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에는 유닛 간의 '상성'이 존재한다.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빠르고 정확한 정찰을 통해 상대의 유닛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상성 유닛을 얼마나 잘 자신의 조합에 녹일 수 있느냐가 승, 패의 관건이다.

소위 잘한다, A급, S급이라 불리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면 승리의 기본은 '정확한 정찰과 유닛 구성'에 있다. 하지만 최근 기본적인 상성을 파괴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작은 거인' 조성주다. 6월 30일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5 시즌 3라운드 플레이오프에 출전한 조성주의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때 생태계를 파괴했던 '황소개구리'처럼 조성주의 경기는 기본적인 상성을 파괴하는 플레이의 극한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했던 조성주만의 무기는 다름 아닌 기본 중 기본 '스피드와 컨트롤'이었다.


■ 최고의 방패는 최고의 창을 막지 못한다?

▲ 탐사정 살려!


진에어가 주성욱에게 2킬을 내주며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출전한 조성주. 양 선수는 서로 종족은 다르지만 수비와 공격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초반 경기 양상은 예상대로였다. 조성주는 사신으로 주성욱의 체제를 파악하며 땅거미 지뢰와 화염차 견제를 준비했고, 주성욱은 추적자 다섯 기를 본진에 배치하며 무난히 수비에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조성주의 견제는 확실히 남달랐다. 화염차는 소형 유닛들에게 강력한 스플레시 공격을 자랑하지만, 공격속도가 매우 느려 견제 시 공격을 어떤 타겟과 방향으로 해야할 지 매우 중요하다. 조성주는 땅거미 지뢰 두 기로 탐사정을 광물 밖으로 몰아낸 뒤 화염차 두 기로 무려 11기의 탐사정을 잡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 알아도 막기 힘든 조성주의 속도

▲ 거신을 무서워 하지 않는 조성주의 해병-불곰


하지만 주성욱의 이후 대처도 나쁘지 않았다. 주성욱은 탐사정에 피해를 입긴 했지만, 시간 증폭을 적극 활용하며 탐사정 피해를 최소화시켰고, 거신을 준비하면서 천천히 제 2확장을 준비했다. 그리고 최근 조성주의 프로토스전 경기를 살펴보면 거신이 다수 쌓여도 바이킹을 생산하지 않고, 의료선을 통한 폭탄 드랍이나 정면 교전을 최대한 피하며 견제로 승부를 보는 경향이 많았다.

주성욱도 이를 알고 있었고, 적재적소에 관측선을 배치하며 조성주의 의료선 경로를 대부분 파악했다. 그러나 조성주의 의료선 견제는 '기습'의 의미가 아니었다.

▲ 주성욱의 시야는 완벽했다.


■ 빠른 속도를 이득으로 바꿀 수 있었던 이유 '컨트롤'

무협 소설을 보면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의 반응이 따라주지 않아 알고도 당하는 장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조성주의 의료선이 그러했다. 의료선의 침투 경로는 지극히 단순했다. 그저 맵 구석으로 날아가는 것뿐. 하지만 그 속도가 다른 테란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강했다.

▲ 조성주의 신출귀몰한 의료선 견제


조성주의 컨트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지에 올라 있었다. 주성욱은 어떻게든 막고 또 막으며 거신을 6기까지 모았고, 하지만 조성주가 보유한 바이킹은 전무했다. 바이킹은 철저히 거신을 잡기 위해 설계된 유닛이지만, 조성주는 끊임없는 의료선 견제를 통해 주성욱의 거신을 각개격파시켰다.

조성주의 화려한 컨트롤이 빛났던 장면은 주성욱과 경기만이 아니었다. 바로 다음 경기인 이승현과 대결에서도 탁월한 위치 선정, 해병을 잡기 위해 설계된 맹독충을 컨트롤로 제압하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 이승현과 경기에서도 화려했던 조성주의 컨트롤


프로리그 3라운드를 3위로 마무리하며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진에어 그린윙스는 오는 4일 3라운드 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 있는 SK텔레콤 T1과 결승에서 맞붙는다. 결승에 안착해있던 SK텔레콤 T1이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다가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세가 올라 있는 건 진에어가 아닐까 싶다. 진에어는 준PO에서 김유진, PO에서 조성주가 올킬을 거두며 전략 노출도 최소화했다.

게다가 실전 감각까지 물이 올라 버린 조성주를 SK텔레콤 T1에서 어떤 카드로 막아낼지도 여간 머리가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매 경기마다 상식과 개념을 파괴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조성주. 4일 열리는 프로리그 결승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