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엔투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9일 열린 롤 마스터즈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CJ 엔투스는 '뒤숭숭한' 분위기의 나진 e엠파이어에게 1:2 역전패를 당했다. 많은 팬들이 예상한 CJ 엔투스의 손쉬운 승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오는 22일 열릴 SKT LTE-A 롤 마스터즈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반드시 나진 e엠파이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같은 날 단판으로 진행되는 순위 결정전까지 승부를 끌고 가야 한다. CJ 엔투스는 이번 롤 마스터즈를 4위로 마감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팀이다.


◈ 실현되지 못한 CJ 엔투스의 시나리오

대부분의 팬들은 CJ 엔투스가 나진 e엠파이어를 상대로 롤 마스터즈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레오파드' 이호성과 '쿠로' 이서행이 규정상 포스트 시즌에 출전할 수 없어 포지션도 다른 나진 실드의 식스맨을 임시 배치해 경기에 임하는 것이 나진 소드의 현실이다. CJ 엔투스 입장에서는 이 불완전한 나진 소드를 '당연히' 제압하고 남은 두 세트 중에서 한 번만 더 승리하면 기선 제압에 성공하는 상황이었다.

1세트까지는 CJ 엔투스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CJ 블레이즈는 나진 소드를 상대로 시종일관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취점을 따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CJ 엔투스는 나진 실드와 나진 연합팀에게 연이어 얻어 맞으며 역전패를 당했다.


◈ CJ 엔투스는 왜 패배했는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시작하기 전까지 CJ 엔투스가 그렸던 그림은 2:0의 완벽한 승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진 e엠파이어는 오직 나진 실드와 새로 영입된 멤버들 만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그렇다면 CJ 엔투스는 미완성된 나진 e엠파이어를 상대로 왜 무너졌을까? CJ 프로스트와 나진 실드가 맞붙었던 2세트와 CJ 블레이즈가 나진 연합팀을 상대했던 3세트 경기 내용을 되짚어보자.


2세트 시작과 동시에 이득을 챙겨 나간 쪽은 CJ 프로스트였다. 사실 경기 초반만 보면 도저히 CJ 프로스트의 패배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앞서 나가던 CJ 프로스트는 시야 싸움의 주도권을 뺏기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잠깐동안 시야 장악에 신경을 쓰지 못한 플레이는 미드와 원딜 챔피언의 비명횡사로 이어졌고, 이는 곧 패배로 직결되고 말았다.


이어진 3세트 '마스터매치'에는 CJ 블레이즈가 다시 한번 출전했다. 1세트에서 나진 소드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 CJ 블레이즈의 기세가 훨씬 좋아 보았기 때문. 하지만 이들 역시 나진 연합팀에게 경기 초반부터 휘둘리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3세트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CJ 블레이즈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시종일관 상대의 로밍에 흔들리며 경기 시작 11분만에 7킬을 헌납하고 말았고, 결국 패배했다. 초반 10분 내에 벌어진 극심한 차이를 좁히기 힘들었다. 나진 실드는 초반부터 '데이드림' 강경민을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전략을 선택했다. CJ 블레이즈의 장점인 강경민의 초반 운영을 완벽하게 봉쇄해버린 경기 운영이었다. 상대의 적극적인 견제에 대비하지 못한 CJ 블레이즈는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말았다.


역전을 허용한 CJ 프로스트, 시야를 장악하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것은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는 간단만 문제가 아니다. 2차전에서 또 다시 패배한다면 롤 마스터즈 4위에 만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CJ 엔투스의 승리를 방해했을까?


CJ 프로스트는 '매드라이프' 홍민기로 시작해서 홍민기로 끝난다. 안정적인 라인전과 칼 같은 타이밍에 펼쳐지는 로밍, 한타 페이즈에서의 팀 서포팅 등 홍민기는 아직도 가장 완벽한 서포터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최근 메타에 가장 중요한 '시야 장악'에 다른 팀의 서포터들보다 소홀하다는 점이다.

▲ 최고의 서포터 홍민기, 하지만 시야 싸움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

홍민기의 이러한 단점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1차전 2세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고릴라' 강범현은 초반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와드를 CJ 프로스트 진영에 설치해준 반면, 홍민기는 와드 설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결국 시야 싸움에서 패배한 CJ 프로스트는 연이어 챔피언을 끊기며 역전패를 허용했다. 물론 서포터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와드를 적극적으로 구매해야 하지만, 시야 싸움의 기본이 되는 포지션은 서포터다. CJ 프로스트가 2차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홍민기를 중심으로 좀 더 치열한 시야 싸움을 벌여야 한다.


블레이즈의 말려버린 경기 초반, 서포터가 풀어야 한다!

기존의 안정감에 섬세함이 더해진 CJ 블레이즈 운영의 중심은 강경민의 초반 움직임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라이너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힘을 비축한 라이너들이 중후반을 책임지는 것이 현재 CJ 블레이즈의 운영이다. 이는 곧 강경민의 초반 움직임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여부에 따라 팀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가 마음 먹고 정글러를 괴롭히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정글러 혼자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야 할까? 바로 서포터다. 서포터는 단순히 봇라인에 묶여 원거리 딜러의 성장을 돕는 포지션이 아니다. '러스트보이' 함장식의 경기력은 라인전과 한타 모두에서 빛나지만, 로밍을 통해 괴롭힘을 받고 있는 정글러를 도와야 하는 시점에도 라인에 머물러있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2차전 경기에서도 상대가 강경민을 지속적으로 괴롭힌다면 함장식이 나서야 한다. 강경민이 말리면 팀은 패배했다는 것을 항상 떠올려야 할 것이다.

▲ 팀원이 위기에 빠지면 서포터가 나서야 한다!


◈ 분석은 끝났다,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모든 면에서 완벽한 팀은 없다. 어느 한 쪽에서 특출난 팀은 반드시 다른 쪽에서 단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CJ 엔투스는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강팀이다. 1차전의 패배를 교훈삼아 착실히 2차전을 준비했다면 CJ 엔투스에게도 기회는 남아있다.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고 있는 나진 e엠파이어는 명확한 단점을 안고 있다. 규정상 두 명의 선수들이 롤 마스터즈 포스트 시즌에 참여할 수 없는 나진 소드, 그리고 롤챔스 결승전을 앞두고 전력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는 나진 실드다.

나진 e엠파이어는 이번 롤 마스터즈 포스트 시즌에 CJ 엔투스와의 1차전과 똑같은 팀 구성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미 1차전에서 나진 e엠파이어의 모든 팀 구성 경우의 수를 만나본 CJ 엔투스는 2차전 준비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복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CJ 엔투스가 상대의 이러한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