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핫식스 GSL 시즌1은 개막전부터 프로토스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프로토스가 32명 중 무려 16명이나 됐고, 마치 자유의 날개 초창기 시절 테란의 전성기를 보는듯했다. 시간이 흘러 16강까지 모두 종료된 현재, 8강에 원이삭, 주성욱, 김유진, 정윤종, 김준호라는 현시대 프로토스를 이끌어가는 선수들이 살아남아 있다.

그러나 원이삭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애석하게도 동족전 경기를 치르게 됐다. 물론 최소 2명은 4강에 오르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변수가 많은 동족전보다는 타종족전을 선호한다. 19일 열리는 8강 1일차에는 KT롤스터 주성욱과 김유진, SKT 정윤종과 CJ 김준호의 동족전 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결승까지 가기 위해선 8강은 물론, 4강까지 동족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 동족전 고승률은 우승자의 기본 덕목이 아닌가? 과연 최강의 프로토스 선수들이 펼치는 동족전 싸움에서 살아남을 최후 1인은 누구일까?

■ 2014 핫식스 GSL 8강 1경기 KT 롤스터 주성욱 VS 진에어 그린윙스 김유진


주성욱 김유진
대 프로토스전 : 21승 11패 65.63% 대 프로토스전 : 50승 24패 67.57%
최근 10 경기 전적 : 7승 3패 최근 10경기 전적 : 7승 3패
VS 김유진 : 1승 0패 VS 주성욱 : 0승 1패


예전부터 프로리그에서는 확실한 KT 롤스터의 프로토스 라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주성욱. 그러나 주성욱은 플레이오프만 가면 정규 시즌에 보여줬던 강력함을 선보이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1라운드 결승에서 SKT T1을 상대로 올킬을 달성하며 최근 한 층 더 물이 올랐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그에 맞서는 진에어 그린윙스 김유진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바로 얼마 전 펼쳐진 IEM 8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억의 사나이로 불리고 있다. 두 선수의 군단의 심장 이후 상대 전적은 주성욱이 1:0으로 앞서고 있지만 이번 대결에서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일단 양 선수의 스타일은 매우 비슷하다. 주성욱과 김유진 모두 전략이면 전략, 안정적인 운영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잘 소화해내는 선수들이다. 김유진은 주성욱만큼 전략적인 선수는 아니었으나 이번 IEM 8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김준호를 상대로 보여준 전진 관문 전략이나 상대 전략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발군이었다. 주성욱도 이번 대결을 준비하면서 김유진의 과감한 올인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IEM 8 월드챔피언십을 지켜봤다면 아마 머리가 아플 것이다. 이미 양 선수의 대결은 뛰어난 컨트롤, 운영, 필살기성 빌드보다는 심리전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그 중심에는 IEM 8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경기가 있다. 서로가 얼마나 심리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들어갈 수 있을지가 4강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2014 핫식스 GSL 8강 2경기 정윤종 VS 김준호


정윤종 김준호
대 프로토스전 : 30승 20패 60% 대 프로토스전 : 40승 26패 60.61%
최근 10 경기 전적 : 6승 4패 최근 10경기 전적 : 4승 6패
VS 김준호 : 0승 3패 VS 정윤종 : 3승 0패


정윤종과 김준호는 서로 스타일이 극과 극인 선수들이다. 정윤종은 현존 최고의 단단함을 구사하는 프로토스이며, 김준호는 운영도 운영이지만, 재기발랄한 전술로 상대방을 제압해낸다.

스타일상에서 우위는 단단함을 구사하는 정윤종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김준호가 3:0으로 앞서고 있다. 정윤종은 지난 16강 승자 인터뷰에서 '김준호 선수에게 많이 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징크스를 깨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정윤종은 후반으로만 경기를 끌고 가면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 한 방 교전에서 엄청난 승률을 자랑한다. 그 비법을 물어보면 '자신만의 노하우는 없다. 200 싸움에서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라며 재치있게 넘긴다.

그런데 막상 정윤종의 200 싸움 교전을 지켜봐도 컨트롤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만, 200유닛의 비율과 구성이 너무 좋다. 이번 김준호와 대전에서 무난한 경기가 펼쳐진다면 정윤종이 '김준호 징크스'를 깰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김준호의 컨디션이다. 김준호는 IEM 8 월드챔피언십에서 결승까지 올랐지만, 김유진에게 패배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물론 준우승도 엄청난 성적이지만, 이번 대회는 좀 유별난 대회다. 1등에게만 1억의 상금이 있고, 2등은 전혀 상금이 없다.

역대 이 정도 상금 격차가 났던 대회 결승은 없었다. 지금까지 김준호의 경기를 보면서 패배 시 머리를 부여잡고 고개 숙인 모습을 단 한차례도 본적이 없었다. 그랬던 김준호가 IEM 8 월드챔피언십 결승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한 뒤 고개를 떨궜다.

물론 멘탈에 타격이 엄청났을 것이지만, 이를 빠르게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프로게이머의 역량이다. 대회가 끝난지 3일밖에 되지 않았으나 김준호는 최대한 마음을 추스리고 '대 정윤종전'만을 생각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