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웅은 왜 항상 승리하는가

세상에는 숱한 영웅들이 있다. 날아오는 자동차를 주먹 하나로 튕겨내고 총알 피하기는 우습게 보는 양반들이다. 아무리 악랄한 악당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영웅이 승리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악당도 영웅과 맞먹는 힘을 가지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래에서 왔다든지 출신 행성이 같다는 등의 설정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영웅은 결국 승리한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위험하면 변신해버리기 때문이다.


▲ 이 정도 변신이면 사실 져주는 게 맞다


변신은 전세역전의 열쇠임과 동시에, 다이나믹한 전개를 보여주는 반전 요소다. 대부분의 변신은 영웅이 위험에 처했거나 사실상 패배를 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며, 불가능할 것 같은 승리를 끌어낸다. 나메크 행성에서 전투력 300만에 불과했던 손오공이 1억 2천만 전투력의 프리더를 가루로 만들어 버린 역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초사이언으로 변신한 손오공의 전투력은 무려 1억 5천만이었다.
※ 드래곤볼 전투력 출처: 토리야마 아키라, 『드래곤볼 대전집 No.7』 (슈에이샤, 1996.09.01)

이 같은 특징은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변신은 대개 궁극기나 특정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스킬로 설정되어 강력한 효과를 낸다. 주로 많은 적을 만났거나 빈사 상태에서 사용하여 상황을 타개하는 용도로 쓴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도 변신 스킬을 가진 영웅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변신 스킬이 지속시간 동안 체력 전량 회복, 특수 능력 추가 등 전투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변신한 영웅끼리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양쪽 다 전세역전을 위한 일 발 장전 상태라고 해도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더 강하지 않을까?

그래서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 본격적으로 변신 영웅 물색과 대결 방법 마련에 들어갔다.



▣ 영웅 선정

우선 실험에 참가할 변신 영웅 선정에 앞서 두 가지 조건을 세웠다.

1. 변신을 궁극기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2. 변신했을 때 형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변신이라는 것은 불리한 전황을 뒤집을 정도의 필살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궁극기가 변신이어야 하고, 변신(變身)이라는 문자 그대로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1항을 이유로 레가르, 해머 상사 같은 영웅은 제외됐으며, 2항을 이유로 소냐가 제외, 아바투르는 엄밀히 말해 변신이라기보다는 복제에 가깝다는 판단하에 역시 제외됐다. 1, 2항을 모두 충족하는 영웅으로 가즈로/무라딘/첸/태사다르/타이커스/일리단 총 6명이 선정됐다.

▲ 변신왕 자리를 놓고 대결하게 될 6인의 영웅들




▣ 대결 방법

이번 실험의 목적은 변신 영웅들의 단순 전투력을 비교해서 가장 강한 자를 가리는 것이기 때문에, 스킬이나 일반 공격을 하는 것 외에 어떠한 전술적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거리 조절이나 회피 기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영웅은 실제 전투능력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는 점을 미리 양해 구한다.

대결은 평타전전력전 두 가지로 나뉜다.

평타전은 스킬 사용 없이 일반 공격만을 주고받는 대결 방식이며, 전력전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상대방이 쓰러질 때까지 퍼부어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매 라운드에서 대결 상대로 짝지어지는 두 영웅은 10, 20레벨마다 평타전, 전력전을 각각 1회씩, 총 4회 대결하여 전력전에서 이긴 영웅이 승리한 것으로 판단한다. 만약 A 영웅이 10레벨 전력전 승, B 영웅이 20레벨 전력전을 승리하였을 경우엔 평타전에서 더 우세했던 영웅을 승자로 정한다.

총 6명의 영웅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결하며, 1라운드 3개 팀 중 타이커스vs일리단 전의 승자는 2라운드 부전승으로 바로 결승 진출을 하게 된다.

▲ 1라운드 마지막 팀의 승자는 2라운드 부전승으로 결승 직행!




▣ [1 Round] 이겨놓고 싸운다! 가즈로 vs 무라딘

▲ 가즈로(좌)와 무라딘(우)의 변신 전후 모습

첫 번째 대결은 고철왕 가즈로와 산왕 무라딘!
하지만 가즈로의 변신은 대인전에서 전혀 쓸모가 없어 사실상 탈락 예정자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우선 두 영웅의 변신 궁극기를 살펴보자.


