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큰 인기 게임 하스스톤이 정식 출시된 지 어느덧 2년을 향해 달려간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2개의 추가 확장팩, 3개의 모험모드가 출시됐고 그동안 여러 덱이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의 종료와 함께 찾아온 모험모드 탐험가 연맹 출시에 맞춰 인벤에서는 현 환경에서 각 직업들이 어떤 덱을 주로 쓰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유저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지 하나하나 탐구하며 알아보고자 한다. 그 이름 하여 돌스커버리!

일곱 번째는 하스스톤에서 가장 비싼 덱 제작 단가를 자랑하는 지갑 전사이자 때려도 때려도 쓰러지지 않는 진정한 '철벽남', 오크 대족장인 전사 가로쉬다.

▲ 대족장님이 날 보셨어! 오그리마로 이끌어주실 거야!


손님이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방밀에 지나지 않았다


▲ '제이나'님이 이 영웅 능력을 싫어합니다

⊙공지 : 가로쉬님이 살아계신다. 저열한 종족인 트롤을 쫓아내고 곧 권좌에 복귀하실 것이다.

하스스톤 내에서 가로쉬는 '방밀'이라 불리는 중후반형 빅 덱을 꾸준히 써 왔다. 방패 막기와 방어구 제작자, 영웅 능력을 활용해 방어도를 잔뜩 쌓고, 그만큼의 대미지를 주는 방패 밀쳐내기 주문으로 상대의 강력한 하수인을 손쉽게 제거한다. 그렇게 상대의 무거운 하수인을 1코스트 주문으로 처리한 후에는 자신의 고코스트 하수인들을 하나하나 전개해 후반 뒷심으로 버티곤 한다.

특히 전사 영웅 능력의 특수성 때문에 방밀 전사는 엄청난 철벽 방어를 자랑한다. 사제의 경우, 아무리 영웅 능력으로 본인에게 힐을 하더라도 최대 체력인 30 이상의 체력을 쌓을 수 없다. 하지만 전사는 치유 개념이 아니라 '방어도 쌓기' 개념이기 때문에 최대 체력 수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한정 방어도를 쌓을 수 있다. 때문에 상대는 때려도 때려도 좀비같이 버티고 방어도를 쌓는 전사의 뒷심을 감당하지 못하고 게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징 때문에 방밀 전사는 한 방 콤보를 노리는 얼방 법사나 구 손님 전사에게 매우 강력한 상성을 자랑한다. 최대 체력인 30 이상의 체력을 만들 수 없는 사제가 해당 콤보 덱에게 극상성 수준으로 약한 것과는 달리 방밀 전사는 얼마든지 30이 넘는 체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중반이 넘어가면 방밀 전사는 썩은위액 누더기골렘, 방패 여전사처럼 전사의 생존 능력을 올려주는 하수인으로 더더욱 지독하게 벽을 쌓는다. 특히 대마상시합에서 추가된 심판관 트루하트가 나타나면 전사는 매턴 방어도를 4씩 쌓아대는 괴물로 변신한다. 6/3이라는 괴상한 스탯의 트루하트를 잡는데 주문을 소모할 경우 계속해서 나타나는 박사 붐, 알렉스트라자를 더욱 처리하기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 강한 하수인 하나를 처리하는 데는 좋지만, 약한 하수인 다수를 상대하기엔 매우 좋지 않다

방밀 전사는 제왕 타우릿산이나 실바나스를 비롯해 박사 붐, 그롬마쉬 헬스크림, 알렉스트라자나 이세라 등 온갖 전설 카드를 있는대로 집어넣고 영웅 등급 카드까지 굉장히 많이 쓰는, 그야말로 과금 유저의 상징과도 같은 덱이다. 얼핏 보면 좋은 카드를 많이 넣었으니 그만큼 강할 것 같지만 사실 방밀 전사는 약점도 굉장히 많은 편이다. 방밀 전사 덱은 저코스트 하수인을 많이 넣지도 않을뿐더러, 방어구 제작자나 고통의 수행사제, 잔인한 감독관 등 필드 싸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하수인들 뿐이다.

저코스트에 필드를 잡을 하수인이 없기 때문에 전사는 2코스트 무기인 이글거리는 전쟁 도끼를 패에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에 따라 승부의 7할 이상이 갈린다고 봐도 될 정도로 무기 의존도가 심하다. 이글거리는 전쟁 도끼가 없을 경우 상대의 마나 지룡이나 북녘골 성직자 등 중요한 하수인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전사는 내내 휘둘리면서 게임을 해야 한다.

또, 같은 이유로 방밀 전사는 초반 어그로 덱을 만나면 상당히 고전을 하게 된다. 하수인이 필드 싸움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어그로 덱 하수인들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고, 무기가 있다 하더라도 몸으로 직접 정리하는 전사 특성상 체력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깎여나가기 때문이다. 광역기 소용돌이가 있긴 하지만 1의 피해로 상황을 무마하긴 힘들다. 방밀 전사의 뒷심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 전 타이밍을 넘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손님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등급전에게로 와서 1티어가 되었다


▲ 해로운 드워프다

검은바위 산이 발매되기 전까지 전사에겐 방밀 덱 외의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 흉포한 늑대인간에 온갖 버프 주문을 부여하는 '늑조디아' 덱이 있었다지만 사실상 예능성 덱이었고, 등급전에 쓸만한 것이라곤 방밀 덱뿐이었다. 하지만 모험모드 검은바위 산이 발매되고 험상궂은 손님이 등장하면서 전사는 콤보 덱을 꾸리기 시작했다.

