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탱크 뿐만아니라 다른 게임에서도 분석적인 해설로 많은 사랑을 받는 정준 해설을 만났습니다. 전부터 꼭 뵙고 싶었던 분이에요. '정말 게임을 많이 했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깊이 있는 해설을 하거든요. 얘기를 해보니 그 느낌을 괜히 받았던 게 아니더라고요. 진짜 게임을 많이 합니다.

게이머와 해설의 경계선에 있다고 해야 할까요? 해설자들은 유저 입장만 대변할 경우에는 객관성이 부족하고, 객관성만 추구하기엔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드는데요. 정준 해설은 이 밸런스를 탁월하게 잡습니다. 두 달 만에 5천여 판을 탈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있는 데다가, 해설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합니다. 선수들과 친한 이유도 있어요. 던전앤파이터 선수 출신이라 프로와 아마 사이에 있는 월드 오브 탱크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요. 마치 형 같은, 선배 같은 해설이죠.

그러면 시작할게요. 월드 오브 탱크의 정준 해설입니다.



Q. 안녕하세요, 정준 해설님. 인벤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죠?

안녕하세요! 게임 해설가 정준입니다. 인벤과 처음하는 단독 인터뷰라 약간 설레네요.


Q. 첫 질문입니다. 어떻게 e스포츠 해설을 하게 되었나요?

전 운이 정말 좋았어요. 원래 던전앤파이터 선수를 했어요. 선수 생활을 쭉 하고 있는데,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에서 리포터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렇게 방송에 입문했죠. 넥슨 게임을 주로 방송하는 '라이브 배틀'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었어요.

그렇게 방송을 쭉 하다가, 던전앤파이터 해설을 할 기회가 생겼어요. 당연히 저는 해설을 하려면 선수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상당히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가 담당 PD님께 "저 선수 하고 싶어요"라고 말을 꺼내니, 그 PD님이 "어, 같이 해"라고 쿨하게 답하더라고요. 제 경기가 아닐 땐 열심히 해설하다가, 제 경기일 땐 부스 안으로 들어가는(웃음). 되게 웃겼어요. 유례없는 케이스랄까?


Q. 시작은 던전앤파이터였군요. 다른 종목까지 해설 폭을 넓히는 계기는 뭐였죠?

테트리스 리그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테트리스 리그의 해설자 중 한 명이 군대 문제로 갑자기 자리를 비운 거예요. 해설할 사람이 필요했죠. 담당 PD님이 절 지목했고, 방송 3일 전부터 준비했어요. 그리고 카트라이더 리그도 시작했어요. 넥슨 게임 위주, 온게임넷 리그 위주였어요.


Q. 월드 오브 탱크 해설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월드 오브 탱크의 존재는 알고 있었어요. 초기부터. 그 당시에 넥슨 게임 리그가 안열리던 때라 일이 없었죠. 월드 오브 탱크 리그를 준비하던 PD님이 "너 이거 준비해 봐라"라고 월드 오브 탱크를 슥 저한테 미셨죠. 두달만에 5천 판을 탔어요(웃음). 티어가 낮으면 빨리 죽고 다른 탱크를 탈 수 있으니까, 일단 많이 타보자는 생각으로요. 그렇게 월드 오브 탱크 해설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월드 오브 탱크의 첫인상은 어땠는데요?

엄청 신기했어요. 그런 게임이 종래에 없었잖아요? FPS와 RTS, AOS를 섞어 놓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때리면 맞아야 하는데(웃음), 탱크 한가운데를 쏴도 대미지가 안 들어가는 경험도 하게 됐고요.


Q. 월드 오브 탱크는 김태형 해설, 이동진 캐스터와 호흡을 맞추고 있죠?

네. 굉장히 좋아요. 너무 친하고요. 김태형 해설 위원님은 인격적으로 너무 훌륭한 분이세요. 사실 저랑 경력 차이가 크게 나잖아요. 그럼에도 저랑 화합이 너무 잘 되는 게, 선배가 더 튀기 위해서 후배를 기죽이는 것도 없고 제 말도 잘 믿고, 받아주세요.


Q. 올해는 그동안 뻔했던 아시아 월드 오브 탱크 판이 완전히 흔들리는 해였어요. 3시즌 연속 우승했던 콩두(전 ARETE)가 중국 El Gaming(전 ELong)에 완패했죠.

네. El Gaming에 콩두가 피지컬로 안된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El Gaming이 제대로 지원받으며 연습하다 보니 반년만에 괄목할 성장을 이뤘어요. 예전엔 상대도 되지 않던 팀이. 그리고 작년에 그랜드 파이널 준우승 경험도 한몫 하는 것 같고요. El Gaming은 이대로 한다면 올 그랜드 파이널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 같습니다.

콩두는 전략보다는 피지컬에 너무 밀렸어요. 잘 때리고 잘 피하지 못했어요. 맞추기만 했으면 이길 수 있는 세트가 두 개 정도 있었죠. 선수들이 '리그는 짬밥'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콩두에는 아직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있어요.



Q. 패인은 뭐라고 분석하시나요?

1, 2세트에 샷이 좀 안 맞아서 전체적으로 말렸어요. 그리고 지금 콩두는 원맨 오더가 아니고, 여러 사람이 오더를 같이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말리면 치명적이에요. 한두 사람이 주눅이 들어서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시야 싸움도 지게 되고요. 6티어 정찰 싸움이 경기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아시잖아요.


Q. 그럼 콩두가 이런 어려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송준협도 알고 있고, 저도 해답을 알고 있어요. 리빌딩이죠. 한국 팀 선수 중 피지컬이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있어요. 콩두를 제외하고요. 한국에서 진행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은 본인의 팀 대로 진행하고, 해외 리그에선 연합팀을 구성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봅니다. 사실, 이번 패배는 필요한 패배였다고 봐요.


Q. 만약 연합팀을 구성한다면 어떤 선수가 유력한 후보일까요? 정준 해설이 감독이고, 모든 인사권이 있다는 가정을 해볼게요.

일단, 군대에 있는 '크리스티나' 이준수를 데려오고 싶은데(웃음), 안 되겠죠? 그리고 멜트 다운 '발리언트' 곽은혁을 뽑을게요. 항상 IS-3를 타는데, 그 친구가 타면 장갑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혼자서 세, 네 명을 막아요. 그리고 콩두의 '블베' 한정우. '소도둑놈' 송준협. '시후파파' 방정한. 이 네 선수가 핵심입니다. 나머지는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뽑아서 지켜볼 것 같아요. 만약 진짜 감독이라면 말이죠(웃음).


Q. 월드 오브 탱크를 해설하면서 아쉬운 점은 뭐에요? 꼭 해설자 입장에서가 아니더라도, 게이머 입장에서 얘기해주셔도 돼요.

사람이 너무 적어요(웃음). 갈수록 고수들만 남아서 신규 유저가 진입하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Q.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합니다.

10티어 방에서 엄청나게 못하고, 1선에서 빨리 죽는 FV215b 183이 있다면 아마 저일 겁니다(웃음). 첫 탄은 무조건 골탄으로 쓰니까 너무 욕하지 마시고(웃음). 앞으로 양질의 해설로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