[가즈로]
로보고블린 : 로보고블린으로 변신합니다. 일반 공격이 돌격병, 용병, 구조물에 250%의 추가 데미지를 주고 무력화 효과의 지속 시간이 50% 감소합니다. 16초 동안 지속됩니다. (20레벨 기준)

[무라딘]
아바타 : 20초 동안 변신하여, 2,000의 생명력을 얻고 일반 공격이 적을 기절시킵니다. (20레벨 기준)


가즈로의 변신 상태는 오로지 크립 사냥과 공성에 특화되어 있어 대인전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즉 외향만 바뀌고 전투력은 비변신 상태와 같다는 의미. 유일한 장점이라면 무력화 효과의 지속 시간이 50% 감소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평타가 기절 효과를 주는 무라딘과 매칭해 보았으나 무고한 가즈로를 구제할 방법은 없을 듯하다. 이겨놓고 싸운다는 국군 모 사단의 강령이 생각난다.

대결은 규칙대로 10레벨에 평타전, 전력전을 1회씩 치르고, 다시 레벨링한 뒤 20레벨에 평타전, 전력전을 1회씩 수행했다. 그러나 맵 어디로 숨어도 돌격병들에 의해서 경험치가 계속 쌓이는 관계로, 레벨을 정확히 10, 20에 맞추지 못한 경우가 있으니 양해 바란다. 다만 대결하는 두 영웅의 레벨에는 차이가 없도록 했다.

모든 대결은 블랙하트 항만에서 진행됐으며, 각자 탑과 바텀에서 레벨링한 후 두 영웅 모두 10레벨이 되면 블랙하트 선장 앞에서 만나 변신 상태로 전투를 치렀다.

▲ 심판은 선장님께서!


역시 예상대로 10레벨과 20레벨 평타전에선 가즈로가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 가즈로의 체력은 10렙 2,300 / 20렙 4,000으로, 같은 레벨에 3,200 / 5,600의 체력을 보유한 무라딘과 비교했을 때 한참 열세다. 또한, 변신했을 때 무라딘은 2,000의 추가 생명력과 일반 공격에 기절 효과를 얻지만, 가즈로가 얻을 수 있는 대인전 효과는 무력화 효과 지속 시간 감소뿐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 연장을 못 쓰니 힘없이 매 맞는 가즈로



그러나 전력전에서는 전혀 뜻밖의 전개가 펼쳐졌다. 10레벨에선 호각으로 다투다가 간발의 차이로 무라딘의 승, 20레벨에는 무려 더블 KO가 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무빙 없이 말뚝딜로 대결하다 보니 가즈로의 "잘나가! 포탑" 설치 개수가 늘어나면서 무라딘이 받는 데미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이었다. 무라딘은 변신 상태였고, 가즈로는 대인전에서 이렇다 할 추가 능력치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괄목할만한 결과임은 분명해 보였다.

▲ 전력전에서는 변신 상태인 무라딘과 호각을 다투었다



1라운드 [가즈로 vs 무라딘] 결과

10레벨 평타전 : 무라딘 승
■ 남은 체력 : 70% 이하

10레벨 전력전 : 무라딘 승
■ 남은 체력 : 10% 이하

20레벨 평타전 : 무라딘 승
■ 남은 체력 : 50% 이하

20레벨 전력전 : 더블 KO


※ 무라딘 2라운드 진출




▣ [1 Round] 방사 데미지와 분신의 대결! 태사다르 vs 첸

▲ 태사다르(좌)와 첸(우)의 변신 전후 모습

두 번째 대결은 집행관 태사다르와 전설의 양조사 첸이다.
첸은 궁극기 사용 시 폭풍/대지/불 3분신으로 갈라져 싸우다가 변신이 풀리거나 분신이 모두 죽으면 만피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때문에 변신 시 높은 전투력 상승과 방사 데미지를 가진 태사다르와 매칭시켜보았다.


[태사다르]
집정관 : 집정관으로 변신하여, 1,000의 보호막을 얻고, 일반 공격이 304의 피해와 함께 152의 추가 방사 피해를 줍니다. 15초 동안 지속됩니다. (20레벨 기준)

[첸]
폭풍, 대지, 불 : 15초 동안 자신의 최대 생명력의 50%를 지닌 세 원소 정령으로 분리되어 두 가지 새로운 도약 공격을 사용합니다. (20레벨 기준)
폭풍- 원거리 공격으로 130의 피해를 줍니다.
대지- 느린 공격으로 80의 피해를 주고 적들을 25% 느려지게 합니다.
불- 빠른 공격으로 38의 피해를 줍니다.


