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일! 약 13128시간!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르곳이 롤 챔피언스 마지막 등장 이후, 지금까지 흘러간 시간이다. 리그오브레전드 119개 챔피언 중 승률/픽률 최하위! 어떤 챔피언도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심해에 서식하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조차 포기한 챔피언! 이처럼 안타까운 수식어를 달고 살아온 우르곳에게 최근 믿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 우르곳이 마지막으로 등장한 2012-2013 롤챔스 윈터 4강전!
이후, 우르곳은 롤챔스에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라이엇 게임즈 수석 챔피언 디자이너 Meddler는 북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르곳 상향 계획을 공개했다. 약 1년 반 만에 들려온 우르곳 상향 소식에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개된 패치 내용이 우르곳의 완벽한 귀환을 확신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후에 진행될 우르곳 리워크 사전 단계라는 점이 백만 우르곳 팬들을 설레게 했던 것.

기자 또한 우르곳을 사랑하는 유저로서 흥분되기는 마찬가지. 이에, 공개된 패치 계획은 물론, 라이엇 게임즈가 그동안 우르곳을 외면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 얼마만에 들려온 희소식인가? 우르곳 상향안의 내용과 쟁점

우르곳 변경안을 공개한 라이엇 게임즈 Meddler는 ‘이번 변경안은 이후에 있을 대규모 리워크를 위한 사전 작업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지금보다는 쾌적한 환경에서 우르곳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은 패치 노트는 아래와 같다.


▶ 공개된 우르곳 패치 초기안 (번역 : 한지운님)


1. 일반

1) 기본 공격 투사체 속도가 1600으로 증가 (기존 1300)
2) 추천 아이템 업데이트
3) 소소한 시각 효과 다듬기


2. 산성 추적탄(Q)

1) 산성 추적탄이 이제 산성 추적탄 시전 처음과 끝 모두에서 녹서스 부식성 수류탄 여부를 확인한다. 지금은 시전 처음에만 이를 확인하기에, E를 장거리에서 발사하고 곧바로 Q를 발사했을 경우와 녹서스 부식성 수류탄 효과가 끝나갈 때의 마지막 유도탄에 대해 불이익이 있었다.

2) 마나 소모가 50으로 증가하고(기존 40), 유닛 처치 시 마나 절반 반환
이것의 주 목적은 우르곳이 Q로 막타를 쳐야 할 필요가 있을 때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것. 견제 시의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약간의 마나 소모가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마나 사용에 있어서는 버프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3. 초동역학 위치전환기(R)

1) 재사용 대기시간이 120/110/100초로 감소 (기존 120)
라인전에서의 위력을 늘리지 않으면서 후반 게임 파워를 약간 더해 주는 것

2) 마나 소모가 100으로 감소(기존 120)
표준적인 궁극기 마나 소모와 맞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우르곳의 딜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짧은 사정거리에 비해 과도하게 느렸던 기존의 기본 공격 투사체 속도(1300)가 1600으로 증가했다. 우르곳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 느릿느릿한 기본 공격 액션이 개선된 것이다. 우르곳의 주력 딜 스킬인 산성 추적탄(Q)과 녹서스 부식성 수류탄(E)의 연계 판정 또한 좋아졌다.

특히 우르곳에게 심각한 마나 압박을 주었던 산성 추적탄이 ‘유닛 처치 시 마나 절반 반환’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제공되도록 변경되었다. 이외에도 문제의 궁극기 초동역학 위치 전환기(R)의 쿨타임이 기존의 120에서 120/110/100초로 바뀌었고, 마나 소모량은 120에서 100으로 감소했다.


▲ 사이온, 뽀삐 그다음이 우르곳? 물론, 확실하지는 않다 (Meddler의 코멘트 일부)


이 때문에 우르곳은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지금보다는 명쾌한 딜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르곳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E-Q 콤보의 판정 개선도 우르곳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번 패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을 것이고, 2년 전과 같은 무시무시한 우르곳의 재림을 바라기는 힘들다. 여전히 모호한 역할 구분은 문제로 남아 있고, 궁극기사용 후 생존을 보장하는 탱키함은 여전히 제자리다. 짧은 사거리도 여전히 우르곳의 걸림돌이다.

하지만 이번 변경안이 대규모 리워크의 사전 작업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15 패치 전후로 해서 위의 패치가 적용될 예정이며, 이를 시작으로 우르곳 리워크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무엇보다 최근 리워크된 챔피언들이 대부분 성공적인 부활을 이뤘다는 사실 또한 우르곳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여기서 기사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지만! 본 기자는 오랜만에 등장한 우르곳 상향 소식인데 여기서 끝내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우르곳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자 한다.




