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이 11월 11일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즌 종료 보상을 향한 치열한 전투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나그네’ 김상문은 ‘페이커’ 이상혁을 제치고 솔로 랭크 1위 자리에 올랐고, 2014시즌 마지막 게임에서 ‘승리의 모르가나’ 스킨 획득에 성공한 유저들의 경험담이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에 적지 않게 올라왔다.

뜨거웠던 랭크 게임의 열기 속에서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들 역시 숨 가쁜 전투를 펼쳤다. 2014시즌의 마지막 패치인 4.19 패치의 여파로 인해 시즌을 쓸쓸하게 마감해야 했던 챔피언도 있었던 반면, 하향에도 불구하고 유종의 미를 거둔 챔피언들이 있었다. 2014시즌의 마지막 주,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었을까?


■ 라이즈, 대장군의 자리에서 내려오다! 라이즈의 4.19 패치 중간 성적표

지난 4.19 패치의 핵심은 단연 라이즈의 하향. 라이즈는 월드 챔피언십에서 탑 라인의 새로운 지배자로 떠올랐으며, 약 60%의 승률과 87.2%의 밴픽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꾸준히 성장한다면 전세를 뒤엎을 정도의 후반 캐리력을 보유하게 되는 라이즈의 가치를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인정한 것이다. 특히, 다른 탑 라인 챔피언들의 하향과 부진으로 말미암아 라이즈에 대한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었다.

▲ 4.19 패치의 중심에는 라이즈가 있었다!

하지만 대장군의 귀환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월드 챔피언십이 끝나고 진행된 4.19 패치에서 라이즈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과부하(Q)의 기본 마법 피해가 60/85/110/135/160에서 40/60/80/100/120로 줄어든 것. 라이엇 게임즈는 패치 노트를 통해 과부하의 AP 계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라이즈의 후반 변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4.19 패치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4.19 패치 적용 직후, 라이즈의 승률은 그야말로 수직하강 한다. 51%에 약간 못 미쳤던 승률이 하루만에 46%대로 추락했다. 일방적인 하향 패치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승률 하락이 예상됐지만, 그 내림세가 상당히 크고 극단적이었다. 심지어 심해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우르곳보다 승률이 낮아지는 참사도 발생했다.

▲ 4.19 패치 이후 수직하강을 한 라이즈의 승률
(출처 : stateoflol)

앞서 말했지만, 라이즈의 기본 설계는 ‘초반은 약하지만, 성장이 담보된다면 후반을 지배할 수 있는 챔피언’이다. 따라서 이번 패치로 인해 유발된 초반 운영의 난이도 증가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초반의 약세가 후반의 강세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였다.

이번 라이즈 하향이 과하다고 말하는 유저들은 주요 근거로 너프 수준이 지나치게 커서 후반 캐리력을 가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어려워졌다는 점을 든다. 즉, 일반 라이즈와 대장군 라이즈를 이어주는 ‘각성의 연결고리’가 상당히 얇고 거칠어진 것이다. 오랫동안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 온 라이즈! 과연 그가 오늘의 시련을 극복하고 대장군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함께 너프를 당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질리언과 루시안 그리고 잔나의 4.19 패치 중간 성적표

라이즈 이외에도 4.19 패치 노트에 이름을 올린 주요 챔피언으로는 질리언과 루시안 그리고 잔나를 꼽을 수 있다. 라이즈와 마찬가지로 월드 챔피언십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이 챔피언들은 4.19 패치를 통해 크고 작은 하향을 겪었다. 하지만 패치 적용 후 일주일 가량이 지난 현재, 너무나도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들어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질리언, 잔나, 루시안! 4.19 패치를 통해 그들의 운명은 갈렸다

질리언이 이번 월드 챔피언십을 통해 주목받은 이유는 아군을 죽음으로부터 한 번 구할 수 있는 시간 역행(R)과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군에게 도움이 되는 깊은 깨달음 스킬(패시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19 패치로 인해 깊은 깨달음의 경험치 증가 효과가 맵 전체의 아군에서 거리 1,500안의 아군으로 축소되었다.

결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질리언의 픽률은 하향 곡선을 그렸고, 50% 이상을 기록하던 승률은 43%대로 곤두박질쳤다. 여전히 시간역행이라는 변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레벨링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재 판세에서 깊은 깨달음의 하향은 질리언에게 상당히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 4.19 패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챔피언은 질리언이었다!
(질리언 승률 추이, 출처 : stateoflol)

한편, 잔나와 루시안의 운명은 라이즈와 질리언과는 사뭇 달랐다. 이번 4.19 패치로 인해, 잔나는 서풍(W)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12/11/10/9/8초에서 전 레벨 공통 12초로 변경되었다. 서풍은 적에게 마법 피해를 주는 동시에 적의 이동 속도를 늦추는 잔나의 핵심 스킬 중 하나다. 추격과 도주 상황에서 톡톡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번 하향이 잔나에게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잔나의 픽률은 20%를 꾸준히 넘었고, 승률 역시 52%대를 유지했다. 잔나의 선전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로 잔나의 우월한 스킬 구성과 기동성, 이로부터 발휘되는 뛰어난 라인전 능력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초반 우위를 바탕으로 엄청난 스노우 볼을 굴리는 것이 잔나의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경기 후반 운용에 타격을 준 이번 패치는 분명 잔나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 잔나의 픽률(위)은 물론 승률(아래)까지도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출처 : FOW.KR)

루시안 역시 ‘완성형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라는 자신의 명성에 맞게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번 4.19 패치에서 루시안은 타는 불길(W)에 붙어있던 공격력 계수가 삭제되었다. 궁극기 빛의 심판(R)의 대기시간도 100/75/50초에서 110/100/90초로 증가했다. 루시안의 핵심 플레이 스타일은 지속적인 스킬 사용을 통해 패시브 스킬인 빛의 사수(스킬을 사용한 후 6초 안에 기본 공격을 하면 총을 두 번 연속 발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는 불길의 공격력 계수 삭제는 루시안에게 딜링 측면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루시안은 역시 루시안이었다. 승률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픽률은 쓰레쉬와 함께 여전히 1, 2위를 다퉜다. 대부분의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하향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외부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 루시안의 고공행진은 이 챔피언의 강력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라이엇의 너프 철퇴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루시안! 다음 시즌에도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 2014시즌을 대표하는 챔피언은 단연 루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