분신과 방사 데미지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 10레벨을 달성하고 블랙하트 선장 앞에서 첫 번째 결투를 벌였다. 평타전이었기 때문에 태사다르가 조금 더 우위에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분신이 모두 죽음과 동시에 만피 상태로 돌아오는 첸을 쓰러뜨리기엔 10레벨의 체력바는 너무 짧았다.

이어진 10레벨 전력전에서는 첸의 3분신 고유 스킬인 삼중 공격이 오히려 독이 됐다. 스킬 시전과 동시에 분신들이 한 지점으로 고스란히 모여준 탓에 태사다르가 방사 데미지로 이득을 취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분신 이후 만피의 첸을 꺾는 데에는 실패했다.


▲ 태사다르: 응? 아무도 안 보이는데 그림자가 둘이네


20레벨 대결의 경우, 역시 평타전에서 첸이 압도하여 승리를 가져갔지만 전력전에서는 사이오닉 폭풍 덕에 분신이 거의 힘을 쓰지 못하면서 첸의 변신이 무력화되는 상황이 전개됐다. 체력바 한두 칸 차이로 공격을 주고받다가 사이오닉 폭풍 위에 서 있던 첸이 먼저 사망하면서 태사다르가 첫 승을 거뒀다.


▲ 20레벨 전력전- 간발의 차이로 태사다르 승!



1라운드 [태사다르 vs 첸] 결과

10레벨 평타전 : 첸 승
■ 남은 체력 : 손실 없음

10레벨 전력전 : 첸 승
■ 남은 체력 : 30% 이하

20레벨 평타전 : 첸 승
■ 남은 체력 : 80% 이하

20레벨 전력전 : 태사다르 승
■ 남은 체력 : 10% 이하


※ 첸 2라운드 진출




▣ [1 Round] 주먹이 운다, 전과자 편. 타이커스 vs 일리단

▲ 타이커스(좌)와 일리단(우)의 변신 전후 모습

세 번째 대결은 범죄자 타이커스와 배신자 일리단이다. 명예싸움으론 우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타이커스는 현재 상위급 딜러로 평가받고 있으며 첸과 마찬가지로 변신이 풀린 뒤에 만피로 돌아오는 특징이 있어 우승 후보 중 하나다. 이에 반해 일리단은 히어로즈에 와서도 적군을 캐리하며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 있는 상황. 평타 기반의 근접 암살자임에도 기대 이하의 공격력을 갖춘 데다 운용 역시 쉽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궁극기는 변신 시전으로 적중시킨 적의 수만큼 추가 체력이 확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실험은 1:1 대결이다 보니 일리단은 계속해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이커스]
오딘 출격 : 오딘을 투하해서 조종합니다. 일시적으로 자신의 생명력이 가득 찹니다. 오딘은 추가 공격력을 지니고, 다른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23초 동안 지속됩니다. (20레벨 기준)

[일리단]
탈태 : 악마의 형상으로 변신하여 대상 지점에 나타나 400의 피해를 줍니다. 공격 속도가 20% 증가하고, 기술에 적중당한 적 영웅 하나당 최대 생명력이 일시적으로 400 증가합니다. 18초 동안 지속됩니다. (20레벨 기준)


사실 일리단에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평타 기반의 영웅이고 기본적으로 흡혈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10렙 평타전에서는 공속이 증가하는 변신 능력과의 시너지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일리단은 오딘을 파괴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갔다. 10렙 전력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딘을 부수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이어진 타이커스의 총알 세례에 빠르게 무릎 꿇었다.


▲ 10레벨 평타전에서는 오딘조차 부수지 못했다


20레벨 대결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평타전은 오딘을 파괴하지 못한 채 사망했고, 전력전에서는 타이커스의 체력이 반 이상 남은 상태로 대결이 종료됐다. 앞선 두 경기에서 열세였던 영웅이 뒤로 갈수록 그 격차를 줄였던 반면, 타이커스는 끝까지 압승을 거두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 환골탈태의 경지에 오른 타이커스. 오딘 상태에서 사망하면 만피가 된다



1라운드 [타이커스 vs 일리단] 결과

10레벨 평타전 : 타이커스 승
■ 남은 체력 : 손실 없음

10레벨 전력전 : 타이커스 승
■ 남은 체력 : 50% 이하

20레벨 평타전 : 타이커스 승
■ 남은 체력 : 손실 없음

20레벨 전력전 : 타이커스 승
■ 남은 체력 : 60% 이하


※ 타이커스 승, 2라운드 부전승으로 결승 진출





▣ [2 Round] 준결승전 무라딘 vs 첸

▲ 무라딘(좌)과 첸(우)의 변신 전후 모습

2라운드는 무라딘과 첸의 대결이다. 6인 토너먼트인 관계로, 일리단을 상대로 4판 전승을 거둔 타이커스가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때문에 2라운드는 사실상 준결승전인 셈이다. 먼저 두 영웅의 변신 스킬을 다시 살펴보자.


