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란 구절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바로 송병구(삼성)다. 프로리그 13연패를 겪던 송병구는 은퇴 직전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랬던 송병구가 달라졌다. 이번 GSL 32강에서 정윤종(SK텔레콤)과 호각으로 대립했던 송병구가 홍덕(IM)을 상대로 역전승을 완성하면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경력 10년을 자랑하는 송병구와 함께하던 동료들, 경쟁자들은 각자의 사정을 안고 뿔뿔히 흩어졌다. 송병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선수들은 현재의 위치에 있지 않다. 프로리그에서 선전을 펼친 이영호(KT)는 GSL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며, 이제동(EG)은 북미 지역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영호나 이제동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실력을 자랑했다면 차라리 낫다. 송병구는 프로게이머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밑바닥을 경험했다. 패배감에 젖어 술로 시간을 보내던 시간은 지옥같은 나날이었다. 이는 ‘총사령관’의 귀환을 바라던 팬들이 바라는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의 송병구는 독하디 독한 자기관리를 통해 부활의 태동을 시작했다. 이런 그가 GSL 16강을 넘어 비상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가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 '젊음'과 '패기'의 테란 수장 조성주 vs '관록'과 '끈기'의 올드 대표 송병구



송병구는 테란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요즘 같이 테란이 약한 시대에 의아한 말이긴 하지만, 송병구는 테란전을 제일 힘든 종족전으로 꼽았다. 헌데 GSL에 딱 두 명 있는 테란 중 당대 최고의 테란인 조성주(진에어)와 한 조로 엮이는 불운이 덮쳤다.

조성주는 현존 최고의 프로토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테란 라인의 대표주자, 인간들의 구세주다. 그의 경이적인 힘은 컨트롤에서 나온다. 조성주의 컨트롤은 중반 타이밍에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부여하며 해병으로 거신을 때려잡기도 하는 상식 밖의 위력을 자랑한다. 전율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절대적 힘의 차이, 조성주의 파괴력 8할은 젊음이다. 경력 10년차에 접어드는 송병구에겐 최악, 또 최악의 상대다.

그렇다면 송병구의 8강 진출 가능성은 절망적일까? 그렇지도 않다. 송병구의 해답은 방태수(진에어)-박령우(SK텔레콤)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달렸다. 방태수 역시 공격적인 저그지만 체계적인 운영에서는 미흡함을 가진 선수다. 박령우도 가능성은 높은 유망주에 속하나 실전 경험이 많지 않다.

두 선수 모두 공통적으로 프로토스전에 대한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 방태수는 프로리그에서 송병구를 꺾긴 했지만 그 외의 상대들에게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령우는 팀의 엔트리가 워낙 단단해 프로리그에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팀 내에서 최강을 견주는 프로토스들과 연습을 같이 한다는 이점은 있지만 연습과 실전은 항상 별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10년차 선수가 다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노력'했다면, '보답'할 것이다.



데뷔 10년차의 송병구가 다른 선수들과 팽팽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송병구는 스타1으로 프로게이머를 시작했고 스타2에서는 스타1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스타1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스타2에서 정착에 실패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헌데 송병구는 한 팀에서 10년을 버텼다. 삼성 갤럭시 칸의 프랜차이즈 스타, 팀의 기둥이 되었다. 팀과 역사를 함께 했으며 스타1-스타2로 이어지는 역사의 산 증인이다. 한때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고 자연히 은퇴도 고려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까마득한 절벽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송병구는 그 산등성이를 맨손으로 기어 올라와 다시 이 자리에 섰다.

리그에서는 잘하는 선수가 이긴다. 그것이 바로 승자의 법칙이며 리그가 존재하는 이유다. 송병구 역시 이 법칙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송병구는 이 법칙을 넘어서는 응원과 지지를 받는다. 왜일까? 단순히 올드 게이머라서? 팬이 많아서? 아니다. 송병구가 프로리그 13연패를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에 서는 과정이 그 무엇보다 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송병구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당대 최강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GSL 16강에 당당히 올라섰다. 그렇기에 진심으로 송병구의 선전을 기원하는 팬이 있다.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다. 아니, 맺어야 할 때다. 산술적으로 접근해서 송병구가 조성주를 이길 가능성이 한없이 낮다 해도 이런 그가 조성주를 잡아낸다면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송병구가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최강자로 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실력이 보답할 차례다. 드라마의 중심에 선 송병구의 격전이 펼쳐질 핫식스 GSL 시즌2 16강 C조의 경기는 5월 30일 오후 6시, 강남 곰exp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2014 핫식스 GSL 코드S 시즌2 16강 C조

1경기 송병구(P) VS 방태수(Z)
2경기 조성주(T) VS 박령우(Z)
승자전
패자전
최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