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사회의 발전을 야기하는 꽤 합리적인 방법이다. 모든 경우에 옳은 것은 아니지만, 경쟁이 있기에 발전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경제학 입문서로 유명한 그레고리 멘큐의 [멘큐의 경제학]은 경쟁과 관련된 부분을 서술하는 데 책의 많은 분량을 할애하며 경쟁이 갖는 순기능에 대해 서술했다.

경쟁이 없는 독점 상태에서 기업은 혁신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경쟁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등장으로 삼성은 가지고 있던 기술을 총동원해 자사 스마트폰 혁신을 위해 노력했다. SKT T1을 포함한 한국팀들이 롤드컵에서 경이로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중국 LoL의 부상으로 MSI에서 패배하며 얻은 교훈 때문이다.

스포TV가 독점시장이었던 LoL 챔피언스 리그 중계에 뛰어들면서 경쟁자가 생기자 OGN도 변화했다. 그동안 지적되어온 옵저빙 문제는 전직 프로게이머를 섭외해 전문성을 높였다. 방송 중계의 화질도 크게 좋아졌다. 티저 영상부터 자막 그래픽, 롤드컵에서 보였던 시점 변경, 1-2경기 티켓 분할 판매까지 다각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OGN의 시청자를 향한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디어데이의 개최로 국내 시청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도 했고 해외 사이트에도 A.M.A를 개설해 해외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용준 캐스터가 경기 중계 중 "조명 때문에 눈이 아프다면 말씀해달라"는 말을 할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은 바뀐 OGN의 마음가짐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변화한 OGN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일단 만족한 모습이다. 옵저버가 바뀌고 나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 멋진 티저 영상에 감탄하는 관객, 경기 시작 장면과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각도로 잡아주는 시점 변화에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온게임넷 관계자는 "이번 롤챔스 개편은 현장 관람객과 시청자 편의 증진에 포커스를 뒀다. 롤챔스 오프닝 타이틀과 프로모션 영상을 강화하고 직관적인 경기 정보 전달을 위해 방송 구성 요소들을 손봤다. 옵저빙도 인력 확충을 통해 개편했다. 현장 조명 조절, 에어쿠션 비치, 응대 직원 소양교육 및 비표 착용 등도 도입했다."고 말하며 "시청자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고객 소통 창구도 온, 오프라인 모두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쟁사가 등장하기 전에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이라도 시청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다행이다. 특히, 상암 e스포츠 경기장이 열린다면 공간, 제반시설 등 여러 제약에서 벗어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OGN이 이제 필요한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을 간직하는 것이다. 진짜 e스포츠 방송의 주인이 누구인지 앞으로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섬머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중계를 시작하는 스포TV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스포TV의 롤챔스 중계에 대해 나온 우려의 목소리 중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이 바로 방송 퀄리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OGN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스포TV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OGN과의 차별화를 둬야할 것이다.

혼자 달릴 때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함께 달리면서 명확해진다. 경쟁자 스포TV의 등장은 OGN이 방송 플랫폼으로 시청자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라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리게 했고 OGN을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이제 어느 방송사가 더 좋은 방송 품질을 보여주는 지 시청자가 지켜보고 판단하는 일이 남았다. OGN과 스포TV 모두가 좋은 경쟁을 선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