[무라딘]
아바타 : 20초 동안 변신하여, 2,000의 생명력을 얻고 일반 공격이 적을 기절시킵니다. (20레벨 기준)

[첸]
폭풍, 대지, 불 : 15초 동안 자신의 최대 생명력의 50%를 지닌 세 원소 정령으로 분리되어 두 가지 새로운 도약 공격을 사용합니다. (20레벨 기준)
폭풍- 원거리 공격으로 130의 피해를 줍니다.
대지- 느린 공격으로 80의 피해를 주고 적들을 25% 느려지게 합니다.
불- 빠른 공격으로 38의 피해를 줍니다.


가즈로를 상대로 꽤 고생을 했던 전력을 생각하면 무라딘의 열세가 예상된다. 첸의 분신 데미지는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지만 분신을 다 처리한 뒤 만피 상태의 첸을 쓰러뜨리는 게 만만치 않다. 20렙 무라딘이 변신으로 얻는 추가 체력이 2,000인 것에 비해, 본체 체력의 50%를 가지는 첸의 분신 셋은 각각 2,800의 체력을 보유하게 된다. 단순히 합산하면 8,400의 추가 체력을 얻는 셈이며, 무라딘 입장에서는 체력 2,000이 닳기 전에 총합 8,400의 체력을 보유한 분신 셋을 제거하지 못하면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 분신들을 모두 해치우면 만피의 첸이 나타날 예정


첫 번째 대결은 10렙 평타전으로, 사실상 무라딘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이었다. 다만, 첸 분신의 위력을 체감해볼 기회이기 때문에 전력전을 대비한 탐색전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 분신 하나를 제거하는 동안 무라딘의 체력바가 동이 났다


10렙 평타전에서 보여준 첸 분신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분신 하나를 제거한 시점에서 무라딘의 체력은 이미 바닥나 있었고, 곧 분신 시간이 만료되어 만피의 첸이 등장했을 땐 당락이 명확히 갈린 상태였다. 아바타 변신이 풀린 뒤에도 얼마 간을 더 버티던 무라딘은 첸에게 약 20%의 체력 손실을 입히고 장렬히 산화했다.

▲ 첸의 분신이 사라졌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난 상태


하지만 평타전은 탐색전이었을 뿐! 결승행은 전력전 승패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제야 시작인 셈이다. 첸의 분신들을 최소한의 피해로 정리하는 것이 관건! 무라딘의 스킬들 대부분이 광역기이기 때문에 전력전에 기대를 걸었다. 게다가 체력이 낮아지면 회복력이 상승하는 고유 패시브도 있지 않던가? 분신 페이즈만 잘 넘긴다면 승산이 있는 전투라고 판단됐다.

필사의 각오로 시작한 10렙 전력전. 상황은 평타전 때보다 훨씬 좋았다. 첸의 분신이 사라진 시점에 무라딘의 체력이 반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체력이 40% 미만으로 떨어지면 회복력이 급등하는 '재기의 바람'이 발동될 경우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는 상황!


▲ 무라딘의 고유 패시브 재기의 바람


첸의 연속된 스킬 공격에 무라딘의 체력이 낮아지자, 드디어 '재기의 바람'이 발동되어 오히려 체력 게이지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첸의 체력은 조금씩 깎여 들어가서 어느새 둘의 체력 차이가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 슬슬 쫓기기 시작하는 첸. 스샷이 잘 찍힌 것 같다


그러나 첸의 저력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10초, 8초, 12초의 긴 스킬쿨타임을 가진 무라딘에 비해 첸은 모든 스킬의 쿨이 5초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딜사이클 회전이 빠른 첸이 우세해지기 시작했다. 변신이 풀려 평타의 기절 효과도 볼 수 없는 무라딘은 딜사이클이 끝나면 십여 초 동안 일반 공격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첸과의 체력 차이를 더 좁히지 못한 채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 아쉽게도 딜사이클이 빠른 첸의 승리


결국 이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괄목할만한 경기였다. 변신으로 얻는 추가 체력의 어마어마한 차이, 두 배 가까이 벌어지는 스킬 쿨타임.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첸이 압도적이었지만 무라딘의 고유 패시브인 '재기의 바람'이 큰 변수로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20레벨까지 수행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경험치를 쌓아 대결을 준비했지만, 20레벨 평타전, 전력전에서도 10레벨 대결과 같은 양상이었다. 내심 기대했던 반전은 볼 수가 없어 끝까지 아쉬움이 남는 대결이었다.

