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의 행동분석팀을 이끌고 있는 제프리 린은 한국의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들에게도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게이머는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성선설적 가치를 기반으로 부정적 행동을 어떻게 줄이고 개선시키는가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는 그들의 연구와 시도를 보면, 그 성과에 대해 찬반의 입장이 양립할 수 있겠으나, 어떤 다른 게임사에서도 느껴보기 힘든 진지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2014). 올해도 이곳을 찾아 강연 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제프리 린은 '온라인 게임의 스포츠맨십 고양'이라는 주제로 최근 '리그오브레전드'에 추가된 새로운 시스템과 그 시스템이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발표했다.




팀 단위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원 간의 협동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리그오브레전드'는 게임을 진행하는 단계마다 팀워크가 깨지는 순간들이 있다. 유저들이 제일 먼저 만나는 그런 순간은 바로 방이 생성되고 챔피언을 고르는 단계. 역할 분담이나 챔피언 선택이 잘 이뤄진다면 협동 플레이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 티모를 상의 없이 락인한다면, 협동은 물 건너가게 된다.

제프리 린은 '통계를 분석해보면 챔피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신고가 접수되는 비율이 15%나 많았다'면서 '이는 심지어 게임에 승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이는 당연한 것이었다. 기존의 챔피언 선택 화면은 팀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모두가 가장 이상적으로 열심히 게임을 한다는 전제 조건에서만 잘 동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간까지 제한되어 있으니, 대화를 하고 협의를 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상황.

하지만 시간제한을 무조건 풀어버려도 될까? 행동분석팀은 '게임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을 실시했다. 1위는 스포츠맨 정신이 있는 팀원을 만나는 것이었다. 게임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라는 대답은 전체 답변의 3%에 불과했다.





'준비 완료' 시스템도 의미가 있었다. 일단 말을 뱉고 나면 지키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준비 완료'라는 행위가 팀이 정한 전략을 수행하겠다고 계약하는 것처럼 만드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준비 완료'를 언제, 어디서 하게 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입된 팀 빌더의 효과는 놀라웠다. 베타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4% 증가한 것. 이는 게임에 이겼을 때는 물론이고 졌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더 큰 변화는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볼 수 있었다. 게임에 승리했을 때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이 23%나 줄었던 것. 심지어 게임에 졌을 때의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은 36%나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북미 지역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전과 비교해 북미 지역은 신고 건수가 9% 줄어들었고, 터키는 13%가, 러시아에서도 12%가 줄어든 것.





제프리 린은 채팅 제한 시스템의 성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채팅 제한 시스템은 한 번 제재를 받은 악성 유저가 게임을 일정 회수 플레이하기 전에는 채팅을 할 수 없게 만든 시스템. 그 변화는 채팅 제한 시스템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20%나 신고 건수가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채팅 제한 시스템은 행동 개선에 있어서도 효과적이었다. 평균적으로 채팅 제한을 경험한 유저의 71%가 그 후로는 대화를 개선했던 것. 이는 악성 유저를 차단하는 것보다 4% 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자료들이 공개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파티 찾기로 게임을 하는 경우에서 어떤 경우는 한 팀에 하나의 친구 그룹이 있지만, 어떤 경우는 두 개의 친구 그룹이 함께 하기도 한다. 그런 게임을 분석한 결과 한 팀에 친구 그룹이 하나만 있을 때가, 친구 그룹이 둘 있을 때보다 명예를 주는 것이 18% 많았고, 신고횟수는 28% 적었다. 또 2% 더 승리했다. 이는 하나의 핵심 그룹이 있을 경우 의사 결정이 좀 더 잘 집중될 수 있는 데 반해 두 개의 그룹인 경우 핵심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한 부분.

거의 대부분의 게임에서 GG 라는 단어가 발견되고, 10%의 게임에서 나쁜 말들이 발견된다거나, 채팅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분석해보니 칭찬을 받는 유저들은 팀워크,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겸손에 해당하는 표현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도 흥미로운 내용.

또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했을 때 팀원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일어나는 경우가 평균보다 3% 높았고,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했을 때는 의사소통이 7% 감소한다는 통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