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KDL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스타리그와 프로리그까지.

이현경 아나운서는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을 스포티비 게임즈와 함께하면서 팬들에게 얼굴을 알려왔다. 처음 진행을 맡았을 때부터 신입답지 않은 '뻔뻔함'으로 무장해 방송 무대에 적응한 이현경 아나운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매끄러운 진행, 이따금씩 예능에 출현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벌써 KDL, 프로리그, 스타리그까지 총 3개의 대회 진행 경험을 갖고 있는 이현경 아나운서는 이제는 스포티비 게임즈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로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낯가리고 정적인 사람'이라고 한 이현경 아나운서. 평소 활발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이현경 아나운서와의 인터뷰는 매우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Q. 안녕하세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팬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프로리그와 스타리그에서 인사드리고 있는 이현경입니다. 반가워요!


Q. 이제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방송 일을 하신지도 2년이 흘렀어요. 처음 일을 할 때와 지금 가장 다른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외적으로 보기에는 스태프분들이나 선수들, 관계자분들과 낯이 익어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거든요. 2년이나 일한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맞나 싶기는 하지만...(웃음). 일적으로도 2년 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나 싶네요.


Q.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리포터 중에서 상당히 장수하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제게 특별한 뭔가가 있어서 꾸준히 일을 했다기보다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운도 많이 따라준 편이었고, 저의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팬분들이 긍정적으로 봐주신 게 컸던 것 같아요. 참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운이 따라줬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거죠?

처음 스포티비에 들어와서 일을 시작할 때 도타2 대회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원래부터 KDL을 황보미 아나운서께서 맡고 계셨는데, 그분이 계속 일을 하셨다면 제가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겠죠. 황보미 아나운서 후임으로 제가 들어오면서 KDL을 맡게 된 거니까요. 나중에 스타크래프트2로 자연스럽게 종목이 전환됐는데, KDL 시즌4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타리그가 출범했기 때문에 그때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KDL 때는 김세령, 양한나 아나운서와 자주 엮이고 예능에도 많이 출현했었는데 이젠 혼자 남았어요. 외롭거나 하진 않나요?

외롭다기보다는 향수같은 게 있죠. 도타2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었어요. 영화배우으로 치면 첫 작품이기 때문에 향수가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마냥 향수에 머물러 있기엔 스타2가 현재 역동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돌아갔죠.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요.


Q. 도타2에서 스타2로 넘어갈 때 종목 자체가 바뀌게 됐는데, 어렵지는 않았나요?

살면서 처음 접한 제대로 된 PC게임이 도타2여서 처음 KDL을 맡게 됐을 때 애를 굉장히 많이 먹었어요. 스타2는 또 도타2와 너무 달라서 마찬가지로 종목 변환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죠. 지금은 스타2를 한지 1년이 넘었으니 RTS에도 익숙해졌어요.


Q. KDL, 스타리그, 프로리그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캐스터나 해설 분은 누구인가요?

해설자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시기도 했고, 도타2를 하면서 배웠던 방식대로 스타2에도 접근을 하기도 했어요.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 듣는 느낌으로 VOD를 보면서 배웠죠. GSL 등을 보면서 해설자들의 멘트를 많이 참고했어요. 스타2의 경우 줄임말이 많기 때문에 저 같은 입문자에겐 꽤 어려웠어요. 그럴 땐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공부하듯이 접근했어요. 특히 스타2에선 고인규 해설께서 선수별 히스토리를 설명해주시거나 팀별 특징을 말씀해주시면서 도움을 많이 주셨죠.


Q. 도타2와 스타2를 중점적으로 맡았었는데, 게임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두 게임 모두 랭크 게임을 하는 건 아니에요. 도타2를 할 때는 주로 인공지능을 상대로 연습을 해서 그걸 '실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APM이 4~50이나 나올까요? 궁극기를 쓰고 나서 가만히 있다가 죽는다고 구박을 많이 받았었는데, 스타2는 그보다 더한 피지컬을 요구하기 때문에 저한텐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Q. 스타리그에서 선수 인터뷰를 많이 하고 계신데, 기억에 남는 선수나 인상적이었던 인터뷰가 있나요?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선수가 변현우 선수에요. 인터뷰를 할 때 카메라나 선수의 중간 정도를 응시해야 자연스럽게 보이는데, 변현우 선수의 눈을 보다 보니 표정과 말투에 제가 점점 말려들더라고요. 팬들에게 변현우 선수의 모습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인지 반응도 여러모로 뜨겁더라고요(웃음).