▲ 20렙 전력전 역시 이변은 없었다



2라운드 [무라딘 vs 첸] 결과

10레벨 평타전 : 첸 승
■ 남은 체력 : 60% 이하

10레벨 전력전 : 첸 승
■ 남은 체력 : 30% 이하

20레벨 평타전 : 첸 승
■ 남은 체력 : 70% 이하

20레벨 전력전 : 첸 승
■ 남은 체력 : 40% 이하


※ 첸 3라운드 결승 진출




▣ [3 Round] 대망의 결승전! 변신왕은 누구? 첸 vs 타이커스

▲ 첸(좌)과 타이커스(우)의 변신 전후 모습

드디어 변신왕을 가릴 시간이 왔다. 3라운드 결승전에 오른 영웅은 첸과 타이커스로, 두 영웅 모두 변신 만료 이후 영웅의 체력이 최대치까지 회복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타 영웅들의 변신 스킬 역시 추가 체력을 얻는 효과가 있었으나, 두 개의 생명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첸과 타이커스의 변신 능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타이커스는 상대적으로 약체인 일리단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고 부전승으로 날아온 반면, 첸은 태사다르, 무라딘같은 쟁쟁한 상대들을 하나씩 꺾어가며 올라왔기에 검증된 강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대결마다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 누가 더 우세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 결승전에 걸맞게 호각을 기대해본다.


[첸]
폭풍, 대지, 불 : 15초 동안 자신의 최대 생명력의 50%를 지닌 세 원소 정령으로 분리되어 두 가지 새로운 도약 공격을 사용합니다. (20레벨 기준)
폭풍- 원거리 공격으로 130의 피해를 줍니다.
대지- 느린 공격으로 80의 피해를 주고 적들을 25% 느려지게 합니다.
불- 빠른 공격으로 38의 피해를 줍니다.

[타이커스]
오딘 출격 : 오딘을 투하해서 조종합니다. 일시적으로 자신의 생명력이 가득 찹니다. 오딘은 추가 공격력을 지니고, 다른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23초 동안 지속됩니다. (20레벨 기준)


결승전에 올라온 영웅 둘 다 변신이 풀리고 나면 만피로 돌아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상대의 변신을 먼저 깨뜨리는 쪽이 이길 확률이 높다. 그런 점에서 타이커스의 승리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졌다. 10렙 일반전에서 엄청난 속도로 첸의 분신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 당근 썰리듯 잘려나가는 첸 분신의 체력 게이지


첸은 분신 상태에선 이렇다 할 특수스킬이 없이 대부분을 일반 공격에 의존하고 있다. 흩어지거나 일순간 도약하여 일제 공격을 하는 스킬이 있긴 하지만 3분신이 지속적으로 일반 공격을 하는 것과 차이가 없는 수준. 그렇기 때문에 첸과 타이커스 대결에서 평타전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10레벨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타이커스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 10레벨 평타전은 타이커스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전력전에서는 어떨까? 첸의 짧은 스킬쿨타임을 이용해서 역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2라운드 무라딘전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평타전을 치르는 사이 두 영웅의 레벨이 올라가 버린 탓에, 11렙으로 전력전을 진행했다.

나름의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결승 11렙 전력전! 오딘을 신속히 부순 뒤 빠른 딜사이클로 전황을 뒤집는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전력전이다보니 오딘도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해, 첸의 분신이 너무 빠르게 사라졌다. 타이커스의 강력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 오딘이 아직 부서지지 않았는데 첸의 체력이 거의 반 토막 났다


그러나 강자들을 물리치고 온 내공이 있는 첸도 만만치 않았다. 오딘 파괴 이후 역시나 첸이 짧은 스킬쿨타임을 이용하여 타이커스의 체력을 빠르게 뽑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 낙하산 따위에게 질 수 없지!


