졌다.


'사악한 일격'이 논타겟팅 스킬로 바뀌고, 궁극기의 AP 계수가 줄었다. 이 정도는 다른 소소한 버프들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너프는 '사건의 지평선'에 가해졌다. 즉시 시전되던 기존과 달리, 이제는 시전 이후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패치 내역은 곧장 베이가의 승률 하락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단, '사건의 지평선'이 시전 이후 약간의 딜레이를 가지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상대를 기절시키던 장면을 연출할 수 없게 됐다. 서포터 베이가의 장점은 말 그대로 '즉발성 CC효과'에 있었다. 서포터 베이가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빼앗기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건의 지평선'에 가해진 너프는 애꿎은 '암흑 물질'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원래부터 시전하자마자 대미지를 가하던 스킬이 아니었기에, '사건의 지평선'과 연계해야 하는 스킬이었다. 5.4 패치로 인해 '사건의 지평선'의 적중률이 많이 감소하자, '암흑 물질'의 적중률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당연한 절차였다. 이제 아무도 "나 여기에 떨어진다"고 알려주며 떨어지는 스킬을 맞아주지 않았다.


당연히 베이가의 승률은 떨어졌다. 라이엇 게임즈가 베이가에 가한 너프는 생각보다 뼈아팠다. 유저들은 달라진 베이가에 적응하지 못했다. 베이가는 어느새 '트롤픽'의 한 축을 담당하는 챔피언이 되고 말았다.


■ 그래도 오르고 있는 승률, 희망은 있다

베이가가 예상보다 더 힘을 못 쓰고 있다고 판단한 라이엇 게임즈가 두 번의 추가 패치로 베이가의 숨통을 틔웠다. 5.5 패치에서는 유저들의 반발을 심하게 받았던 '사건의 지평선'의 시전 딜레이 시간을 살짝 줄여줬고, 5.6 패치를 통해 '사건의 지평선'을 이동기로 넘지 못하게 해줬다.


두 번의 소소한 버프를 받은 베이가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승률이 50%를 향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유저들은 두 번의 버프 이후에도 5.4 패치에서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베이가의 픽률은 아직 1.4%에 그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베이가는 쓸 만한 챔피언으로 남아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건의 지평선'은 굳이 상대를 시전하자마자 기절시킬 필요가 없다. 적당한 곳에 시전하면, 상대는 기절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그러기 어렵지만, 한타 페이즈에서는 '사건의 지평선' 한 번으로 여전히 팀원들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여전히 베이가의 궁극기는 상대 AP 기반 챔피언에게 악몽과도 같은 존재다. 베이가의 궁극기가 무서워서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부디 베이가가 후반 들어 자신을 봐주지 않기를 바라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그렇지 않다면 '태초의 폭발'에 언제든지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베이가. 매력적인 챔피언이 아닐 수 없다. 미드에 가거나 서포터의 역할을 맡거나, 베이가의 라인전은 정말 약하다. 그래도 안정적인 라인전 능력으로 무난한 한타 상황을 맞이했다면, 베이가만큼 상대를 공포에 떨게 하는 챔피언도 드물다. 이번 기회에 베이가의 화려한 부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2014년 6월 12일부터 시작된 힐링챔프. 다양한 비주류 챔피언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했다. 그 중에는 주류로 떠오른 챔피언들도 많았다. 이렐리아와 우디르, 다이애나가 대회에 등장해 경기를 캐리한 적도 있었다. 빅토르 역시 한때 미드 라인의 OP로 떠올랐고, 우르곳은 현재 '필밴' 챔피언 중 하나다. 초식 정글러들 역시 새로운 아이템의 등장에 힘입어 대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힐링챔프 덕분에 저 챔피언들이 떠올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주류 챔피언이 마냥 좋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시작했던 힐링챔프가 마지막 회를 맞이하자, 만감이 교차하는 것이 사실이다. 베.이.가.의 힐링챔프에 등장했던 챔피언들 역시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길었던 힐링챔프를 마친다.


■ 힐링챔프 모음집

베.이.가의 힐링챔프 1화 : 대표적인 왕귀형 챔피언! 부활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베.이.가의 힐링챔프 2화 : 독 구름에 가려진 섹시한 뒤태, 미친 화학자 신지드
베.이.가의 힐링챔프 3화 : 귀여운 구울 삼둥이네 아버지, 무덤지기 요릭
베.이.가의 힐링챔프 4화 : 허세와 현실의 극명한 차이, 다르킨의 검, 아트록스
베.이.가의 힐링챔프 5화 : 원딜? 서포터? 당신은 누구신가요? 서리 궁수 애쉬
베.이.가의 힐링챔프 6화 : OP와 비주류를 오고 가는 다이나믹한 인생의 그녀, 이블린
베.이.가의 힐링챔프 7화 : 약한 라인전 극복 위해 숲으로 돌아간 한타의 제왕, 오공
베.이.가의 힐링챔프 8화 : 눈만 보면 정신 못 차리는 데마시아의 날개, 퀸
베.이.가의 힐링챔프 9화 : 평화는 힘으로 지킨다! 망치를 든 외교관! 뽀삐!
베.이.가의 힐링챔프 10화 : 암살자와 탱커, 그리고 비주류... 부활 꿈꾸는 악어, 레넥톤
베.이.가의 힐링챔프 11화 :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은 돌아올 것인가! 거미 여왕, 엘리스

힐링챔프 1화 : 엄청난 후반 캐리력의 소유자, 하지만 태생부터 비주류인 피오라!
힐링챔프 2화 : 옛 영광을 재현하기엔 뭔가 아쉬운 그녀, 이렐리아
힐링챔프 3화 :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주류의 향기, 우르곳
힐링챔프 4화 : 변신 로봇의 강력함은 어디로? 우디르 편
힐링챔프 5화 : 영광스런 진화는 이뤘지만 외면받는 당신, 빅토르 편
힐링챔프 6화 : 밤하늘을 환하게 비추던 달의 몰락, 다이애나 편
힐링챔프 7화 : 풀만 뜯어 먹기엔 실전은 가혹했다! 초식 정글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