전사는 이미 과거 한 차례 너프를 받으면서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된 카드인 전쟁노래 사령관,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쓰이지 않았던 거품무는 광전사,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전투 격노 등 잊혀진 카드를 전부 꺼내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그 악명높은 손님 전사의 시초가 되었다. 험상궂은 손님, 거품무는 광전사는 모두 기본 공격력이 3 이하였기 때문에 전쟁노래 사령관의 돌진 버프를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손님은 무수히 증식하기 시작했다.

손님이 증식할수록 거품무는 광전사의 공격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미 전쟁노래 사령관 덕분에 돌진 버프를 받은 상태였기에 공격력이 20을 넘긴 거품무는 광전사가 일격에 게임을 끝내는 양상은 대회에서도 자주 등장하곤 했다. 대개 이런 콤보 덱은 패가 꼬이면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손님 전사 특성상 피해를 입은 하수인 다수가 내 필드에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투 격노의 효율이 극대화되어 손님 전사는 패조차 마를 일이 없는 완전무결한 덱이 됐다. 그야말로 잊힌 카드들의 대 반란이었다. 손님 전사가 완성된 후 전사는 그대로 하스스톤 덱 랭킹 1위를 차지하고 6개월 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전쟁노래 사령관님? 존재 이유가...?

한편, 손님 전사는 하스스톤 밸런싱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시 손님 전사는 반드시 너프가 필요했던 덱이었다. 대다수의 유저들은 거품무는 광전사에 대한 하향을 예상했다. 공격력이 4를 넘어가면 돌진이 취소된다거나, 아군 하수인의 피해에 대해서만 공격력이 오르도록 하는 등 주로 손님 전사의 과도한 피니시 능력에 대한 너프를 언급했다.

하지만 정작 패치는 전쟁노래 사령관의 효과 전면 교체였다. 돌진 부여라는 전쟁노래 사령관만의 아이덴티티가 완전히 사라졌고, 이 카드는 동일 코스트의 공용 카드인 공격대장만도 못한 효과를 가지게 됐다. 직업 전용 하수인은 당연히 공용 하수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효과를 지니고 있어야 의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불을 끄고 유저들의 논란을 일단 잠식시키기에 급급해서 아예 존재 가치가 없는 카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전쟁노래 사령관이 쓸모없는 데이터 덩어리로 바뀐 후에도 손님 전사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험상궂은 손님, 거품무는 광전사나 전투 격노, 내면의 분노 등 기존 손님 전사 덱에서 쓰던 카드는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단지 전쟁노래 사령관만 빠진 형태로 말이다.

그러나 손님 전사는 예전 같은 콤보 덱 특성은 완전히 상실했고, 그저 그런 미드레인지 덱 성향을 띠게 됐다. 현 손님 덱의 강약이나 실전 가능성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콤보 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손님 전사의 과도한 피니시 능력에 대한 손질만 잘 이루어졌다면 손님 전사 덱은 현재의 '1234' 메타에 대한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도 대마상시합 발매 후 손님 전사는 비밀 성기사, 미드 성기사를 억제하며 그들의 카운터 덱으로 군림했지만, 전쟁노래 사령관의 삭제 이후로는 이들에 대한 억지력을 상실했다. 사실상 하스스톤 내에서 유일하던 콤보 덱을 블리자드에서 삭제시킨 후에는 성기사를 위시한 '1234' 메타만이 등급전에 득실대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가로쉬 헬스크림 령도자께서는 태어나시자마자 나그란드에서 각성을 하시고 1세에 노스렌드 원정대를 이끌며 사악한 스컬지를 쳐부수시었다. 3세에 능력을 인정받아 대족장 자리에 취임하신 령도자께서는 그 뛰어나신 능력으로 강성 제국을 건설하고 막강한 힘을 휘두르면서 얼라이언스에게 지옥의 포탄을 퍼부으셨다.

가로쉬 령도자께서는 5세에 간악한 무리들의 모함을 받으시어 대족장 자리에서 물러나셨으나, 령도자께서 떠난 후 스랄이 탈모에 걸렸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료 이용자 수가 반 토막 났다는 점에서 가로쉬 령도자의 신적인 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로쉬 령도자를 축출하고 대족장 자리에 앉은 웬 이상한 트롤은 안두인의 수하가 되어 비열하게 체력 도적질이나 하고 있지만 령도자께서는 생전에 직접 무기를 들고 몸소 전장에 행차하시어 적들에게 심판의 도끼를 선사하시었다. 아바이 헬스크림님께서도 령도자를 힘껏 도와주고 계시니, 령도자께서는 곧 간악한 이들의 간계를 타파하시고 대족장의 자리에 다시 복귀하실 것임을 우리 코르크론들은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