그야말로 막상막하. 스킬쿨타임이 대부분 10초를 넘어가는 타이커스가 딜을 한차례 뽑아낸 뒤 일반 공격을 하는 사이, 첸은 쉴 새 없이 딜사이클을 돌려 가득 차 있던 타이커스의 체력바를 토막 냈다. 그리고 이윽고 타이커스의 스킬쿨이 돌아왔다. 한차례 딜을 더 넣으면 첸이 승리를 거머쥘 수도 있는 상황. 1, 2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타이커스의 미니건이 먼저 불을 뿜었고, 첸이 반격을 시작하기 전에 체력바가 비어 버려 타이커스가 또 한 번 승리를 따냈다.

▲ 거의 턱 끝까지 쫓았지만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20렙 대결의 경우 주안점은 능력치 상승 정도였다. 10렙 대결에서는 호각이었으므로 20렙에서는 어느 영웅의 능력치가 더 높은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첸은 분노의 레벨링, 이미 한차례 승리를 따낸 타이커스는 다소 여유를 가지고 20렙에 이르렀다. 대결 방법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평타전을 먼저 치렀다.

헌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이번엔 타이커스의 얼굴조차 볼 수가 없었다


20렙 평타전에서는 오딘을 부수지 못해, 정작 타이커스는 만나지도 못한 채 무릎을 꿇어야 했다. 평타전이기 때문에 포지셔닝이나 스킬 같은 변수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타이커스의 능력치가 우월하다는 뜻이 된다.

▲ 죄수 출신의 타이커스는 약점을 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러나 의외로 전력전에서는 양상이 좀 달랐다. 오딘을 파괴하기까지 첸의 분신이 모두 정리당하고, 본체의 체력까지 반 이상 잘려나가 첸의 패배가 확정된 듯 보였지만 우월한 딜사이클로 타이커스를 빈사 상태로 몰고 간 것.

▲ 빠르게 정리당하는 분신들


▲ 오딘 파괴 후 첸의 체력은 반 이하로 내려가 있었다


첸의 체력 역시 계속해서 빠르게 떨어졌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깎여나가는 타이커스의 체력! 결승전다운 대결이었다. 결국에는 간발의 차이로 타이커스가 승리를 가져갔지만, 첸이 푸른빛으로 산화하기 전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로 긴박한 전투였다.

▲ 승패를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비등한 상황


변신왕 결승전 20렙 평타전 영상




변신왕 결승전 20렙 전력전 영상




3라운드 [첸 vs 타이커스] 결과

10레벨 평타전 : 타이커스 승
■ 남은 체력 : 70% 이하

10레벨 전력전 : 타이커스 승
■ 남은 체력 : 30% 이하

20레벨 평타전 : 타이커스 승
■ 남은 체력 : 손실 없음

20레벨 전력전 : 타이커스 승
■ 남은 체력 : 20% 이하


※ 최종 승리 : 타이커스




▣ 결승전 승자 타이커스, 변신왕 등극!

총 여섯 명의 변신 영웅들이 대결을 벌인 끝에 최종 우승자는 타이커스로 결정 났다. 오딘이 파괴되어도 본체인 타이커스의 체력은 손해를 입지 않는다는 강점으로 일리단에게 압승. 타이커스와 마찬가지로 변신 해제 후 본체의 체력이 보존되는 첸을 상대로도 4회의 대결 전승. 명실공히 변신왕이라는 칭호가 합당하다.



물론 이번 실험이 변신 영웅들의 전투력을 완벽히 측정했다고는 볼 수 없다. 레벨별 특성 선택, 스킬 사용 순서, 컨트롤 여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전사, 암살자, 지원가 등, 영웅마다 정해진 역할이 있어 단순히 1:1 대결에서 졌다고 해서 전투력이 낮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서 알고 싶었던 것은 사실 변신왕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영웅들의 변신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들이 전장에서 마주쳤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에 대한 답이었다.

그 결과로 사람들이 일리단을 욕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으며, 가즈로에게 점사를 당하면 뜻밖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OTL...

히어로즈의 전장은 단순히 유저와 유저가 대결하는 공간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생처음 총알 세례를 받아본 디아블로가 존재하고, 사이오닉 에너지와 주술 마법이 뒤엉키는 곳이다. 세계와 세계가 충돌하는 폭풍의 전장! 이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벌여볼 수 있는지 직접 실험해보고 고민해보고자 시작한 것이 바로 '히어로즈 인벤 실험실'이다. 다음에는 더 참신하고 재미있는, 때로는 유용한 내용을 담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며 이번 실험을 마치려고 한다. 끝으로, 변신왕에 등극한 타이커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럼 안녕히!



※ 재밌을 것 같은, 또는 궁금한 실험 소재가 있으면 리플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