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롤드컵은 탑 라이너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노잼톤-또바나'로 대표되던 가장 재미없는 전쟁터인 탑 라인은 피오라, 리븐, 갱플랭크, 최근에는 레넥톤과 리산드라까지 다시 등장하며 가장 박진감 넘치는 전장이 되었습니다. '마린' 장경환, '스멥' 송경호 등 피지컬이라면 빠지지 않는 한국산 탑 라이너들이 크게 떠올랐죠.

여기 한국 탑 라이너의 우수성을 입증한 또 한 명의 탑 라이너가 있습니다. 데뷔와 동시에 두 번의 리그 우승을 기록하며 4강에 진출, 프나틱이 유럽의 명문게임단으로 다시 서는데 지대한 역할을 해낸 탑 라이너. 바로, '후니' 허승훈입니다.

아쉽게 로열로더의 자격을 얻진 못햇지만 올 한 해 허승훈이 보여준 행보는 그 어떤 프로게이머와 비교해도 대단한 활약입니다. 이제 정들었던 프나틱을 떠나 북미 LCS의 '임모탈스'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허승훈.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가 말하는 LoL 이야기 궁금하시죠? 함께 들어볼까요?


Q. 롤드컵 끝나고 휴가 잘 보냈는지 궁금하다.

아직 휴가가 끝나진 않았기에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과 만나서도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이 롤드컵에서 왜 플래쉬를 벽에다 썼냐고 묻더라(웃음). 벽이 살찐 것 같다.


Q. 친구들과 함께 게임도 즐겼나?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친구도 있지 않을까?

친구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영어도 이렇게 늘었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친구들이 골드, 플레티넘 밖에 되지 않는 점은 문제지만 어느 직업이 19살로 해외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가질 수 있을까?


Q. 그럼 동갑내기 친구들에게 티어를 올리는 꿀팁을 알려준다면?

한 챔프만 해서 상위 티어로 올라온다면 게임 운영에 대해 배우는 점이 좋은 것 같다. 나의 경우엔 900점에서 2,000점대까지 아칼리 챔피언만 해서 올라왔다. 한 챔피언만 해서 티어를 올릴 경우엔 한 라인을 폭파할 수 있는 리븐, 피오라, 아칼리 등이 괜찮다. 한번 킬을 기록하면 그 라인에 상대가 서 있지도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챔피언.



Q. 휴가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한국음식이 제일 먹고 싶었다. 오자마자 삼겹살 먹고, 장어도 먹고, 김치도 먹고, 집에 있을 때는 집밥이 제일 좋더라. 해외 음식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빵이랑 치즈가 생각이 좀 나더라.


Q. 롤드컵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유럽의 강세가 눈에 띄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많이 진출하며 상향 평준화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럽도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다. 롤드컵에 대한 열정도 있었고 MSI에서 프나틱이 분위기를 타기도 했고 현지 응원도 열정적이었다.


Q. 유럽의 열정적인 응원을 받은 기분이 어땠나?

많이 색달랐다. 나는 아마추어였기도 했고 그만큼 인지도가 없었는데 현지에서 내게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내가 그분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 기뻤고 자신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Q. 조별 리그를 돌아보면 '케넨' 원거리딜러가 굉장히 눈에 띄었다. 어떻게 준비한 것인가?

칼리스타가 각광을 받을 때 어떻게 이것을 카운터 칠 것인가 고민했고 그 결과 얻은 것이 케넨 원거리딜러였다. 유럽에서는 사용할 일이 잦지 않았는데 롤드컵에서 다시 칼리스타가 등장하면서 케넨 원딜을 꺼낼 수 있었다.



Q. '레클레스'가 롤드컵에서 케넨으로 펜타킬을 기록할 뻔했는데, '옐로우스타'가 빼앗았다. 어떻게 된 일인가?

'옐로우스타' 말로는 빼앗으려던 것이 아니라 상대의 도주 속도를 늦추려도 했다고 말했다. 점멸에 스킬까지 모두 써가며 달려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레클레스'의 펜타킬을 빼앗았다. '레클레스'가 많이 아쉬워했다. '레클레스'가 없었을 때는 룰루를 조합하는 하이퍼캐리 조합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그가 오면서 가능해졌다. 그의 영입은 팀의 전략적 선택을 넓혀줘 팀에 큰 이득이 됐다.


Q. 메타가 탑 라인 위주로 바뀌었다. 본인에게 '판이 깔렸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내가 원래 탱커 유형의 챔피언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탱커 위주의 메타일때도 다른 챔피언을 사용하기도 했고 사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었는데 내 활약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많이 아쉽다.


