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에 입성한 팀 리퀴드. qojqva는 항공편 지연으로 미도착. (사진=도타2 공식 인스타그램)


북미권 팀인 팀 리퀴드는 마치 삼삼하게 간이 맞은 음식과도 같다. 뚜렷한 특색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부족한 것이 있는 팀 역시 아니다. 좋게 말하면 노련한 전천후 팀이고, 평가절하한다면 그저 그런 팀인 셈이다.

팀 리퀴드는 TI4 와일드카드전에 출전하는 팀 중 객관적인 성적만을 놓고 봤을 때는 가장 독보적이다. 올 한해에만 3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팀 창단 이후 꾸준히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성적이 북미권 내에서만 이루어진 것이며, 세계 무대에서의 성적은 그리 대단치 않다.

성적만큼이나 팀 역시 안정적인 편이다. 올해 MVP 피닉스에 몸을 담기도 했던 Demon이라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선수를 영입하긴 했지만,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은 별다른 문제 없이 선수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원년 멤버인 TC, Bulba와 독일에서 건너 온 qojqva는 유동적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폭 넓은 전략을 펼친다. TI4 와일드카드전 첫 상대인 CIS 게임의 Black과 qojqva 두 독일산 캐리의 맞대결은 제법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팀 리퀴드는 CIS 게임과는 달리 장기전을 즐기지 않는다. 이기든 지든 단기전을 자주 펼치는 팀으로 얼핏 보면 기량이 상당히 들쭉날쭉한 팀이기도 하다. 특별히 강력한 조합을 사용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조합 혹은 영웅을 자주 선택한다. 그렇다 보니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초반부터 풀려나가면 빠르게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반면, 자신들이 원치 않는 그림으로 흘러가면 그 경기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미련 없이 포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금은 Na`Vi.US로 팀명을 변경한 NaR과의 TI4 북미 지역 선발전 최종 결승 당시에도 5세트에서 19분 만에 항복을 선언한 바 있다.

팀 리퀴드의 최근 경기를 살펴 보면 이러한 스타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메리칸 리그, D2L 웨스턴, TI4 최종 결승전 등 최근 12경기의 평균 소요시간은 약 31분으로 4번이나 2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경기가 마무리됐다. 마치 자신들이 준비한 전략이 먹히는지 안 먹히는지 확인만 하고나면 스스로 승패를 결정짓는 듯 하다. 그렇다 보니 전투도 쉽게 펼치지 않는다. 해당 경기 동안 평균 팀 킬, 데스는 약 15킬 19데스로 비교적 낮은 수치다. 결국,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 않는 밋밋한 경기가 종종 펼쳐지는 셈이다.

이런 스타일은 그들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면 파밍을 통해 성장한 뒤 깔끔한 한타로 원하는 승리를 이루어 낸다. 마치 점유율 축구와 같이 조금씩 자신들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플레이가 능하다. 하지만 조금 더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시점에 포기하는 순간에는 있던 정나미마저 떨어지기 일쑤다.

CIS 게임을 상대해야 하는 팀 리퀴드로서는 '끈기'가 관건이다. 속공과 지공의 싸움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긴 하나, CIS 게임을 상대로 초반 승기를 잡고 끝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팀 리퀴드는 CIS 게임의 취약점일 수도 있는 푸쉬 메타를 즐기는 팀도 아니다. 필연적으로 중장기전을 내다봐야 하는 팀 리퀴드가 얼마나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 짜여진 한타를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