■ 적진으로 순간 이동하는 원거리 딜러, '닷지 메이커' 우르곳

새삼스럽게 일깨워 주지 않아도 우르곳은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 중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우르곳의 승률은 40.34%! 대부분 챔피언이 승률 50%를 기준으로 빽빽하게 포진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조작(?)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낮은 승률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우르곳의 모순적인 역할에 있다. 우르곳의 주 역할은 원거리 딜러다. 반면, 부 역할군은 탱커다. 원거리 딜러와 탱커,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역할이 우르곳에게 부여된 것이다. 대부분 챔피언은 주 역할 이외에도 부 역할군을 가지고 있지만, 우르곳과 같은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 닷지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우!르!곳!


이러한 역할 설정은 우르곳의 궁극기 ‘초동역학 위치전환기’을 통해 완성된다. 우르곳이 이 스킬을 사용하면, 우르곳과 타겟이 된 적 챔피언은 위치를 바꾼다. 즉, 아군의 후방에서 주력 딜을 담당하는 원거리 딜러가 적진 한가운데로 가버리는 것이다. 원거리 딜러지만, 적진으로 순간이동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 이 어처구니없는 스킬과 플레이 스타일이 우르곳을 ‘닷지 메이커’, ‘트롤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우르곳의 E스킬 '녹서스 부식성 수류탄'과 Q스킬 '산성 추적탄' 콤보는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을 정도의 대미지와 견제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르곳을 한방에 고인으로 만들어 버린 사거리 너프로 인해 이러한 플레이는 현재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다른 원거리 딜러가 아닌 우르곳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든 한가지 의문! 타 게임에 비해 빠른 패치 주기를 보여주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가 왜 우르곳 패치만은 소극적인 것일까?




■ 라이엇 게임즈는 왜 우르곳을 상향하지 않았나? 우르곳의 숨은 OP성!

그동안 라이엇 게임즈는 지금까지 우르곳 패치의 어려움을 자주 밝혀왔다. 이번 패치 노트 공개 이후에도 라이엇 게임즈는 ‘우르곳은 스킬 셋에 상당한 문제가 있기에 이전의 문제 있는 상태(OP시절)로 돌아갈 정도의 파워를 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가 코멘트를 남겨 여전히 우르곳 패치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 태성적으로 OP성을 가지고 있는 우르곳의 신규 스플래시 아트


이러한 라이엇 게임즈의 머뭇거림의 뒤에는 우르곳이 가진 'OP DNA'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우르곳을 고인으로 만든 문제점 즉, 원거리 딜러와 탱커를 동시에 담당해야 하는 모순된 역할 설정이 우르곳의 OP성의 근거가 된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딜을 보유하면서도 죽지 않는 탱키함을 가진 챔피언! 이보다 강력한 컨셉은 없다. 즉, 스킬 능력치가 이 모순된 역할 설정을 감당할 정도로 상향된다면 우르곳은 그 어느 챔피언보다 위력적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라이엇 게임즈는 그동안 우르곳 패치를 주저했다. 자칫 잘못된 패치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OP 챔피언을 만들기보다는, 우르곳의 잠재력을 억제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패치에서도 우르곳의 문제점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않은 것 또한 이러한 고민을 읽을 수 있다.


▲ 아무리 변화를 시켜도 관짝행을 거부하는 카사딘
카사딘의 메커니즘은 애초부터 OP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틈이 댐을 무너뜨린다. 이번 패치를 시작으로 우르곳의 봉인 해제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이고, 그 결과는 리그오브레전드를 파괴할 정도로 위력적일 수 있다. 스킬 셋 자체가 위력적이었던 카사딘이 리워크와 너프를 아무리 해도 관짝(?)은커녕 다시 OP 챔피언으로 등극한 것처럼, 스킬 자체에 상당한 변수가 있는 우르곳이 2년 전의 OP성을 되찾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내재된 OP성을 억제하면서도 우르곳만의 매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섬세한 패치가 라이엇 게임즈에 요구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르곳의 방치에 대해 '전국 우르곳 협회(?)가 라이엇 게임즈를 협박해 우르곳에 대한 패치를 막고 있다'는 웃을 수만은 없는 농담이 유저들 사이에 오랫동안 퍼진 상황. 새롭게 만들어질 우르곳이 그동안 쌓인 유저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