Q. KDL 시절엔 예능에 자주 나왔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드네요. 혹시 나중에라도 예능이나 개인 방송 등에 출연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물론 불러주시면 바로 나가겠지만 스타2에는 워낙 '넘사벽'의 예능 캐릭터가 몇 분 계셔서 제가 나가는 것보다 그분들이 하시는 게 훨씬 재밌을 것 같아요. 중계진 분들과 예능에 나가면 리액션만 하다가 끝날 것 같더라고요. 대신 해설자분들의 개인 방송에 나간다면 훨씬 분위기가 자연스럽기 때문에 더 잘 맞을 것 같아요(웃음).


Q. GSL의 문규리 아나운서와 자주 비교되곤 하는데, 문규리 아나운서의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또, 본인이 문규리 아나운서보다 '이건 내가 더 낫다'하는 게 있다면?

문규리 아나운서께서 너무 '넘사벽'이어서...(웃음) 제가 뭐가 더 낫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문규리 아나운서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라면 여자가 봐도 너무 사랑스러우신 것 같아요. 여자인 제가 봐도 그런데 다른 분이 보시기엔 더 사랑스럽겠죠? 사실 전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거든요(웃음). 제일 부러운 점이에요.


Q. 많은 팬들이 '너무 말랐다'는 우려를 자주 표하는데, 본인도 의식하고 있나요?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이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저의 의지 밖에 있는 일이더라고요. 제 몸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아무래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3월 2일에 LoL방송인 PTL 코리아에 MC로 나가실텐데, 부담감은 없나요?

LoL이라는 게임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아주 없지는 않아요. 스타2에 문규리 아나운서가 있다면 LoL에는 또 조은정 아나운서가 있기 때문에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지는 않네요. 그래도 제게 주어진 일이니까 최선을 다해야죠. 한 사람이 만드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니까요. 예전에 KeSPA컵을 할 때 롤챔스를 챙겨보기도 했고, 이번에 PTL을 한다고 했을 때는 롤챔스 외에 해외 리그에 대한 기사도 빠지지 않고 보고 있어요. 또 위키 사이트에도 큰 의지를 하고 있고요(웃음).


Q. 방송이 없을 때는 보통 뭘 하시나요?

진짜 그냥 집에 있어요(웃음). 친한 해설 분들이 하시는 말이, '이현경은 집에 있는 천장 타일 개수도 다 알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특히 추운 날에는 더더욱 집에만 있고요. '이불 밖은 위험해'란 짤방을 봤는데, 딱 저를 위한 사진이더라고요(웃음). 주변 산책은 자주 나가는데, 동네에서 멀어지면 귀소 본능이 발동해서 자꾸 집 근처로만 돌게 되네요(웃음).


Q. 이걸 꼭 물어보고 싶네요. 이현경에게 김도우란?

아주 특별한 선수죠. 원래 직업 특성상 이러면 안 되는데, 제가 낯을 좀 많이 가려요. 도타2 때부터 많은 선수들을 봐 왔지만 동생 같고 친구 같다기보다는 제가 존중해줘야 할 대상이어서 그런지 스스럼없이 대하는 건 조금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김도우 선수 덕분에 다른 선수들과도 덩달아 편안해진 건 있는 것 같아요. 은인이라고 할 수 있죠.


Q. 앞으로 어떤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지향점이 있나요?

일을 하면서 제 역할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해 보라고들 하시는데, 제가 스스로를 생각해 보면 '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역동적인 현장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오랜 시간 선수들을 보고 나니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제 역할이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소개해주는 거란 걸 알았어요.

선수들이 연습 시간 외에도 보내는 치열한 시간들이 단순히 경기의 승패만으로 평가받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저 같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선수들이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지 팬들에게 전달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세요!

사실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많이 긴장을 하고 있는데... 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이런 자리밖에 없잖아요. 최대한 담백하고 진솔한 대화를 많이 하고 싶은데 진심이란 게 또 위험한 거라서 이런 자리를 무서워해요. 팬분들이 저의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해요.