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에는 거신처럼 지상군 힘싸움을 종결시키는 유닛, 바이킹처럼 공대공 싸움에 특화된 유닛, 뮤탈리스크처럼 게릴라에 능한 유닛 등이 있다. 각 유닛들의 특색이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탄생하고 유저들이 이를 실시간으로 게임에 반영해 다양한 움직임을 취하면서 비로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RTS라는 장르가 만들어진다.

스타2는 새 확장팩이 발매될 때마다 그에 맞게 새 유닛들도 추가를 하고 있다. 그 중 군단의 심장이 발매되면서 추가된 유닛 중 하나인 예언자와 땅거미 지뢰는 발매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밸런스 논쟁에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단골 손님들이다.

이들의 특징이라면 극한의 견제형 유닛이라는 점이다. 예언자는 펄서 광선으로 순식간에 일꾼을 지워버리는 일꾼 킬러 유닛이고, 땅거미 지뢰 역시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일꾼을 몰살시킬 수 있는 유닛이다. 예언자 생산 타이밍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510'이라는 빌드가 성행하기도 했고, 군단의 심장 초창기에 저그는 열 번을 잘 싸워도 한 번 병력 관리에서 실수를 하면 땅거미 지뢰에 주 병력이 폭사하면서 의문의 패배를 당하기 일쑤였다.

▲ 이 유닛들에 얻어터지며 초보들이 흘린 눈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이런 견제형 유닛은 게임의 긴장감을 올려주는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게임 양상을 지나치게 견제 위주로 바꾸고 있다는 비판 역시 함께 받고 있다. 상대가 가볍게 보낸 견제 유닛 한 마리에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피해를 받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게임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흐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물론 RTS 게임에 견제형 유닛은 있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스타2에 존재하는 견제형 유닛은 견제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번에 게임을 뒤집을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드는 게 문제다. 게다가 이런 유닛을 생산하는 상대가 안는 리스크는 적은 반면, 상대 입장에선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유닛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하느라 전략이 제한된다. 대공 포탑이 없으면 예언자 한 기에 일꾼 10기 이상이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탐지기가 없으면 땅거미 지뢰 때문에 자원 채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군단의 심장에서 의료선에 애프터버너 점화 스킬이 생기면서 테란은 대놓고 견제의 종족이 되고 말았다. 그 때문에 테란을 하는 유저는 바이오닉과 의료선 컨트롤을 하느라 손이 많이 가고, 상대 입장에서도 상대의 견제를 막기만 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게임인 스타2인데 더 손 가는 일만 생긴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공허의 유산에서도 프로토스의 신규 유닛 분열기가 스킬을 사용해가며 견제 및 힘싸움 보조를 하는 유닛으로 나왔다가 유저들의 항의 때문에 컨셉이 변경되는 일이 있었다. 가뜩이나 견제형 유닛 자체가 포화 상태인 게임에 또 견제형 유닛이 추가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스킬까지 따로 써줘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밴시, 예언자, 땅거미 지뢰, 차원 분광기, 뮤탈리스크, 수정탑에서 소환되는 돌리기 병력 등 스타2에 견제형 유닛은 이미 충분히 많다. 이미 공허의 유산에서도 프로토스의 사도가 견제로 극성을 부리고 있고, 저그에 추가된 가시지옥 또한 브루드워에서 그랬듯 막강한 견제 능력을 선보일 수 있다. 테란은 공성전차를 공성모드 상태에서 의료선에 태울 수 있게 되면서 원래도 강한 견제가 더더욱 강해졌다.

▲ 매크로 삭제를 원하는 유저들이 압도적이었지만, 블리자드의 패치는 정반대였다. (출처 : 팀리퀴드)

블리자드는 일꾼 견제를 위한 유닛들을 꾸준히 추가해왔다. '일꾼 견제를 하는 순간이 게임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라며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블리자드가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이 다수의 유저들에게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준다면 어느 정도는 유저의 입장을 재고해야 할 것 같다.

이미 공허의 유산 베타에서 대다수 유저들이 원하던 바와 달리 시간 증폭, 지게로봇, 애벌레 생성을 군단의 심장과 가깝게 돌려놓은 바 있다. 매크로 방식마저 군단의 심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생각이라면 최소한 한 방에 유저들의 플레이 의욕을 꺾어버리는 양상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절대다수의 유저들은 프로게이머처럼 극한의 수비력을 보여주지 못하기에, 수많은 유저가 견제 유닛들의 '견제'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스타2는 장르 특성상,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게임 특성상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게임이다. 바쁜 게임을 더 바쁘게 만드는 것 보다는 유저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배려도 필요하다.

견제 유닛을 쫓아낼 수 있는 방어 시설의 빌드 타임을 조금 줄여 유저들이 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게 하거나, 유닛의 개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금처럼 일꾼이 너무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게 수치를 조정하는 등의 조절도 고려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이렇게 수치를 조절한다는 것이 명백한 해답이 될 수도 없고, 적정선을 찾기도 굉장히 힘들지만 지나친 견제 위주로 흘러가는 게임 양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블리자드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게임을 해 오던 유저들은 현재의 견제형 유닛을 손쉽게 막을 수 있겠으나 오랫동안 래더를 하지 않았거나, 공허의 유산으로 신규 유입된 유저는 상황이 다르다. 스타2라는 게임에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같이 견제형 유닛이 막강할 경우, 익숙해지기까지 너무나 많은 허무한 패배와 그에 따른 박탈감이 동반된다. 초보들이 견제형 유닛을 맞닥뜨리더라도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는 있는 환경이 조금은 구성된다면 스타2라는 게임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