Q. 리븐으로 쿼드라킬을 기록하는 등 대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 때는 잘 됐지만 결과론적으로 4강에서 졌기 때문에 많이 아쉽다는 마음만 든다.


Q. 리븐을 잘하는 팁을 알려줄 수 있을까?

첫 번째는 평타 캔슬을 많이 연습하고 두 번째는 많이 해보는 것, 세 번째는 콤보가 물 흐르듯 잘 흘러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점멸이 있을 때, 상대에게 위협적인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Q. 롤드컵에서 '스멥' 송경호의 피오라와 '후니' 허승훈의 리븐이 맞 붙었다. 송경호의 피오라를 보고 리븐을 선택했는데?

그때 밴픽창에서 상대가 피오라를 골랐을 때, 리븐을 고르면서 내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때는 내 멘탈이 정상이 아니었다. 사실 헤카림을 한 번 더 하는 게 맞는 선택이었지만 내가 무언가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Q. 라인전에서는 CS를 벌리며 압도했는데 솔로킬을 당했다. 아쉽지 않았나?

실수를 했다. 사실 리븐 대 피오라 구도에서는 리븐이 이겨야 한다고 믿는다. (송)경호형이 나보고 피오라를 했을 때, 리븐에게 라인전을 졌던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벽을 넘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웃음). 많이 아쉬웠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쿠 타이거즈를 3:0으로 이겼다면 SKT T1도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기세를 탔다면 가능했었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4강전을 앞두고 다들 지치면서 팀원 모두 열정이 많이 떨어졌다. 한국에 와서 연습한 만큼 롤드컵 기간 동안 열심히 햇어야 했는데 많이 아쉽다.


Q. 그래도 롤드컵 4강이면 매우 준수한 성적이다. 팀 자체적으로는 어떤 생각을 가졌나?

나의 경우엔 아쉽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 첫 데뷔에 롤드컵 4강을 기록한 것이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아 경기가 끝나고 울었다. 팀원들 모두 아쉽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옐로우스타'는 작년에 16강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4강까지 갔으니 괜찮다고 위로해줬다. 덕분에 많은 힘이 된 것 같다.


Q. 올 한 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유럽에서 데뷔해서 두 번의 우승을 기록하고 롤드컵까지 진출했다. 프로게이머로 굉장히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한다. '페이커' 이상혁은 데뷔와 동시에 롤드컵 우승을 기록하며 로열로더가 됐다. 나도 그런 행보를 걷고 싶었지만 4강에서 멈췄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잘했다는 생각도 크다. 지난 1년 시간 동안 친구들과 가족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줬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 같다.

가족들은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경기를 다 챙겨봐 주시고 응원해주셨다. 처음에는 내가 프로게이머를 한다는 이야기에 많이 반대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니 "공부가 하기 싫어서 프로게이머를 하려는 것이라면 허락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을 계속 떠올리며 더욱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 아버지는 나의 가장 큰 팬이다.



Q. 롤드컵에서 똑 닮은 동생이 인터뷰에 나서 화제가 됐다. 동생도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어하는가?

많은 분이 작골 형제라고 별명을 지어주셨다. 동생이 처음 인터뷰임에도 말을 잘해 놀랐다(웃음). 동생이 아직 중학교 1학년에 실버티어라서 사실 프로게이머가 되긴 힘들어 보인다(웃음). 그래도 만약 프로게이머 자질을 보여준다면 응원해주고 싶다. 해외에 나가서 영어도 배우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직업이 흔치 않다. 동생이 진지하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아버지와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Q. 프나틱에서 팀을 나오면서 불화설 루머가 돌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불화설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사실무근이다. 팀과 사이도 굉장히 좋았고 프나틱에서는 좋은 추억만을 가지고 있다. 팀을 옮기게 된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뿐. 항간에 돌았던 팀원과의 불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속상했다.


Q. 20살 성년이 이제 된다. 연애도 하고 싶고 장래에 대한 많은 생각이 있을 것 같은데?

연애는 관심은 많은데 기회가 없다(웃음). 가능하다면 한국 사람과 만나 연애하고 싶은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닌다면 좋지 않을까?


Q. 앞으로 프로게이머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북미 LCS의 임모탈스 소속 탑 라이너로 활약하게 됐다. 이번 롤드컵에서 4강까지 진출했다. 아쉽게 졌지만 많은 분이 우승이라는 단어를 써주실 만큼 많은 응원을 받아 감사하다. 유럽 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분들이 잠을 줄여가며 경기를 챙겨봐 주시고 응원해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고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데 롤드컵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